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도쿄에서 열린 FC 엑스포 현장에서 일본 최대 발전사인 JERA의 부스를 둘러본 기억이 난다. JERA는 헤키난 화력발전소에 암모니아 20%를 혼소하기 위한 정부 지원 사업을 앞두고 있었다.
JERA는 이듬해인 2024년에 1GW급 4호기에서 암모니아 혼소 실증을 석 달간 진행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27년에 상업 혼소에 나서고, 2028년에는 5호기에서 50% 암모니아 혼소 실증에 나선다.
석탄발전소를 운영하는 국내 발전사들도 일본의 이 사례를 참조해 탈탄소 도정을 향한 브릿지 기술로 청정수소발전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런데 전력거래소가 ‘2025년 청정수소발전(CHPS) 경쟁입찰’ 마감 당일에 사전고지도 없이 입찰공고를 전격 취소하면서 발전업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정부의 이번 결정을 두고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이재명 정부는 탈석탄 계획에 따라 2040년 석탄발전소 폐쇄를 추진하고 있다. CHPS 입찰공고에 따라 사업자로 선정되면 최대 3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수소화합물(암모니아) 혼소 또는 전소 발전으로 15년간 전기를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최소 2044년까지 석탄 혼소 발전이 가능해 탈석탄 정책과 배치되는 정책 오류를 범하게 된다.
이 문제를 해소한 점은 긍정적이다. 해외 청정암모니아 공급 문제, 암모니아 혼소 시 발생하는 질소산 화물 문제를 지적하는 환경단체들도 이번 결정을 반긴다.
우려가 되는 점은 이번 결정이 불러온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과 혼란이다. 발전사와 업계 종사자, 그동안 관련 기술과 사업을 준비해온 기업, 연구 개발자들에게 큰 실망을 안긴 점은 부인하기가 어렵다.
창원에 있는 두산에너빌리티만 해도 혼란이 예상된다. 두산은 LNG 발전소의 가스터빈 교체시장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보고 수소전소 터빈 개발, 연소기 개발에 매진해왔다.
또 2021년부터 암모니아 혼소 전용 버너 기술 개발에 나서 혼소버너 시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초초임 계압(Ultra Super Critical) 발전소 보일러를 활용한 암모니아 혼소발전 기술 개발 실증에 나섰지만, 그간의 노력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안에 새로운 공고로 대체하겠다는 말이 있다. 석탄-암모니아 혼소는 버리고, 수소 혼소·전소를 적용한 가스터빈에 기회가 돌아갈 거라는 말도 들린다.
향후 청정수소는 암모니아 형태로 유통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암모니아는 수소로 다시 분해하지 않고 그대로 쓰는 것이 유리하지만, 그러자면 암모니아를 그대로 활용하는 발전 기술이 시장에 나와야 한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책의 요구에 맞춰 연구개발의 방향을 설정해왔는데, 기존의 방침을 버리고 새 방향에 맞춰 상업용 결과물을 내놓으려면 그만큼 긴 시간이 걸린다.
더구나 새롭게 내놓는 정책이 변치 않고 지속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윤석렬 정부에서 어떤 홀대를 받았는지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런 선례가 정책에 대한 불신을 낳는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 AI도 섣불리 답을 내기 힘든 형국이다. 새 공고문이 나오더라도 논란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어떤 확실한 대안을 염두에 두고 ‘공고 취소’라는 결단을 내렸기를 바란다. 그 결단의 과정이 공정하고 치열해서 환경과 공익에 일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