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기반 조성과 분산에너지 확대에 필요한 사항을 정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하 분산에너지법)’이 지난 6월 14일 시행에 들어갔다.
분산에너지법은 변동성 높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로 전력계통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대규모 발전소 건설과 장거리 송전망 구축 과정에서 지역주민의 낮은 수용성으로 사회적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기존의 중앙집중형 전력시스템에서 발생하는 한계를 극복하고 수요지 인근에서 전력을 생산해 소비가 가능한 분산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분산에너지법에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제도와 관련된 규정이 포함됐다.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은 지역 단위의 전력 수급의 균형을 통해 송전망 건설을 최소화하고 권역 내 전력계통 안정성을 향상하기 위해 도입하는 것이다.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되면 분산에너지사업자는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전기사용자에게 전기를 판매할 수 있고, 부족한 전력이나 남는 전력을 전기판매사업자와 거래할 수 있다. 또 분산에너지사업자가 전기사용자에게 공급하는 전기에 대해서는 그 공급가격과 공급조건을 당사자들이 개별적으로 협의해 정할 수 있다.
정부는 분산에너지법에 △지정 신청 절차 △계획안 내용 △지정 요건 △규제 특례 적용 △지정 해제 △운영성과보고서 등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을 지정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작성한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가이드라인’이 최근 공개됐다.

가이드라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8월 22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에 관심 있는 광역·기초지자체 및 분산에너지 사업자를 대상으로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신청을 위한 ‘분산특구 가이드라인’ 설명회를 개최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유형은 △전력수요 유치형 △공급자원 유인형 △신산업 활성화형 등 총 3가지다.
전력수요 유치형은 특화지역 내 분산에너지 발전설비를 중심으로 인근 또는 단지 내 신규 수요유치 및 기존 수요를 활용해 지역 내 에너지 생산 소비를 활성화하는 유형이다. 신규 수요를 유치하기 위한 지자체의 인센티브 및 사업자의 전력 가격 경쟁력 확보가 주요 고려사항이다.
공급자원 유인형은 전력 수요 밀집 지역을 대상으로, 추가 발전설비 유인 등을 통해 특화지역 내 전력 자립률을 제고하는 유형이다. 주요 고려사항은 특화지역 전력수요를 적정하게 고려하고 유인하고자 하는 공급자원의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신산업활성화형은 통합발전소, ESS, 섹터커플링, V2G 등의 분산자원과 ICT 첨단 신기술을 활용·연계하고 특례 등을 결합해 신산업을 발굴하는 유형이다. 주요 고려사항은 발전자원 및 신기술 등의 활용 가능성, 핵심 사업 모델 구체화다.
산업부는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계획을 수립할 때 △지자체의 추진역량 △지속가능성 △전력공급 시설 확보 △분산에너지사업자의 역량 등을 고려해 신청서를 작성해줄 것을 요청했다.
인센티브, 계획 이행력 담보, 역할분담 및 협력체계 구축 등을 위해 지자체의 추진역량이 필요하다. 또 지역특성을 고려해 장기적인 특화지역 운영 관점에서 지자체의 중점 계획 등과 연계해 실효성 있는 전략을 수립하고 분산에너지사업자의 경제성이 확보돼 지속가능한 특화지역 운영이 필요하다.
특화지역의 사업을 위한 송·배전선로, 변전소 등 전력망 기반시설이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건설계획 중인 시설의 경우 장기 송·변전 및 배전 설비 계획이 반영되어야 하며 반영되지 않은 시설은 구체적인 계획을 명시해야 한다.
아울러 분산에너지사업자는 특화지역 내 전력거래 운영을 위한 투자 및 재원조달 계획의 구체성, 보유인력 및 기술, 유사 사업실적 등을 제시하고 전력계통 신뢰도 및 전기품질 확보 방안의 구체성을 갖춰야 한다.
산업부는 또 유형별로 계획 수립 시 고려해야할 사항을 설명했다.

