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창원에 납품된 크리오스의 2.5톤 액화수소 수송용 탱크트레일러.(사진=크리오스)
크리오스가 개발한 2.5톤급 액화수소 수송용 탱크트레일러가 하이창원에 들어와 있다.(사진=크리오스)

액화수소는 수소경제 활성화의 핵심 요소다. 기체수소보다 뛰어난 저장·운송 효율성과 안전성 때문이다.

액화수소의 부피는 기체수소의 약 800분의 1이다. 이로 인해 한 번에 운송할 수 있는 양이 기체수소보다 약 10배 많다. 이는 운송 횟수와 물류비용을 크게 절감시켜 경제성을 높인다.

또 액화수소를 저압으로 보관할 수 있어 폭발 위험성이 낮고 기체수소보다 충전시간이 약 4~7배 빨라 버스, 트럭 등 대형수소차를 보급하는 데 큰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울러 대용량 탱크 하나만으로도 많은 양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어 충전소 설치에 필요한 부지 면적이 기체수소충전소보다 작다. 이는 도심지 등 협소한 곳에 수소충전 인프라를 확대하는 데 유리하다.

정부는 지난 2021년에 수립한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서 액화수소를 중심으로 대규모 공급망을 구축해 생산·유통·활용의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에 업계는 액화수소 인프라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국제 항해 목표로 운반선 설계

HD한국조선해양이 개발 중인 액화수소운반선 예상도.(사진=HD한국조선해양)
HD한국조선해양이 개발 중인 액화수소운반선 예상도.(사진=HD한국조선해양)

부산대학교 수소선박기술센터는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과 함께 지난해 12월부터 액화수소운반선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액화수소운반선 상용화 기반기술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2028년까지 총 642억 원을 투입해 2,000㎥급 실증 선박을 건조해 해상에서 실증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 참여기관들은 설계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부산대의 이동하 교수는 “조선 3사와 선박설계사는 2020년대 초반부터 선박 설계를 진행, 조감도를 도출하고 건조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해당 과제를 진행하면서 몇 가지 개선점을 보완해 모든 설계 작업을 완료하고 도면을 도출했다”라고 말했다.

설계를 수정한 것은 해상실증 계획이 변경됐기 때문이다.

참여기관들은 당초 국내 연안에서 생산된 수소를 국내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실증 과제를 완료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최근 과제가 완료되는 2030년 이후부터 해외에서 수소를 도입해 국내에 공급하는 계획이 추가됐다.

이에 따라 설계 중 일부분을 수정했다. 예를 들어 선박의 경하 중량(화물을 싣지 않았을 때의 배수량)을 기존 3,150톤에서 3,300톤으로 확대하고, 수소가 누출되면 전방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선수 배치를 조정했다. 또 구명정 등 국제 항해에 필요한 기자재를 설치하고자 선박 길이를 당초 설계보다 3m 늘렸다.

추진시스템은 1,200kW급 수소혼소 디젤엔진 3기와 200kW급 PEM 연료전지 1기로 구성된다. 수소혼소 비율은 30%가 될 것으로 전망되며 화물창에서 발생하는 기체수소를 FGSS(연료가스 공급시스템)로 공급한다.

연료전지용 수소는 약 20m³급 액화수소 저장탱크에서 공급된다. 단 상황에 따라 화물창 수소를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우현에 설치되는 장치를 통해 조정된다.

수소를 화물창에 가득 실어도 배가 충분히 가라앉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다. 화물창은 BOR(일일 기화율)이 1.2%인 670m³급 3기이며, 선박 중앙에 설치된다. 선박평형수용 탱크를 탑재해 흘수선을 낮춘다.

참여기관들은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액화수소 운송선의 도면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도면 작업이 완료되면 선박 건조 사양서 작성, 조선소 선정 등 여러 절차를 걸쳐 본격적인 건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액화수소 승압 효율 높인 펌프

린데의 왕복동식 고압펌프인 크라이오 펌프가 적용된 액화수소 충전소 내부 모습.(사진=린데)
린데의 왕복동식 고압펌프인 크라이오 펌프가 적용된 액화수소 충전소 내부 모습.(사진=린데)

한국기계연구원은 왕복동식 액화수소용 고압펌프 개발에 나섰다.

