경매 현장에 등장한 니콜라의 수소트럭.(사진=니콜라)
경매 현장에 등장한 니콜라의 수소트럭.(사진=니콜라)

수소전기트럭 개발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0년 넘게 수소차 개발에 몰두해온 현대차조차 2018년 넥쏘를 출시한 지 2년 후에 수소트럭 양산에 성공했다.

차량의 엔진에 해당하는 대용량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에 대한 기술 검증이 어렵고, 민간 운송업자의 차량 주문만으로 양산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 수소충전소 같은 인프라 확보에도 신경써야 한다.

그래서 일부 스타트업은 기술력과 기업 가치를 크게 부풀려 투자금 유치에 열을 올렸고, 결국 ‘사기 스캔들’로 비화하면서 곤혹을 치렀다. 그 대표적인 기업인 니콜라와 하이존이 최근 자산 청산을 마무리했다. 

니콜라, 하이로드에 미판매 트럭 매각

지난 2월 니콜라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4월에는 나스닥 상장 폐지를 공시하고 자산 청산 절차에 나섰다.

니콜라는 지난 2016년 수소전기트럭을 앞세워 큰 주목을 받았지만, 창업자의 사기 행각, 충전 인프라의 부족, 고정비 부담 등이 겹치며 시장 내 입지를 잃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12월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3억 달러 규모의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을 시도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니콜라는 파산보호를 신청한 후 전기트럭사업 자산을 지난 4월 미국의 전기차 제조업체인 루시드모터스에, 수소트럭사업 자산은 구조조정 전문기업인 고든 브라더스에 각각 매각했다.

수소트럭사업 자산은 미사용 연료전지 트럭 103대, 예비 부품, 시험장비 등이며 금액으로 따지면 1억1,400만 달러다.

고든 브라더스는 수소트럭사업 자산을 인수할 기업 찾기에 나섰고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서비스형 트럭 운송 사업자인 ‘하이로드(Hyroad)’에 니콜라 수소트럭사업 자산을 매각했다.

하이로드는 텍사스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고객에게 직접 판매할 연료전지 차량을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마일당 요금 지불’ 모델로 트럭을 임대하고 충전 인프라를 제공하는 ‘서비스형 트럭 운송사업’에 관심이 있다.

특히 상업·판매 부문 부사장, 에너지 공급 부문 책임자 등 하이로드의 현 경영진 중 상당수가 니콜라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이로드는 이번에 인수한 니콜라 수소사업 관련 자산을 활용해 캘리포니아에서 수소전기트럭 기반 서비스형 트럭 운송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하이존, 모기업에 지적재산권 매각

하이존과 뉴웨이 트럭(New Way Trucks)이 지난해 5월 웨이스트 엑스포(Waste Expo)에서 공개한 북미 최초의 수소연료전지 쓰레기 수거용 트럭.(사진=Hyzon)
하이존과 뉴웨이 트럭(New Way Trucks)이 지난해 5월 웨이스트 엑스포(Waste Expo)에서 공개한 북미 최초의 수소연료전지 쓰레기 수거용 트럭.(사진=Hyzon)

같은 시간 하이존은 모든 지적재산권을 모기업인 호라이즌 퓨얼셀 그룹(Horizon Fuel Cell Group, 이하 호라이즌)에 매각했다.

하이존은 지난 2020년 3월 호라이즌의 연료전지 기술을 기반으로 수소전기 파워트레인을 개발하며 큰 주목을 받았지만, 실체 없음이 드러난 차량 공급 계약, 기술력 없이 과대광고와 회계부정을 일삼은 점 등이 겹치며 내리막길을 걸었고 지난 3월 공식적으로 해체됐다.

이에 호라이즌은 하이존의 모든 지적재산권을 인수했다. 이는 하이존이 해체되기 전까지 받은 주문을 모두 소화하기 위함이다. 하이존은 미국, 유럽, 호주, 뉴질랜드에서 수소전기트럭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호라이즌 측은 성명을 통해 “하이존은 선도적인 수소트럭 플랫폼을 개발하고 글로벌 고객층 사이에서 좋은 평판을 쌓았다”라며 “하이존 지적재산권을 활용해 수소트럭을 출시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호라이즌은 또 중국 트럭 제조업체인 상하이 우류 오토모티브 테크놀로지, Z트럭 오토모티브 테크놀로지와 각각 맺은 수소전기트럭용 연료전지 시스템 공급 계약을 이행할 계획이다. 이들 업체에 공급되는 시스템은 총 100기인 것으로 알려진다.

위기의 스타트업···수소트럭 시장 구조조정

테바모터스의 수소전기트럭.(사진=테바모터스)
테바모터스의 수소전기트럭.(사진=테바모터스)

이들뿐 아니라 다른 수소차 스타트업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례로 영국의 수소트럭 제조업체인 테바 모터스(Tevva Motors)는 총 중량 7.5~19톤에 이르는 중형 수소전기트럭 개발에 집중해왔으나 합병 무산, 전기트럭 판매 부진 등으로 재정적인 어려움에 빠져 지난해 5월 파산 신청을 하고 그해 10월 사업을 종료했다.

또 다른 영국의 수소트럭 제조업체인 HVS(Hydrogen Vehicle Systems)는 영국 정부로부터 2,500만 파운드의 보조금을 지원받았음에도 수소전기트럭 양산에 나서지 못했다. 이 업체는 파산 직전까지 갔으나 지난 2월에 취임한 신임 CEO가 수소트럭 제조를 포기하고 기술 라이선스 사업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한숨을 돌린 상황이다.

호주의 H2X, 미국의 하이페리온(Hyperion) 등도 수소전기차 콘셉트카를 공개했으나 아직도 양산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업계는 니콜라, 하이존 같은 업체들이 정리되면서 상용차 중심의 수소모빌리티 시장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한 투자와 기술개발을 이어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