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의 성장 기반은 기술 혁신에서 비롯된다. 토토 사이트는 불철주야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국내 연구진의 성과를 모아 H2-Tech 코너에 소개한다.

 KAIST, 美 연구팀과 연료전지 촉매 성능 저하 이유 밝혀내

갈륨(Ga) 도핑된 백금-니켈(PtNi) 촉매 나노입자의 3차원 원자 구조 및 촉매 활성 변화 모식도.(사진=KAIST)
갈륨(Ga) 도핑된 백금-니켈(PtNi) 촉매 나노입자의 3차원 원자 구조 및 촉매 활성 변화 모식도.(사진=KAIST)

KAIST의 양용수·조은애 교수 공동연구팀은 미국의 스탠퍼드대·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공동연구팀과 전자단층촬영 기법을 활용해 수소연료전지 촉매 내부의 원자들이 수천 번의 작동 사이클 동안 어떻게 성능이 저하되는지 규명했다.

연료전지의 촉매로 사용되는 백금 기반 합금에선 고온 환경과 전기화학적 부식에 의한 물리적·화학적 변화로 열화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연료전지의 성능과 수명을 저하시킨다.

연구팀은 열화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밝히기 위해 여러 각도에서 X선을 찍어 인체 내부를 3차원으로 보여주는 CT(컴퓨터 단층촬영) 기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인공신경망 기반 원자 전자단층촬영 기법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전자현미경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고해상도 이미지를 촬영하고 이를 AI 신경망과 결합해 나노 촉매 내부 원자들의 3차원 위치를 정밀하게 재구성했다. 이를 통해 수천 개에 달하는 원자들이 연료전지 작동 과정에서 어떻게 이동하고 변형되는지를 관찰했다.

먼저 백금-니켈 합금 나노입자(이하 PtNi)에 수천 번의 전기화학적 작동을 가한 후 각 단계에서 촉매 입자의 3차원 원자구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일반적인 PtNi 입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형태가 변형되고 니켈이 빠져나가면서 기능이 저하됐다.

이번엔 PtNi에 갈륨 원소를 입혔다. 초기 성능이 일반 PtNi보다 뛰어난 데다 많은 시간이 지나도 입자의 변화가 거의 없어 성능이 오랫동안 유지됐다.

양용수 교수는 “실제 연료전지 촉매의 3차원 열화 과정을 원자 단위에서 정량적으로 추적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라며 “관측하기 어려웠던 실제 촉매 표면과 내부의 3차원 원자 구조 변화를 직접 측정했다는 점에서 이론 모델이나 시뮬레이션에 의존했던 기존 연구들과 차별점을 가진다”라고 밝혔다.

UNIST, 세포 에너지 생산 돕는 분자로 그린수소 생산·저장한다

고속대량 스크리닝을 통한 고효율 수소생산 사이클 개발 모식도.(사진=UNIST)
고속대량 스크리닝을 통한 고효율 수소생산 사이클 개발 모식도.(사진=UNIST)

UNIST의 에너지화학공학과 송현곤 교수팀은 생체 내에서 산화-환원 반응을 돕는 조효소인 FAD(플라빈 아데닌 다이뉴클레오타이드)를 전극 표면에 입혀 저전압으로 수소를 생산하고 바로 액상 유기물에 저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FAD는 세포 호흡 과정에서 수소 원자(전자와 양성자)를 운반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러한 특성을 활용하고자 백금 전극과 팔라듐 전극에 FAD를 입혔다.

그 결과 백금 전극에서 반응이 활성화되면서 전력 소모가 줄었다. 수소를 생산·저장할 때 시스템의 전압은 약 0.6V로, 기존 시스템보다 약 65% 감소했다. 이로 인해 수명이 기존 대비 8배 늘어나 100시간 이상 연속 작동해도 성능 저하가 없었다.

이는 FAD가 백금 전극 표면에 남아 있는 수소 중간체를 제거했기 때문이다. 백금은 포름산을 전극 표면에서 효과적으로 산화시켜 에너지를 생산한다. 그런데 수소 중간체가 남아 있으면 포름산이 접근하지 못해 반응이 지연된다. 이 때문에 전력 소모가 많은 것이다.

FAD는 또 팔라듐 전극 표면에 수소이온이 더 잘 달라붙도록 유도했다. 이로 인해 전극에서 발생한 수소가 원자 형태 그대로 액상 유기물에 저장됐다.

보통 백금 전극에서 포름산이 산화돼 나온 전자가 팔라듐 전극의 수소이온과 만나 수소를 만든다. 이 수소는 팔라듐 금속막을 그대로 통과해 그 뒤편의 액상 유기물 속에 저장된다. 이때 수소를 고압으로 주입하거나 반응 조건을 맞춰야 한다.