이 펌프는 플런저가 실린더 안에서 왕복 운동하며 유체를 강제로 밀어내는 방식을 기반으로 액화수소를 900bar까지 승압한다. 플런저는 주사기의 피스톤처럼 액체나 기체를 밀어내는 장치다.

장점은 구조적으로 실린더 내부에 유체를 가두고 강제로 밀어내기 때문에 유체의 저항이나 시스템의 흐름에 관계없이 높은 압력을 안정적으로 만들어낸다. 1회 왕복 운동 시 정해진 양의 유체를 이동시키기 때문에 펌프의 회전 속도만 조절하면 유량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또 외부 장치의 도움 없이도 자체적으로 유체를 흡입해 펌프질을 시작할 수 있어 시스템 설계 및 운영의 편의성을 높여준다. 유체에 직접 압력을 가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유체의 점도 변화에 따른 효율 저하가 적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왕복동식 고압펌프를 액화수소 충전소에 적용하면 액화수소를 승압해 기체수소로 변환하는 과정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충전소의 설비를 간소화하고 설치 면적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기계연은 플랜트, 충전소 등 액화수소 인프라의 핵심 기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해당 펌프를 국산화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23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상용급 액화수소 플랜트 핵심기술 개발 사업’의 일환이다.

이 사업은 기계연의 김해 극저온기계실증연구센터에 하루 500kg의 액화수소를 생산하는 파일럿 플랜트를 구축해 LNG 냉열을 활용하는 고효율 수소액화 공정 기술과 극저온 열교환기, 극저온 팽창기 등 핵심 설비를 국산화하는 것이다.

현재 기계연은 실험장치를 만든 후 액화질소를 600bar까지 승압하는 내부실험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극저온실 쪽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해 이를 개선했다.

이렇게 만든 왕복동 고압펌프는 김해에 구축 중인 액화수소 파일럿 플랜트 내 액체수소 공급시스템에 설치할 예정이다. 기계연은 펌프로 저장탱크에 있는 액화수소를 900bar로 토출해서 기화한 후 공급하는 방식으로 실증한다. 플랜트는 이르면 올 연말에 가동될 전망이다.

액화수소 제품·설비 안전기준 개발

일본 고베항에 있는 액화수소 인수기지.(사진=HESC)
일본 고베항에 있는 액화수소 인수기지.(사진=HESC)

산업통상자원부는 개발 중인 액화수소 제품·설비가 빠르게 상용화될 수 있도록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관련 안전기준을 만들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 2023년 5월에 ‘수소안전관리 로드맵 2.0’을 발표했다.

로드맵은 총 3개의 중점 추진과제로 구성됐다. 이 중 첫 번째 중점 추진과제가 청정수소, 액화수소, 암모니아 등 청정수소 생태계 조성을 위한 선제적 안전기준을 개발하는 것이다.

액화수소는 전주기(생산·저장·운송·활용) 안전기준을 제도화하고 설비·부품, 해외수입 및 인수기지, 운반선 화물창, 생산용 LNG 냉열배관, 운송차량, 모빌리티 충전시스템 등과 관련된 안전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인천, 보령, 울산, 창원, 충남, 강원에서 추진 중인 액화수소 관련 실증사업에 대해 규제 특례를 승인하고 27종의 임시 안전기준을 적용했다.

산업부는 실증사업을 통해 2024년에 액화수소 전주기(생산·저장·운송·활용) 안전기준을 마련할 예정이었으나 사업이 지연됨에 따라 올해 1월이 되어서야 안전밸브 제조자 자체검사 허용, 액화수소충전소 용기검사 기준 완화, 액화질소 사용 단열성능시험 도입 등 5종을 마련했다.

올 하반기엔 플랜트, 충전소, 운반차량 관련 상세기준 12종을, 내년 하반기엔 판매, 이동식 충전소 관련 상세기준 10종을 마련해 액화수소 안전기준 제도화에 나선다. 그 일환으로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전담조직을 신설해 규제특례 실증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산업부는 또 액화수소 인수기지 관련 안전기준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네가지 핵심과제로 나눠 진행된다.

