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근 인천시 에너지산업과장.
박광근 인천시 에너지산업과장.

인천이 수소산업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국내 최초 액체수소충전소가 들어섰으며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플랜트 가동도 앞두고 있다.

액체수소는 기체수소 대비 1회 운송량이 약 10배 많고 충전속도도 2배가량 빨라 탄력 있는 버스 운행이 가능하다. 이에 인천시도 수소버스 보급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뛰어난 관내 인프라를 바탕으로 수소버스를 공격적으로 배치하겠다는 각오다. 

인천시는 올해 저상버스, 고상버스를 각각 310대, 195대 보급하기 위해 국비를 확보했다. 지난해 이월된 예산을 포함해 수소버스 보조금에만 1,430억 원을 쏟아붓는다. 시는 저·고상 관계없이 대당 9,000만 원의 구매 보조금을 지원한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보급된 수소차는 총 2,023대다. 

“수소버스의 경우 지자체 중 가장 많은 126대가 보급됐습니다. 정부의 수소경제 3대 성장전략에 발맞춘 결과죠. 수소버스 선도도시로서 올해도 가장 많은 수소버스를 보급할 예정입니다.” 

인천시 수소산업을 총괄하고 있는 박광근 에너지산업과장의 말이다. 버스는 송도·검단·청라 신도시에 거주하는 시민과 공단·국제업무단지·일반산업단지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주요 교통수단이다.

인천은 일찍부터 효율적인 버스 운영에 대해 고민해왔다. 실제로 지난 2009년부터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해 시내버스 관리를 담당해오고 있다. 운행 노선·대수를 시에서 관리하기에 특정 지역에 버스가 편중되는 현상이 줄었다. 

그리고 이제 고민은 탄소중립으로 향한다. 

에너지산업과가 있는 인천시청 신관.
에너지산업과가 있는 인천시청 신관.

인천광역시 버스운송사업조합에 등록된 인천 소재 운송사는 40개다. 지난해 6월 기준 등록된 시내버스는 2,273대다. 또 인천버스정보에 따르면 현재 인천 내 노선은 322개에 달한다. 시내버스 중 CNG버스 비중이 78%에 육박하는 등 CNG버스가 많이 도입됐으나 CNG버스도 탄소배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운송업계 관계자는 “CNG의 다음 주자는 전기버스로 예상됐으나 충전시간이 긴 게 치명적인 문제”라며 “전기 대비 충전시간이 짧은 기체수소도 괜찮으나 액체수소가 최선책”이라고 강조했다. 

액체수소충전소와 액화수소플랜트를 관내에 유치한 인천시에 기대가 더해지는 대목이다. 박광근 에너지산업과장으로부터 인천시의 수소사업을 들을 수 있었다. 

Q. 액체수소충전소, 액화수소플랜트가 인천에서 가동된다. 

기체로 한정됐던 수소의 공급이 다양화돼 안정적인 수소 수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잘 알려졌듯이 액체수소는 버스 운영에 유리해 수소버스 보급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기존 저장식 기체수소충전소는 기체수소를 생산하는 충남 서산, 경기 평택 등에서 튜브트레일러를 이용해 수소를 저장·운송해야 했다. 튜브트레일러 한 대당 보통 250kg의 수소가 담긴다. 1회 충전에 약 20kg가 필요한 수소버스의 10대 분량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액체수소는 인천 서구 SK인천석유화학 부지에 위치한 SK E&S 액화수소플랜트에서 가져온다. 3톤가량의 수소를 탱크트레일러로 한 번에 운반한 후 충전소 내 저장탱크에 저장한다. 액체상태의 수소는 기체 대비 부피가 800분의 1 수준으로 작은 공간에도 많은 양을 저장할 수 있어 버스 충전에 적합하다. 

SK E&S 액화수소플랜트 조감도.(이미지=한국가스기술공사)
SK E&S 액화수소플랜트 조감도.(이미지=한국가스기술공사)

액체수소충전소의 충전 속도는 기체수소충전소 대비 약 2배 빨라 운송사가 선호한다. 연간 3만 톤 수소 생산이 예상되는 액화수소플랜트도 관내에 위치해 운송사가 수소를 수급하는 데 차질은 없을 것이다.

Q. 올해 수소버스 505대를 공급할 계획이다. 

전국 지자체 중 수소버스를 가장 많이 보급한다. 시는 올해 환경부 수소버스 보급 목표 1,720대 중 505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비 예산을 확보했다. 다만 보급 목표 대수는 수요 추이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수소차 제작은 최대 2개월 정도 걸린다. 여타 보조금 수령, 차량 등록 등 다른 절차의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제작 기간을 고려해 발주한다면 연말에는 목표한 차량들이 모두 도로에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Q. 수소버스 보급에 애로사항도 있을 것이다. 

운송사가 실제 현장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애로사항이 몇 가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먼저 버스제작사의 신속한 서비스 대응이 미흡하다는 의견이다. 현장 확인 결과 지난해 말 동절기에 신규 고상형 수소버스 공급이 갑자기 증가하면서 일시적으로 고상형 수소버스 부품이 부족한 현상이 발견됐다. 이 때문에 수리가 해당 기간 동안 지연돼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부품 수급에 문제가 없고 정비 노하우도 어느 정도 확보돼 서비스 대응과 관련해 대두되고 있는 문제는 없다. 실제 인천 소재 은혜공업사, 블루핸즈 삼공사공업사를 방문한 결과 전문기술자도 상주 중이며 인력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인천, 서울의 고장난 수소버스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 이를 더 고도화하기 위해 현대차와 정비사 기술 전수와 부품 수급에 관해 논의 중이다. 

