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FC는 공기극에서 생성된 산소이온이 고체산화물 전해질을 통해 연료극으로 이동하고, 연료극에 공급된 기체 연료와 반응하는 과정에서 전자를 방출, 전류를 발생시켜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연료전지다.
SOFC의 강점은 수소, 천연가스, 바이오가스, 메탄올 등 다양한 연료를 사용할 수 있고 발전효율이 높다. 또 소형화가 가능해 도심형 분산전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SOFC는 차세대 연료전지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고온에서 작동하는 특성 때문에 최적의 작동 조건까지 도달하는 데 일정 시간이 필요하고 제조 공정이 복잡해 다른 연료전지보다 제조 난이도가 매우 높다.
HD한국조선해양은 SOFC 연료전지를 차세대 에너지 기술로 낙점했다. 그 일환으로 에스토니아의 SOFC 셀·스택 전문기업인 엘코젠에 4,500만 유로를 투자하고 핀란드의 SOFC 시스템 전문기업인 컨비온을 전격 인수했다.
지난해 8월엔 수소연료전지 전문업체인 ‘HD하이드로젠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자회사로 편입했다. 그리고 연료전지·수소사업 부문에 국내 SOFC 전문가인 오승환 담당임원을 영입했다.
오승환 HD하이드로젠 담당임원을 만나 SOFC·SOEC의 현재와 미래, HD하이드로젠의 미래 전략 등을 들어봤다.
HD하이드로젠이 설립 1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1년 동안 어떤 일을 했는지 궁금하다.
우선 선박용 연료전지 사업화를 위해 HMM, 머스크(Maersk) 등 글로벌 해운사 및 KR, DNV 등 주요 선급들과 선박용 SOFC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하며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SOFC 기반 친환경 선박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전략적 기반을 마련했다.
또 생산 인프라 측면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 지난 6월에 평택공장의 리모델링을 마치고 주요 생산 장비를 들여와 대량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에 ‘HD300’이라는 한국형 SOFC 제품을 양산하면서 시장 진입을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이같이 HD하이드로젠은 설립 첫해에 생산 기반 구축, 대외 협력 등 전방위 활동을 통해 수소경제 실현을 위한 기반을 다져왔다.
SOFC와 SOEC는 기술적 난이도가 매우 높고 개발 기간이 길다. 그럼에도 SOFC와 SOEC를 선택한 이유는?

첫 번째 이유는 높은 에너지 변환 효율이다. 고온에서 작동하는 SO(Solid Oxide) 시스템의 특성상 전기화학 반응 효율이 매우 높아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 이는 전체 운영비를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두 번째는 생산원가 측면의 경쟁력이다. SOFC와 SOEC는 백금 촉매 대신 세라믹계 전해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단위 생산원가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대량생산 체제로 전환되면 글로벌 경쟁이 가능한 수준까지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 번째는 연료 다변화 특성이다. SOFC는 고온의 운전 조건에서 내부 개질이 가능해 별도의 외부 개질기 없이도 도시가스를 비롯해 바이오가스, 수소, 암모니아 등 다양한 연료를 직접 투입해 운전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추고 있다.
개발과정이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뛰어난 성능, 낮은 단위원가, 범용성을 두루갖춘 시스템이 SOFC, SOEC라고 판단했기에 전략적인 판단에 따라 개발을 결정하게 됐다.
SOFC 기반 육상발전시스템을 먼저 개발한 후 선박용 발전시스템을 개발하게 된다. 이렇게 가는 이유는 뭔가?
선박 환경은 육상보다 진동, 염분, 제한된 설치 공간 등 복잡한 운용 조건을 갖추고 있어 연료전지 시스템이 이를 견딜 수 있는 고도의 내구성과 안전성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선박용 연료전지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선급 인증을 받고 실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여기에 상당한 시간과 자원이 소요된다.
따라서 육상용 SOFC 발전시스템을 먼저 개발해 기술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일반수소 입찰시장, 자가소비시장(데이터센터, 건물용) 등 상대적으로 빠르게 사업화가 가능한 분야에 우선 진출하고자 한다.
향후 선급 인증과 선박 실증이 완료되면 이를 기반으로 선박용 SOFC 시장에도 본격 진입해 육상과 해상을 아우르는 복수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계획이다.
SOFC는 건물용이나 발전용으로 고정해서 쓴다. SOFC를 항해용 선박에 활용하는 데 무리는 없나?
SOFC는 일반적으로 기저부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발전시스템으로, 부하 변동이 적은 수요처에 적합한 고효율 전원이다.
대형 선박의 경우 조명, 공조, 통신 등 필수 시스템을 위한 지속적인 전력 수요(Hotel Load)가 발생하는데 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전원으로 SOFC가 매우 적합하다.
특히 SOFC는 높은 전력효율, 저소음, 저진동 때문에 해상 환경에 적합하고 LNG, 수소, 암모니아 등 다양한 연료를 사용할 수 있다.
연료 전환 과도기에 선박 생애 주기상 연료 선택에 대한 위험성을 낮추려면 SOFC를 선택하는 것이 선주들의 니즈를 충족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향후엔 SOFC를 에너지저장장치(BESS)나 기존 엔진 발전기 등과 결합해 보조전원뿐만 아니라 추진용 하이브리드 전력원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최근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MM, 한국선급과 손을 잡고 SOFC 기반 해운 무탄소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여기에 암모니아 SOFC 기술개발이 포함됐다.
