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버스(ON BUS)는 국내 1위 전세버스 브랜드다. 보통 전세버스 하면 관광버스를 떠올린다. 하지만 온버스는 다르다. 기업체 직원들을 위한 통근버스, 학생들을 위한 통학버스와 학원버스에 주로 투입된다.
“개인 고객을 상대로 하는 B2C 사업도 있지만, 그보다는 기업이나 학교법인, 병원 등을 대상으로 하는 B2B 사업에 주력하고 있어요. 현재 직영으로 돌리는 272대의 버스를 합쳐 1,100대에 이르는 차량을 운영하고 있죠.”
온버스를 이끌고 있는 원더모빌리티 전수연 대표의 말이다.
원더모빌리티는 2020년에 설립된 지주회사다. 가지처럼 뻗은 계열사를 보면 대기업 통근 B2B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온버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B2C 사업을 펴는 원더온, 통학버스에 중점을 둔 온버스모빌리티, 모빌리티 토탈 플랫폼을 운영하는 KCG소프트, 수소충전소 운영을 위한 원더에너지가 있다.
원더모빌리티는 전세버스 업계 최초로 2023년 12월에 수소버스를 도입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국내 최초로 어린이 통학차량에 수소버스를 투입했다.

지난 1월 22일 환경부가 주도한 ‘수소 통근버스 보급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도 주목해야 한다. 원더모빌리티와 함께 현대자동차, 삼성물산(에버랜드), 효성하이드로젠이 이름을 올렸다.
기업들은 대량의 수소 수요처로 수소버스를 첫손에 꼽는다. 정부도 수소버스 보급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원더모빌리티는 통근버스를 수소버스로 전환하는 사업에 핵심 키를 쥐고 있다. 통근버스는 대부분 기업이 자체적으로 차량을 구입해 투입하지 않고 민간 전세버스 업체와 1년 단위로 계약을 맺어 운영하기 때문이다.
시내버스 용도의 ‘저상형 수소버스’와 고속버스 용도의 ‘고상형 수소버스’는 시장 자체가 엄연히 다르다. 전세버스 수요는 고상버스에 있다. 고상형 수소버스를 보급하려면 원더모빌리티 같은 민간 업체가 소매를 걷고 나서야 한다.
지난해 국내에 보급된 수소버스는 1,044대다. 원더모빌리티가 지난해까지 도입한 수소버스는 57대, 올해 도입 목표는 200대에 이른다.

원더모빌리티는 ‘한국형 무공해차 전환 100(K-EV100) 기업’으로 수소버스 전환에 집중해왔다. 2026년 250대, 2027년 300대, 2028년 300대, 2029년 400대, 2030년 500대를 도입해 향후 5년 안에 누적 2,000대의 수소버스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기에 수소충전소 사업까지 준비하고 있다.
원더모빌리티 전수연 대표는 “충전소 사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힘주어 말한다. 서울 성수동에 있는 원더모빌리티의 사무실을 찾아 그 이야기를 들었다.
전세버스 시장에 발을 들인 계기가 궁금하다.
서울대 경영대학원 졸업하고 HSBC, 씨티은행, 맥킨지컨설팅을 거쳤다. 전세버스 운송업은 함기영 COO(최고업무책임자)가 2009년에 처음 시작했고 나는 조금 늦게 합류했다. 이쪽 업계가 대부분 영세하다. 전국에 전세버스가 4만 대인데, 온버스 같은 운영사를 포함해 플랫폼 회사 등 1,500개 업체가 난립해 있다.
4만 대를 1,500으로 나누면 한 회사가 평균 잡아 25대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50대 미만을 보유한 업체가 9할 가까이 된다. 소규모 업체들은 통상 지입제로 차량을 운영한다. 직영 차량 없이 하청을 통해 영업하는 일종의 에이전시(대행업체)에 가깝다. 준공영제인 시내버스 운송업과는 사정이 엄연히 다르다.
정부에서 개인 차주를 상대로 몇억 원의 보조금을 주면서 수소버스 전환 사업을 벌일 순 없는 노릇이다. 통근버스 수소차량 보급은 늘려야겠는데, 기업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은 코어 사업에 집중하면서 통근버스 운영을 외주로 돌렸다. 지금은 최저가로 연료(경유) 가격을 써낸 업체가 들어가는 경쟁입찰 시장이다. 시내버스처럼 운수업체에 차량 대수를 할당해서 일률적으로 수소버스로 전환하는 구조가 안 된다.
환경부가 원더모빌리티와 손을 잡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ESG 경영을 앞세워 수소버스 전환에 나섰다. 그 과정에 대해 듣고 싶다.
우버택시가 서울에 들어오고 나서 카카오택시가 등장했다. 또 카쉐어링 업체인 쏘카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면서 국내에도 ‘모빌리티 혁신 플랫폼’ 바람이 불었다.
전세버스 시장에도 그런 기회가 오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2020년에 원더모빌리티를 세워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투자를 받아 직영 차량을 공격적으로 늘리기 시작했다.

