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생에너지 기반 수전해 그린수소는 탄소중립의 핵심 수단이다. 그러나 국내 그린수소 산업은 낮은 기술 수준, 높은 생산단가, 저조한 정책지원, 복잡한 규제 등으로 인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그린수소 산업 활성화를 위해 산·학·연·관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그린수소 전 분야 컨트롤타워이자 구심점 역할을 하는 협의체 설립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현재 미국, EU, 아프리카 등 7개국이 유럽청정수소동맹(European Clean Hydrogen Alliance), 그린수소연합(Green Hydrogen Coalition), 국제녹색수소동맹(IGH2A) 등 총 11개의 그린수소 특화 협의체를 운영 중이다.
‘물산업 기반 그린수소 밸류체인 전 과정 활성화’를 목표로 지난해 12월 한국수소환경협회가 공식 출범한 배경이다.
한국수소환경협회는 지난 5월 28일 창립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때마침 지난 6월 4일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이 재생에너지 중심사회로의 조속한 전환을 위해 재생에너지 연계 그린수소 등을 육성하겠다고 밝혀 협회 활동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초대 회장으로 환경부 차관을 역임한 윤종수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이사가 선임되었다. 대통령 소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제1기 녹색성장·국제협력 분과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해 그린수소 산업 활성화의 길을 여는 적임자로 평가된다.
그간의 국내 수소경제 성과에 대한 평가와 함께 수소산업을 진단해달라.
국내 수소경제는 지난 수년간 정부의 의지 아래 세계 최초 수소법 제정, 세계 최초 청정수소 발전 입찰시장 개설 등 의미 있는 성과를 이뤘다.
수소차 생태계 확대를 위해 수소차 보조금 지침을 조기에 확정하고, 수소차 신규 수요 창출을 위해 노력한 결과 2024년 수소버스를 1,000대 이상(전년 대비 277% 급성장) 보급하는 등 2024년까지 수소차를 총 3만4,000대 보급해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국내 생산 수소는 생산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많은 추출·부생수소가 대부분으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탄소 배출이 없는 그린수소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또 수소 생산단가가 높고 기술 경쟁력이 선진국 대비 미흡하다. 시장 규모가 작고 안정적인 수요처도 부족하다.
한국수소환경협회는 이러한 문제들을 진단하고 극복 방안을 찾고자 한다.
경제성 확보를 위해서는 그린수소 생산·활용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보조금 지원 등) 마련을,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전해 핵심부품의 국산화 및 실증 확대 등 기술 고도화 지원을, 시장수요 창출을 위해서는 수소차 중심의 수소 활용 확대 정책 및 국민홍보를, 민간 성장 견인을 위해서는 거버넌스 구축을 통한 마중물 역할 수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무탄소 연료의 생산과 이용 확대를 위해 수소차 산업은 물론 그린수소 생태계 확산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나아가 그린수소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세계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제도적·기술적 기반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
한국수소환경협회 창립 취지와 의미를 말해달라
지금 전 세계는 기후위기가 빠르게 심화하고 있어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넘어 지속 가능한 생태계 회복을 위해서는 그린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이에 한국수소환경협회는 단순한 대기질 개선을 넘어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국가적 목표 실현을 위해 출범했다.
협회는 수소와 환경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수소가 단지 차세대 에너지원이 아닌 기후위기 대응과 환경보전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그린수소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고자 한다.
이를 위해 산·학·연·관 역량을 결집해 그린수소 지원정책 발굴 및 규제 개선, 기술개발 지원, 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해 현장 중심의 현안 해결과 그린수소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그린수소를 통해 탄소 없는 미래를 열고 깨끗한 환경을 미래세대에 물려주기 위해 그 역할을 다하겠다.

한국수소환경협회 사업 추진계획을 설명해달라.
한국수소환경협회는 ‘탄소중립 국가로 가는 길’이라는 비전 아래 수소를 통한 ‘탄소중립 실현’, ‘물 산업 육성’, ‘대기질 개선’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올해는 협회 창립 후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원년으로 협회 운영 안정화, 산업육성 지원, 네트워크 구축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사단법인화를 통해 법적 지위를 확보하고 정관 및 조직 등 체계를 정비해 안정적으로 협회를 운영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 것이다.
당초 포럼 형태로 그린수소 생태계 저변 확대를 위한 활동을 한 이후 사단법인화를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회원들과의 간담회 시 그린수소 산업의 기술개발, 규제 개선, 정부 협력 등 실질적인 활동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많아 사단법인화를 조기에 추진하게 되었다.
사단법인화를 통해 명확한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제도 개선과 산업 육성, 해외 협력에 이르기까지 그린수소 산업의 구심점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수전해 기반 그린수소 생산 분야의 우수한 기술을 개발·실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홍보 및 정보교류 자리를 마련할 것이다.
국내외 수소분야 전문 단체와의 네트워크도 구축해 전시회 참가, 협력 MOU 체결 등을 추진하며 수소산업의 수출 기반을 강화할 예정이다.
그린수소 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회원사들로부터 개선사항을 수렴한 것으로 안다. 어떤 것들이 있는지 설명해달라.
