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제3회 수소의 날’ 행사가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서울 세빛섬에서 열렸다. 그 사흘간의 일정을 △법정기념일 △수소전문기업 △이니시움 △청정수소라는 4개의 키워드로 풀었다. 

 issue 01.   법정기념일

3월 3일은 납세자의 날, 4월 12일은 도서관의 날, 11월 2일은 수소의 날이다. 올해 3회째를 맞은 수소의 날은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첫해를 맞아 서울 세빛섬에서 사흘간 ‘수소 위크’ 형태로 열렸다. 

11월 2일을 수소의 날로 정한 이유는 수소 분자를 뜻하는 ‘H2’와 닮았기 때문이다. 올해는 11월 2일이 토요일이라 하루를 당겨 11월 1일에 본행사가 열렸다. 

11월 1일 수소의 날 행사에 앞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종배 국회수소경제포럼 대표의원이 현대차 부스를 찾아 수소전기차 콘셉트카 이니시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11월 1일 수소의 날 행사에 앞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종배 국회수소경제포럼 대표의원이 현대차 부스를 찾아 수소전기차 콘셉트카 이니시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개회식을 한 첫날(10월 30일)에는 글로벌 포럼, 수소전문기업 발전포럼, 수소기술 국제표준 포럼 총회가 열렸고, 10월 31일에는 청정수소 국제포럼,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수소기술 국제표준 컨퍼런스가 열렸다. 가빛섬, 채빛섬으로 나눠 동시에 두세 개의 포럼이 진행되다 보니 이동에 불편이 따랐지만, 한강의 가을 정취를 만끽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올해 행사의 의미는 한국수소연합 한상미 사무총장이 글로벌 포럼에서 잘 설명했다. 한국은 2019년 수소경제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2021년에 수소법을 제정했다. 지난해 청정수소인증제를 도입하고 올해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을 개설하는 등 정책과 제도 면에서 탄탄한 기반을 마련했다. 

한상미 사무총장은 “울산은 수소트램, 수소연료전지실증화센터, 200km에 달하는 수소배관 기술을 축적하고, 인천시는 올해 전국 최대 물량인 수소버스 약 500대를 운행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모든 시내버스를 수소버스로 교체할 예정”이라며, 지자체가 수소산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11월 1일 본행사는 안덕근 산업부 장관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가빛섬에서 열렸다. SPG수소 이성재 회장, 문일 연세대 교수 등 유공자 50명이 정부 포상을 받았고, 수소산업의 진흥·유통·안전을 맡은 5개 기관이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주고받았다. 한국수소연합과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수소진흥,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석유관리원은 수소유통,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수소안전을 전담하고 있다. 

수소의 날 기념식에서 유공자 포상을 받은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수소의 날 기념식에서 유공자 포상을 받은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재홍 한국수소연합 회장이 “국제 규모의 전시회와 연계해 글로벌 수소경제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한 만큼 내년 행사에 거는 기대가 크다. 마침 국제 수소산업 전문 전시회인 H2 MEET의 일정이 나왔다. 2025년 10월 29일부터 31일까지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다. 

두 행사의 통합 운영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좋은 소식을 기대해본다.

 

 issue 02.   수소전문기업

초기 수소 시장의 플레이어는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이번 행사에도 현대차, SK이노베이션 E&S, 효성, 롯데케미칼, 하이리움산업 등 5개 회사가 작은 부스를 마련해 수소의 생산부터 저장, 운송, 활용에 이르는 기술과 비전을 선보였다.

SK이노베이션 E&S는 미 플러그파워와의 합작법인인 SK플러그하이버스를 통해 액화수소충전소 구축에 힘쓰고 있다.
SK이노베이션 E&S는 미 플러그파워와의 합작법인인 SK플러그하이버스를 통해 액화수소충전소 구축에 힘쓰고 있다.

다만 수소 생태계가 큰 숲을 이루려면 나무와 풀이 공존해야 한다. 스타트업을 포함한 중소·중견기업의 활발한 참여가 필요하다. 국내 수소전문기업은 2021년 30개에서 올해 103개 사로 늘었다. 정부는 지난 2022년부터 지역 수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예비수소전문기업 제도를 시행했고, 그동안 86곳에 이르는 예비기업을 발굴해 기술사업화(약 60억 원, 298개 사업)를 지원해왔다.

이제 그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예비수소전문기업 제도를 통해 네오시스템, 대성파워텍, 월드튜브, 보경, 아스페, 범한산업, 엘프시스템, 피케이밸브앤엔지니어링, 리베코이앤씨 등 9개 기업이 수소전문기업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한국수소연합은 ‘제1회 수소전문기업 발전포럼’에서 지자체, 테크노파크 등과 수소전문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사진=한국수소연합) 
한국수소연합은 ‘제1회 수소전문기업 발전포럼’에서 지자체, 테크노파크 등과 수소전문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사진=한국수소연합) 

한국수소연합은 10월 30일 충북, 전북, 전남, 경남 등 4개 지자체와 ‘제1회 수소전문기업 발전포럼’을 열고 그 현황을 공유했다. 예비기업이었던 아헤스의 수소 벤처기업 수출 사례, 수소전문기업 대하의 수소사업 확대 사례, 충북테크노파크와 경남테크노파크의 수소기업 육성 전략을 주제로 한 발표도 진행됐다.

