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로 수소출하센터 전경.
카프로 수소출하센터 전경.

롯데케미칼과 HD현대가 충남 대산석유화학단지에 있는 나프타분해설비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롯데케미칼이 설비를 HD현대오일뱅크에 넘기면 HD현대오일뱅크가 롯데케미칼에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식을 두고 나프타분해설비 통폐합 실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양사가 나프타분해설비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은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인한 불황을 이겨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들뿐만 아니라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지속되는 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국내 유일의 카프로락탐 생산 업체인 카프로다. 카프로락탐은 합성섬유인 나일론의 원료로 사용되는 유기화합물이다.

카프로는 한때 연매출 1조 원을 기록할 정도로 오랜 기간 카프로락탐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거둬왔다. 그러나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실적이 악화됐고 급기야 지난 2023년 4월엔 카프로락탐 생산을 중단했다.

카프로는 신산업 발굴에 나섰고 선택한 것이 바로 수소다. 카프로락탐은 원유로부터 얻어지는 싸이크로핵산(벤젠의 수소첨가반응으로 만드는 유기화합물), 암모니아, 유황 등을 주원료로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카프로는 수소, 황산, 암모니아 등을 생산·정제하는 설비 및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카프로는 대규모 수소생산이 가능한 설비와 기술을 활용하면 추가 투자 없이 사업 확장이 가능하고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 수소차 보급 확대에 따라 수소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보고 수소사업을 선택한 것이다.

박성명 카프로 대표이사는 “현재 화학회사들의 부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로 인해 부생수소 생산도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 발전소, 모빌리티 등에서 수소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설비를 추가로 들이지 않아도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고 보고 수소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카프로는 울산시의 ‘수소산업 중심도시’ 조성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영업조직과 생산조직 간의 유기적인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본사를 울산으로 이전했다.

이와 함께 카프로는 사업비 500억 원을 투입해 울산 석유화학단지에 있는 3공장에 국내 최대 규모의 수소출하센터를 구축했다.

박성명 카프로 대표이사가 수소출하센터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성명 카프로 대표이사가 수소출하센터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내 최대 수소출하센터

울산역에서 택시를 타고 20분 정도 달리니 울산소방본부 특수화학구조대가 보인다. 이곳은 울산 미포국가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화생방 사고 등 특수재난을 전담하는 구조대다.

특수화학구조대 맞은편에 카프로 본사 정문이 보인다. 마중 나온 직원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대규모 신축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지난 5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수소출하센터다.

카프로 수소출하센터는 시간당 약 1.8톤, 하루 약 43톤의 수소를 생산·출하할 수 있다. 이는 넥쏘 8,500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자 수소충전소 400곳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운영 중인 수소생산기지 및 수소출하센터 중 가장 많은 양이다. 예를 들어 한국가스공사가 지난해 1월부터 운영 중인 창원 수소생산기지는 하루 10.8톤의 수소를 생산·출하한다. 또 린데수소에너지가 울산 남구에서 운영 중인 수소출하센터는 하루 15톤을 출하하고 있다.

이를 액화수소까지 넓히면 SK이노베이션E&S의 인천 액화수소플랜트(하루 약 90톤)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수소를 생산·출하하는 것이다.

카프로가 국내 최대 규모의 수소출하센터를 구축한 것은 보유하고 있는 수소생산공장 때문이다. 카프로 수소생산공장은 시간당 4만Nm3(약 3.6톤)의 수소를 생산한다. 수소는 프로판을 개질해서 생산한다.

최청정 카프로 공장장(생산본부 전무)은 “수소생산공장은 카프로락탐에 들어가는 수소를 생산하고자 구축했다. 공장을 구축할 당시 프로판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에 프로판을 개질해서 생산하는 방식을 적용했다”며 “공장을 개조해서 LNG로도 수소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원가 절감과 안정적인 원료 확보를 위해 LNG 직도입을 통한 원재료 대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원료 다변화를 통해 수소생산의 경제성과 공급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NG 직도입이 이뤄지면 수소공급원가는 기존 프로판개질보다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카프로는 보고 있어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생산량의 절반인 1.8톤은 배관을 통해 인근 수요기업으로, 나머지 1.8톤은 수소출하센터로 공급된다. 다만 수요에 따라 공급량을 조절한다.

압축기실에 설치된 압축기들.
압축기실에 설치된 압축기들.

최청정 전무는 “과거 카프로락탐을 생산할 때 수소를 자체 생산한 것만 사용하기엔 부족하여 배관을 통해 외부로부터 수소를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울산 수소배관망과 연계가 이뤄져 현재는 배관망을 통해 산업용 수소를 수요기업들에 공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튜브트레일러가 도착하면 고순도 수소는 20bar의 압력으로 배관을 따라 수소출하센터 안에 있는 압축기로 수소의 압력을 200bar까지 올린 후 충전한다. 무엇보다 센터는 18대의 튜브트레일러를 한 번에 충전할 수 있다.