그러나 FAD 덕분에 별도의 공정 없이도 수소를 액상 유기물에 저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송현곤 교수는 “생체 분자가 가진 전자·양성자 운반 특성을 전기화학 시스템에 접목해 수소 생산과 저장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라며 “고압 용기가 없어도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안전하고 효율적인 수소 활용 기술의 토대를 마련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동국대, 식품 폐기물 활용한 수소생산시스템 개발

(왼쪽부터) 박진우 화공생물공학과 교수, 오세빈 석사과정생.(사진=동국대학교)
(왼쪽부터) 박진우 화공생물공학과 교수, 오세빈 석사과정생.(사진=동국대학교)

동국대학교의 박진우 교수 연구팀은 식품 폐기물 가스화 기반 수소생산시스템과 이산화탄소 전기화학적 환원 기술(CO2ER)을 통합한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가스화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저장하지 않고 재활용하면 저렴하게 수소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개발에 나섰다.

연구팀은 먼저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CO2ER을 통해 일산화탄소로 전환했다. CO2ER은 전기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화학물질이나 연료로 바꾸는 기술이다.

전환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성되는 산소는 가스화 공정의 산화제로 활용해 산소 구매 비용을 없앴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만들어진 일산화탄소는 수성가스 전환 반응기에 넣었다. 이 반응기는 일산화탄소와 물을 반응시켜 수소와 이산화탄소로 변환시키는 장치다.

그 결과 수소 수율이 증가해 수소생산량이 기존 시스템보다 1.8배 증가하고, 에너지 효율은 7.36%p 개선됐다. 무엇보다 여러 나라에서 제작된 시스템보다 높은 에너지 효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특히 산소 구매 비용이 사라짐에 따라 CO2ER 통합으로 인해 높아진 전력 구매 비용이 충분히 상쇄됐다. 연구팀은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수소생산단가는 3달러/kg-H₂ 미만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박진우 교수는 “식품 폐기물은 도시 고형 폐기물 중 높은 비율을 차지하며, 유기물 함량이 높아 에너지 자원으로서 활용 가치가 크다”라며 “이번에 개발된 시스템은 광발효 등 다른 바이오수소 공정보다 실용성과 상업가능성 측면에서 훨씬 개선된 에너지 효율과 경제성을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서강대, 저비용 CO₂ 포집 가능한 차세대 고분자 분리막 개발

불소화 방향족 고분자의 탈불소화 및 가교 메커니즘 모식도.(사진=서강대학교)
불소화 방향족 고분자의 탈불소화 및 가교 메커니즘 모식도.(사진=서강대학교)

서강대학교의 이종석 화공생명공학과 교수팀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이성수 박사와 함께 간단한 열처리만으로 이산화탄소를 선택적으로 투과시키는 고분자 분리막을 개발했다.

현재 고분자 분리막은 기체 분리 성능이 낮고 고압의 응축성 가스에 의해 선택도가 감소하거나 시간 경과로 인한 물리적 노화로 성능이 저하되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불소를 포함한 방향족 고분자를 열처리하면 선택적 탈불소화 현상이 일어나는 점에 주목했다.

선택적 탈불소화 현상으로 고분자 사슬에서 불소 원자가 떨어져 나가고 그 자리에 반응성이 매우 높은 라디칼이 생성된다. 라디칼은 홀전자를 가진 원자나 분자를 일컫는다. 홀전자는 다른 원자와 쌍을 이루지 못해 매우 불안정하다. 이 때문에 주변의 다른 분자들과 빠르게 반응한다.

이 라디칼은 인접한 고분자 사슬과 새로운 결합을 형성해 견고하고 영구적인 3차원 네트워크 구조를 만든다. 이를 통해 미세기공이 형성되면 분리막의 이산화탄소 분리 성능과 장기 안정성이 향상된다.

특히 고분자 분리막 소재의 고질적인 한계인 투과도-선택도 간 트레이드오프(trade-off) 문제를 간단한 열처리만으로 해소할 수 있다. 트레이드오프는 기존 고분자 분리막에서 투과도가 높아지면 선택도가 낮아지고, 선택도가 높아지면 투과도가 낮아지는 상충관계를 일컫는다.

연구팀은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개념의 외부 유래 미세다공성 고분자 분리막을 개발했다. 이와 함께 중공사막 형태의 고분자 분리막도 제작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규명한 외부 유래 미세다공성 구조 형성 메커니즘을 다양한 고분자 구조에 적용해 석유화학공정, 수소생산 등 차세대 친환경 분리 공정뿐만 아니라 배터리, 촉매 등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 시대에 필수적인 분야로 기술을 확장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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