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사진=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사진=두산에너빌리티)

이재명 정부는 2040년 석탄발전 퇴출 정책에 따라 석탄-암모니아 혼소 발전을 도입하지 않으려 한다. 석탄발전에 암모니아를 일부 섞어 태우는 방식은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미미하고, 설비의 수명을 연장해 2040년 탈석탄 목표를 늦출 수 있다는 비판을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결정은 발전 분야에서 암모니아의 역할을 화력발전 보조재가 아닌 궁극적인 청정발전원으로 전환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발전업계는 수소보다 암모니아를 훨씬 더 실용적이고 경제적인 무탄소 에너지 솔루션으로 주목해왔다.

일본의 IHI와 GE Vernova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액화암모니아의 저위발열량(LHV) 에너지밀도는 리터당 12.7MJ(메가줄)이다. 이는 액화수소(8.5MJ/L)보다 약 1.5배 높다. 즉 액화 상태에서 부피당 저장 효율이 암모니아가 수소보다 높다는 뜻이다.

수소를 액체로 운반하려면 영하 253℃까지 극저온 냉각해야 하지만, 암모니아는 영하 33℃에서도 액체로 보관할 수 있어 기술적 부담이 적다. 여기에 액화수소를 보관할 수 있는 기간이 일주일에 불과하나 액화암모니아는 액화천연가스보다 더 길게 보관할 수 있다.

아울러 전 세계에서 연간 2억 톤 이상 생산·유통되는 화학제품이어서 관련 인프라와 공급망이 이미 잘 갖춰져 있다. 이 때문에 업계는 수소를 액화해서 직접 들여오는 것보다 암모니아로 변환해 운송하는 편이 경제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발전업계는 화석연료에 암모니아를 혼합해 태우는 발전 기술 등 암모니아 활용법을 고민해왔다. 그런데 정부가 암모니아 혼소 발전 도입에 제동을 걸면서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암모니아 전소 가스터빈 주목

GE Vernova의 9F 가스터빈.(사진=GE Vernova)
GE Vernova의 9F 가스터빈.(사진=GE Vernova)

암모니아를 바로 연소에 투입하면 변환 손실을 피할 수 있어 시스템 효율이 크게 높아진다. 암모니아 1톤을 크래킹해 수소를 추출할 때 약 0.28MWh의 열에너지가 추가로 소모된다. 여기에 더해 추출된 수소의 약 15%가 손실되면서 최종적으로 약 24%의 에너지 손실이 발생한다.

암모니아 발전은 연료만 충분하다면 24시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 무탄소 시대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업계는 암모니아를 직접 연료로 쓰는 발전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암모니아 전소 가스터빈이다.

가스터빈은 연소 반응을 통해 터빈을 고속 회전시키는 방식이어서 단위 부피당 전력 밀도가 높고, 기본적으로 수백MW급 대형 발전소용으로 설계되기 때문에 중앙 집중식 발전시스템이 주를 이루는 한국의 전력 시스템에 적합하다.

또 이미 수십 년간 상업 운전되어 온 LNG 가스터빈의 설계·운영 기술을 기반으로 일부 부품과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거나 개조해 사용할 수 있어 신규 인프라 구축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여기에 암모니아의 순도 요구 조건이 상대적으로 낮아 연료 처리 비용도 낮출 수 있다.

아울러 전력 수요 변화에 따라 출력을 빠르게 올리거나 내리는 부하추종이 가능하고, 기술적으로 이미 높은 내구성과 긴 수명이 검증됐다.

다만 암모니아는 불이 잘 붙지 않거나 연소 속도가 느리다. 즉 일반적인 연소 환경에선 불꽃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연소기 내에서 연료와 공기가 잘 섞이게 하고 열을 재순환시켜 연소 반응을 지속시키는 기술이 필요하다.

또 암모니아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 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소 온도를 낮춰 열적 질소산화물 생성을 억제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촉매 및 후처리 기술을 적용해 최종 배출량을 규제치 이하로 낮춰야 한다.

가장 앞선 일본의 IHI

IHI가 제작한 2MW급 암모니아 전소 가스터빈 시스템.(사진=IHI)
IHI가 제작한 2MW급 암모니아 전소 가스터빈 시스템.(사진=IHI)

전 세계에서 암모니아 전소 가스터빈 기술력이 가장 앞서 있는 곳이 바로 일본의 IHI다.