전세버스 업체가 보통 여행업으로 시작하지만 우리는 B2B 사업이 주력이다. 원더모빌리티 설립 당시 코로나 팬데믹으로 관광업은 큰 피해를 입었지만, 우리는 반대로 사정이 좋았다. 쿠팡의 통근버스를 수주해서 운행했는데, 비대면 상거래 시장의 활황으로 물류공장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차량이 증편됐다. 덕분에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전세버스는 차량 연한이 10년(기본 연한 8년, 2년 연장 가능)으로 새차로 바꿀 시기가 도래한다. 기왕 차를 바꾸는 김에 친환경차로 가기로 하면서 K-EV100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자체 보조금을 받아 친환경차를 구매해야 하는데, 이게 정말 쉽지 않았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노선버스 준공영 업체에 우선 지원하기 때문에 기회가 안 왔다. 또 우리가 쓸 만한 배터리 고속버스 차량이 시중에 나와 있지도 않았다.
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전기버스가 들어오면서 정부가 방향을 바꿔 수소버스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 시작했다. 이 기회를 잡아야 했다.
현대차에서 2023년 상반기에 고상형 유니버스 수소전기차를 출시했다. 처음엔 전경 버스로 우선 공급됐고, 첫 번째 수소버스가 우리 손에 들어오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게 2023년 12월이다.
현재 몇 대의 수소버스를 운영하고 있나?
작년까지 51대를 출고했고, 올해 11대가 더 들어오면서 62대의 수소버스를 운용하고 있다. 통근버스, 통학버스 용도로 보면 된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이 23대로 가장 많고, 삼성바이오로직스에도 10대를 투입했다. 또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에 3대, 삼성물산 에버랜드에도 5대가 돌고 있다. 수소버스는 ESG 경영을 원하는 기업의 요구와 잘 맞아떨어진다.

최근에 들어온 차량은 경복초등학교에 모두 투입해 총 11대를 운행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에 수소버스를 넣은 것도 우리가 처음이다. 고대구로병원에도 2대를 투입했는데, 승객 반응이 매우 좋다. 매연이 없고 도심 미세먼지 해결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병원 측도 홍보에 도움이 된다고 좋아한다. 차량 공급이 모자라서 그렇지 수요처는 넘친다.

