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의 하루 10톤급 창원 수소생산기지.(사진=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의 하루 10톤급 창원 수소생산기지.(사진=한국가스공사)

올해 신형 수소 승용차 출시와 함께 수소버스 보급 확대로 모빌리티용 수소 수요가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석유화학업계의 불황으로 부생수소 생산이 감소해 천연가스 개질 수소의 역할이 커졌다. 하지만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원유가격과 천연가스, LPG 등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수소 가격이 크게 오르는 상황이 재현될지 우려된다.

수소 가격이 오르면 수소차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수소 수급 관리와 가격 안정화가 필요해 보인다. 


산업부, 수소 수급 안정 전망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9일 ‘2025년 제2차 모빌리티용 수소 수급 협의체’ 회의를 개최해 하반기 수소차 보급계획에 따른 수송용 수소 수급 상황을 점검했다.  

산업부는 수소 버스 보급 확대 등에 따라 올해 5월까지 수송용 수소 소비량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70% 증가한 5,454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올해 5월 기준 수소차는 총 3만9,313대(승용차 3만7,167대, 버스 2,107대 등), 충전소는 420기이다.  

산업부는 올해 최대 수요를 하반기 수소차 보급계획을 기준으로 1만5,000톤으로 전망했다. 

환경부는 올해 총 7,218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수소버스 2,000대, 수소 승용차 1만1,000대, 수소화물차와 수소청소차 각각 10대에 대한 구매를 지원한다. 승용차의 경우 신차(디올뉴 넥쏘) 출시 효과를 기대하며 2024년보다 61% 증가한 1만1,000대를 목표로 했다. 현대자동차는 6월부터 신차 판매를 시작했다. 수소버스는 2024년 1,720대보다 280대 늘어났다. 

2024년에는 수소버스가 1,000대 이상(전년 대비 277% 급성장) 보급되어 모빌리티용 수소 수요량이 2023년(5,791톤)보다 약 64% 증가한 약 9,500톤을 기록했다.  

수소생산 기업 어프로티움의 수소 튜브트레일러가 수요처로 출발하고 있다.(사진=어프로티움)
수소생산 기업 어프로티움의 수소 튜브트레일러가 수요처로 출발하고 있다.(사진=어프로티움)

산업부는 올해 수소 공급능력이 1만9,000톤 수준으로 안정적인 수급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오는 8월 충남 서산에 정부 지원(국비 32억 원)을 받은 연간 4,950톤 규모의 대규모 기체수소 공급시설(롯데에어리퀴드에너하이 수소 출하센터)이 준공될 예정이어서 수도권과 충청권 등 중부권 수급 관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올해 1월 광주(하루 4톤)와 창원(하루 10톤)에 구축한 거점형 수소생산기지를 본격 가동했다. 

석유화학 기업 카프로는 지난 5월 시간당 2만N㎥(1.8톤)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프로판(LPG) 개질 수소 출하센터를 준공하고 수소생산을 시작했다. 

최우혁 산업부 수소경제정책관은 “새로운 수소 승용차와 다양한 수소 버스 모델의 보급 등으로 수소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름철 폭염, 폭우 등으로 인한 설비고장으로 수급 불안과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기관과 업계가 선제적으로 설비점검을 해달라”고 당부하며 “정부도 안정적인 수급 관리를 위해 신규 공급시설의 적기 가동을 지원하고, 수급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관련 업계, 관계 부처와도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수급·가격안정 가능할까?

국내 수소차 충전소는 주로 부생수소를 공급받아 수소차에 충전해 왔다. 그러나 부생수소가 생산되는 산업단지의 상황에 따라 수소 수급난이 발생해왔다.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장기화 등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석유화학사들의 공장 가동률이 하락하며 공정과정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도 크게 줄어 일시적으로 수급난이 발생한 바 있다.  

2023년에는 중부권 부생수소 생산설비 정비 지연으로 인해 수도권과 대전·충청권, 강원권 수소충전소에 수급 차질이 발생해 많은 시민이 불편을 겪었다. 

현재 글로벌 수요 침체와 중국산 공급 과잉으로 불황에 빠진 석유화학업계의 공장 가동률 감소로 부생수소 물량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가스공사의 광주·창원 수소생산기지 등 천연가스 개질 수소가 부생수소 부족으로 인한 수급 불안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경우 수소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스라엘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한 공습 감행 후 양국의 공격이 이어지며 중동 지역의 긴장이 지속되어 왔다. 이로 인해 중동산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해협이 막히면 국내 유가 및 산업 생산, 주가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부는 비상대응체제를 가동해왔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약 72%, 천연가스의 약 32%를 중동에서 들여오고 있어 중동의 상황은 국내 에너지 안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산업부는 지난 19일 정유·주유소 업계 및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등의 유관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석유·가스 수급 비상대응 태세를 점검하는 회의를 가졌다.     

정부와 업계는 현재 약 200일간 지속 가능한 비축유(IEA 기준)와 법정 비축의무량을 상회하는 충분한 가스 재고분을 통해 유사시를 대비하고 있지만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하는 경우 국내 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해 왔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6월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8월까지 연장했다. 

특히 수소판매가격은 국제유가 및 환율, LPG·LNG·나프타·경유 등의 에너지 가격 및 운송비 등과 연동해 결정되기에 중동 정세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수소에너지네트워크가 운영 중인 정부세종청사 수소충전소.
수소에너지네트워크가 운영 중인 정부세종청사 수소충전소.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소충전소를 운영하는 수소에너지네트워크와 수소유통전담기관인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 및 원자재 가격 급등, 국제 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한 환율 상승 등으로 수소 제조·구매 원가 및 수소 튜브트레일러 운송비 등이 상승함에 따라 수소 가격을 10% 이상 인상한 바 있다. 수소 가격 인상은 수소차 보급이 저조한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되었다.   

지난 24일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정부는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보고 관련 대책 마련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E&S의 인천 액화수소플랜트에서 액화수소 운송 차량이 빠져 나오고 있다.(사진=SK이노베이션 E&S)
SK이노베이션 E&S의 인천 액화수소플랜트에서 액화수소 운송 차량이 빠져 나오고 있다.(사진=SK이노베이션 E&S)

2023년에 경험했던 수소생산설비 문제로 인한 수소 수급 불안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대산석유화학단지 정전 사태로 인한 부생수소 공급 중단으로 수송용 수소 수급에 차질이 발생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 E&S의 액화수소충전소 인근 기체수소 충전소 운영이 중단되어 많은 대체충전 수요가 SK이노베이션 E&S 충전소로 집중되어 일시적으로 운영 불안정이 발생했다. 

SK이노베이션 E&S 관계자는 “당시 액화수소 플랜트와 운송사, 충전소 간 긴밀한 연락을 통해 어려운 상황을 잘 해결할 수 있었다. 언제든 수소 수급 불안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며 “SK는 액화수소만으로는 수소 수급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당사의 인천 액화수소플랜트 내 기체수소 출하 시설 구축을 검토하고 있는데, 정부가 초기에 시행했던 기체수소 출하 시설 구축·운영 보조사업이 재개된다면 수소 수급 대응체계 마련은 물론 수소 소비자 불안 해소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 글로벌 정세 불안으로 인해 환율·물가상승이 가속화되고 있어 운영적자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수소차 보급을 확대하고 국제 에너지 시장이 안정화되는 때까지 한시적이라도 수소생산 사업자에 대한 전기요금 할인 특례를 제공하는 등 요금 감면이 이뤄진다면 운영비 절감과 수소 소매가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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