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남서부와 충청남도 북서부를 가로지르는 ‘아산만’이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탈바꿈한다.
충남도는 아산만 일대를 초광역·초대형 첨단메가시티로 개발하는 ‘베이밸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베이밸리 사업은 충남 천안, 아산, 서산, 당진, 예산과 경기 화성, 평택, 안성, 오산, 시흥, 안산 등 아산만권을 수소, 반도체, 모빌리티 등 미래 신산업을 선도하는 초광역·초대형 경제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아산만권은 물류처리능력 기준 전국 5위의 무역항인 평택·당진항을 보유한 데다 △반도체(삼성전자) △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 △이차전지(SK온) △자동차(현대차·기아) △철강(현대제철) 등 국가핵심산업들이 들어섰다.
그 결과 아산만권의 수출액은 국가 전체 수출액의 23.1%에 달한다. 또 지역내총생산(GRDP)는 충남 북부(천안, 아산, 서산, 당진, 예산) 86조 원, 경기 남부(평택, 안성, 화성, 오산, 안산, 시흥) 164조 원 등 총 250조 원이다.
아울러 생산가능인구가 313만 명(충남 101만 명, 경기 212만 명)인데다 대학교 37개(충남 17개, 경기 20개)등 인적 자원이 풍부하다.
충남도는 풍부한 인적 자원과 인프라를 활용한다면 글로벌 첨단산업을 이끌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 아산만권 내 여러 거점을 연결하는 새로운 초광역·초대형 경제 거점을 만들기 위해 베이밸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다.
충남도는 지난 2022년 9월 경기도와 상생 협력 업무협약 체결을 시작으로 △민관 합동추진단 및 자문위원회 구성·운영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 추진 △김태흠·김동연 지사 참여 세미나 개최 △도·시군 협의체 구성 △시군별 사업 발굴 회의 및 전문가 워크숍 △경기도와 공동 워크숍 등을 통해 △10대 프로젝트 △20개 핵심과제 △50개 세부사업을 발굴했다.

수소 기반 탄소중립 산업벨트 조성
베이밸리 사업은 크게 △수소 △미래모빌리티 △반도체 등 3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수소분야 핵심사업은 충남도와 경기도가 협력하는 ‘중부권 수소공급 허브 조성’과 ‘그린수소 생산기술개발 공동연구’다.
중부권 수소공급 허브 조성사업은 당진과 평택을 중심으로 생산·공급·활용 거점화를 조성해 효율적이고 안정된 수소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 사업에서 충남도는 당진에 수소수입항만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수소공급 인프라 확충과 수소도시 등 인근 수요처 공급을 통해 안정적인 수소출하·유통거점을 확대한다.
경기도는 평택시에 구축된 수소생산시설과 수소교통복합기지를 중심으로 수소도시를 조성해 수소산업 기반을 마련하고 수소모빌리티 활성화를 도모한다.
세부적으로 먼저 당진 송산면 일원에 수소수입항만 인프라를 구축한다. 이곳은 수소와 암모니아를 수입해온 5만DWT(재화중량톤수) 선박과 3만DWT 선박이 드나들 수 있는 규모로 조성되며 오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민자 1조4,400억 원이 투입된다.
또한 평택과 당진에서 추진하는 수소도시 조성사업과 수소특화단지 조성사업을 협력한다.
평택과 당진은 지난 2022년에 1기 수소도시로 선정된 바 있다. 이들은 2026년 12월까지 수소도시 조성을 완료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평택은 수소특화단지와 수소항만을 연계한 수소도시를 조성한다. 이를 위해 경제자유구역 내 공공주택(995세대), 공공건물(수소도시지원센터) 등에 연료전지 발전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수소는 수소특화단지 내 수소생산기지에서 생산돼 15km의 배관을 통해 공급된다.
당진은 수소공급 다변화를 통한 청정 산업단지 기반 수소도시를 구축한다. 당진에는 재활용플라스틱 활용 수소생산시설과 바이오가스 활용 청정수소 생산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수소는 6.2km의 배관을 통해 자원순환센터에 설치된 연료전지 발전소, 수소상용차 등에 공급·사용된다.
이와 함께 두 지자체가 공동으로 관련 용역을 추진한 후 수소특화단지를 신청할 예정이다. 수소특화단지로 지정되면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운영하기로 했다.
수소특화단지는 수소법에 근거한 제도로서 수소의 생산, 저장・운송, 활용 등 수소 전주기 분야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과 그 지원시설이 집적화된 곳을 수소특화단지로 지정하고 자금 및 설비 제공 등을 지원할 수 있다.

‘그린수소 생산 기술개발 공동연구’ 사업은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부품의 범용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충남도와 경기도는 ‘당진 그린수소 부품 전환 지원센터’와 ‘평택 청정수소 시험평가센터’를 통해 그린수소 생산 기술 및 수전해 부품 개발을 지원한다.
당진 그린수소 부품 전환 지원센터는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국비 60억 원 등 총사업비 131억 원을 투입해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에 구축된다. 충남테크노파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호서대 산학협력단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사업을 추진하며 10kW급 수전해 신뢰성 시험 시스템 등 관련 연구 장비 10종이 도입된다.
