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하이젠이 운영 중인 전주 평화수소충전소.
코하이젠이 운영 중인 전주 평화수소충전소.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수소버스 보급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정부가 수소 수급관리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 2022~2023년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수소충전소의 수급 차질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다.

수소버스의 수소 사용량은 상당하다. 통상 1회 충전 시 수소 승용차 ‘넥쏘’는 5~6kg, 수소 버스는 25~30kg 정도의 수소가 필요하다. 올해 처음으로 액화수소가 유통되는 배경인 동시에 수급관리가 더욱 중요해진 배경이다.

더군다나 수소버스는 다수의 국민이 이용하는 대중교통 수단으로 수소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경우 국민적 큰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수소버스 보급 확산 가속화 

정부가 수소버스 보급 확대에 나서는 이유는 대규모 수소 수요를 창출할 수 있고, 승용차보다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수소버스 1대는 중형 경유 디젤차 40대가 배출하는 미세먼지 정화가 가능하다.

정부는 지난 2018년 10월 울산을 시작으로 전국 주요 도시의 정규 버스노선에 30여 대의 수소버스를 투입해 시범운행을 하는 한편 2019년부터는 하루 약 1톤의 수소생산(수소버스 40대가량 사용량)이 가능한 소규모 수소추출시설 구축 지원사업도 시작해 2022년까지 총 2,000대의 수소버스를 보급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이 같은 목표 수치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정부의 수소버스 보급 확대 의지는 변함이 없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개최한 수소경제위원회(제5차)에서는 수송·발전·산업 부문에서 대규모 수소 수요를 창출한다는 전략으로, 수송 분야에서는 수소버스·트럭 등 대형 모빌리티 보급을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수소버스·트럭 구매보조금 확대, 지자체 대상 수소버스·충전소 구축 지원 시범사업, 경찰버스의 수소버스 전환, 수소버스 취득세 감면 및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연장 등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12월 18일에 개최한 ‘제6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도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 방안’을 통해 상용차 중심의 수소차 보급 확대 전략을 발표했다. 지자체와 협력해 시내버스, 단거리 시외버스, 광역버스를 수소버스로 전환하고, 공공부문 직영버스도 수소버스로 교체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2023년 11월 기준 582대였던 수소버스를 2030년까지 2만1,200대(누적)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또 수소 카캐리어·냉동차·트랙터 보급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수소화물·지게차를 도입하는 무공해 물류단지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수소차의 원활한 충전을 위해서는 액체수소충전소 및 버스차고지 내 융복합 수소충전소 구축 확대, 주요 교통거점 수소 교통복합기지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 11월 기준 274기였던 수소충전소를 2030년까지 660기(누적)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액체수소충전소의 경우 2030년까지 280기(누적)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소버스 확산 대비 수급관리 강화

이처럼 정부가 수소버스 보급 확대 정책에 집중하면서 지난 3월 28일 개최한 2024년 제1차 ‘모빌리티용 수소수급 협의체’ 회의에서도 수소버스 보급 확대에 대비한 수송용 수소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차질 없는 수소수급을 위해 정부, 지자체, 업계 간 상호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이날 회의에서 올해 누적 기준으로 수소버스 2,700대, 수소 승용차 4만 대를 보급하고, 수소충전소는 85기를 추가로 구축해 총 385기(누적)를 운영할 계획임을 밝혔다.

특히 수소버스는 올해 신규로 역대 최고인 1,720대(시내버스 910대, 광역버스 810대)를 보급한다. 지자체 중 인천시의 역할이 중요하다. 인천시는 1,720대 중 광역 지자체 가운데 최대 물량인 505대(약 29.4%)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연간 500대 수준이었던 수소버스 생산능력을 올해 3,000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난 1월 준공한 창원 액화수소플랜트와 2.5톤 액화수소 수송탱크 트레일러.(사진=두산에너빌리티)
지난 1월 준공한 창원 액화수소플랜트와 2.5톤 액화수소 수송탱크 트레일러.(사진=두산에너빌리티)

환경부는 늘어나는 수소버스의 원활한 충전을 위해 올해까지 40기의 액체수소충전소를 구축할 예정이다. 지난 4월 국내 처음으로 ‘인천 가좌 액체수소충전소’가 상업운전을 개시했다.

