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한중 양국의 교류가 최근 늘었다. 지난 25일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의 상하이 지사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는 판교클러스터의 주요 기업인 NHN클라우드, 메가존 클라우드, 한글과컴퓨터 등의 고위 임원이 함께했다.
또 26일에는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한중 AI+청정에너지 고품질 발전 교류 세미나(이하 세미나)’가 열렸다. 주한중국대사관이 주최하고 한국수소연합 등이 주관한 행사로, 양국의 업계 대표와 기관장, 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소통하는 시간을 보냈다.

중국, SOFC 기술에 큰 관심
이번 세미나의 기조연설은 발표 형태로 진행됐다. 한국에너지연구원 에너지ICT 연구단의 정학근 박사는 스마트 분전반 모듈과 연계한 제어기술을 통해 건물용 태양광의 이용률을 높이는 ‘스마트 에너지 제어 기술’을 제안했다. 그는 “별도의 배터리 저장장치(ESS) 없이 분전반 제어만으로 건물의 소비부하 효율을 개선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이와 다른 의견도 있다. 김재현 한국태양광발전학회 회장은 “ESS가 재생에너지 전력망 안정화에 꼭 필요하다”라며 “AI 딥러닝을 적극 활용해 신소재 조합을 빠르게 찾아내고, 이를 공정 최적화에 적용해 배터리 품질을 높이고 불량률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현 회장은 “디지털트윈의 시뮬레이션 기능을 BMS(배터리관리시스템) 감지 기술에 적용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실시간으로 예측하고 자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라며 “이 기술에 AI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측 인사는 SOFC(고체산화물연료전지) 기술에 큰 관심을 보였다. 산둥과기대 에너지저장기술학원의 양신 부원장은 ‘SOFC용 고엔트로피 음극재 연구’, 샤먼대학교 쑨이페이 부교수는 ‘AI 기반 페로브스카이트 전기 촉매 개발 연구’에 대해 발표했다.

일본의 아이신정기, 미국의 블룸에너지 등이 SOFC 기술의 대중화에 성공했고, 국내도 미코파워가 전주기 생산능력을 갖추고 SOFC 시장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두 사람의 발표만 놓고 보면, 중국은 소재 개발에 집중하는 초기 단계라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중국은 AI, 반도체, 로봇 등 첨단기술 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고, 탄탄한 내수시장 바탕으로 재생에너지와 전해조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이미 알칼라인, PEM 수전해 시장에서 메가와트급 양산체계를 갖추고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중국은 2019년도만 해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13% 정도에 불과했지만, 매년 약 2%씩 성장해 올해 24%를 달성했다. 쑨이페이 샤먼대 부교수는 “중국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34%로 잡고 있다”라며 이와 별개로 “SOFC, SOEC 기술이 청정에너지인 수소의 활용과 생산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두산, 1MW급 PEM 수전해 기술 소개
두산의 미국 자회사인 하이엑시엄(HyAxiom) 관계자가 나와 PEM 수전해 솔루션을 소개하는 시간도 있었다.
하이엑시엄 PEMWE팀을 이끄는 전현종 수석은 미 코네티컷의 R&D센터에서 개발한 1MW급 제품을 소개했다. 높이 3m를 적용한 40피트 컨테이너 안에 셀 스택, 전해조 제어시스템(ECS), 수처리시스템(WTS), 고순도 수소정제시스템(HPS)을 모두 갖춘 모듈형 제품이다.

전현종 수석은 “부하 추종, 수요 추종, 탱크 충전이라는 세 가지 운전 모드를 제공한다”라며 “하루 최대 500kg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으며, 수소 1kg 생산에 51.6에서 51.8킬로와트시(kWh)의 전력이 든다”고 했다.
두산은 1MW를 기본 단위로 10개를 하나로 묶어 10MW 규모의 블록을 설계했다. “이를 기반으로 향후 50, 100메가와트(MW) 단위로 확장할 수 있다”라며 “자체 개발한 스펙은 성능 검증을 완료했고, 현재 국내외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하이엑시엄은 국내에서 두산퓨얼셀과 영업망을 공유하고 있다. 두산퓨얼셀은 지난 7월부터 군산공장에서 SOFC 양산에 들어가는 등 발전용 연료전지 부문의 포트폴리오 확대에 집중하고 있기도 하다.
AI 기술은 활용 폭이 넓다. 금융, 의료, 교육, 제조 등 특정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SOFC, PEMFC 같은 연료전지뿐 아니라 수전해용 전극 촉매 개발에도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특히 텍스트, 이미지, 음성, 영상 등 여러 유형의 데이터 정보를 인간처럼 통합해서 처리하는 ‘멀티모달(Multi Modal) AI’로 기술이 발전하면서 공정 혁신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세라믹기술원만 해도 ‘멀티모달 딥러닝 AI’를 개발해 연료전지 제조 공정을 최적화하고 예측 정확성을 높이는 데 활용하고 있다.
AI 기술은 스마트 제조 기술, 자동화 공정뿐 아니라, 향후 재생에너지 변동성과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리드에 수소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섹터커플링(Sector Coupling)을 활성화할 수 있다. 또 곳곳에 분산된 재생에너지를 통합해서 운영하는 가상발전소(VPP), 청정에너지 입찰, 전기요금 차등제 등에 기여할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은 AI 기술에 기반한 재생에너지, 청정수소 분야에서 ‘그린라이트’를 찾아야 한다.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분위기를 잡아가는 면도 있지만 탄소중립 실현, 에너지 전환이라는 목표를 공유하는 만큼 양국이 발전적으로 기술 협력과 교역을 타진할 필요가 있다.
이는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하나의 카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