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관리원 본원 전경.(사진=석유관리원)
한국석유관리원 본원 전경.(사진=석유관리원)

올해 액화수소플랜트, 액화수소충전소 등이 문을 열면서 수소상용차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 수소버스 보급 목표를 역대 최고치인 1,720대로 설정했으며 현대차도 수소버스 생산시설을 6배 증설했다. 정부는 수송용 수소 수요가 늘어날 것을 예상해 한국가스공사에 이어 한국석유관리원을 수송용 수소유통전담기관으로 추가로 지정했다. 

석유관리원의 수소유통관리센터에는 수소전략팀과 수소유통팀이 있다.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해 분리했으나 큰 맥락에서는 같은 팀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략팀의 경우 유통관리 체계에 대한 제도화를 검토한다. 정부, 사업자들과 함께 일하는 경우가 다수다. 전체적인 시장이 성숙되는 과정에서 큰 그림을 그려가는 게 전략팀의 역할이다. 업계와 의견 교류를 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필요한 제도들을 정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건의를 한다던가 업계에 지원할 사항이 뭔지를 파악하는 등 미래 지향적인 업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에 반해 현재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지원해주는 게 유통팀이다. 튜브트레일러 지원, 공동구매, 하잉(Hying) 시스템 등 현재 사업자를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 4월 15일 업무 본격 개시 후 다양한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현장의 소리를 듣고 있는 김지민 수소전략팀장의 인터뷰를 담았다. 

김지민 한국석유관리원 수소유통관리센터 수소전략팀장.
김지민 한국석유관리원 수소유통관리센터 수소전략팀장.

 Q. 수소유통전담기관 지정에 도전하게 된 배경은. 
석유관리원은 1980년대부터 석유 품질·유통관리를 맡아왔다. 석유가 국민 실생활에 이바지할 수 있는 가장 큰 부분은 수송용 분야로 수송용 석유 관리 노하우를 습득해왔다. 

2030 NDC 계획 등 수송 분야의 탄소중립 감축 목표가 정해지며 새로운 에너지원을 도입할 필요성을 느꼈다. 실제로 석유, LPG, 천연가스 등 기존 수송용 연료 이외에 전기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이런 분위기가 수소 분야로 확산될 기류가 포착돼 수소산업에 발을 들이게 됐다. 최초에는 석유와 같은 에너지원을 관리하는 측면으로 접근했다. 수소도 석유와 동일하게 수송 연료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소 분야 진출에 대한 공감대가 내부적으로 형성됐다. 차동형 이사장이 부임하면서 사업에 탄력이 붙었다. 

수소유통전담기관에 도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사실 외부 시선이다. 석유를 관리하는 기관에서 굳이 왜 수소에 도전하냐는 선입견이 문제였다. 그러나 실제 들여다보면 수소와 석유의 유통체계가 유사하고 더군다나 액화 도입 과정은 더 유사하다. 외부적인 시선에 대한 문제는 차차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다. 석유 외 다른 산업에 진출하는 것에 대한 리스크, 부담 등이 내부적으로 있었다. 그러나 내부적인 정제 과정을 거쳐 최종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Q. 수소와 석유의 유통이 어떻게 닮았는가. 
수소와 석유 유통 과정의 차이점도 일부 있으나 큰 틀에서는 같다고 볼 수 있다. 모두 에너지원을 유통하는 것으로 밸류체인이 비슷하다. 생산부터 중간 사업자들을 거쳐 주유소, 충전소 등 최종 소비처로 향하는 과정은 사실상 동일하다. 

석유 유통의 경우 수소 유통 대비 고도화가 많이 됐다. 석유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주요 에너지원이다. 국내 석유 사업자만 1만3,000여 사에 이른다. 

석유관리원의 주 업무 중 하나가 가짜 석유 및 세금 체계와 관련된 불법 행위들을 관리하며 업스트림에서 다운스트림까지 원활한 유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감시·관리하는 것이다. 실제로 사업자들로부터 수급 보고를 받고 있다. 주간 단위로 석유 수급 및 판매 경로 등을 체계화해 데이터를 처리하고 있다. 

석유는 오랜 기간 수송용 연료로 사용돼왔다.