산업부는 수소버스 보급 확대와 액화수소 공급을 고려한 수급관리를 중점으로 하고 있다.

박경민 산업통상자원부 수소경제정책과 사무관은 “수소버스는 다수의 국민이 이용하는 대중교통 수단이고, 승용차 대비 약 40배 이상 수소 소비가 많은 대형 모빌리티이므로 안정적인 운행이 필요하다”라며 “올해 액화수소가 국내 처음 공급되는 만큼 액화수소 플랜트와 충전소의 안정적인 운영과 액화수소 수급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올해 수송용 수소의 예상수요와 공급능력은 얼마나 될까.

박 사무관은 “산업부는 환경부가 밝힌 수소차 보급 목표를 기준으로 올해 수송용 수요량을 약 1만5,000톤으로 전망하고 있다”라며 “수소공급업체의 계획에 따르면 올해 수송용 수소 공급능력은 액화수소 플랜트 신규 가동 등으로 최대 약 2만1,000톤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박 사무관은 “다만 실제 공급량은 수소차 보급, 충전소 구축 등의 수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라며 “지역별, 시기별로 일시적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로 인한 수급 불안 발생에 대비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한국가스공사(수소유통전담기관)가 운영 중인 수소유통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으로 수송용 추출수소 생산시설은 창원, 삼척, 평택, 대전, 인천 등에서 총 9개소가 운영 중이며, 올해 안으로 광주, 부산, 완주, 창원에서 총 4개소가 신규로 운영을 개시할 예정이다. 

한편 산업부의 지원사업으로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는 부안, 평창, 동해, 보령 등 4곳에서, 탄소포집형 생산기지는 청주에서 각각 구축을 진행 중으로,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준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올해 1월 창원에 액화수소플랜트(하이창원, 1,700톤/년)가 준공한 데 이어 인천(SK E&S, 3만 톤/년)과 울산(효성하이드로젠, 5,200톤/년)에서도 액화수소플랜트가 공식 가동할 예정이다.

수송용 수소유통전담기관으로 지정된 한국석유관리원 본사 전경.(사진=한국석유관리원)
수송용 수소유통전담기관으로 지정된 한국석유관리원 본사 전경.(사진=한국석유관리원)

특히 산업부는 수급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1월 한국석유관리원을 수송용 수소유통전담기관으로 지정했다. 석유관리원은 40여 년간 쌓아온 석유·LPG 및 석유대체연료 유통관리 역량을 살려 수송용 수소의 수급·가격 안정을 위한 유통관리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석유관리원은 지난 15일 성남 본사 대강당에서 수소유통전담기관 출범식을 개최하고 수소유통관리 업무를 공식 개시했다.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올해부터 액화수소 플랜트 가동, 수소버스 보급 확대 등으로 인해 수송용 수소 수급량의 대폭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현장 대응체계를 기반으로 한 수송용 수소유통전담기관의 역할이 한층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석유관리원은 가장 먼저 수급상황 대응반을 운영해 업체별 수급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비상시에는 업체 간 물량 전환배정을 지원하는 등 안정적인 수소수급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한 수소유통정보시스템(Hying)을 차질 없이 이관받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실시간 정보 업데이트 개선과 이용자 편의 기능 개발을 통해 수소차 이용자의 불편이 없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가격 안정화를 위한 수소거래플랫폼 구축 사업도 조속히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전주 삼천수소충전소에  수소를 공급 중인 450bar 수소 튜브트레일러.
전주 삼천수소충전소에  수소를 공급 중인 450bar 수소 튜브트레일러.

아울러 수소 가격 안정화를 위해 시행 중인 수소운반 차량 지원사업은 수소버스 보급과 액화수소 공급으로 인한 대용량 수소운송 수요 등 변화된 환경을 반영해 기존 200bar 수소 튜브트레일러 외에도 450bar 수소 튜브트레일러 및 액화수소 탱크로리도 지원할 예정이다.

박경민 산업부 사무관은 “산업부는 새롭게 지정된 수송용 수소유통전담기관을 통해 수소수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모빌리티용 수소수급 협의체’를 통해 관계부처, 기업, 지자체 등과 안정적 수소수급을 위해 긴밀히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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