IHI는 일본 정부의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 2016년부터 암모니아 가스터빈 기술을 개발해왔다.

지난 2018년 세계 최초로 2MW급 LNG 가스터빈에 암모니아 20%를 혼소하는 기술을 실증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2년부터 암모니아 100% 전소 기술 실증에 착수, 최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IHI는 가스터빈에 2단 연소 방식을 적용했다. 1단계에선 질소산화물을 제어하고 2단계에서 암모니아를 완전히 연소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아산화질소 배출을 감지 한계 미만으로 억제해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률 99% 이상을 달성했다. 또 지난해 11월까지 총 2,700시간 이상 운전하며 내구성도 검증했다.

IHI는 2MW급 암모니아 전소 가스터빈을 이르면 2026년부터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2030년까지 GE Vernova와 공동개발 중인 200~240MW급 대형 암모니아 전소 가스터빈을 시장에 공급한다.

대형 암모니아 전소 가스터빈은 2MW급 가스터빈 대비 출력이 100배나 높지만 압력비가 높아 연소기의 물리적 크기는 약 1.5배로 기술적 스케일업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존 가스터빈의 나머지 부품은 그대로 두고 연소기만 교체하는 방식으로 100% 암모니아 전소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일본 효고현의 아이오이 공장에 대형 연소 시험 설비를 구축해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두산·한화, 원천기술 활용 개발에 속도전

국내에서는 수소 전소 가스터빈 개발이 활발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독자 기술로 개발한 300MW급 한국형 가스터빈 플랫폼을 기반으로 400MW급 수소 전소 가스터빈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기존 LNG 가스터빈에 수소를 50%까지 섞어 쓰는 혼소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이 기술을 발전시켜 2027년까지 수소 전소 가스터빈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후 실증을 통해 안정성을 확보하고 2030년 이후 상업운전 및 대용량 가스터빈 모델 출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수소 전소 가스터빈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고온·난연성 연료 연소 기술 등을 활용해 암모니아 전소 가스터빈 개발로 기술 확장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암모니아 전소 가스터빈과 수소 전소 가스터빈은 압축기, 터빈, 발전기로 이뤄진 기존 가스터빈의 기계적 플랫폼을 활용하기 때문에 기술적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두산은 한국남부발전 등과 협력해 암모니아 혼소 가스터빈 실증을 추진하는 등 암모니아 가스터빈 기술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정부가 석탄-암모니아 혼소 발전 도입에 사실상 제동을 걸면서 기존 플랫폼을 활용해 암모니아를 100% 무탄소 연료로 사용하는 암모니아 전소 발전 기술 개발에 역량을 더욱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화임팩트와 한화파워시스템이 80MW 중대형급 가스터빈을 100% 수소 연료만으로 가동하는 수소 전소 실증을 진행한 한화임팩트 대산사업장.(사진=한화임팩트)
한화임팩트와 한화파워시스템이 80MW 중대형급 가스터빈을 기반으로 수소 100% 전소 실증을 진행한 한화임팩트 대산사업장 전경.(사진=한화임팩트)

한화파워시스템은 육상 중소형 발전시스템과 선박용 추진·발전시스템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암모니아 전소 가스터빈을 개발하고 있다.

회사는 질소산화물 생성을 최소화하는 특화된 연소 설계 기술, 수소나 천연가스와 같은 보조 연료의 투입을 최소화하거나 배제하는 기술을 암모니아 전소 가스터빈에 적용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 2023년 7월 100%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하는 연소기 개념 증명 시험에 성공했다. 이는 이론상 가능했던 100% 암모니아 연소를 실제 연소기를 통해 구현하고 기본 원리가 성립됨을 확인한 것이다.

이후 기술 고도화를 진행, 지난 9월 17만4,000톤급 LNG 운반선을 대상으로 한 암모니아 연료 가스터빈 개조 설계에 대해 미국선급협회로부터 기본승인을 획득했다.

또 회사는 미국의 베이커 휴즈와 협력해 16MW급 암모니아 전소 가스터빈을 개발한다. 암모니아 공급망 구축 상황에 따라 운영자가 연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암모니아 전소 또는 LNG-암모니아 혼소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양사는 2027년까지 실증 추진 시험을 완료하고 2028년에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한화오션은 해당 터빈을 적용한 LNG 운반선과 컨테이너선을 2028년까지 개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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