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초 액체수소충전소가 인천시 가좌동에 구축되어 지난 4월 17일 영업을 개시했다. SK E&S는 액체수소를 생산·유통하기 위해 인천에 연간 3만 톤 규모의 액화수소플랜트를 구축했다.
이처럼 액체수소 시장이 열리면서 수소버스 보급에 파란불이 켜졌다. 대규모 운송이 가능해 수소 소비량이 많은 수소버스에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운송업은 시간이 생명인데 기체수소 대비 충전시간도 짧아 버스 운영에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

SK E&S 추형욱 대표는 “인천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플랜트가 곧 정식 가동된다”라며 “대용량 운송이 가능하고 충전이 빠른 액화수소가 유통되면 수소차 이용자들의 불편이 해소될 뿐만 아니라 수소차 보급 확대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 업계는 액체수소충전소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5월 안에 문을 열기로 예정된 충전소가 7곳 정도로 파악된다. 환경부는 민간자본보조사업을 통해 액체수소충전소 구축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가좌 액체수소충전소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40기, 2030년까지 누적 280기 이상의 액체수소충전소 확보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세운산업, 국내 첫 액체수소충전소 운영
가좌 액체수소충전소 운영자는 세운산업이다. SK E&S와 환경부의 ‘2022년 수소전기자동차 충전소 설치 민간자본 보조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2년에 걸쳐 42억 원의 국비를 지원받았다. 민간 28억 원을 포함 총 70억 원이 투입됐다.
지난 1월 30일 완성검사를 통과했다. 완성검사 전에는 중간검사가 있는데 배관이나 탱크의 기밀 테스트가 진행된다. 액체수소가 얼마나 유출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수소로만 하지 않고 질소도 채워서 검사한다. 이후 시스템 안정화를 위한 2개월간의 시운전도 끝마쳤다. 시간당 120kg의 수소를 충전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으며, 하루 평균 120대의 수소버스를 충전할 수 있다.

액체수소의 장점은 기체수소 대비 높은 안전성과 경제성에 있다.
액체수소는 기체수소를 영하 253℃의 극저온 상태로 냉각해 액화한 수소다. 기존 충전에 사용했던 기체수소 방식 대비 압력이 낮아 설비 안정성이 높다.
기체수소는 생산지에서 압축기를 통해 최소 200바(bar)의 고압으로 압축돼 운송된다. 이후 수소충전소의 수소탱크에서 대게 400바 이상 압력으로 수소를 저장하고 있다. 그러나 액화수소의 경우 10바 이하의 저압으로 저장운송이 가능해 불필요하게 운송 과정에서 고압 탱크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용량도 기체수소 대비 크다. 현재 튜브트레일러로 운반되는 기체수소는 약 300kg인 반면 액체수소 1회 운송량은 3톤을 상회한다. 같은 양의 수소를 공급하기 위한 유통비가 10분의 1로 절감되는 셈이다. 또 수소충전소 연료탱크 교체 횟수를 줄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체수소충전소에서는 연료탱크를 자주 교체해야 해 지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소비전력도 크게 준다. 현재 1kg의 기체수소를 버스에 충전할 때 약 5.5kW의 전력이 필요하다. 액화수소를 사용할 경우 1kg당 소비되는 전력은 최대 1.7kW다. 가좌 액체수소충전소 테스트 결과 1.4kW 정도의 전력이 사용됐다.
빠른 충전속도도 경제성 향상에 기여한다. 충전속도가 빨라지면 하루 최대 충전 가능 대수가 늘어나 충전소 수익이 늘어날 수 있다. 운송사 입장에서는 정시성 확보, 노선 확대 편성 등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세운산업 안광현 대표는 “수송부문에서 탄소중립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라며 “전기버스도 도입해보고 기체수소충전소 운영 현황을 지켜봤으나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노선버스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했다. 이어 “그러던 중 SK E&S의 액화수소플랜트 구축 소식과 수소생산 계획이 발표되면서 액체수소충전소 운영에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충전 어떻게 이뤄지나
액체수소충전소 핵심 설비인 펌프를 공급하는 니키소 코리아 이정한 지사는 “충전이란 한 마디로 차압”이라며 “압력이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액체수소는 크게 저장, 가압, 열교환, 충전 등 4단계를 거쳐 수소차에 주입된다. 탱크트레일러가 액체수소를 들여오면 충전소 공정이 시작된다. 이때 온도는 영하 250℃ 정도다. 일반적으로 영하 253℃라고 알려졌으나 실질적으로는 영하 250℃다.
탱크트레일러로 운송된 액체수소를 차압을 이용해 저장탱크로 이송 저장하는 게 첫 번째 단계다. 이때 사용되는 탱크의 용량은 4톤이나 실질적으로는 3.6톤까지 보관할 수 있다. 가좌 액체수소충전소에는 탱크 1대가 구비됐으며 미국 실린더 제조업체 테일러왓슨이 제작했다.