전기·수소차 수리에 특화된 블루핸즈.(사진=현대차)
전기·수소차 수리에 특화된 블루핸즈.(사진=현대차)

현재 국내 수소버스로는 현대차의 일렉시티(저상형), 유니버스(고상형) 수소전기버스가 있다. 이 버스들은 대형버스로 중형 수소버스 필요성이 운송사들로부터 제기됐다. 시는 현대차에 지속적으로 중형 수소버스 제작을 요구하고 있다. 환경부에도 해외 중형 수소버스 구매에 대한 지원을 적극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마지막은 수소충전소 접근성 문제다. 현재 인천 가좌 액체수소충전소를 포함해 관내에서 11개의 충전소가 운영되고 있다. 운송사들도 수소충전소를 적극 구축하고 있다. 실제로 신백승여행사는 6월 내 상업운전을 목표로 액체수소충전소를 짓고 있다. 시간당 240kg 수소 충전이 가능하다. 인천 가좌 액체충전소 대비 2배 큰 설비용량이다. 

인천 가좌 액체수소충전소에서 수소버스를 충전 중이다. 
인천 가좌 액체수소충전소에서 수소버스를 충전 중이다. 

해당 충전소를 포함해 올해 안으로 액체수소충전소 네 곳이 문을 연다. 수소충전소 구축 현황에 맞춰 수소버스 보급을 진행할 계획이다. 안정적인 수소 공급을 위해 수소 공급방법 다양화 방안을 모색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Q. 인천 하면 공항이 떠오른다. 인천공항에도 수소버스가 오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인천공항은 대한민국 관문으로 외국인이 처음 밟는 땅인 만큼 상징성이 있다고 본다. 시는 2023년 국토교통부 공모사업인 ‘수소교통 복합기지 구축사업’에 선정된 바 있다. 이에 친환경 공항 인프라 조성을 위한 수소충전소 구축과 수소모빌리티 보급 확산을 위해 힘쓰고 있다. 

현재 인천공항 제2터미널 인근 노선버스 주차장 부지를 활용해 대용량 액체수소충전소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천공항을 출입하는 버스들의 수소모빌리티 전환이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지난 1월 전국 최초로 인천공항을 운행하는 우등버스용 수소버스 6대가 투입됐다. 아울러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외치는 만큼 외국인들의 인식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인천공항 수소버스 리무진이 인천종합버스터미널 차고지를 빠져나가고 있다.
인천공항 수소버스 리무진이 인천종합버스터미널 차고지를 빠져나가고 있다.

Q. 지금까지도 수소 관련 시설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있나.

에너지원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위험시설이라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있긴 하나 수소연료는 형태만 다를 뿐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휘발유, 도시가스 같은 에너지원 중 하나다. 모든 에너지는 어느 정도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시는 관련법을 준수하고 위험사고 발생을 예방하면서 안정적인 사용을 할 수 있도록 기반 시설을 조성하고 이를 관리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 수소에 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세미나, 포럼 등 다양한 행사를 주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액화수소 포럼을 산업부, 국토부, 환경부와 개최했다. 올해 역시 다양한 주제로 시민들을 만날 계획이다. 

인식 개선에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이다. 시는 2022년부터 교육청과 함께 수소탐사 아카데미 교육과정을 신설했다. 인식 개선과 더불어 수소분야 인재를 육성하기 위함이다.

올해는 두산퓨얼셀과 손을 잡았다. 두산퓨얼셀은 수소에너지 산업 전반에 대한 교육과 에너지 관련 진로·적성 탐구를 인천 소재 고등학생들에게 제공한다. 2개 학교 6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토요일에 진행되는 만큼 학생들의 열의가 남다르다. 

두산퓨얼셀이 서인천 발전본부에서 인천 소재 고등학생에게 ‘수소에너지 진로탐구 클래스’ 특강을 진행했다.(사진=인천시)
두산퓨얼셀이 서인천 발전본부에서 인천 소재 고등학생에게 ‘수소에너지 진로탐구 클래스’ 특강을 진행했다.(사진=인천시)

수소산업 인재육성은 대게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지자체 최초로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재육성을 계획한 점이 의미 있다는 평가다.

해당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인천시교육청 백성하 장학사는 “인천시교육청은 수소가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에너지원임을 일찍이 인지했다”라며 “인천 소재 학생들이 고등학생 때부터 수소산업에 접근하고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2021년에 고등학교 고시외 과목 교육과정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2022년에 승인을 받아 고등학교 2학년 2학기 과정으로 창의융합진로 공동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인천 계산고 학생들이 수소로켓제작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사진=인천시교육청)
인천 계산고 학생들이 수소로켓제작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사진=인천시교육청)

이 과목은 탐구체험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수소로켓 제작, 화학 전지 제조 등 실습이 진행된다. 대학 연계 교육과정과 전문기관 교육과정도 병행한다. 인하대, 인천대, 두산퓨얼셀, 한국서부발전 등과 협약을 맺고 학생들에게 대학전문교육·산업현장을 미리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서부발전소, 두산퓨얼셀 연료전지 발전소 등을 찾아간다. 수소경제 분야로 진출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몰입형 교육활동을 제공한다는 게 인천시교육청의 목표다. 대학 연계 교육과정과 전문기관 교육과정은 해마다 새롭게 구성해 운영 중이다. 

수업에 참여한 계산고 학생은 “이론뿐만 아니라 실험 중심의 수업이어서 흥미로웠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학생은 “발전소 견학으로 연료전지에 대해 자세히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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