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ACT 엑스포 2024’에서 청정 물류운송 사업을 중심으로 한 수소 상용 밸류체인을 확장 계획을 발표했다.
ACT 엑스포는 친환경차, 차세대 연료 등 지속가능한 이동 솔루션을 선보이는 연례 박람회로 현대차 외에도 켄워스, 도요타, 니콜라, 혼다, 커민스 등이 참가해 수소전기트럭 기술을 선보였다.
켄워스는 도요타의 신형 연료전지를 탑재한 T680 모델을 LA 롱비치항에 투입했고, 니콜라는 100대의 수소트럭 주문 소식을 전했다. 커민스는 자사의 연료전지시스템을 탑재한 나비스타 인터내셔널 트럭을 ACT 엑스포 현장에 선보였고, 혼다도 클래스8 수소트럭 콘셉트를 공개했다.
수소트럭 보급을 위해서는 수소충전망을 미 전역으로 확대해야 한다. 또 차량 가격을 떨어뜨리면서 내구성을 높여야 한다. 그럼에도 항만을 오가는 물류 업체를 중심으로 수소트럭 도입이 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ACT 엑스포에 참가한 업체를 중심으로 북미 수소트럭 시장의 최신 동향을 알아본다.
켄워스
미국의 상용차 제조업체인 켄워스(Kenworth)는 도요타자동차 북미법인과 파트너십을 맺고 디젤트럭 탈탄소화를 위해 LA항만에서 ‘쇼어 투 스토어(Shore to Store)’ 실증을 진행한 바 있다. LA항과 인근의 주요 창고단지를 연결하는 노선에 대형 수소트럭을 시범 운행하는 프로젝트다.
켄워스는 클래스8 T680 모델 차량에 도요타 미라이에 탑재된 연료전지시스템을 응용한 파워트레인을 적용했다. 10대의 수소트럭이 투입된 ‘쇼어 투 스토어’ 프로젝트는 2022년 8월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양사의 파트너십은 그 후로도 이어지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해 말부터 켄터키 공장(Toyota Motor Manufacturing Kentucky)의 전용라인에서 대형트럭용 수소연료전지 모듈 조립에 들어갔다. 켄워스는 이 연료전지를 장착한 T680 수소트럭을 시장에 내놨다. 이 트럭은 도요타 물류서비스(Toyota Logistics Services, TLS)를 통해 차량 운송 업무에 투입된다.
도요타는 수소의 생산과 공급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도요타가 미국의 연료전지 업체인 퓨얼셀에너지(FuelCell Energy)와 함께 LA 롱비치항에 구축한 트라이젠(Tri-gen) 시스템 현장이 최근 공식 개장했다. 퓨얼셀에너지가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재생 가능한 바이오가스로 수소와 전기, 물을 생산한다.
이 시설의 하루 최대 수소생산량은 1.2톤으로 항구를 드나드는 TLS 대형트럭 등이 이용하는 인근의 수소충전소에 공급된다. 시스템에서 생성된 2.3MW의 전기는 TLS의 전력 운영을 지원하거나 잉여전기를 지역 전력회사에 공급하는 식으로 해결한다. 또 수소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물(온수)은 도요타의 고객 인도 차량 세차 등에 활용된다.
니콜라
니콜라는 최근 아일로 로지스틱스(AiLO Logistics)로부터 트레 수소전기차 100대의 신규 주문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아일로 로지스틱스는 LA항과 롱비치항의 선적용 컨테이너 물류 운송을 맡고 있다.
이번 주문은 트럭 전문 판매사인 톰스 트럭센터(Tom’s Truck Center)를 통해 체결됐으며, 차량의 인도는 내년부터 진행된다.

아일로 로지스틱스는 ‘MDB 트랜스포테이션(MDB Transportation)’이란 사명으로 운영될 당시 니콜라에 50대의 트레 수소트럭을 주문한 이력이 있다. MDB는 합병을 통한 리브랜딩을 거쳐 현재의 사명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니콜라는 아일로에 판매하기로 한 트럭 100대의 가격을 명확히 공개하지 않았다. 하이드로젠 인사이트(Hydrogen Insight)는 관련 기사에서 니콜라 대변인의 답변을 언급하며 “차량 가격이 48만5,000달러(약 6억6,000만 원)부터 시작한다. 생산 비용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트럭을 팔기 때문에 약 2,000만 달러(약 273억 원)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니콜라가 하일라(HYLA)라는 브랜드로 북미 수소충전망 확대에 힘쓰고 있지만, 수소트럭 판매를 통해 유의미한 실적을 내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주가도 여전히 1달러 밑에 머무르고 있다.
나비스타 인터내셔널
나비스타 인터내셔널(Navistar International)은 미국의 상용차 회사로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해 멕시코, 브라질 등 총 60여 개국에 1,000여 개에 이르는 판매망을 구축하고 있다.
나비스타는 RH 시리즈의 클래스8 대형트럭에 커민스의 300kW급 엑셀레라(Accelera) 연료전지시스템을 장착한 새 모델을 이번 ACT 엑스포에 선보였다.
이에 맞춰 북미와 멕시코 시장을 중심을 활동하는 대표적인 물류업체 중 한 곳인 베르너 엔터프라이즈(Werner Enterprises)가 자사의 운송망에 나비스타의 RH 시리즈 대형 수소트럭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2035년까지 탄소배출량을 55%까지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베르너 엔터프라이즈는 화물 운송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압축천연가스(CNG) 엔진 차량, 바이오디젤 연료 혼합, 배터리전기 트랙터 등을 테스트하고 있다. 나비스타의 수소트럭도 미래를 위한 하나의 선택지라 할 수 있다.
혼다
혼다는 ACT 엑스포에 클래스8 트럭의 콘셉트를 새롭게 선보였다. 혼다는 준준형 SUV 차량인 CR-V의 수소전기차 버전을 출시한 바 있다. 이 차량은 전기충전 포트를 따로 갖추고 있다. 17kWh 배터리를 장착해 전기충전만으로도 60km를 달릴 수 있다.
혼다가 출시한 CR-V e:FCEV에는 미국의 GM과 함께 개발한 80kW 연료전지시스템이 들어간다. 바로 이 연료전지 스택 3개를 하나로 묶은 240kW급 연료전지에 120kWh 고전압 배터리를 붙였다. 700bar 고압탱크에는 최대 82kg의 수소를 충전할 수 있으며 400마일(644km)의 운행거리를 목표로 한다.

연료전지로 배터리를 충전하고, 이 배터리에서 전기모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주행거리 연장형 ‘수소전기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알려진다. 최고속도는 시속 70마일(113km/h)로 잡혀 있다.
혼다는 GM과 합작투자 생산시설인 미시간주 브라운스타운의 연료전지시스템 생산공장에서 80kW 연료전지 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혼다는 “GM과 공동 개발한 연료전지시스템이 1세대 시스템에 비해 내구성은 두 배나 높고 생산비용은 3분의 2로 줄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