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착수 2년 만에 아폴로 900 H2 출시
중량 배분·탑승공간 확보에 중점
도요타 2세대 연료전지 탑재···향후 다변화 추진
공장 자동화율 40%···여러 시스템으로 고품질 유지

작업자들이 우진산전 수소전기버스를 조립하고 있다.(사진=성재경)
작업자들이 우진산전 수소전기버스를 조립하고 있다.(사진=성재경)

국내 수소버스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에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났다. 바로 철도차량·버스 제조업체인 우진산전이다.

우진산전은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 기후에너지환경부 배출가스·소음인증 등 모든 인증절차를 마무리하고 10월 말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나섰다. 수소버스 개발에 착수한 지 2년여 만이다.

현대차를 긴장케 할 우진산전의 수소버스를 살펴보고자 경북 김천에 있는 전기버스공장을 찾았다.

공간 확보에 집중

우진산전이 제작한 수소버스. 파란색 버스가 85kW급 모델, 흰색 버스가 120kW급 모델이다.(사진=박상우)
우진산전이 제작한 수소버스. 파란색 버스가 85kW급 모델, 흰색 버스가 120kW급 모델이다.(사진=박상우)

김광석 부사장 등 여러 임원과 인사를 나누는 사이 공장동 앞에 2대의 버스가 멈춰선다.

우진산전이 제작한 수소전기버스 ‘아폴로 900 H2’다. 파란색 버스는 85kW급 연료전지가 탑재된 양산차, 흰색 버스는 120kW급 연료전지가 탑재된 테스트차량이다.

아폴로 900 H2는 우진산전의 9m급 배터리전기버스인 ‘아폴로 900’을 기반으로 제작된 수소전기버스다. 우진산전은 9m급 수소전기버스를 먼저 내놓은 후 11m급 배터리전기버스인 ‘아폴로 1100’을 기반으로 한 11m급 수소전기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도언우 연구소장은 “연료전지 추진시스템 구성에 어떠한 조합이 효율적이고 최적일지 고민을 많이 했다. 주행성능, 전력 흐름, 고연비 달성 등을 기술적 목표로 시스템을 조합했고 유지보수 편리성 등 종합적인 상품성 확보에 노력했다. 특히 도요타의 기술자료를 기초로 설계하고 EV연구소 개발인력들의 노하우를 녹여 완성도를 높였다”라고 설명했다.

수소버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이 중량 배분과 탑승공간 확보였다.

도언우 소장은 “기존 전기버스를 수소버스로 개발할 때 전력시스템의 변화와 수소탱크 추가 등 중량변동이 있었다. 시작단계에서 차량 내 중량 배분에 검토를 많이 했고 탑승객 수가 기존 전기버스 대비 줄어들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중량 배분과 공간활용 극대화를 통해 기존 전기버스와 같은 탑승객 수로 개발됐다”라고 말했다.

도언우 EV 연구소장.(사진=성재경)
도언우 EV 연구소장.(사진=성재경)

85kW급 수소버스의 엔진룸을 연다. 그 안엔 연료전지 시스템, 전기모터 등 여러 부품이 배치돼 있다. 그런데도 공간에 여유가 있다. 120kW급 연료전지 탑재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맨 뒷좌석 뒤에 있는 엔진룸 덮개의 세로길이가 생각보다 짧지는 않다. 그러나 덮개의 높이가 맨 뒷좌석보다 낮아 실내공간이 넓어 보인다. 현대차 일렉시티 수소버스(11m급) 엔진룸 덮개의 높이가 뒷좌석보다 높아 답답해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미활용 공간을 최소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결과 아폴로 900 H2의 탑승객수는 41명이다. 이는 아폴로 900, 현대차 일렉시티타운, KGM커머셜 KGC 900 등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9m급 배터리전기버스의 탑승객 수와 같다.

도요타 연료전지 탑재

아폴로 900 H2엔 85kW와 120kW 두 가지 버전의 연료전지가 탑재되며 모두 도요타에서 연료전지 모듈을 공급받는다. 

우진산전은 현대차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중형버스 시장에 우선 도전하고자 85kW 연료전지를 탑재한 모델을 먼저 출시한다. 120kW 연료전지를 탑재한 모델은 2026년 상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하반기엔 180kW 연료전지가 탑재된 11m급 수소버스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광석 부사장은 “개발 초기 현대차, 도요타, 발라드 등 여러 업체를 두고 검토한 결과 도요타의 연료전지 스택을 선택했다. 기존 제품을 개선해 시스템 소형화와 고밀도화를 이뤄 에너지밀도가 높고 더 가볍다”라며 “무엇보다 연료전지 추진시스템을 자체적으로 패키징할 수 있도록 스택만 공급해달라는 요청을 도요타가 받아들여준 점이 컸다”라고 말했다.

도요타에 따르면 2세대 연료전지는 미세한 메조 다공성이 있는 새로운 다공성 지지체에 약 80%의 백금을 올리는 방식으로 전극 촉매를 개선해 활성도가 1세대보다 50% 증가했다. 또 산소 확산 성능이 3배 향상된 새로운 고산소 투과성 이오노머를 채택해 단위 면적당 전극의 최대출력이 15% 증가했다.

여기에 매니폴드, 공기유동장 등을 개선해 물 제거 성능과 산소 확산성을 향상시키고 셀 구조를 단순화했다. 이를 통해 셀당 전력이 1세대보다 26% 증가해 스택의 최대 전력이 114kW에서 128kW로 증가하는 대신 부피는 33L에서 24L로, 무게는 41kg에서 24kg으로 줄었다. 그 결과 2세대 연료전지의 단위면적당 발전량은 세계 최고 수준인 5.4kW/L로 나타났다. 