한국수소환경협회의 창립 준비단계와 운영 초기에 그린수소 산업의 현안 과제를 파악하기 위해 설문조사와 간담회를 실시했다. 공통으로 요구하는 것은 ‘수요 창출’과 ‘경제성 확보’였으며, 이를 통해 주요 개선사항을 도출할 수 있었다.
우선 청정수소 의무도입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전력시장에서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제도(RPS)가 청정에너지 확대에 큰 역할을 해왔다.
수소산업에서도 안정적인 수요 창출 없이는 시장 성장이 어려운 실정이다.
일정 비율 이상 청정수소 사용 의무화는 법제화되었으나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나오지 않은 상태로, 수요 기반을 확보하고 초기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해 청정수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생산단가 보전을 위한 보조금 지원이 필요하다. 수전해 기반 그린수소는 생산비용이 높아 시장경쟁력이 약해 초기 투입자본(CAPEX)뿐만 아니라 운영비용(OPEX)에 대한 재정 지원이 절실하다. 보조금 지원은 국내 기술의 상용화와 가격경쟁력 확보에 기여하고, 민간기업의 설비 확충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로 저탄소수소 사용자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것이다. 수소차, 지게차, 건물용 연료전지 등 그린수소를 직접 사용하는 기업이나 지자체에 대한 보상이 미흡하다. 사용처에 세금 감면, 보조금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그린수소 소비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협회는 규제 및 제도개선 추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환경부, 산업부 등 정부에 정책 개선과제를 제안하고 국회의 수소경제포럼 등과도 협력해서 활동할 계획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30만 대의 수소차 보급과 660기 이상의 수소충전소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송 부문 그린수소 사용 확대를 위한 개선방안을 말해달라
수소차의 친환경성은 연료인 ‘수소의 출처’에 따라 달라진다. 수소차는 탄소가 배출되지는 않지만 사용되는 수소는 화석연료 기반이라 실질적 탄소감축 효과는 제한적이다.
특히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서는 산업뿐만 아니라 수송 부문의 온실가스 저감도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수소차에 공급되는 수소 역시 그린수소로 전환되지 않으면 NDC 실현은 구조적으로 어렵다.
수송 부문의 그린수소 활용을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과 경제적 유인책을 통합적으로 설계해야 할 것이다.
먼저 그린수소를 직접 공급하는 온사이트형 충전소와 같은 그린수소 전용 충전소를 확대하고, 일정 비율 이상 그린수소를 사용하는 충전소에 대해 ‘친환경 인증’ 등의 인센티브 제공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경제성 확보를 위해서는 수소차 구매 보조금 외에도 그린수소 이용 시 차량·충전소 운영자 모두를 대상으로 한 운영비 보전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책 신뢰도 제고를 위해 생산부터 활용단계까지 그린수소 흐름 추적 시스템을 도입해 친환경성을 인증하고 보상체계까지 연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협회는 그린수소 정책조율의 허브 역할을 수행해 수송 부문의 그린수소 사용 활성화를 촉진하도록 노력하겠다.

성남정수장 그린수소 생산시설 외에도 밀양댐과 충주댐의 수력을 이용한 그린수소 생산·충전시설 구축사업이 진행 중이다. 수력발전을 활용한 그린수소의 성장 가능성은?
수력발전은 재생에너지 중 가장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발전원이다.
이를 활용한 수전해 기반의 그린수소 생산은 태양광이나 풍력과 달리 24시간 안정적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 수전해 설비의 가동률을 극대화할 수 있고, 그린수소의 경제성 문제에도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발전 과정에서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아 진정한 의미의 그린수소 생산이 가능하다.
수자원 기반 그린수소 생산 모델의 성장 가능성은 높다. 정수장, 댐과 같은 인프라는 전국에 분포돼 있어 확장성이 뛰어나고 수소충전소 등과 연계해 지역일자리 창출과 산업육성 효과도 있다.
나아가 국내의 우수한 그린수소 생산기술을 활용해 몽골, 네팔 등 수력발전과 수자원이 풍부한 국가들의 그린수소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수소환경협회 초대 회장으로서 각오를 말해달라
한국수소환경협회 회장직을 맡게 되어 영광이다. 수소경제 전환은 속도의 문제이며, 세계에서 경쟁하고 미래의 수소 기술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발 빠른 기술개발과 함께 국가 차원의 정책지원이 필수적이다.
초대 회장으로서 협회의 운영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자 한다.
협회가 법적 지위와 기능을 갖춘 조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협회의 재정 자립기반과 운영 역량을 구축해 지속 가능한 협회로 성장시키겠다. 동시에 그린수소 산업이 직면한 주요 현안 과제 해결을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
앞으로 국내 그린수소 산업 생태계를 건강하고 투명하게 이끌어가는 거버넌스 주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나아가 글로벌 그린수소 산업과 기후위기 대응을 선도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그린수소 전주기(생산·저장·유통·활용)의 데이터 분석 기반 효율성과 안정성을 극대화하는 기술혁신을 도모하겠다.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대표적인 수소 및 환경 분야 전문협회가 될 수 있도록 경쟁력을 키워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