SOFC의 가장 큰 장점은 연료 다변화에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이다. 특히 SOFC가 자체적으로 암모니아를 개질하기 때문에 별도의 개질기가 필요 없다. 따라서 암모니아 SOFC는 별도의 외부 개질기 없이 고객 니즈에 맞게 개발될 예정이다.
문제는 청정암모니아 수급을 비롯해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사업 추진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우선 선박용 암모니아 엔진과 하이브리드로 검토하되 대규모 발전용까지 시스템 가격과 성능이 보장될 수 있도록 개발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20년대 후반이면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청정암모니아 공급망이 언제 구축되느냐에 따라 상용화 시점이 달라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엘코젠에 투자하고 컨비온을 인수하면서 연료전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두 회사가 보유한 SOFC·SOEC 기술의 강점은?
엘코젠과 컨비온은 각각 스택과 시스템을 전문으로 하는 독립적인 회사이지만, 에스토니아와 핀란드를 거점으로 긴밀히 협력한 이력을 보유한 파트너사다. 그러면서 서로 다른 기술적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우선 컨비온은 고온 운전이 요구되는 SOFC·SOEC 시스템에서 대형 핫박스(Hot Box) 기반의 고출력 제품을 실증한 경험을 가진 선도 기업이다. 여러 고객사와의 연구개발 협업을 통해 장시간 운전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이는 고온에서 안정적인 시스템 운전을 검증했다는 의미다.
또 컨비온은 일반적인 업계 트렌드와 달리 시스템 개발을 먼저 시작해 다양한 셀·스택을 유연하게 적용해온 이력이 있다. 이는 복잡한 시스템 통합 역량 측면에서 큰 강점으로 작용한다.
엘코젠은 ASC 타입의 셀·스택 제조기술을 보유한 SOFC 전문기업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운전 온도에서도 우수한 내구성과 성능을 발휘하는 것이 특징이다.
SOEC에서도 양호한 성능을 보이고 있으며, 당사의 시스템 사업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양산 대응력과 생산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기술력과 공급 역량 모두를 고려해 전략적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
두 회사의 보완적 협력 구조는 HD하이드로젠이 추구하는 고효율·고안정성 기반의 SOFC·SOEC 사업 전개에 중요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평택에 SOFC 생산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공장을 자세히 소개해달라.
현재 HD하이드로젠은 평택에 SOFC 전용 생산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이 공장은 단순한 조립시설을 넘어 연료전지 스택 조립, 시스템 통합, 성능 테스트, 품질검증 등 제품화 전 과정을 아우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올해 하반기부터 HD60, HD300 모델의 시제품 제작과 성능평가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며, 이를 기반으로 내년 하반기에는 당사의 첫 상용 모델인 HD300 제품을 본격적으로 양산하게 된다. 수요 확대에 따라 단계적으로 생산량을 늘려갈 계획이다.
HD하이드로젠은 평택 생산기지를 중심으로 국내 연료전지산업의 공급망 내재화 및 제품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나아가 세계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계획이다.
SOEC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SOEC의 장점과 잠재력, 개발 현황이 궁금하다.
SOEC의 강점은 주변 열원을 활용할 경우 물을 수소로 변환하는 효율이 PEM 수전해, 알칼라인 수전해보다 높다는 것이다.
공장이나 발전소에서 나오는 폐열을 활용할 경우 현존하는 수전해 기술 중에서 가장경쟁력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 SMR 폐열을 연계하는 형태로 대규모 수소공급 단지가 조성된다면 상당히 많은 용량의 SOEC가 보급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자회사인 컨비온은 현재 SOEC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2023년 6월에 핀란드 VTT-Neste의 실증 사이트에 C250e 플랫폼 기반의 첫 상업용 SOEC 시스템을 납품하고 시운전을 완료했다. 이를 통해 고온수전해 방식의 성능과 운영 안정성을 실증하고 있다.
또 엘코젠과의 협업을 통해 2,000시간 장기 운전과 1,000회 이상의 급변 부하 사이클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셀과 시스템의 내구성도 검증된 상태다.
HD하이드로젠은 컨비온의 SOEC 기술력과 실증 경험을 바탕으로 폐열회수를 활용한 대용량 SOEC 사업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산업단지, 제철소, 석유화학단지 등 고온 폐열이 발생하는 산업군을 중심으로 수전해 수소생산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력소비를 최소화하면서 높은 효율의 수소생산이 가능한 차세대 친환경 수전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향후 탄소중립형 수소생산의 대표 모델로 자리 잡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앞으로 계획을 말해달라.

내년에는 HD하이드로젠의 첫 번째 상용화 제품인 육상용 연료전지 HD300이 본격적으로 양산된다.
선급 인증이 완료되고 나면 선박용 연료전지 제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전력이 필요한 모든 곳에 최적의 솔루션이 될 수 있도록 제품 라인업을 확장해 나가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SOEC 제품을 출시해 수소생산 영역까지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수소의 활용부터 생산까지 HD하이드로젠의 기술이 적용된 국산 기술 기반의 수소 인프라가 탄탄히 구축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신뢰성 있는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려면 HD현대그룹의 역량을 잘 활용해야 한다.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전략을 잘 수립해서 시장을 넓혀 나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