수소시장은 현재 가짜 수소 및 세금 체계 등에 대한 규제는 없다. 산업이 뿌리를 잘 내리도록 지원해야 하는 시기이고, 이를 보조하는 게 석유관리원의 역할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사업이 고도화될수록 석유와 같이 관리체계를 잡아 나가야 한다. 오랜 기간 석유를 다뤄오며 부딪힌 사례, 경험 들을 수소에도 접목할 수 있다는 게 큰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Q. 수소유통추진센터의 주요 업무를 소개해달라. 
수소시장의 관건은 상업화다. 경제성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수소산업은 신산업일 뿐만 아니라 높은 기술력이 필요해 여건이 만만치 않다. 이에 석유관리원은 수소생태계 자체가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적정 가격 유지에 힘쓸 계획이다. 수소는 현재 가격 자율화 시장이다. 그러다 보니 무턱대고 시장 가격을 조정·통제할 수 없다. 보조금 지원을 통해 시장 가격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게 현재로선 중요하다. 실제 사업자들은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충전소 구축, 버스 구매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정부의 보조금 없이 수소생태계가 돌아가는 게 가장 이상적인데 아직은 걸림돌이 많다. 

사업자들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유통전담기관의 역할이다. 석유관리원은 충전소 사업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동구매를 진행하고 있다. 충전소에 ‘바잉파워’를 심어주기 위함이다. 사업자들이 연간 소비하는 물량을 모아 중개하거나 입찰을 통해 공급사를 선정해주는 식이다. 또 튜브트레일러 지원 사업도 진행 중이다. 

 액화수소 탱크트레일러가 충전소로 액화수소를 하역 중이다.

수소수급 관리에도 힘쓴다. 액화수소플랜트, 액화수소충전소 구축으로 국내에도 액화수소 유통망이 깔리는 등 수요 대비 공급 능력은 어느 정도 역량을 확보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운송·저장 과정에서 지역 간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 동절기에 일어나는 생산 차질, 공정 중 생기는 수소품질 저하 등으로 수소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해당 지역 충전소가 타격을 받게 된다. 이런 경우 대체 물량 경로를 확보해 충전소의 운영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는 게 수소수급 관리의 핵심이다. 산업이 점차 고도화되면 복잡하고 정교한 거미줄 같은 유통망이 형성돼 수급 문제가 많이 해결될 것이다.

지난해 수소품질 이슈로 수소수급에 차질이 생긴 바 있다. 이 같은 경우에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유통전담기관의 역할이다. 관리원은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하잉(Hying)을 통한 SMS 알림 서비스를 지원한다. 충전소를 최대한 빠르게 정상화하는 것도 임무다.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은 유통 과정 앞단에 차질이 생겼다는 뜻이다. 문제가 생긴 경로를 최대한 빨리 파악해 영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사업자 간 물량 교환 등을 알선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수급 비상시 대응 매뉴얼도 고안 중에 있다. 

수소가 다른 에너지 대비 대중성이 떨어지다 보니 수소 관련 정보 접근성 강화도 빼놓을 수 없는 업무 중 하나다. 소비자 편의성을 위해 수소유통 정보시스템 ‘하잉(hying)’을 개선한다. 현재 하잉에 실시간 연동 문제가 살짝 있다. 대기차량 수 오류, 충전 가격 미반영 등 시스템 처리 과정에서 시차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시스템을 보완할 예정이다. 또 예약 기능을 추가해 소비자들의 동선 낭비를 줄이고자 한다. 

소비자들이 충전소에 방문했을 때 하잉과 가격이 달라 민원을 넣는 경우가 있다. 석유를 다뤄오던 석유관리원의 노하우로 봤을 때 해결 방안보다는 원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게 리스크를 줄이는 길이다. 수도권에서 민원이 들어오면 24시간 내 1차 대응 후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것을 제도화하려고 시도 중이다. 

Q. 수소 운송 비용이 부담된다는 목소리가 있다. 
현재 튜브트레일러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수소는 고유특성상 저장·운송 과정에서 석유 등 다른 연료 대비 요구되는 기술적 난이도가 높다. 가격도 올라가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게 튜브트레일러이다. 관리원은 사업자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튜브트레일러 지원 방식을 수정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사업자들은 튜브트레일러를 임대해 사용했다. 올해부터는 튜브트레일러를 구매하는 방식이 도입된다.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다. 관리원은 튜브 트레일러 구매 비용의 50%를 지원한다. 이렇게 되면 튜브트레일러 구매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고 임대료도 낼 필요가 없다. 

일부 충전소에서는 임대 방식을 유지해달라는 반대급부도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선 계속 의견을 나눌 예정이지만 올해는 예산이 확정된 만큼 구매 비용을 보조하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한다. 

일진하이솔루스의 타입4 450바 튜브트레일러.
일진하이솔루스의 타입4 450바 튜브트레일러.

