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부는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따라 2030년까지 30만 대의 수소차 보급과 660기 이상의 수소충전소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중 수소버스가 2만1,200대이다. 2019년 6월 1호 수소버스가 창원에 등록된 것을 시작으로 2024년 9월 말 기준 총 1,234대가 보급되었다. 앞으로 6년간 2만 대의 수소버스를 보급해야 하는 데, 만만치 않은 수치다. 코하이젠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코하이젠은 수소상용차 전용 충전 인프라 구축운영을 목적으로 현대차, 한국지역난방공사,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SK에너지, SK가스, E1, 에어리퀴드코리아가 합작 투자한 특수목적법인으로 지난 2021년 2월에 출범했다.
상용차용 대용량 충전소 초석
한국지역난방공사에서 기획혁신처장, 부사장을 역임하고 그해 3월 2일 초대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경실 대표는 대용량 수소충전소 구축·운영의 초석을 쌓았다. 2023년까지 환경부가 지원하는 ‘수소충전소 설치 민간보조사업’ 공개모집에서 총 23개소가 선정된 코하이젠은 2022년 11월 세계 최초·최대 300kg/h급 상용차용 대용량 충전소(전주평화 수소충전소)를 준공한 이후 2024년 12월 말 기준으로 7개소를 운영 중이고, 나머지 16개소는 구축 중이다. 2025년 초에 안산, 울산, 진주 등 3개소가 추가로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2024년 현대차가 추가 출자를 통해 대주주로 등극하면서 그간 CEO로서 능력을 인정받아 대표이사직을 연임하게 되었다.
“저는 코하이젠이 현대차그룹의 ‘HTWO-Grid’ 전략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수소산업 가치사슬의 활용 부문을 책임있게 끌고 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상용차용 대용량 충전소를 더욱 업그레이드하고 제대로 정립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대주주가 저를 다시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 같습니다. 제가 계속 주주사들에 강조해온 것처럼 수소의 생산부터 활용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체를 붐업하고 안정화하는 게 중요합니다. 활용 단계에서 코하이젠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한 산업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밸류체인 전체가 유기적으로 돌아가 경제적인 규모로 수요와 공급이 맞는 시장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이러한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도 밸류체인 전체에 편익을 줄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 되어야 산업이 안정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생산단계부터 안정화 필요”
이 대표는 충전소 구축 위주에서 벗어나 경제적인 가격으로 수소를 확보해 충전서비스를 제공하고 충전 설비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유지보수 시스템을 최적화해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다.
“수소 밸류체인 전체가 붐업하려면 생산단계부터 안정화되어야 합니다. 수소경제 초기인 만큼 수소가격의 하향 안정화가 유지되어야 하는 거죠. 현재 부생수소와 LNG 기반 추출수소를 사용하는 상황인데, 특히 추출수소는 국제 LNG 가격 등 외생 변수가 많아 수소생산 가격이 크게 출렁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소산업이 전체적으로 올라오기 전까지는 정부가 수소생산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주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추곡을 수매하는 것처럼 말이죠.”
추곡수매는 정부가 쌀값 안정과 쌀 수급조절을 위해 농민들로부터 정부가 정한 가격으로 일정량의 쌀을 사들이는 제도이다.
예를 들어 시장 가격이 kg당 1만 원인데, 이를 낮추기가 어려우면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수송용 수소유통전담기관을 통해 kg당 1만 원 정도에 수소를 사서 2,000원 정도를 보조해 실제 충전소에는 8,000원에 판매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산업부, 환경부 등 정부 측에 계속 이런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그렇게 저렴한 가격으로 수소를 확보하면 적정 이윤을 붙여 수소차를 충전함으로써 충전소의 경제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수소차 운전자들도 경제적인 가격으로 수소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수익성이 좋은 산업용 수소 판매에 치중했던 수소 생산자들이 생산 설비 신·증설을 통해 수소차용 수소 공급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 단계의 비용 절감도 중요하다. 기체수소 튜브트레일러는 2025년에 450bar급이 시장에 나오면 수소 운송량이 기존 대비 2배 반 정도 늘어나 운영 경제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정부 과제로 900bar까지도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에도 기대감을 표했다.
