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비아의 47kW 연료전지시스템을 장착한 ‘르노 마스터 H2-Tech’ 프로토타입.(사진=르노그룹)
하이비아의 47kW 연료전지시스템을 장착한 ‘르노 마스터 H2-Tech’ 프로토타입.(사진=르노그룹)

니콜라(Nikola)가 재정 어려움 속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소식이 들린다. 사업 재편, 매각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하이존(Hyzon)의 사정은 더 나쁘다. 유럽, 호주 시장에서 이미 철수했고, 미국 시장에서도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여기에 르노와 플러그파워의 합작법인인 하이비아(Hyvia)도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12월 하이비아의 파산 신청과 강제 청산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니콜라는 창업자의 사기 스캔들로, 하이존은 실재하지 않는 거짓 계약으로 곤욕을 치렀다. 투자 유치는 더 힘들어졌고 현금은 바닥을 보이고 있다. 기업 가치를 부풀려 투자금을 유치해온 스타트업이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 면이 크다. 

이들 기업이 정리되면서 수소모빌리티 시장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장기 전망을 보고 수소모빌리티 사업에 꾸준한 투자와 기술개발을 이어가야 한다.

니콜라

미국의 수소전기트럭 제조업체인 니콜라가 구조조정 옵션을 모색하면서 파산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 이 소식은 2월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파산 절차에 따라 기업회생을 위한 구조조정이나 매각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안에 정통한 블룸버그의 소식통을 인용해 니콜라가 자금난에 시달리는 동안 채권자로부터 보호를 받기 위해 챕터(Chapter) 11 신청을 로펌, 재무 자문사와 협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이 계획은 아직 확정은 아니고 변경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니콜라에서 출시한 트레 수소전기트럭.(사진=니콜라)
니콜라에서 출시한 트레 수소전기트럭.(사진=니콜라)

니콜라는 지난해 12월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3억 달러 규모의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에 나섰다. 토마스 오크레이 니콜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투자자들에게 “회사가 2025년 4월까지 버틸 수 있을 정도의 현금만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니콜라가 지난해 10월에 내놓은 2024년 3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Class 8 수소전기트럭 88대를 판매했으며, 순손실은 약 2억 달러(약 2,600억 원)에 달했다. 2024년 1~3분기 동안 니콜라가 판매한 수소트럭의 총 대수는 200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보조금을 받을 확률도 희박하고 신규 투자처를 찾기도 힘들어졌다. 니콜라가 주가를 1달러 이상으로 회복시킬 방법을 찾기가 힘들어 보인다. 니콜라의 파산 신청이 임박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하이존

수소전기트럭 제조업체 하이존은 벗어나기 힘든 어두운 터널에 진입했다. 지난해 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낸 성명에서 알 수 있듯, 이사회는 회사 청산 절차를 밟아왔다. 

하이존은 지난해 7월 유럽, 호주 시장에서 철수했으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보낸 직원 공지문을 통해 “몇 주 안에 자금을 조달하거나 매수자를 찾지 못하면 내년(2025년) 2월까지 인력 감축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200kW급 연료전지시스템을 탑재한 하이존의 수소전기트럭.(사진=하이존)
200kW급 연료전지시스템을 탑재한 하이존의 수소전기트럭.(사진=하이존)

올해 2월 초에는 파커 믹스(Parker Meeks) CEO가 주주총회를 며칠 앞둔 시점에 사임했다. 파커 믹스는 하이존의 창업자인 크레이그 나이트(Craig Knight)가 중국에서 주문을 부풀렸다는 비난을 받고 해고된 뒤로 임시 CEO를 맡아 회사를 이끌어왔다. 

이후 하이존은 중국의 상업용 수소트럭 시장에서 철수하고 우선순위가 높은 북미, 유럽, 호주 시장에 집중해왔지만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했다. 미국 일리노이에 본사를 둔 하이존은 쓰레기수거용 수소트럭 시장에 집중했지만, 지난 2년간 최소 800만 달러(약 115억 원)의 현금을 소진한 것으로 알려진다. 

2월 중에 투자자나 인수자를 찾지 못한다면 사업 중단, 일리노이와 미시간 공장 폐쇄라는 청산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하이비아

르노그룹과 플러그파워가 절반씩 지분을 보유한 수소연료전지 합작법인인 하이비아(Hyvia)의 전망도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르노그룹이 작년 9월에 열린 독일 하노버상용차박람회(IAA 2024)에 ‘르노 마스터 H2-Tech’ 프로토타입을 공개할 때만 해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이 차량은 하이비아의 47kW 연료전지시스템을 장착했으며, 7.5kg 또는 9kg 수소탱크를 탑재해 유럽 기준 최대 700km 주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다. 

르노 마스터 H2-Tech 프로토타입.(사진=르노그룹)
르노 마스터 H2-Tech 프로토타입.(사진=르노그룹)

하이비아는 2030년까지 수소전기 밴 시장점유율 30% 달성을 목표로 했지만, 수소전기차 시장의 전반적인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이비아는 지난해 12월 법적 회복 절차에 들어가면서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유럽 수소모빌리티 생태계의 성장 속도가 너무 느리고, 수소 혁신에 드는 개발 비용이 상당해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르노그룹의 루카 드 메오(Luca de Meo) CEO가 최근 프랑스 의회 경제위원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수소 관련해서 많은 이니셔티브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없다”고 한 발언과 맥이 통한다. 그는 실현 가능한 시장이 부족하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며 하이비아의 상황이 특히 어렵다는 점을 시인했다. 

프랑스 플랑의 하이비아 제조 현장에 플러그파워의 1MW 전해조를 설치했다.(사진=르노그룹)
프랑스 플랑의 하이비아 제조 현장에 플러그파워의 1MW 전해조를 설치했다.(사진=르노그룹)

하이비아는 르노의 플랑 공장에 11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르노 마스터 H2-Tech 출시를 계기로 연료전지시스템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관리감독관의 재무평가, 향후 조치에 따라 사업 추진이 힘들어질 수 있다. 

밴이 속한 경상용차(Light commercial vehicle, LCV) 시장도 배터리 차량이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도 스타리아 수소밴 차량 출시를 계획했다 취소한 바 있다. 

결코 싸지 않은 수소가격,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에 드는 높은 비용, 연료전지시스템의 내구성 등 극복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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