전주, 광양, 김해 등 전국 지자체를 중심으로 예비수소전문기업 지원 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예비기업이 수소전문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시제품 제작, 인증·특허, 컨설팅을 지원하고 기술사업화와 판로 개척에 힘쓰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수소기업 간 소통의 장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issue 03.   이니시움

현대차가 넥쏘 후속 모델 공개를 앞두고 수소전기차 콘셉트카인 이니시움을 공개했다. 이니시움(INITIUM)은 라틴어로 ‘시작, 처음’을 뜻한다. 11월 1일 수소의 날 행사장 입구에 전시되어 큰 주목을 받았다. 

현대차가 공개한 수소전기차 콘셉트카 이니시움.
현대차가 공개한 수소전기차 콘셉트카 이니시움.

넥쏘의 둥글둥글한 이미지를 벗고 각진 견고함을 택했다. 21인치 휠 위로 툭 불거진 펜더, 사각형 램프와 지붕의 루프랙은 오프로드 감성으로 충만했다. 150kW의 출력, 1회 충전으로 65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다. 또 차량 우측에 V2L 포트를 달아 편의성을 높였다. 비록 콘셉트 차량이긴 하나 내년 상반기 출시를 앞둔 넥쏘 후속 모델에 대한 기대를 품기에 충분했다.

수소전기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수소충전 인프라가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수소를 생산해서 공급하는 밸류체인 전반의 요구를 충족해야 한다. 현대차는 수소 브랜드인 HTWO를 통해 수소의 생산과 저장, 운송, 활용 전반에 걸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HTWO Grid’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로템,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그룹사 역량을 결집해 수소사업에 임하고 있다.

현대차는 고등기술연구원과 손을 잡고 파주시 미니 수소도시 조성사업에 참여하기로 했고, 울산시와 수전해 등 청정수소 생산을 위한 기술개발, 실증에 나서는 등 지자체와 사업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버스, 트럭 같은 수소상용차 시장도 눈여겨봐야 한다. 평택항에 있는 수소교통복합기지를 기반으로 ‘엑시언트 수소 카트랜스포터’가 운행되기 시작했고, 화물용 수소 트랙터를 지역에 도입하는 실증사업에도 관심이 크다. 

수소전기차 개발의 역사를 담은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의 수소 헤리티지 전시 공간.(사진=현대차)
수소전기차 개발의 역사를 담은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의 수소 헤리티지 전시 공간.(사진=현대차)

현대차는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 수소 헤리티지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27년간 수소 연구개발에 투자한 현대차의 진정성을 알리기 위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발언을 재조명했다. 그는 2005년 환경기술연구소(마북연구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돈 걱정은 하지 말고 젊은 기술자들이 만들고 싶은 차는 다 만들어보세요. 돈 아낀다고 똑같은 차 100대 만들 필요 없습니다. 100대가 다 다른 차가 되어도 좋습니다.”

한 번에 풀리는 일은 없다. 수소산업도 마찬가지다. 난관에 맞닥뜨리면 넥쏘의 27년 여정을 떠올리면 된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용기를 낼 때 ‘수소사회를 여는 선봉장’이 될 수 있다. 

 

 issue 04.   청정수소

수소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청정수소’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월 31일에 열린 청정수소 국제포럼도 그 관심을 반영한다. 

정부는 수소 1kg 생산 시 온실가스 배출량을 4kg 이하까지 허용하는 안을 담은 청정수소 기준을 마련했다. 원료 채굴부터 수소 생산까지 Well-to-Gate를 기준으로 99% 순도의 수소 1kg을 생산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해 4등급으로 구분했다. 

에어프로덕츠 최영진 상무가 청정수소 국제포럼에서 ‘청정암모니아 사업 추진 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에어프로덕츠 최영진 상무가 청정수소 국제포럼에서 ‘청정암모니아 사업 추진 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전과정 평가를 통해 실제 탄소 배출량을 따져봐야겠지만, 통상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그린수소는 1등급, 원자력발전으로 생산하는 핑크수소는 2등급,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저장·활용하는 CCUS 기술을 적용한 블루수소는 3∼4등급에 들 것으로 본다. 

다만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세계 꼴찌 수준이다. 전 세계 전체 발전량 대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율이 지난해 처음으로 30%를 넘어섰지만, 한국은 9%에 불과하다. 청정수소의 수요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향후 해외 도입이 불가피하고, 선박을 통해 청정암모니아 형태로 들여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수소경제연구단의 안지영 연구위원은 ‘국내 청정수소 생산 비용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원전 전기를 전해조에 투입해서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에 대한 법 제도 기반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수전해 그린수소, CCS를 적용한 블루수소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블루수소만 해도 국제유가, 천연가스 가격과 연동이 되고, 수전해도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으로 할 것인지 그리드에서 일부 전기를 사용할 것인지 검토해서 생산단가가 정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안지영 연구위원이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세션1에서 ‘국내 청정수소 생산 비용 전망과 과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안지영 연구위원이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세션1에서 ‘국내 청정수소 생산 비용 전망과 과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에너지 대기업이 기존 화석에너지의 수명연장 도구로 수소사업에 접근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당선으로 미국의 에너지 정책이 이를 강화하는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내년에 들어서는 공화당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포함된 최대 3달러/kg의 45V 수소생산 세액 공제를 그대로 유지할지, 철회할지를 두고도 관심이 쏠린다.

엑스모빌, 쉘 같은 메이저 석유회사가 수소사업을 전개하고 있어 사업 방향에 큰 틀의 변화가 없을 거라는 예측도 있고, 보조금 사용의 우선순위를 바꿔 IRA를 폐기하는 대신 수정하는 쪽으로 대응할 거라는 예상도 있다. 

이런 예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다만 정책의 불확실성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쪽으로 흐르는 일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그러기엔 올여름이 너무 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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