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시를 예고한 수소트럭 젠H2.(사진=다임러트럭AG)
한국 출시를 예고한 수소트럭 젠H2.(사진=다임러트럭AG)

현대자동차가 독점하고 있는 국내 수소상용차 시장에 경쟁자들이 유입되고 있다.

철도·전기버스 제작회사인 우진산전은 지난 8월 환경부 인증을 통과한 수소전기버스 아폴로 900 H2를 이르면 올 4분기에 출시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의 다임러트럭AG(이하 다임러)와 효성그룹의 자동차 수입사인 FMK가 합작해서 설립한 ‘스타트럭코리아’가 지난 1일에 열린 출범식에서 수소전기트럭인 젠H2(GenH2) 출시를 예고했다.

셀센트릭 연료전지, 액화수소탱크 적용

다임러는 2030년 초반 출시를 목표로 젠H2를 개발하고 있다. 당초 2027년에 양산할 계획이었으나 더딘 충전 인프라 구축 속도, 높은 수소충전요금, 정책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일정을 연기했다.

젠H2는 1회 충전 시 최대 1,000km 주행, 총중량 40톤, 최대 적재량 25톤 등 디젤트럭과 비슷한 성능을 갖출 예정이다. 이를 위해 150kW의 출력을 낼 수 있는 2개의 연료전지와 70kWh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된다.

연료전지는 다임러가 볼보트럭과 지난 2021년 3월에 설립한 셀센트릭(Cellcentric)에서 개발 중이다. 이 작업은 독일 슈투트가르트 인근에 있는 셀센트릭의 파일럿 공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본격적인 양산은 2030년경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액화수소 연료공급시스템이 탑재된다. 액화수소가 기체수소보다 에너지밀도가 높아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고 연료 주입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다만 증발가스(Boil-Off Gas)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다임러는 여러 업체와 협력해 액화수소 연료공급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에어리퀴드와 테스트를 거쳐 우수한 단열성능을 갖춘 40kg급 액화수소 연료탱크를 개발하고 액화수소 충전 실증을 완료했다. 지난해 2월에는 린데와 과냉각 액화수소 펌프 기반 액화수소 연료 공급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다임러는 젠H2 프로토타입 5대를 제작하고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에어프로덕츠, 아마존, 이네오스 등 주요 파트너사와 독일에서 1차 시범 운행을 진행했다. 총 주행거리는 22만5,000km, 평균 수소소비량은 100km당 5.6~8kg, 평균 총중량은 16~34톤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를 토대로 올해 4분기부터 2차 시범 운행에 나선다.

또 2026년 말부턴 젠H2 트럭 100대를 생산해 고객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해당 테스트도 여러 파트너사와 함께 독일 내 특정 노선에서 이뤄진다.

국내 상황 고려해 투입

젠H2에 탑재된 액화수소 저장탱크.(사진=다임러트럭AG)
젠H2에 탑재된 액화수소 저장탱크.(사진=다임러트럭AG)

젠H2의 국내 출시 시기는 제품 개발 속도와 국내 수소트럭 시장 상황을 고려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수소트럭 시장은 녹록지 않다. 상용차 충전 인프라 구축 속도가 느린 데다 연료비 부담이 크고 제품 성능이 디젤트럭에 미치지 못한다. 무엇보다 차량 가격이 비싸고 연료전지 내구성 확보에 시간이 걸린다.

8월 말 기준으로 운영 중인 수소충전소는 총 228개다. 대부분의 충전소가 승용차용으로 설치됐다. 상용차용 충전소도 대부분 버스차고지에 구축되어 수소트럭의 접근성이 떨어진다.

여기에 평균 수소충전요금은 1kg당 약 1만259원(8월 말 기준)이다. 단순계산으로 현대차 엑시언트 FCEV의 수소저장탱크 용량이 31kg(350bar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1회 완충 시 약 31만 원을 지출해야 한다. 수소충전요금이 LNG 등 원자재 가격에 따라 상승할 수 있어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아울러 현대차 엑시언트 FCEV의 1회 완충 시 항속거리는 최대 570km, 총중량은 28톤, 최대 적재량은 17.5톤으로, 엑시언트 디젤모델의 성능에 미치지 못한다.

국토교통부 자동차등록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보급된 수소트럭(특수차 포함)은 총 45대로, 전체 수소차 보급대수인 3만7,593대의 0.1%에 불과하다. 보급실적이 저조하자 정부는 수소트럭 구매보조금 지급 대수를 2023년 100대에서 2024년 15대, 2025년 10대로 매년 낮추고 있다.

엑시언트 FCEV의 성능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거나 충전 인프라가 빠르게 확충되지 않는 이상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타트럭코리아는 이를 고려해 젠H2 투입 시기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스타트럭코리아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다임러 본사와 같이 수소트럭 등 친환경차를 투입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한국에 친환경차를 빠르게 도입하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다. 다만 제품 개발에 시간이 걸리고 정책과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잘 검토해서 국내 상황에 맞게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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