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리움산업·두산퓨얼셀 ‘산업포장’ 받아
인천광역시는 대통령표창, 아이지이는 국무총리표창
정부 “청정수소 생태계 구축에 지원 강화”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제4회 수소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원소기호인 H₂의 이미지를 따서 11월 2일을 수소의 날로 정했지만, 일요일인 관계로 11월 3일에 본 행사가 열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주최하고 한국수소연합이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200명이 넘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수소의 날은 수소경제 확산에 대한 국민 인식과 사회적 공감대를 높이기 위해 제정된 기념일로, 지난해와 달리 정부 포상에 중점을 두고 행사가 진행됐다.
청정수소 생태계 구축
정부와 업계는 2022년부터 수소의 날 기념식을 열었고, 지난해 법정기념일로 지정되면서 3회 행사를 서울 세빛섬에서 성대하게 치른 기억이 있다. 각종 포럼, 컨퍼런스 일정을 모아 사흘간 ‘수소 위크’ 행태로 진행했고, 현대차 부스에 이니시움 콘셉트카(디 올 뉴 넥쏘)를 공개하는 등 볼거리도 풍성했다.
올해 행사는 2023년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제2회 수소의 날’ 행사와 여러모로 닮았다. 유공자와 기업·기관에 대한 정부 포상 중심으로 시상을 진행한 점이 유사했다.
지난해 산업통상부 장관이 기념식장을 찾았듯 올해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참석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호현 2차관이 식장을 찾아 개회사를 했다. 2회 행사 때 산업통상부 2차관이 현장을 찾아 축사를 한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그럼에도 메시지는 명확했다. 이호현 차관은 개회사에서 “정부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과 함께 ‘에너지 고속도로’를 구축 중”이라며 “수소는 생산된 전력을 효율적으로 저장·운송할 수 있는 핵심 에너지원”임을 강조했다.
새 정부의 수소 정책은 ‘청정수소’에 방점이 찍혀 있다.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 영상에서도 수소경제의 글로벌 주도권을 잡고 수소 강국의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청정수소’가 중요하다는 점을 줄곧 강조했다.
마지막 기념 촬영에 앞서 진행된 ‘비전 세리머니(Vision Ceremony)’ 퍼포먼스에서도 ‘청정수소 생태계 구축’을 최종 목표로 제시했다. 수소모빌리티, 수소발전, 수소환원제철, 수소특화단지 조정, 수소전문기업 육성 등으로 대표되는 국내 수소사업의 지향점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유공자 포상
올해 기념식에선 수소경제 활성화와 산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한 34명의 유공자에게 정부 포상이 주어졌다. 산업포장, 대통령표창, 국무총리표창, 장관표창 등 총 4개 부문으로 나눠 시상식이 진행됐다.
가장 큰 영예인 산업포장은 하이리움산업의 김서영 대표, 두산퓨얼셀의 이두순 대표에게 돌아갔다. 김서영 대표는 국내 최초로 극저온 액화수소 저장·운송 기술을 국산화하고, 수소 드론·충전소·액화기 등 수소 전주기 제품의 상용화를 주도했다.
이두순 대표는 두산퓨얼셀이 국내에 777MW(누적)에 이르는 수소연료전지 발전설비를 공급한 점,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 드론을 상용화하고, CES 혁신상 2회 수상 등 성과를 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양산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대통령표창은 인천광역시에 돌아갔다. 14개소의 수소충전소가 구축된 인천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소버스(406대)와 수소트럭(12대)을 운용하고 있다. 또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비롯해 수도권 최초로 탄소포집형 수소생산기지를 조성하는 등 수소 인프라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국무총리표창은 아이지이주식회사의 이임철 실장이 받았다. 아이지이는 2021년 3월에 설립된 SK의 계열사로 인천에 연 3만 톤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운영하고 있다. SK E&S가 대주주였지만, 지난해 말 SK이노베이션과 합병이 성사되면서 SK이노베이션이 최대주주로 있다.
또 올해 장관표창은 개인 23명, 단체 7곳에 돌아갔다. 개인 수상 명단에는 롯데에어리퀴드에너하이의 김소미 대표, Mt.H 콘트롤밸브의 김재규 대표, 제이엔케이글로벌의 박종한 상무, 하이스원의 송길성 책임매니저, HD하이드로젠의 오승환 상무 등이 이름을 올렸다.
또 대전도시공사, 서울에너지공사, 어프로티움, 전북 부안군과 전주시, 충남테크노파크, 한국가스기술공사가 단체 장관표창을 받았다.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어프로티움이 이름을 올렸다. 울산 지역에 72km 규모의 수소 전용 배관망을 구축해 수소도시 사업에 기여한 점, 수소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액화탄산으로 활용하는 CCU 기술을 상용화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장관표창 수상자의 면면을 봐도 수소산업 분야가 얼마나 방대한지 알 수 있다. 롯데에어리퀴드에너하이는 지난 2022년 롯데케미칼과 에어리퀴드코리아의 공동 투자로 설립된 합작법인으로 수소모빌리티를 위한 수소 공급과 유통에 집중하고 있다.
산업용 가열로와 수소추출기 전문회사인 제이엔케이글로벌은 최근 인도의 켐디스트(Chemdist) 그룹과 합작사를 세우고 그린수소, 화학 공정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업을 준비 중이다. 또 HD하이드로젠은 HD한국조선해양이 1,400억 원을 출자해서 세운 수소연료전지 회사로 SOFC 시스템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해답은 청정수소
다만 ‘한국판 수소 협의체’로 불리는 ‘코리아 H₂ 비즈니스 서밋’의 활동이 뜸한 점은 아쉽다. H₂ 비즈니스 서밋에는 현대자동차, SK, 포스코그룹, HD현대, GS칼텍스, 고려아연 등 재계를 대표하는 17개 기업이 속해 있다.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21년 9월에 출범했지만, 2023년 이후로는 별다른 소식이 없다.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 맞춰 내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의 ‘치맥 회동’이 큰 화제를 모았듯 산업계의 최대 화두는 AI 산업이다.
AI 산업의 성장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크게 늘 전망이지만, 재생에너지는 출력 변동성이 커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어려움이 있다. 전력 수요 급증은 재생전력의 저장·운송이 가능한 청정수소의 수요를 늘리고, 이와 연계한 연료전지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
정부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이호현 차관이 앞선 개회사에서 “정부는 청정수소 전주기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구축해 나가고, 민간의 투자와 기술개발 노력을 정책적·제도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한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현대차만 해도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고분자전해질막 수전해(PEMEC)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실증 단계를 밟고 있다. PEMEC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중소업체에는 큰 위협이 되겠지만, 자본과 기술력을 갖춘 대기업의 시장 진출이 유형, 무형의 파급효과를 내면서 시장의 변화를 이끈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10월 30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수소연료전지 공장 기공식’에 참석했다. 2027년에 완공될 이 공장에는 연료전지 시스템뿐만 아니라 수전해 시스템용 양산라인이 들어설 전망이다.
오프닝 영상에 담긴 “해답은 청정수소”라는 말에 힌트가 있다. 정부의 수소산업 방향성이 청정수소 생태계 구축에 맞춰져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 기업도 이런 변화에 맞춰 사업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조정해가고 있다.
올해 ‘수소의 날’ 행사에서 제시한 ‘차세대 선구자(Next Visionary)’의 안목은 향후 청정수소 기술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구현해서 시장에 진출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그 속도 조절과 적절한 안배를 통해 가치 있는 탈탄소 기술을 살려가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