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저탄소 수소 위임법 통과…내달 이사회서 최종 승인 논의
탄소배출량, 화석연료 사용보다 최소 70% 적어야 인정
유럽수소은행 지원 대상에 포함될 듯…예외 조항도 적용

독일의 건축재료 제조업체인 하이델베르크 머티리얼즈가 노르웨이에 있는 시멘튼 공장에 설치한 CCS 실증설비.(사진=하이델베르크 머티리얼즈)
독일의 건축재료 제조업체인 하이델베르크 머티리얼즈가 노르웨이에 있는 시멘튼 공장에 설치한 CCS 실증설비.(사진=하이델베르크 머티리얼즈)

유럽연합(EU)이 에너지 안보와 기후 목표 달성을 가속하기 위해 ‘저탄소 수소 위임법’을 최종 확정하고 수소시장의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했다.

저탄소 수소 투자 촉진

저탄소 수소의 정의와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방법론을 확립하기 위해 마련된 ‘저탄소 수소 위임법’이 지난 25일 EU의회의 문턱을 넘었다.

EU는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춰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친환경 에너지 전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역내 그린수소 생산능력과 그린수소 수입량을 확대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린수소 생산에 필요한 수전해 시스템 개발과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충이 현저히 느린 데다 탄소배출 규제 강화로 탄소집약 산업과 수송부문의 청정수소 수요가 증가하자 명확하게 정의된 저탄소 수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EU는 지난해 6월에 발효된 ‘가스 및 수소시장 지침·규정’에 따라 ‘저탄소 수소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방법론’을 논의, 지난 7월 집행위원회가 해당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담은 위임법을 공식 채택했다.

그러자 환경단체는 ‘추가성 원칙(Additionality)’ 적용을 유예하는 조항에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추가성 원칙은 수소생산에 사용되는 전기가 새로 건설된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에서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저탄소 수소생산 사업자는 유예기간 동안 기존 전력망의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이는 화석연료로 만든 전기 사용을 증가시켜 전체 전력망의 탄소배출량을 오히려 늘릴 수 있다는 점이다.

반대로 산업계와 일부 회원국은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고 지적했다. 추가성 원칙에서 신규 발전 설비 연결이라는 엄격한 요건이 수소생산 비용을 높이고 최종 투자 결정을 지연시킨다는 것이다.

또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이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며 수소산업을 육성하는 상황에서 EU 홀로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면 국제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이유로 산업계와 환경단체는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으나 의회와 이사회는 최종 투표에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위임법을 통과시켰다.

북해 네덜란드 인근에 설치된 베스타스의 해상풍력발전기. 유럽의 많은 기업들이 해상풍력발전에서 나온 전기로 수소를 생산해 유통하는 청정수소 공급망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사진=Vestas)
북해 네덜란드 인근에 설치된 베스타스의 해상풍력발전기. 유럽의 많은 기업들이 해상풍력발전에서 나온 전기로 수소를 생산해 유통하는 청정수소 공급망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사진=Vestas)

저탄소 수소 정의 기준 마련

저탄소 수소 위임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저탄소 수소로 인정받기 위해선 수소생산 과정의 전 생애주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화석연료를 사용했을 때보다 최소 70% 이상 적어야 한다.

천연가스와 CCUS를 활용해 만든 블루수소, 원자력발전과 수전해를 활용해 만든 핑크수소 등 비재생에너지로 만든 수소가 저탄소 수소로 분류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원료 추출, 공정 연료 사용, 메탄 누출, 탄소 포집률 등 모든 배출 요소를 포함하는 방법론을 통해 측정된다.

EU 집행위원회는 위임법에 따라 인정받은 저탄소 수소를 유럽 수소 은행 지원 대상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위임법엔 또 새로운 법률이나 규정이 발효될 때 이미 존재하거나 특정 시점 이전에 시작된 프로젝트에 대해선 새로운 규제를 적용하지 않거나, 완화해 적용하는 예외 조항이 포함됐다. 이는 규제 불확실성을 낮춰 투자를 촉진하고 새로운 규제 도입 충격을 완화해 사업의 경제성이 유지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조항에 따라 2028년 이전에 가동을 시작한 수전해 시설은 최대 2038년까지 추가성 원칙에 따른 엄격한 요건(신규 발전 시설과의 연결, 시간적 상관관계 등)을 면제받거나 완화된 기준을 적용받는다.

아울러 내년 말까지 ‘원자력 및 재생에너지 구매 협정’을 포함한 저탄소 전기를 수소생산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을 마련하는 근거도 포함됐다.

저탄소 수소 위임법은 11월에 열리는 EU 이사회 회의 승인을 거쳐 발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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