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거대 AI가 만든 전력난, 연료전지가 새 해법으로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에 온사이트 발전 기술 주목
오라클·브룩필드 잇따른 계약이 주가 상승 견인

블룸에너지 캘리포니아 본사.(사진=Bloom Energy)
블룸에너지 캘리포니아 본사.(사진=Bloom Energy)

초거대 AI(인공지능)의 급속한 성장이 예상치 못한 과제를 불러왔다. AI 시스템을 구동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기존 전력망의 수용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 새로운 발전소와 송전망을 구축하려면 수년의 시간과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도 장애물로 떠올랐다.

‘AI 전력 대란’ 속에서 주목받는 해결책이 바로 ‘온사이트 발전’이다. 전력을 먼 곳에서 조달하지 않고 현장에서 직접 생산하는 방식으로,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명확한 장점이 있다. 특히 수소를 고효율 전기로 전환하는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기술을 보유한 블룸에너지(Bloom Energy)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기대감은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블룸에너지의 주가는 지난 1년간 약 1,000% 급등하며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AI 전력 수요 확대로 ‘주가 급등’

최근 1년간 블룸에너지의 주가는 1,000% 가까이 상승했다. 2024년 10월 약 9달러 수준이던 주가는 2025년 10월 13일 기준 109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10배에 가까운 상승률이다.

나스닥과 Investing.com에 따르면 1년 저점은 9.02달러, 최근 고점은 115달러로 집계된다. 단기간 세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확대와 글로벌 대형 계약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블룸에너지의 주가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2024년 2월 오라클(Oracle)과의 협력 발표 이후다.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OCI) 일부 데이터센터에 블룸의 연료전지 발전 시스템을 설치해 90일 내 전력 공급을 시작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는 20달러 초반에서 30달러 중반으로 50% 이상 상승했다.

이어 2025년 5월 9일, 글로벌 자산운용사 브룩필드(Brookfield)와 최대 50억 달러(약 6조9천억 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구축 협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가 하루 만에 26.6%나 급등했다. 이후 6월 들어 월가에서 “AI 전력망 투자가 향후 10년간 가장 빠르게 성장할 산업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며 상승세가 유지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바 20 낙농장(Bar 20 Dairy Farms)’에 설치된 블룸에너지 서버.(사진=Bloom Energy)
미국 캘리포니아의 ‘바 20 낙농장(Bar 20 Dairy Farms)’에 설치된 블룸에너지 서버.(사진=Bloom Energy)

10월에는 협력 내용이 공식화됐다. 브룩필드는 전 세계 AI 인프라 자산에 블룸의 SOFC 시스템을 설치하기 위해 최대 50억 달러를 투자한다. 블룸은 브룩필드의 글로벌 AI 팩토리(AI Factory)를 위한 ‘우선 전력 공급사’로 지정됐으며, 첫 공급은 올해 말 유럽 현장에서 시작될 예정이다.

블룸의 창립자이자 CEO인 K.R. 스리다르는 “AI 공장은 기존 전력망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라며 “전력·인프라·컴퓨팅을 동시에 설계하는 ‘린(Lean) AI 팩토리’가 차세대 데이터센터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룩필드의 글로벌 AI 인프라 책임자인 시칸더 라시드(Sikander Rashid)는 “블룸의 연료전지는 온사이트 발전을 통한 AI 전력 격차 해소의 핵심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SOFC, AI 시대 전력의 새로운 축

블룸에너지는 SOFC를 기반으로 하는 분산형 전원 기업이다. SOFC는 수소를 전기화학적으로 반응시켜 전력을 생산하며, 고온(약 800℃)에서 작동해 효율이 높고 연료 전환이 유연하다.

전력 효율은 약 60%, 열병합 운전 시 총 효율은 90% 수준에 이른다. 대규모 송전망을 거치지 않고 데이터센터 인근에서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 손실이 적고 구축 속도가 빠르다. 특히 AI 산업처럼 전력 품질이 곧 성능과 직결되는 분야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블룸은 미국 전력회사 AEP(American Electric Power)와 1GW 규모의 연료전지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코어위브(CoreWeave)·이퀴닉스(Equinix) 등 주요 데이터센터 사업자와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회사는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10% 이상이 온사이트 발전으로 충당될 것”이라며 “향후 5년 내 35GW 규모의 신규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SOFC 기업도 기술 경쟁 가속

국내에서도 SOFC 기술을 활용해 고부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두산퓨얼셀은 중저온 SOFC 개발에 속도를 내며 올해 하반기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미코파워는 150kW급 발전용 SOFC 시스템으로 한국전기안전공사(KESCO)의 제품검사를 통과해 상용화 기반을 확보했다. 효성중공업, 포스코퓨처엠, 서부발전 등도 수소 기반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을 확대하며 AI 산업의 전력 수요를 충족시킬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미코파워의 발전용 연료전지.(사진=미코파워)
미코파워의 발전용 연료전지.(사진=미코파워)

HD한국조선해양의 계열사인 수소연료전지 전문업체인 ‘HD하이드로젠’도 주목해야 한다. HD한국조선해양은 대형 컨테이너선 등에 SOFC 연료전지를 활용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를 이어왔다. AI 산업의 수요가 커지면 연료전지를 발전용으로 전환해 시장에 대응하는 것도 가능하다.

블룸에너지의 SOFC 셀이 ESC(Electrolyte Supported Cells, 전해질 지지형) 타입인 데 반해, 국내에서 미코파워나 HD하이드로젠이 생산하는 셀은 ASC(Anode Supported Cell, 연료극 지지형) 타입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블룸의 전해질 지지형은 구조가 간단하고 안정적이지만, 두꺼운 전해질로 인해 출력이 다소 낮다. 반면에 연료극 지지형은 얇은 전해질 덕분에 출력이 높고 기계적 특성은 우수하지만, 전해질의 두께를 얇게 만드는 기술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진다. 

한 연구원이 연료극 지지형(ASC) 타입의 SOFC 셀을 들고 있다.(사진=성재경) 
한 연구원이 연료극 지지형(ASC) 타입의 SOFC 셀을 들고 있다.(사진=성재경) 

과열 논란 속에서 빛난 기술력

블룸의 급등세에는 기대감이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지적도 있다. 2024년 매출은 14억7,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률은 2%대에 머물렀다. 2025년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9.5% 늘었지만 GAAP 기준 순손실이 이어졌다. SK에코플랜트의 일부 지분 매각도 단기 과열 신호로 해석됐다. 일부 증권사는 “AI 인프라 투자 속도 조정과 대체 전력기술(ESS·SMR 등)의 부상에 따라 조정 구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블룸의 기술은 산업적 의미가 크다. AI 데이터센터 전력난을 해소하면서 탈탄소 전환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중앙집중식 전력망에서 벗어나 수요지 중심의 분산전원 체계로 전환하는 흐름 속에서, 수소연료전지가 전력 인프라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블룸의 주가 급등 소식은 단순한 테마주를 넘어, AI 시대 에너지 시장의 방향을 바꾸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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