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조에 맞춘 입찰 취소···2040 탈석탄 목표 위한 고육책
산업계 “혼소 기술 공백 우려”, 기존 혼소 관련 국책과제 악영향
일본, 암모니아 혼소 통한 점진적 탈탄소화 추진

정부는 2040년 석탄화력발전소 폐지를 예고하고 있다. 사진은 인천 옹진군의 영흥화력발전소.
정부는 2040년 석탄화력발전소 폐지를 예고하고 있다. 사진은 인천 옹진군의 영흥화력발전소.

한국전력거래소가 지난 17일, 청정수소발전시장 입찰을 전격 취소했다. 공식 사유는 “새로운 공고로 대체하기 위함”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의 ‘2040 탈석탄’ 목표와 일정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입찰은 수소 혼소·전소 열병합발전소 및 암모니아 혼소 석탄발전소를 포함한 청정수소발전 설비를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준비기간 3년과 사업기간 15년을 합치면 2040년 이후까지 사업이 지속되는 구조여서, 정부의 탈석탄 시점과 충돌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이로써 청정수소발전시장 제도(CHPS)는 출범 3개월 만에 첫 관문에서 제동이 걸렸다. CHPS는 청정수소를 활용한 발전을 제도적으로 보상·유도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수소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산업통상부가 제안한 시장 기반 제도다.

문제는 이 같은 결정이 혼소 기술 개발의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이다.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한 중공업 업체와 발전사업자들은 석탄발전의 효율을 높이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암모니아 혼소 기술을 실증 중이다.

정부 역시 산업부 국책과제를 통해 수소혼소 터빈과 혼소 버너 기술 실증사업을 지원해왔다. 그럼에도 입찰 자체가 취소되면서 혼소 기술 쇠퇴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나온다.

한화가 수소혼소 가스터빈 개조 사업을 수주한 미국 뉴저지의 린든 열병합발전소(Linden Cogeneration Plant) 전경.(사진=한화)
한화가 수소혼소 가스터빈 개조 사업을 수주한 미국 뉴저지의 린든 열병합발전소(Linden Cogeneration Plant) 전경.(사진=한화)

일본의 사례는 이와 대조적이다. 일본 최대 발전사인 JERA는 헤키난(碧南) 화력발전소에서 2027년부터 석탄 연료에 20%의 암모니아를 섞어서 태우는 상업운전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화력설비를 급격히 폐쇄하기보다 혼소 기술을 통해 점진적으로 탈탄소화를 추진하는 방식이다. 이는 탄소중립을 위한 ‘브릿지 기술’로 업계의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일본 아이치현 헤키난 화력발전소.(사진=Jihara19·CC BY-SA 3.0)
일본 아이치현 헤키난 화력발전소.(사진=Jihara19·CC BY-SA 3.0)

산업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석탄발전 전환 협의체’를 운영하며, 폐지 예정인 발전소 부지를 수소생산시설·ESS·해상풍력 배후단지로 전환하는 구상을 추진 중이다. 이는 화석연료 기반 설비를 청정에너지 거점으로 바꾸려는 연착륙 대책으로 평가된다. 다만, 기존 인력과 설비를 어떻게 전환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정책 목표에 치중한 나머지, 실제 기술 개발과 산업의 속도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석탄발전 산업의 연착륙이 아닌 급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향후 새 공고를 예고했지만, 청정수소발전시장 제도의 신뢰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정책의 방향성과 시장의 현실을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탈석탄 시대의 에너지 전환 전략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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