먼저 전력수요 유치형의 경우 △신청하는 특화지역 내 전력수급 분석 적정성 및 신규 전력수요 유치 계획의 실현 및 이행 가능성 △전력 직접거래 특례를 활용해 가격 경쟁력 있는 전기공급의 실현 가능성, 고객의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기회발전특구 등 타 특구제도와의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지자체의 신규 수요 유치 노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공급자원 유인형은 △신청하는 특화지역에 전력수급 분석 적정성 및 신규 공급자원 유인 계획의 실현 및 이해 가능성 △발전설비 유인을 위한 지자체의 계획, 발전사업자 의향, 관련 예산 사업 및 유관 제도 활용계획 등 종합 검토가 필요하다.
신산업 활성화형은 △지정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기업유치, 해외시장 진출, 계통 안정화 기여도 등 파급효과를 구체적으로 제시 △ICT, AI 등의 첨단 신기술을 활용하고 기존 전력 제도와 연계해 신규 전력 제도 활성화를 위한 기여 내용 제시다.
평가는 한국전력거래소, 한국전력공사, 에너지경제연구원 및 전력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실무위원회가 지자체가 수립한 총괄계획(총 45점)과 민간기업 등이 수립한 단위계획(총 55점)으로 나눠 진행된다.
총괄계획은 △지자체 전체 현황 등의 기초조사 △도시개발 및 시도 특화 산업과 유기적 연계성 △지자체의 추진의지 및 관련 기관, 사업자간 체계 등이다. 이 중 가장 높은 점수인 25점이 배정된 항목은 ‘역량 및 추진체계 적정성’이다.
단위계획은 △특화지역 지정을 계획하는 지역의 특성조사 △사업의 실현가능성 △지속가능성 및 기술 분석 △규제특례 계획 △주민수용성 등이다. 가장 높은 점수인 20점이 배정된 항목은 ‘특화지역 사업의 실현 가능성’이다.
치열한 유치전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되면 대규모 전력수요처인 데이터센터나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유인 효과와 수소연료전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기업유치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지자체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먼저 부산시는 에코델타시티(EDC)와 인근 산업단지를 묶어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은 오는 2027년까지 EDC 내 집단에너지(연료전지·수소혼소·LNG), 수소연료전지발전 등 스마트시티형 표준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론 수소항만, 탄소중립 공항 등 신재생에너지 기반 정부계획과 연계해 2030년까지 부산항 신항, 가덕신공항 등 주요 핵심 인프라에 적용 가능한 자급자족형 모델을 추진한다.
또 ‘해운대 신시가지 집단에너지 지역’엔 기반 유지 보수 보조, 열전용설비 연료가격 특례,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가산점 적용 등 특화 분산편익을 지원하고, ‘동남권의과학산단 중심 첨단산업단지’에는 반도체(ESS 구축), 이차전지 및 에너지 다소비 의료시설(전력요금 인하) 등 맞춤지원을 할 계획이다.

울산시는 전력수요가 많은 미포·온산 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을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 7월 전국 최초로 분산에너지 관련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분산에너지 지원센터를 개소했다. 울산테크노파크에 설치된 센터는 특화지역 계획 수립, 기업 지원, 신사업 발굴 등을 추진해 특화지역 지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특화지역으로 지정되면 정규 조직으로 전환된다.
이와 함께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전략’을 마련했다. 이 전략은 △활성화 단계별 이행안(로드맵) 수립 △특화지역 지정 선점 △지원센터 건립 추진 △분산에너지 데이터센터 설립 제안 △수도권 데이터센터 기업유치 추진 등 5개 중점 과제로 구성됐다.
특히 수소 생태계 구축을 핵심 사업으로 강조하고 있다. 수소복합화력발전, 수전해시스템, 연료전지 등을 활용할 발전원에 포함시키고 수소‧암모니아 파이프렉을 구축해 권역 각지로 수소를 수송하고 이를 수출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수소‧암모니아 파이프렉은 시내에 있는 오일허브를 활용해 1단계로 동서발전 울산복합화력과 연계하는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향후 미포국가산단, 온산국가산단과도 연계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구좌읍 동복리, 북촌리, 함덕리를 묶어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이곳엔 동복‧북촌 풍력발전단지(30MW), 행원 풍력‧태양광발전단지(약 8.2MW)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와 행원 그린수소 생산단지(3.3MW)가 구축돼있다. 여기에 동복‧북촌 풍력발전단지에 12.5MW급 그린수소 생산단지가 구축될 예정이다.
