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강력한 빛으로 고성능 나노 신소재 합성 기술 개발
포스텍, 암모니아 SOFC 성능·내구성 높이는 기술 선봬
수소경제의 성장 기반은 기술 혁신에서 온다. 토토 사이트는 불철주야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국내 연구진의 성과를 모아 H2-Tech 코너에 소개한다.
KAIST, 빛 0.02초로 3,000℃ 구현하는 수소생산촉매 개발
KAIST의 신소재공학과 김일두 교수 연구팀과 전기·전자공학부 최성율 교수 연구팀이 강력한 빛을 짧게 쬐어주는 것만으로 고성능 나노 신소재를 합성하는 ‘직접 접촉 광열 처리(Direct-contact photothermal annealing)’ 합성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 플랫폼은 빛을 단 0.02초 비춰 순간적으로 3,000℃의 초고온을 만들어내는 촉매 합성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단단하지만 잘 반응하지 않는 ‘나노다이아몬드(nanodiamond)’를 전기가 잘 통하고 촉매로 쓰기 좋은 고성능 탄소 소재인 ‘탄소 나노어니언(Carbon Nanoonion)’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탄소 나노어니언은 탄소 원자가 양파처럼 여러 겹으로 쌓인 초미세 구형태의 소재로, 전기 전도도와 내화학성이 뛰어나 촉매를 지지하는 데 적합하다.
그러나 기존에는 탄소 나노어니언을 합성한 뒤 다시 촉매를 붙이는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했기 때문에 열선으로 가열하는 기존 열처리 방식은 에너지 소모가 크고 시간이 오래 걸려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빛 에너지를 열로 전환하는 ‘광열효과(Photothermal effect)’를 이용했다. 탄소 나노어니언의 전구체인 나노다이아몬드에 빛을 잘 흡수하는 검은색 ‘카본블랙’을 섞은 뒤 제논 램프로 강한 빛을 터뜨리는 방식을 고안했다.
그 결과 단 0.02초 만에 나노다이아몬드가 탄소 나노어니언으로 전환됐다. 분자 동역학 시뮬레이션에서도 이 과정이 물리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탄소 나노어니언 표면에 금속 원자를 하나하나 달라붙게 만들어 촉매 기능까지 구현했다. 백금과 같은 금속 전구체를 함께 넣으면 금속들이 원자 단위로 분해되는 ‘단일원자 촉매’로 갓 생성된 탄소 나노어니언 표면에 즉시 달라붙는다.
이후 빠른 냉각 과정에서 원자들이 뭉치지 않아 소재 합성과 촉매 기능화가 완벽히 통합된 단일 공정으로 완성된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해 백금(Pt), 코발트(Co), 니켈(Ni) 등 8종의 고밀도 단일원자 촉매를 성공적으로 합성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플랫폼은 기존 열선 가열 기반의 열처리 공정보다 에너지 소비를 1,000분의 1 수준으로 줄이면서 공정 속도를 수백 배 이상 단축했다. 금속 사용량을 줄이면서 기존보다 최소 6배 높은 수소생산 효율을 낼 수 있음을 입증했다.
POSTECH, 수소 없이 전기 만드는 암모니아 연료전지 개발
POSTECH의 화학공학과·배터리공학과 김원배 교수 연구팀은 암모니아를 직접 연료로 사용하는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의 성능과 내구성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SOFC는 연료의 화학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친환경 발전 장치다.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하려면 전극 표면에서 암모니아가 빠르게 분해돼야 하고, 고온 부식 환경에서도 전극이 버텨야 한다. 그러나 기존 니켈 전극은 암모니아와 반응하면서 금속 입자가 뭉치고 전극이 갈라져 성능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바륨(Ba)’과 ‘철(Fe)’을 활용했다. 바륨은 강한 염기성을 가진 물질로, 철 나노입자에 전자를 공급해 암모니아 속 질소 원자를 쉽게 떼어내는 역할을 한다.
암모니아가 전기로 변하기 위해서는 질소와 수소로 분해돼야 하는데 질소를 떼어내는 과정이 가장 어렵다. 바륨은 이 과정을 촉진해 반응 속도를 높이게 된다. 또 전극 격자 구조를 단단하고 넓게 만들어 철 나노입자가 고르게 자리 잡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철 나노입자는 전극 표면에서 촉매 역할을 하며 암모니아가 전기로 바뀌는 반응을 돕는다. 여기에 바륨이 표면의 염기성을 강화해 반응물이 철 나노입자 표면에서 더 잘 분해되도록 도와 전체 반응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실험 결과 바륨이 도입된 전극은 기존 전극보다 약 25% 높은 최대 전력밀도 1.02W/㎠를 기록했다. 내구성도 뛰어나 200시간 연속 운전에서도 성능 저하 없이 안정성을 유지했으며, 암모니아가 모두 반응해 하나도 남지 않는 100% 분해 효율을 달성했다.
이번 연구는 복잡한 수소 저장·운송 없이, 전지 발전 효율과 수명을 함께 확보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김원배 교수는 “바륨 도입과 철 나노입자 형성을 결합한 전극 촉매 설계로 암모니아 연료전지의 성능과 내구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라며 “암모니아의 손쉬운 저장·운송 특성을 고려하면 탄소 제로 전력 생산을 실현하는 핵심 기반 기술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