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기반 조성과 분산에너지 확대에 필요한 사항을 정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하 분산에너지법)’이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분산에너지법은 변동성이 높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로 전력계통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대규모 발전소 건설과 장거리 송전망 구축 과정에서 지역주민의 낮은 수용성으로 사회적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기존의 중앙집중형 전력시스템에서 발생하는 한계를 극복하고 수요지 인근에서 전력을 생산해 소비가 가능한 분산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분산에너지법엔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제도와 관련된 규정이 포함됐다.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은 지역 단위의 전력 수급의 균형을 통해 송전망 건설을 최소화하고 권역 내 전력계통 안정성을 향상하기 위해 도입하는 것이다.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되면 분산에너지사업자는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전기사용자에게 전기를 판매할 수 있고, 부족한 전력이나 남는 전력을 전기판매사업자와 거래할 수 있다. 또 분산에너지사업자가 사용자에 공급하는 전기에 대해서는 공급가격과 공급조건을 당사자들이 개별적으로 협의해 정할 수 있다.
정부는 분산에너지법에 △지정 신청 절차 △계획안 내용 △지정 요건 △규제 특례 적용 △지정 해제 △운영성과보고서 등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을 지정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지난 3월 공모를 개시, 총 11개 지자체가 신청했다.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되면 대규모 전력수요처인 데이터센터나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유인 효과와 수소연료전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기업유치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지자체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 5월 21일 분산에너지특화지역 실무위원회를 개최하고 최종후보로 7곳을 선정했다.
분산자원 연계 신산업 발굴
최종후보들은 ‘신산업 활성화형’과 ‘전력수요 유치형’으로 나뉜다.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유형은 신산업 활성화형, 전력수요 유치형, 공급자원 유인형 등 총 3가지다.
신산업 활성화형은 ESS, 태양광, V2G 등 분산자원과 연계해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기 위해 규제특례가 부여되는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는 유형이다. 주요 고려사항은 발전자원 및 신기술 등의 활용 가능성, 핵심 사업 모델 구체화다.
전력수요 유치형은 전력 직접거래 등을 통해 신규 수요를 유치하거나 데이터센터 등 전력 다소비시설의 비수도권 입지를 유도하는 유형이다. 신규 수요를 유치하기 위한 지자체의 인센티브 및 사업자의 전력 가격 경쟁력 확보가 주요 고려사항이다.
최종후보 중 신산업 활성화형을 신청한 곳은 제주도, 부산 서구, 경기 의왕, 경북 포항 등 총 4곳이다.
제주도는 현대차·기아, 헤리트, 한전 등과 전기차를 활용한 양방향 충·방전 플랫폼 기술 실증사업을 진행한다.

이 사업은 방전기능이 적용된 기아의 대형 전기SUV인 EV9 55대(1대당 배터리용량 99.8kWh)와 양방향 충전기를 활용해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저녁에 전기차를 충전해놓았다가 전력 사용량이 많은 낮에 전력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참여자들은 총 약 28억 원을 투입해 2027년 3월까지 실증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력시장 운영규칙에 전기차를 전력시장 참여 자원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건의하고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로 인한 전력망 불안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부산시는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을 국내 최초로 조성할 ESS 팜에 저장한 후 에코델타시티 내 데이터센터와 부산항만에 정박한 선박에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구체적으로 오는 2027년까지 ESS팜을 250MW 규모로 먼저 구축한 후 2030년까지 규모를 500MW까지 확대한다. 배터리는 리튬인산철 배터리(LFP)이며 인공지능으로 전력을 공급받는 업체의 수요패턴을 분석해 실시간 수요 대응을 하는 기술을 적용한다. 전력은 인근에 있는 380MW급 태양광 발전소와 30MW급 연료전지 발전소에서 생산된다.
이를 바탕으로 인근 산업체엔 ESS 활용을 통한 피크컷을 통한 전기요금 감면을, 데이터센터와 산업체 등엔 ESS 활용 무정전 전원장치 구독서비스를, 부산항만 육상전원공급시설 등 불규칙 전력수요에 대한 공급대응을 추진한다.
부산시는 전력 소비 급감에 따른 출력제한이 발생할 때 잉여전력 흡수를 통한 에너지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전력거래로 연간 최대 200억 원의 전기요금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
의왕시는 학의동 일대에서 LS일렉트릭, LS사우타 등 민간이 주도하는 친환경 마이크로그리드 구축과 함께 ‘도심형 저장전기판매사업’을 실증한다. 전력이 남는 심야 시간이나 잉여 신재생에너지를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저장한 후 수요가 많은 시간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 모델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소하고 기존 전력시장 구조를 보완하는 새로운 수익모델의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북 포항은 영일만 산업단지에 입주한 이차전지 업체들에 암모니아 기반 수소엔진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무탄소 전력을 공급하는 실증을 진행한다.
그 일환으로 포항시는 지난 4월 GS건설, HD현대인프라코어, 아모지와 영일만 산단에 분산에너지 특구를 구축하는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들은 아모지의 암모니아 개질기와 HD현대인프라코어의 수소엔진으로 40피트 크기의 컨테이너 형태로 개발된 암모니아 수소엔진 발전기를 영일만 산단에 구축하고 오는 2027년부터 실증사업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포항시는 수소엔진발전소뿐만 아니라 연료전지발전소도 구축해 총 40MW급 무탄소 분산전원을 상용화해 수요기업에 청정전력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전력 직접거래로 수요유치
울산, 충남 서산, 전남 해남 등 3곳은 전력수요 유치형을 신청했다.
울산과 충남 서산은 지역발전사가 전력 직접거래를 통해 분산에너지 특구에 있는 석유화학업계에 저렴하게 전기를 공급한다.
세부적으로 울산은 미포국가산업단지 일대를 분산에너지 특구로 지정하고 곧 가동되는 LNG·LPG 복합발전소(발전용량 1,227MW)를 중심으로 에너지자립형 산업단지로 조성해 데이터센터를 유치한다. 여기에 새울원전 3·4호기(총 2.8GW)와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6.2GW)를 구축할 예정이어서 전력 다소비 산업을 추가로 유치할 수 있다.
충남 서산은 대산석유화학단지를 분산에너지 특구로 지정하고 해당 지역에 HD현대이앤에프가 구축할 299.9MW급 LNG 열병합발전소에서 수요기업에 전력을 직접 공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수요기업들은 연간 170억 원의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다.
전남 해남은 솔라시도의 대규모 태양광 단지에 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해 지역 내 에너지 생산·소비 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특히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구역 전기사업이 최초로 도입되고 RE100 데이터센터 단지가 처음 시도될 예정이다. 여기에 영암 삼호 삼포지구에 해상풍력 배후단지와 연계한 해상풍력 기자재클러스터 육성 전략도 추진된다.
에너지위원회는 이달 중 심의를 열어 최종후보들을 평가하고 최종 특구를 선정할 예정이다.
수요유치형을 선택한 지자체가 최종 선정되면 분산에너지사업자 전력거래 부대비용 감면, 전력계통영향평가 우대, 선제적 공용망 보강 검토 등의 인센티브를, 신산업 활성화형을 선택한 지자체는 미래지역에너지생태계활성화사업 명목으로 최대 20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아울러 지자체에서 보조금 지원, 조세감면 등 자체 인센티브를 별도로 지원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