활용 단계에서는 설비 표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설비를 정확하게 표준화해서 관련 플레이어들이 이 표준에 맞게 시장에 들어오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코하이젠이 상용차 수소충전소의 대표 기업으로서 설비 표준화를 선도하겠다는 각오다.
“코하이젠 수소충전소가 중대형 설비이고, 지금은 충전소 하나를 구축하는 데 80억~100억 원 정도가 필요합니다. EPC(설계·조달·시공)가 튼튼해야 하고, 시공 이후 시험운전, 유지보수하는 산업까지도 필요하죠. 이들 업계가 동시에 막 난립하는 게 아니라 짱짱한 플레이어들이 시장에 들어와 성공적으로 ‘K-수소산업’을 만들어서 수소차와 함께 해외로 나가자는 겁니다. 이게 저의 최종적인 꿈이에요.”
이 대표는 그간 상용차용 수소충전소 표준화를 많이 정립했다고 자부한다. 이제는 그것을 검증하는 게 과제이다. 최적의 표준이라고 제시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기법을 개발해 특허출원을 했고, 현재 심사를 받고 있다.
또 그 표준 모델이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냐 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저장 능력을 강화하면 압축기가 줄어들어 동력비와 운영비 및 유지보수비가 적게 든다. 압축기를 한 대라도 더 두면 저장 능력을 좀 줄여도 되지만 설비 투자비와 운영비, 유지보수비가 더 들어간다. 저장 능력을 최대한으로 하고 압축기를 줄이는 방법으로 생각 중인데, 이를 시뮬레이션해서 최적화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설비의 듀얼 기능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시민의 발인 수소버스가 멈추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코하이젠 충전소는 칠러가 3개(디스펜서별로 1개씩)인데, 칠러 중 하나가 멈춰도 디스펜서가 멈추지 않도록 설비 개선을 추진 중입니다. 사용 설비는 똑같지만 듀얼로 사용할 수 있는 배관 연결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그래야지 설비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제 유지보수가 필요한 충전소가 2025년부터 나올 예정입니다. 기자재 업체와 촘촘한 유지보수 체계를 구축할 겁니다. 설비를 복합적으로 연결해서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은 유지보수를 효과적으로 하는 것과 일맥상통하죠. 유지보수 기술력 내재화를 위해 정부 R&D 과제인 고장 예지 프로그램에도 참여해 예방 정비가 가능하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운영 단계 손실률 관리 중요
운영 차원에서는 손실률을 낮추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다이어프램 방식 수소압축기의 경우 운전이 멈추면 실린더 안에 수소가스가 남게 되는데 다시 운전할 때는 이 수소를 빼주어야 한다. 설비 개선을 통해 이렇게 빼내는 수소를 리사이클 해서 다시 활용토록 했다. 이를 통해 전주평화 수소충전소의 손실률은 1%가 안 된다.
“수소를 비싸게 주고 사왔고, 수소 압축을 위한 동력비까지 나가는데 남아 있는 수소를 버리기까지 하면 답이 안 나옵니다. 에너지사업을 할 때 운영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게 손실률입니다. 운영의 경제성과 직결되는 문제죠.”