도는 올 연말까지 연구 용역을 통해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5개년 계획(2025~2030)’을 수립한다. 해당 계획의 초점은 ‘전국 최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에 따른 재생에너지 변동성 완화형 특화지역’이며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점차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출력제한과 전력계통 불안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분산에너지 신사업 발굴과 확대에도 중점을 둘 방침이다.
이와 함께 특화지역 내 기업 투자·기술개발 참여를 유도하고, 과년 기술 및 경험을 확보해 도내 기업 육성을 꾀하기로 했다. 아울러 △에너지 수요와 공급 분석 △지역 특성 반영, 특화지역 내 규제 특례 △특화지역의 육성 방안 및 실현 가능성 △주민 및 기업 수용성 등도 용역에 포함한다.
이를 통해 민간기업 등이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계획을 제안하고, 도가 특화지역 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충북도는 청주, 충주, 음성 일원에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 7월 한국동서발전, SK에코엔지니어링, 바이오프렌즈 등과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공동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충북도는 충북 전력자립도 향상 및 미래먹거리인 분산에너지 산업육성을 위해 충북 분산에너지 육성 중장기 기본계획과 특화지구 제안서 연구용역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 충북형 모델로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에 도전할 계획이다.
충북형 분산특화지역은 충북 청주, 충주, 음성 일원에 총사업비 3,000억 원을 투입해 소규모 발전소(30MW) 신규 건설, 통합관제 플랫폼 구축 등을 추진하는 모델로 현재 구상 중이다. 사업주관은 SK에코엔지니어링이, 한국동서발전과 바이오프랜즈, 충북테크노파크, 충북에너지산학융합원이 참여한다.
도는 분산특화지역 모델을 통해 산업반지 분산발전 모델 적용, 신규 산업단지 분산발전 모델 확대, 친환경 연료 기반 중심 분산발전 구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50년 전력 자립도를 8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전북도는 지역 특성을 고려해 3단계로 특화지역을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1단계는 전력수요처 확보가 쉬운 새만금 스마트그린국가산단과 군산 국가산단을 우선 지정하고 각 산단에 신재생에너지 전력 공급망, 에너지저장장치, 에너지관리시스템 등 분산자원 인프라 시설을 구축한다. 또 새만금 인근에 7GW급 재생에너지 발전단지가 완공될 경우 전북의 전력자립률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2단계는 전력자립률 100%를 초과하고 전력계통 연계가 가능한 시·군을 대상으로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계획 지역을, 3단계는 완주 수소특화 국가산단과 연계한 신재생에너지형 산단을 특화지역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전북도는 특화지역 지정 관련 기업·기관과 협력해 세부계획을 마련하고, 분산에너지 지원센터 설립을 통해 지역 내 분산에너지 산업생태계 조성에도 힘쓸 계획이다.
전남도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신안 해상풍력단지와 여수 수소산업 클러스터 등 지역 내 에너지 특화산업을 분산에너지와 연계해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역 내 협업 기업들과 풍부한 전력 생산량 및 지역별 산업 특성을 감안해 7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했다. 발굴한 비즈니스 모델은 △ESS 허브터미널(나주) △이동형 ESS(영암) △재생e 허브터미널(해남) △LNG열병합발전(광양) △행정수소공급망(여수) △데이터센터 연계 통합발전소(장성) △폐열활용 스마트팜 열공급(나주) 등이다.
산업부는 최종 가이드라인을 10월에 확정·배포했으며 오는 12월까지 특화지역 관련 고시 행정예고 등 각종 행정절차를 추진하고 내년 1월부터 3월까지 접수를 받아 내년 6월에 지정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2~3곳이 지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