첫 번째 과제는 연간 10만 톤을 저장할 수 있는 인수기지의 위험성을 평가하는 기술과 안전기준을 개발하는 것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이르면 오는 2029년까지 연간 10만 톤 규모의 액화수소 인수기지를 LNG 터미널 인근에 구축할 계획이다. 수요에 따라 30만 톤까지 확장할 수 있다. 이를 대비해 첫 번째 과제를 마련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저장탱크 등 핵심 설비의 위험도를 정성·정량적으로 분석하는 모델과 액화수소가 초임계(액체와 기체의 구분이 불가능한 상태)일 때 위험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모델을 개발해 인수기지의 설계·시공·운전 상태에 대한 위험성 평가기술과 안전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과제엔 정부출연금 50억 원이 투입되며 안전 공학 솔루션 개발업체인 이쏠로지가 주관하고 가스공사, 가스안전공사, 원자력연구원, 에너지공과대학교, 건설기술연구원 등이 참여한다.

두 번째 과제는 하역, 저장, 이송 등 인수기지 내 모든 작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실시간으로 예측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 기반의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디지털 기반 안전관리 3차원 플랫폼 시스템 개발, 디지털 트윈 자율안전관리 시뮬레이션 기술 개발, 핵심설비 고장·예지 및 전주기 이력관리 시스템 개발, 비상상황 발생 시 원격 제어 및 긴급 복구 기술 개발 등을 수행한다.

안전관리 솔루션 개발업체인 유엔이가 주관하며 한국동서발전, 전자기술연구원 등이 참여한다. 정부출연금은 40억 원이다.

세 번째 과제는 90억 원을 투입해 액화수소가 온도 변화로 인해 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저장탱크, 이송시스템 등 핵심 설비의 단열성능을 평가하는 기술을, 네 번째 과제는 40억 원을 투입해 4만m³급 적·하역시스템에 대한 안전성을 평가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액화수소 인수기지 안전기준을 오는 2029년에 완성한다는 목표다. 4만m³ 평저형 탱크 개발이 2028년에 시작되는 것과 적·하역시스템, 2,000m³급 볼/C타입 탱크, 200m³급 평저형 탱크 개발이 2030년에 완료되는 것을 감안해 설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정검사 지원 인프라 구축

액화수소 검사지원센터 조감도.(사진=음성군청)
액화수소 검사지원센터 조감도.(사진=음성군청)

수소안전 전담기관인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액화수소 제품·설비 관련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법정검사를 수행할 ‘액화수소 검사지원센터’를 오는 12월에 개소할 예정이다.

충북 음성 금왕테크노밸리에 들어선 이 센터는 액화수소 제품·설비에 대한 법정검사와 성능시험을 지원하는 시설이다.

이곳은 제품시험동, 시험가스설비실, 저장탱크·용기시험동, 사무동 등 4개의 건물로 구성됐으며 저장탱크 단열성능시험 장비, 차단·안전밸브 작동성능시험 장비, 법정검사·성능시험용 액화수소 공급설비 등을 갖추고 있다.

특히 액화수소 인프라 구축 계획과 시장수요를 반영해 당초 계획보다 능력을 확대해 센터를 구축했다.

저장탱크·용기시험동의 대상을 2톤급 횡형으로 계획했으나 크리오스가 4톤급 액화수소 저장탱크를 개발하는 등 2톤급 이상의 저장탱크에 대한 검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4톤급 횡형 및 입형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시험동의 방호벽 높이를 기존 8m에서 14m로 높이고 액화수소 공급능력을 4톤에서 8톤으로 확대했다. BOG 발생을 최소화해 시험준비 상태가 상시 유지되도록 재액화설비를 추가했다. 9.9톤급 액화질소 저장탱크를 구축해 액화질소, 헬륨 등 극저온 실증시험도 지원한다.

센터는 저장탱크, 극저온용기, 탱크로리, 안전밸브(2인치, 6인치), 긴급차단장치, 용기부속품, 기화기 등 총 7종에 대한 법정검사와 성능시험을 수행할 예정이다. 비검사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R&D 실증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도출된 데이터는 제품 이력관리와 액화수소 분야 제도개선에 활용된다. 가스안전공사는 검사를 받은 기업을 담당하는 지역본부·지사에 시험결과를 제공해 기술검토, 중간검사, 완성검사에 활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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