수소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손실률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1개의 충전소에서 적어도 버스 50~60대가 충전할 때 손실률이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세종대평·창원성주·전주평화 충전소는 50대 이상이 이용하고 있다. 다른 충전소들도 앞으로 충전 차량이 늘어나기에 손실률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대용량 충전소 구축 이유
코하이젠의 충전소는 기존 일반(승용차용) 수소충전소(25kg/h)보다 12배 큰 300kg/h 규모이다. 처음엔 대용량으로 수소충전소를 짓는다고 하자 이럴 필요가 있냐는 의견들이 있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충전소 부지확보를 위해 임차료가 저렴한 공영 차고지를 최우선으로 검토했다. 수소 수요(버스)를 파악하기 위해 전국에 있는 공영 차고지를 조사했더니 1개 차고지에 평균 240대의 버스가 있었다. 일반 차고지까지 조사했는데 100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최대 150대(시간당 15대)를 충전할 수 있도록 설계한 이유다.

“운수업체들이 전기버스, 수소버스를 혼합해서 운영하겠지만 최소한 수소버스는 100대 이상 충전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춰야 여유가 있는 거죠. 사실 코하이젠 충전소가 크다고 하는 건 시장 분석을 안 해본 사람들 얘기예요. 시장 분석을 해보면 실제로는 그 정도를 갖춰야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죠. 전주에 처음으로 구축한 코하이젠 충전소(전주평화 수소충전소)가 있는 데도, 수소버스가 늘어나면서 해당 지자체가 불안해서 액화수소충전소를 지으려고 하고 있어요.”
이 대표는 전국 지자체 수소충전소 관계자들을 만나면 코하이젠 충전소 말고도 다른 대형 충전소는 하나 이상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적어도 대형 충전소 2개를 양대 축으로 해서 충전소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코하이젠 충전소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백업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SK이노베이션 E&S, 효성 등의 기업들이 선도적으로 구축하는 액화수소충전소가 제대로 안착해야 한다고. 코하이젠이 향후 액화수소충전소를 지을 계획이기에 이들 기업의 경험을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어서다. 또 이들 기업의 액화충전소가 있는 지역에 코하이젠의 대형 충전소도 들어가서 이들 액화충전소를 보조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 공생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활용 단계에서 수소 모빌리티 경제가 붐업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 대표는 장기적으로 대량의 수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수소출하센터를 직접 운영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현재 수소충전소 구축에 있어 크게 오른 건설공사비가 애로가 되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건설공사지수를 보니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공사비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25.8% 정도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현재 환경부가 지원하는 수소충전소 구축보조금으로는 한계가 많아 환경부에 상향 조정을 건의했는데 최종 수용되기를 바라고 있다.
또 업계의 어려움으로 액화수소충전소가 있다. 일단 정부가 액화수소 관련 기술 기준을 하루 빨리 정립해주길 바라고 있다. BOG(증발가스)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한데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BOG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액화수소충전소는 경제성을 확보하기가 정말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요 개발·유지보수 최대 목표
올해 수소 수요를 늘리고 최적의 유지보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이 대표의 최대 목표다.
“충전소 준공 시점과 지자체의 수소버스 보급계획이 잘 맞도록 수요개발을 정교하게 할 생각입니다. 수소버스가 보급되려면 중앙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이 확보되어야 하고, 대·폐차를 하는 운수업체도 투자해야 합니다. 인근에 코하이젠 수소충전소도 있어야 하죠. 이런 모든 것을 신경 써야 수요를 확보할 수 있어요. 지자체, 운수업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부지런히 만나 CNG버스 도입 초기에 추진했던 수소버스 공차비 지원 등 정부지원 정책, 대·폐차 계획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협의해야 합니다. 수소버스 도입은 지자체장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기에 지자체장들도 열심히 만날 겁니다.”
상용차 외에도 수소 UAM, 선박, 트램 등 ‘육·해·공 모빌리티 전반에 대한 수소 공급 종합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것이 코하이젠의 미래 비전이다.
이 대표는 우선 수소트램 사업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코하이젠이 수소트램을 위한 충전소를 구축한다면 액화수소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 정부 R&D 과제로 개발 중인 수소열차 보급 협의체에도 들어가 회의에 참여하며 사업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UAM, 선박이나 철도 차량은 관련 규제가 풀려야 하고 기술 기준도 나와야 해서 보급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