충남도는 센터를 통해 △기술 시험평가 및 인증 △시제품 제작 △인력양성 등을 지원해 도내 기계부품가공산업을 그린수소생산부품산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평택 청정수소 시험평가센터는 오는 2026년까지 국비 300억 원 등 총사업비 480억 원을 투입해 평택 브레인시티 일반산업단지에 구축된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한국가스기술공사, 평택도시공사, 카이스트, 현대건설 등이 사업을 추진하며 청정수소 생산 부품을 시험할 수 있는 장비가 도입된다.
센터는 시험평가뿐만 아니라 인·검증, 사업화, 인력양성, 글로벌 진출에 이르는 수소산업분야 종합지원기관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안산 대부도에 있는 1.25MW급 풍력발전 기반 수전해 수소생산시설과 연계해 그린수소 생산 부품 기술력을 향상시킨다.
‘안산 풍력발전 기반 수전해 수소생산시설’은 안산시의 수소시범도시 특화사업 일환으로 대부도 방아머리 일원에 있는 한국수자원공사 풍력·태양광발전소에 구축됐다.
이 시설은 1.5MW급 풍력발전기 2기와 1MW급 태양광발전기가 생산하는 전기로 하루 100kg 이상의 그린수소를 생산한다. 사업주관 컨소시엄은 최근 실증사업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생산에 나섰다.
충남도와 경기도는 이를 통해 평택·당진항을 중심으로 한 수소융복합핵심거점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베이밸리 탄소중립 산업벨트’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미래 모빌리티 클러스터 구축
모빌리티 분야의 경우 △고성능 전기차용 전동화 시스템 성능 평가 기반 구축 △자율주행·차량용 반도체 종합지원센터 건립 △자율주행 인지 및 운행 안전 성능 검증 기반 구축 △수소상용차 부품 성능 검증 평가 기반 △미래모빌리티 열관리 시스템 성능 검증 기반 구축 등 5개 사업(총 940억 원)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수소상용차 부품 성능 검증 평가 기반 구축사업’은 오는 2026년까지 90억 원을 투입해 ‘수소상용차 부품 성능 검증 평가센터’를 구축하고 △수소상용차 스택 전력변환장치 등 장비 5종 구축 △수소상용차 부품 시험평가법 개발 △수소상용차 부품 시험평가 지원 등을 수행하는 것이다.
‘미래 모빌리티 열관리 시스템 성능 검증 기반 구축사업’은 오는 2027년까지 110억 원을 투입해 ‘미래 모빌리티 열관리시스템 종합지원센터’를 구축하고 △시험평가 등 기업지원 및 기술지도 △지역 간 연계 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 센터들은 모두 예산 충남테크노파크 자동차센터에 구축되며 충남도, 예산군,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충남테크노파크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수행한다.
또 충남 서산간척지 비(B)지구 부석면 일원에 있는 서산바이오웰빙연구특구에 ‘그린 도심항공교통(UAM)·미래형 항공기체(AAV) 핵심부품 시험평가센터’가 구축된다.
이 센터는 수소전기(수소연료전지-하이브리드) 기반 도심항공교통·미래형 항공기체용 핵심부품 산업군 육성을 위한 성능 및 신뢰성(양산성) 평가 기반시설을 갖추고 핵심부품에 대한 국산화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것이다. 핵심부품은 수소전기시스템, 전기엔진, 로터허브, 프롭, 비행제어기, 항법통신모듈(CNSi), 동력관리시스템(PMS)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충남테크노파크, 한국과학정보기술연구원(KISTI), 한서대학교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총사업비 320억 원을 투입해 오는 2026년까지 센터를 구축하고 2028년까지 핵심부품에 대한 성능 및 신뢰성 평가장비 등을 도입해 부품 개발 기업에 평가, 시제품 제작, 인력양성 등을 지원한다.
충남도는 이를 통해 서산, 당진, 아산으로 이어지는 미래 모빌리티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남은 과제
충남도는 2050년까지 33조 원을 투입해 아산만 일대 GRDP를 세계 20위권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올 하반기 베이밸리 조성 지원 특별법 작성 및 입법 검토 작업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 추진하고 당진항, 대산항, 아산항 개발 계획을 제4차 항만기본 계획에 반영해줄 것으로 정부에 건의했다.
또 베이밸리의 핵심사업인 충남경제자유구역을 추진한다. 충남도는 2030년까지 3조4,575억 원을 투입해 △천안 수신 △아산 인주·둔포 △서산 지곡 △당진 송산 등 5개 지구 15.14k㎡에 충남경제자유구역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 중 당진 송산지구는 현대제철과 인접해 수소산업 육성에 유리한 입지 여건을 고려해 수소융복합을 중점 산업으로 꼽았다. 천안 수신지구는 광역 교통 연계가 우수하고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인접해 신기술 개발이 쉬운 점을 고려해 미래모빌리티를 중점 산업으로 선정했다.
충남도는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산업통상자원부에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고시되면 오는 2026년 1월 경제자유구역청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김성하 충남도 베이밸리개발팀장은 “아산만권은 산업의 메카이자 전국에서 최종에너지 소비와 탄소배출 업종이 집중된 지역”이라며 “그래서 아산만권이 국가탄소중립의 성패를 가르는 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베이밸리는 새로운 균형발전 전략의 아젠다를 제시하며 지역 중심의 지방시대를 만들고자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아산만권의 지리적 이점을 살려 당진·평택항을 중심으로 수소산업 핵심거점을 육성해 대한민국 수소산업을 선도하고 아산만권의 신성장동력을 창출해 미래먹거리 확보와 국가 경젱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