탱크에 저장된 액체수소는 초저온 액화수소 펌프로 900바까지 가압된다. 다만 수소 특성이 워낙 까다로워 바로 900바까지 가압하기엔 무리가 있다. 부스터펌프로 먼저 8바 정도까지 가압 후 이 수소를 HP펌프(초저온 액화수소 펌프)로 900바까지 가압하게 된다.
이 지사장은 “펌프 압력은 900바까지 낼 수 있도록 설계가 됐다. 차에서 700바가 필요하다고 가정하면 펌프에서는 900바 정도를 만들어 차압으로 충전하는 것이다. 만약 충전할 차에 필요한 압력이 300바라면 펌프에서는 약 400바 정도로 압력을 만들다가 점점 올려가며 차압을 만드는 구조다. 압력 차가 클수록 충전이 빨리 된다”고 밝혔다.
가압된 수소는 열교환기를 통해 기체로 완벽하게 전환된다. 전환될 때 생기는 냉열 에너지는 버리지 않고 충전기로 회수한다. 펌프 제작사는 니키소이며 시간당 120kg 수소공급이 가능하다고 한다.
니키소는 전국 21개 액체수소충전소에 펌프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상반기에만 7개 충전소가 준공되며 올해 말까지 21개 충전소가 모두 완공될 예정이다. 2030년까지 100여 개 충전소에 펌프를 공급할 목표를 세웠다.
마지막으로 기체수소 고압저장용기(GH2BANK)로부터 공급되는 기체수소를 회수된 냉열을 이용해 냉각 후 차량으로 충전하게 된다. 고압저장용기 용량은 553L이며 2개가 배치됐다. 이 지사장은 “수소는 너무 뜨거워지면 폭발한다”라며 “영하 40℃ 정도에 맞춰 충전되도록 프로토콜이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수소충전기(디스펜서)는 총 2기며 MS이엔지가 공급했다. 디스펜서 핵심 부품인 노즐은 독일 발터 노즐과 유사한 기능이 적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발터 노즐은 차압 발생이 없어 빠른 충전이 가능하며 압력이 5바 이상 남으면 노즐과 리셉터클 분리가 불가해 안정성이 높다. 질소 퍼징이 가능해 결빙 현상도 발견되지 않는다.
개선사항 아직 있어
액체수소충전소는 대용량 운송과 빠른 충전을 앞세워 경제성을 확보했다고 하나 아쉬운 점은 충전 가격이다. 인천 가좌 액체수소충전소의 수소가격은 1kg당 1만1,000원으로 정해졌다. 기체수소 충전소 운영 초기 가격이 6,000~7,000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꽤 비싼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현재 기체수소 가격은 kg당 1만 원 수준으로 액체수소 가격도 점차 오를 가능성이 있다. 탱크트레일러 운송 횟수 감축에 따른 운송비·인건비 절감과 기체 대비 충전소 부지도 대폭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 가격적인 부분에서 의견을 내긴 조심스럽다”라며 “액화, 가스화, 펌프 등 액체수소충전소에 들어가는 기술 난이도가 높아 개발 과정에서 자본이 많이 투입됐기 때문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실제 액체수소충전소 핵심 설비인 니키소의 펌프 설비는 100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적정한 가격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고난도 기술이 사용됐음에도 기체수소와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했다”라며 “추후 수소 수요가 늘고 액체수소충전소의 수익이 향상되면 가격이 조정될 여지가 있긴 하나 생산원가 절감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라고 전했다.
충전 속도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액체수소 충전속도는 기체수소 대비 4배 정도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 차이는 약 2배다. 액체수소는 1분에 2kg, 기체수소는 1분에 1kg를 충전한다. 실제로는 2배 정도 빠른 속도도 구현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영하 40℃가 충전이 가장 잘되는 온도인데 충전 과정에서 온도 변화가 심하다 보니 최적화 온도를 맞추기 어려워 충전이 늦어지는 것 같다”는 게 액체수소충전소 구축 사업자의 설명이다.
기체수소 대비 로스(Loss)가 많다는 말도 들린다. 충전소 관계자는 “어떤 기술적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라며 “수소가 정확히 몇 퍼센트 날아갔는지 알 수는 없으나 체감상 기체수소 대비 로스가 많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