수소버스 구입에 드는 비용이 궁금하다.
수소전기 고상버스 가격이 7억 원이다. 그러나 정부 보조금 일부 지원으로 조금 더 낮은 가격에 구매할 수도 있지만 쉽지 않다. 수소버스에는 넥쏘용 연료전지 스택 2기가 들어가는데, 5년 50만km 주행을 기준으로 스택을 한 번 교체하게 된다. 정부에서 이 스택 교체 비용으로 1억1,000만 원을 보조해준다. 버스는 1년에 10만km 정도를 뛴다. 4년에서 5년 사이에 스택을 한 번 갈아야 한다는 소린데, 사실상 10년 보증은 어렵다. 이 점이 좀 아쉽다.
수소충전은 어떻게 하고 있나?
차를 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이다. 하이넷, 코하이젠에서 운영하는 수소충전소를 포함해 인천의 액화수소충전소 등 가리지 않고 차량을 보내고 있다.
연료보조금으로 수소 1kg당 3,600원을 지원받고 있는데(3월 1일부터 5,000원으로 인상), 연료비는 경유와 비교해서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기사님들의 수소충전 시간을 계산해보면 평균 3시간이 걸린다.
카톡 대화방에 올라온 문자를 보면 ‘4대 대기 중’, ‘8대 대기 중’ 같은 글로 가득하다. 버스로 직원들 출근시키고 나면 비는 시간에 B2C를 해야 하는데, 기사님들이 충전 부담 때문에 시간을 못 낸다. 3시간을 기다릴 바에는 100km를 달려 제천에 새로 문을 연수소충전소에서 15분 만에 충전을 완료하고 올라오는 편이 낫다. 실제로 그러고 있다.

수소충전 문제로 도로에서 허비하는 시간과 연료비, 날아간 기회비용은 다 회사에서 감당해야 하는 몫이다. 고속버스라 기본적으로 수소충전량이 많아 넥쏘 운전자에게 눈총을 받고, 시내버스가 들어오면 급하다는 이유로 순서가 뒤로 밀린다. 이쪽저쪽 눈치를 다 봐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수소충전소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상반기에 나오는 환경부 수소충전소 공모사업에 우선 지원할 생각이다.

작년에 수소충전소 구축과 운영을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원더에너지)도 설립했다. 울산테크노파크에서 수소전기차 사업 실무를 진행했고, 대도하이젠에서 수소에너지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박환진 상무가 합류하면서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런 어려움을 감내하면서 수소버스 전환에 매진하는 이유는 뭔가?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빌드업(Build-up)’이라고 생각한다. 기후변화의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친환경 버스에 대한 기업의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국 정부 주도의 의무화 시장으로 가지 않을까 한다.
대기업 사업장 한 곳에서 운영하는 통근버스 대수만 1,500대다. 이 중 10%만 친환경 버스로 전환해도 150대다. 원더모빌리티가 2030년까지 2,000대 수소버스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결코 많은 숫자가 아니다.
원더모빌리티는 ‘친환경 모빌리티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업계 최초로 ESG 경영을 선언했다. 고속버스 시장에서 현재 유일한 대안은 수소버스다. 이 점에서 투자를 망설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원더온’ 어플이 흥미롭다. 전세버스와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CG소프트에서 개발한 앱이다. 원더온 앱에는 기존 전세버스 플랫폼인 원더버스, 기사 구인·구직 정보를 담은 원더기사, 대리운전 호출 기능을 갖춘 원더대리, 기업이나 학원, 학교 등의 셔틀버스 위치를 확인할 수있는 원더셔틀 등 다양한 서비스가 담겨 있다. 또 버스 차량을 사고파는 중고차 매매도 지원한다.
여기에 버스기사 구인·구직, 전세버스 일자리 정보, 버스 매매에 특화된 1-BUS(일버스) 앱도 새로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수소충전 서비스를 시작하면 이 부분도 여기에 반영할 계획이다.

정부 정책과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치 상황과는 무관하게 수소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되었으면 한다.
2021년 10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어린이 통학차량 무공해차 전환 추진계획’을 발표한 적이 있다. 통학차량은 정차시간이 길어 공회전 시 배출가스가 아이들에게 노출된다. 이를 막으려고 무공해차, 즉 전기·수소차로 교체할 시 지원책을 발표한 것이다.
정부 부처에서 합동으로 추진한 정책인데, 제대로 반영이 안 되고 있다. 현대차에서 스타리아 수소전기차 출시 계획을 포기하면서 보조금 대상에서 수소가 빠진 것이다.
환경부, 교육부, 국토부 등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시중에 수소버스가 나와 있으니 이 부분에 대한 보완이 빨리 이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