아폴로 900 H2 엔진룸에 탑재된 연료전지 추진시스템.(사진=박상우)
아폴로 900 H2 엔진룸에 탑재된 연료전지 추진시스템.(사진=박상우)

상황에 따라 도요타의 3세대 연료전지가 탑재될 가능성이 있다. 해당 연료전지는 핵심 소재와 셀 구조를 개량해 내구성이 2세대보다 2배, 연료 효율성은 1.2배 향상됐다. 도요타는 이르면 2027년에 3세대 상용차용 연료전지를 출시할 예정이다.

도요타가 3세대 연료전지 시스템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여러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만큼 우진산전의 행보에 따라 3세대 연료전지 공급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광석 부사장은 “연료전지 스택 공급을 처음 제안했을 때 도요타에선 ‘파일럿 시험 정도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개발에 착수한 지 2년 만에 양산품을 내놓자 놀라워했다. 본인들이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행보였기 때문이다. 이후 직접 찾아와 연료전지 공급 관련 협의를 할 정도로 태도가 크게 바뀌었다”고 전했다.

우진산전은 BOP(전력시스템)를 직접 개발·양산하기 위해 내재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여러 연료전지 공급체와 협력을 다변화할 가능성도 있다.

배터리는 연료전지의 더딘 출력 반응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고효율 충방전 특성을 갖춘 78kW급 원통형 리튬이온배터리를 적용했다.

특히 카이스트와 공동 개발한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탑재해 안정성, 에너지 효율성, 수명 연장 측면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했다. 배터리 온도 제어를 위한 열관리 시스템을 적용해 운행 과정에서 최적의 성능과 신뢰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수소저장용기는 덕산에테르씨티의 타입4 용기 4개가 탑재됐다. 총 저장용량은 28.8kg이다. 이를 통해 아폴로 900 H2의 1회 완충 시 주행거리는 708km다. 연비는 수소 1kg당 24.6km다.

혼류 생산에도 불량 제로

아폴로 900 H2에 탑재된 수소저장용기.(사진=성재경)
아폴로 900 H2에 탑재된 수소저장용기.(사진=성재경)

버스를 시승한 뒤 공장 안으로 들어간다. 

김천공장은 지난해 3월에 완공됐다. 우진산전은 충북 청주 오창에서 버스생산공장을 운영해왔다. 그러나 공장의 용량과 전용 생산 환경이 미흡해 생산량을 늘릴 수 없었다.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인력과 협력업체를 확보할 수 있는 김천으로 버스생산공장을 이전했다.

이곳에선 아폴로 900인 9m 수소버스뿐만 아니라 7m, 9m, 11m 등 저상전기버스, 12m 고상전기버스 등 다양한 제품이 생산된다. 

생산라인은 차체를 조립하는 바디라인, 차체를 도장하는 도장라인, 모터, 브레이크, 연료전지를 조립하는 섀시라인, 에어컨, 배터리, 내장재를 조립하는 의장 라인으로 구성됐다. 자동화율은 40% 수준이며 대차로 제품을 이동시키며 조립하는 반자동 방식으로 생산한다.

수소버스 생산라인은 따로 두지 않았다. 수소버스의 구조가 전기버스와 같기 때문이다. 송광수 공장장은 “수소버스의 구조와 형태가 전기버스와 비슷하고 연료전지 시스템, 수소저장용기 등 일부 부품이 추가되기 때문에 혼류 생산을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니 버스 도장라인이 나온다. 마침 녹색으로 도장이 완료된 차체가 보인다. 수소버스용으로 검사가 완료되면 섀시와 바디가 조립되는 데킹라인으로 이동한다.

도장된 바디가 데킹라인에 도착하자 작업자가 크레인을 이용해 연료전지 시스템이 탑재된 섀시에 조심히 얹는다. 바디의 라인을 맞춘 후 여러 작업자가 곳곳에 볼트를 조여 체결한다. 이를 볼트 포팅 방식이라고 한다. 이를 채택한 것은 섀시가 용접을 할 수 없는 알루미늄이기 때문이다. 

알루미늄 바디는 강철보다 가벼워 차량의 전체 중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로써 연비가 향상되고 주행성능이 좋아지며 배터리나 연료전지의 효율을 높여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유리하다. 

또 부식에 강해서 차량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되고, 수리나 부품을 교체할 때 용접된 구조보다 분해와 재조립이 쉽다.

바디와 섀시 조립이 완료되면 수소저장용기, 배터리, 내장재를 조립하는 의장라인으로 이동한다. 이 라인은 2층 구조로 되어 있다. 1층에선 내장재를, 2층에선 수소저장용기와 배터리를 지붕 위에 조립한다.

우진산전은 생산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각 공정에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작업관리 및 품질불량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주행시험장에서 제작이 완료된 수소버스를 시승했다.(사진=성재경)
주행시험장에서 제작이 완료된 수소버스를 시승했다.(사진=성재경)

모든 작업이 완료되면 공장 옆에 있는 주행시험장에서 품질테스트를 진행한다. 고객사의 주문 사항과 조립 품질에 문제가 없으면 고객에 인도된다.

우진산전은 올해 수소버스를 40대 생산할 예정이다. 버스는 주로 인천의 운수사에 납품된다. 내년엔 120kW 연료전지가 탑재된 아폴로 900 H2를 150대가량 생산해 고객사에 납품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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