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그린수소시스템스 본사.(사진=GHS)
덴마크의 그린수소시스템스 본사.(사진=GHS)

덴마크 수전해 전문기업 그린수소시스템스(Green Hydrogen Systems, GHS)가 지난 20일 파산 신청을 하며 유럽 수소산업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35bar급 고압 알칼라인 전해조 기술로 주목 받던 이 회사는 결국 독일의 티센크루프 누세라(Thyssenkrupp Nucera)에 핵심기술을 넘기며 파산의 길을 걷게 됐다.

누세라는 6월 20일보도자료를 통해 GHS의 고압 알칼라인 전해조 기술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인수 대상에는 최대 35bar 압력에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전해조 기술과 함께, 덴마크 스키베(Skive)의 시험설비와 실증용 프로토타입이 포함됐다. 이 기술은 별도의 압축기 없이 산업 현장에 직접 수소를 공급할 수 있어 산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누세라는 독일 도르트문트에 본사를 둔 수전해 전문 기업으로, 티센크루프(Thyssenkrupp AG)의 자회사다. 알칼라인 수전해 분야에서 글로벌 점유율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번 인수로 고압형 수전해 기술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하게 됐다.

베르너 포닉바르 누세라 CEO는 “산업 현장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고압 수소생산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R&D와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수 대금은 보유 현금으로 지급됐으며, 정확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거래는 파산 선고 이후 신탁관리인 승인과 채권자 동의, 규제기관 심사를 거쳐 여름 중 최종 마무리될 예정이다.

자금난·유상증자 실패… 구조조정도 무산

GHS는 2021년 덴마크 정부가 선정한 ‘수소 밸리 5대 핵심기업’ 중 하나로, 해상풍력과 연계한 그린수소 생산 기술로 기대를 모았다. 2022년 코펜하겐 증시에 상장한 뒤 빠르게 시장의 주목을 받았지만, 상업화 과정에서 문제를 겪으며 자금난에 직면했다.

그린수소시스템스(GHS)의 전해조 기술 소개 영상.(자료=유튜브)

2024년 10월, GHS는 자본 잠식으로 추가 자금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당시 생산비 절감, 조직 축소를 포함한 구조조정 계획과 함께 3억 덴마크크로네(DKK)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그러나 주력 제품인 X시리즈의 초기 수주 지연으로 현금 흐름이 막혔고, 주가는 연초 대비 97%나 폭락했다. 주요 투자자들도 추가 출자에 나서지 않으면서 자금 위기는 가속화됐다.

지난해 말에는 AP몰러홀딩(AP Moller Holding)과 덴마크 국부펀드 ATP로부터 8,000만 DKK의 단기 자금을 확보했지만, 이마저도 2025년 3월까지만 유효했다. 이후 추진된 유상증자 역시 인수보증 확보에 실패했고, 외부 투자 유치도 무산됐다.

법정관리 실패 후 파산 절차 돌입

GHS는 올해 3월 법원에 구조조정을 신청했지만, 3개월간의 사업 매각 협상이 결렬되면서 6월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법원 심문은 6월 25일 오전 9시에 열릴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파산 절차의 공식 개시 여부와 함께 신탁관리인이 지정된다.

GHS는 “일부 자산의 조건부 매각 계약이 체결됐지만, 주주들에게 배당이나 분배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파산 소식이 알려지자 GHS 주가는 장중 87.5% 급락하며 DKK 2.55에서 0.26까지 떨어졌고, 이후 반등에 실패했다. GHS 이사회 의장 토마스 브로 안데르센은 “GHS의 기술은 수소 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지만, 자금 조달에 실패하면서 가능성을 실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티센크루프 누세라의 클로르-알칼리 공정 전해조.(사진=티센크루프)

누세라는 이번 인수를 통해 PEM(고분자전해질)과 알칼라인 고압 수전해 기술을 모두 확보하게 됐다. 특히 GHS의 고압형 기술을 기존 시스템에 접목해, 기존보다 20% 이상 소형화된 차세대 전해조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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