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바이오매스 안정적 확보 위해 구조 개선 나서
바이오매스 확대 위해 가축분뇨·해조류 활용 기술 개발 중
기업, 바이오연료 전략 수립하며 정책 대응
바이오연료 사용을 촉진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원재료인 바이오매스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이다.
바이오매스는 태양에너지를 받아 유기물을 합성하는 식물과 이를 먹이로 하는 동물, 미생물 등 살아 있는 생물체에서 유래하는 유기성 물질을 말한다. 나무, 식물, 농작물뿐만 아니라 음식쓰레기, 가축분뇨와 같은 유기성 폐기물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러나 바이오매스는 무한한 자원이 아니어서 최대한 보존하고 활용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입산 바이오매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국산 바이오매스 활용을 촉진하고 그 활용도를 극대화해야 한다.
바이오매스 구조 개선
산업부는 바이오매스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시장 구조를 개선하려 한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12월 환경부, 산림청과 ‘목질계 바이오매스 연료·발전시장 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핵심은 목재펠릿, 목재칩 등 원목에서 나오는 목질계 바이오매스 연료 구조를 폐목재, 벌채 부산물 등 폐목질계만 사용하는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주요 내용을 보면 먼저 가정이나 건설현장에서 나오는 폐목재 중 합판이나 보드의 원료로 재활용 가능한 자원은 발전용 연료로 사용할 수 없도록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발급 대상을 재조정한다.
특히 원목을 연료로 사용하는 기존 발전소에 대해 REC 가중치를 단계적으로 축소한다. 이를 통해 수입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국산 활용을 촉진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3년 목질계 바이오매스 사용량 740만 톤 중 약 340만 톤이 수입 목재펠릿이었다. 액수로 따지면 약 7,000억 원에 달한다.
국산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벌채 후 산지에 남은 가지, 잎 등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의 우선순위와 사용 범위를 명확히 하고, 원목이 불법적으로 혼입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한다.
아울러 신규 목질계 바이오매스 발전소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지속가능한 친환경 원료를 사용할 경우 REC 가중치를 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강화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이번 개선안을 바탕으로 목질계에 국한돼 있는 바이오매스의 범위를 점차 넓혀갈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의 위성원 사무관은 “해당 개선 방안의 정책 목표는 단순히 업계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바이오매스의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라며 “현재 농림축산식품부 주관으로 가축분뇨를 바이오가스, 고체연료 등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실증이 진행되고 있다. 이를 정책으로 환원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세웠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산업부는 오는 2027년에 수립될 제5차 REC 가중치 개편안에 바이오매스를 포함한 다양한 재생에너지의 경제성 변화와 새로운 정책 수요를 반영할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퇴·액비화 중심의 가축분뇨 처리 구조를 친환경 신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지난해 1월에 발표한 ‘축산분야 2030 온실가스 감축 및 녹색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전략은 가축분뇨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로 전기를 생산하는 에너지화 시설을 2022년 8개소에서 2030년 30개소로 확대해 전력과 열원을 농가에 공급하고, 유연탄 등을 대체할 수 있는 가축분뇨 고체연료 생산을 촉진한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지난해 5월 환경부와 ‘가축분뇨의 환경친화적 관리 및 처리 방식 다각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11월엔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한국남부발전과 ‘가축분 고체연료 활용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2030년까지 하루 가축분뇨 고체연료 사용량을 4,000톤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해양수산부는 해조류와 미세조류를 활용한 해양 바이오매스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양 바이오매스는 별도 경작지 없이도 탄소 흡수 능력이 뛰어나고 고효율의 바이오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다. 특히 미세조류는 빠른 성장 속도, 높은 지질 함량으로 바이오연료 생산에 매우 유리한 원료다.
이를 위해 지난 6월부터 인천에서 미국과 공동으로 해조류 대량 양식 기술과 스마트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해조류를 이용한 탄소 흡수 기술을 발전시키고 바이오매스 생산 효율을 높여 국제적으로 해양 탄소흡수원으로 인정받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기업별 전략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행보에 기업들은 저마다 전략을 세워 대응하고 있다.
컨테이너 선사인 HMM은 바이오연료 사용에 따른 경제성 확보와 안전 운용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HMM의 서대식 책임매니저는 “바이오연료는 설비를 개조하지 않아도 즉시 사용이 가능한 데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높다. 다만 기존 연료보다 단가가 높아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그린세일링(Green Sailing)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바이오연료 사용, 저속운항 등으로 운송 과정에서 절감된 탄소배출량을 증명하는 보고서를 제공해 화주가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실례로 지난해 6월 HMM은 스웨덴의 가구·생활소품 전문업체인 이케아와 그린세일링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HMM은 2024년 한 해 동안 바이오연료를 사용함에 따라 예상되는 향후 1년간의 온실가스 감축량에 대한 간접배출(Scope 3) 권리를 이케아에 이관한다.
HMM은 온실가스 감축량 초과분을 시장에 판매해 바이오연료 관련 비용을 상쇄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경제성 확보만큼 중요한 것이 바이오연료의 산화 안정성과 저장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서대식 책임매니저는 “산화 안정성이 낮으면 산, 침전물, 슬러지, 박테리아 등이 발생한다. 이는 연료 처리장치에 부담을 주고 연료시스템과 엔진을 손상시킨다”라며 “당사는 바이오연료를 3개월 이상 보관하는 것을 금지한다. 3개월 이상 보관해야 할 땐 샘플 분석 결과를 확인한 후 사용한다. 또 낮은 온도에서 굳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유동점보다 10°C 높은 온도에서 보관하고 필터 및 청정 처리 단계에서 필터 막힘점(Cold filter plugging point) 이상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바이오연료 생산업체인 LG화학은 이르면 오는 2027년 1분기부터 충남 서산에 구축 중인 HVO 생산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이 공장은 연간 약 40만 톤의 HVO를 생산한다. 이를 기반으로 SAF, 바이오디젤, 바이오납사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생산 비중은 시장 여건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LG화학의 박창영 책임은 “의무 혼합 제도로 인해 SAF와 바이오디젤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전체 바이오연료 생산량의 50~70%가 SAF, 10~40%가 바이오디젤, 나머지가 바이오납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HVO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 대부분은 수입할 예정이다. 박창영 책임은 “현재 국내에서 HVO 원재료를 취급하는 업체가 있으나 인허가 등 제약이 많다. 또 관련 시장을 구축하기엔 사업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된다”라며 “HVO 원재료 중 대부분을 해외에서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소는 인근에 구축 중인 연산 5만 톤급 수소생산공장에서 공급한다. HVO 생산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시점에 수소 생산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LG화학은 PtL(Power-to-Liquids) 방식으로 재생합성연료(e-fuel)를 생산하는 공정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 이후에는 HVO 원재료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HVO의 비중이 점차 낮아질 가능성이 있고, EU와 영국이 e-SAF 의무 혼합 제도 시행을 추진하고 있어 재생합성연료의 비중은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PtL 공정과 그린수소 생산에 필요한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확보하기가 어려운 데다 그린수소 가격이 언제 내려갈지 알 수 없다. LG화학은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재생합성연료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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