카프로는 튜브트레일러 충전기, 주차공간, 압축기를 하나의 세트로 묶어 구축하는 방식으로 센터를 세웠다. 이 세트가 총 18개인데 이 중 9개만 완성·운영되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 센터는 시간당 0.9톤의 수소를 공급하고 있다.

나머지 9개 세트는 튜브트레일러 충전기와 주차공간이 설치돼 있으며 현재 제작 중인 압축기가 납품되는 10월부터 증설 작업을 통해 완성될 예정이다. 카프로는 증설 작업이 완료되는 내년 2월부턴 시간당 1.8톤의 수소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튜브트레일러 충전시설 뒤쪽에 있는 압축기실로 가보니 총 9대의 압축기가 가동되고 있었다. 그 옆엔 납품될 압축기들을 설치하기 위한 공간이 마련됐다. 이를 통해 압축기실엔 총 24대의 압축기가 설치될 예정이다.

이 중 6대는 450bar 튜브트레일러 충전용이 설치된다. 참고로 이 압축기들은 국산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박성명 대표이사의 의지에 따라 광신기계공업에서 제작·납품했다.

칠러는 압축기실 옆에 있는 독립된 공간에 설치됐다. 칠러도 주문물량의 절반만 설치·가동되고 있다. 그 옆엔 납품될 칠러들을 설치하기 위한 공간이 마련됐다.

카프로는 현재 울산, 부산, 경남, 대전 등 수도권을 제외한 전역에 수소를 출하하고 있다. 정부의 수소공동구매, 입찰 등을 활용해 수소공급계약을 확대한다는 게 카프로의 전략이다.

여기에 새롭게 구축되는 수소충전소에 공급하는 물량과 수소버스 확대로 수소공급물량이 늘어나는 기존 수소충전소의 추가공급물량을 확보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향후엔 반도체 제조공장, 연료전지 제조공장 등에도 공급할 계획이다.

박성명 대표이사는 “현재 공급하는 모빌리티용 수소의 품질은 파이브나인(99.999%)이다. 즉 당사는 모빌리티용 수소뿐만 아니라 산업용 수소를 공급하는데 충분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반도체 제조공장, 연료전지 제조공장 등 부가가치가 높은 쪽으로 매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소생산공장 전경.

청정에너지 사업 추진

카프로는 보유한 설비와 기술, 유휴부지를 활용해 청정에너지 사업도 전개한다.

카프로는 카프로락탐에 들어가는 암모니아를 저장하기 위해 1,300톤급 암모니아 저장탱크를3개나 보유하고 있다. 이 암모니아 저장탱크를 활용해 암모니아 크래킹 기반 청정수소사업과CCU 기반 제품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박성명 대표이사는 “암모니아 저장탱크를 활용해 청정암모니아를 수입한 후 암모니아 크래킹으로 청정수소를 생산·공급할 계획이다. 또 CCU 기술을 도입해 블루수소를 생산하고 생산 과정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운영 중인 탄산암모늄 제조시설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카프로는 현재 연간 28만 톤(1공장 14만 톤, 2공장 14만 톤)의 탄산암모늄을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탄산암모늄은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의 합성물질로, 카프로락탐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핵심 중간물질이다. 1톤의 카프로락탐을 생산하기 위해선 약 3톤의 탄산암모늄 용액이 필요하다.

카프로는 탄산암모늄 용액이 산업용 요소수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울산과학기술원과 공동 연구를 진행, 탄산암모늄이 질소산화물을 제거하는 데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에 환경부로부터 사용승인을 허가받고 지난 2022년 5월부터 탄산암모늄을 생산하고 있다.

카프로는 포집한 이산화탄소와 수입한 청정암모니아를 탄산암모늄을 생산하는 데 활용하려 한다. 특히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탄산암모늄뿐만 아니라 드라이아이스, 조선소 용접기 등 다양한 분야에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또 카프로는 공장 내 유휴부지에 연료전지 발전소를 구축해 전력 판매도 고려하고 있다.

박성명 대표이사는 “수소를 판매만 하지 말고 공장 내 유휴부지에 연료전지 발전소를 구축해 전력을 판매하는 것도 좋다는 의견이 있어 검토하고 있다. 만약 기술력 등이 뒷받침되면 연료전지 발전소에 암모니아 크래킹을 접목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같이 기존 설비와 유휴부지를 활용해 여러 신사업을 추진하려 한다”며 “당사는 국내 최대 수소생산기업으로 수소경제 기반의 에너지 전환을 주도하고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해 지속가능한 수소생태계를 적극적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암모니아 저장탱크.
암모니아 저장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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