지원 범위도 확대한다. 작년까지는 200바의 기체수소 튜브트레일러만 지원했으나 올해부터는 450바 튜브트레일러도 지원 대상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또 액화수소 유통 체계가 갖춰짐에 따라 관련 지원책도 마련한다. 한정된 예산을 200바, 450바, 액화수소 등 각 항목에 어떻게 분배할지 논의 중이다. 소요 비용의 50%를 지원하는 건 동일하나 튜브트레일러 별로 가격이 달라 실제 받는 지원금에는 차이가 있다. 지원 비율 향상에 대한 고민도 놓지 않을 것이다. 사업자들에 최대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지원책을 수립하겠다.

 Q. 충전소 가격에 대한 얘기가 많을 것 같다. 
코하이젠, 하이넷 등 충전소 사업자들과 다양한 얘기를 주고받고 있다. 가장 많이 나오는 주제가 가격이다. 충전소들은 공급 가격 인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공급 가격이 떨어져야 경제성을 확보하고 충전소 사업 자체의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충전 가격 상승은 수소차 구매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시장에 친환경차 대체재가 많기 때문이다. 

인천 가좌 액화수소충전소에서 진행된 충전 시연식.
인천 가좌 액화수소충전소에서 진행된 충전 시연식.

그렇다고 특정 사업체 가격을 조정하는 건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관리원은 유통전담기관으로서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들여다보며 정부 정책과 맞물려 실질적으로 가격 인하 효과를 내는 방안이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다. 또 업계와 교류한 의견을 바탕으로 적합한 대책을 강구해 정부에 건의하는 방법도 구상 중이다.

시장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소비자들이다. 결국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가격이 형성돼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 입장에서 수소차를 구매할 때 고려 대상에 충전 가격이 빠지지 않기에 수소 가격 인하는 계속 논의될 전망이다. 어려운 문제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끊임없이 길을 찾아야 한다. 

 Q. 수소 계량방식 통일 가능성은. 
수소유통 과정 중 계량방식이 달라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생산-충전(B2B) 사업자 간의 거래는 압력 차이 방식을, 충전-소비자(B2C) 간의 거래는 질량 유량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서로 다른 계량방식을 사용하는 원인은 B2B 유통 과정에서 기체를 압축해서 오기 때문이다. 압축률 때문에 같은 방식을 적용할 수 없다. 게다가 수소 거래 기준 등 제도가 정립되지 않아 특정 계량방식을 강요할 수도 없다.

김지민 팀장이 ‘토토 사이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지민 팀장이 ‘토토 사이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석유관리원은 이런 상황을 인지해 정부와 손을 잡고 B2B 거래 실증에 나선다. 정부에서 예산을 확보해 공모사업 공고를 하면 석유관리원이 전문성이 있는 기관을 선정한 후 실증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올 하반기부터 실증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질량 유량 방식을 B2B 거래에 적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게 골자다. 내년까지 계량 방법에 대한 시범 검증을 끝낸 뒤 적용 가능성을 확인할 것이다. 실제 적용 여부를 떠나 생산-충전 사업자 간 계량에도 질량 유량계를 적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데 의미가 있다. 

두 계량방식의 오차는 크게 20%까지도 난다. 실증을 통해 B2B 거래에 질량 유량계 방식을 도입할 수 있게 되면 이 차이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Q. 석유관리원이 나아갈 방향은.
수송분야 종합 에너지기관으로 발돋움 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그 출발이 수소라고 볼 수 있다. 석유에서 수소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만큼 수소가 시장에 잘 안착해야 한다. 

석유관리원은 석유 유통 노하우를 앞세워 수송용 수소유통관리에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석유관리원은 석유 유통 노하우를 앞세워 수송용 수소유통관리에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석유를 유통하면서 습득한 노하우, 특히 석유 수급, 거래 등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수소도 같은 방식으로 체계화가 가능하겠다는 판단하에 수소유통전담기관 지정에 도전했다. 현재 수소시장은 초기 단계에 있다. 올해부터는 발전용 청정수소가 도입되기 시작했으며 장기적으로는 수송용 분야에도 청정수소가 도입될 것이다. 

관리원은 수소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관련 업계와 협력을 강화하고 시장 확대를 이룰 수 있는 제도 개선 고안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그러나 업계와의 소통만으로는 시장이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대중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환경부는 올해 수소버스 1,720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수소버스로는 엄청난 수치지만 전기버스, CNG버스 등 다양한 버스가 시장에 많이 나와 있어 대중들이 수소버스가 늘어났다는 사실을 체감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수소버스를 타게 되면 수소가 일상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을 느꼈으면 한다. 관리원의 유통관리 능력을 믿고 수소버스에 대한 우려를 접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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