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2024년 12월 6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 스호텔에서 ‘한국수소환경협회’ 창립식을 개최했다. 재생에너지 전기를 이용한 수전해 그린수소 및 수소차 산업 활성화를 위해 연구개발, 정책제도, 산업육성, 해외진출 등 4개 분야로 구분해 활동한다는 계획이다.
일단 민관이 협력해 그린수소 산업을 육성하는 취지는 크게 반길 일이다. 정부의 수소경제 정책 핵심은 청정수소이고, 청정수소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는 ‘왜 산업부가 아닌 환경부가 그린수소 특화 협회를 만들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사실 그린수소 하면 산업부가 먼저 떠오른다. 산업부는 현재 제주도를 중심으로 MW급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 생산 실증사업과 상업용 수전해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청정수소 인증제와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을 운영 중이다.
환경부도 수소정책 사업을 하지만 수소활용(수소차, 충전소) 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환경부가 사전에 산업부와 협회 창립에 대한 소통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건 아니었던 것 같다. 지난 8월 경에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는 한국수소연합은 한국수자원공사에 ‘한국수소환경협회 창립 부적절’ 의견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산업부의 그린수소 육성 정책 기능과 중복되고 이미 이런 정책을 시행할 창구(한국수소연합)도 있다는 게 반대 요지다.
필자는 한국수소환경협회에 참여한 한 수전해 기업의 관계자에게 협회 창립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그 관계자는 환경부가 협회를 만드는 것에 처음엔 의문이 들긴 했지만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현 정부 들어 산업부가 지원하는 그린수소 관련 프로젝트와 예산이 줄고, 해외생산 청정수소 수입과 화석연료(LNG) 기반 청정수소에만 치중해 국내 그린수소에는 관심과 역할이 부족하다는 게 수전해 기업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라고 한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가 나서서 그린수소 산업을 육성한다고 하니 반가웠던 모양이다.
한국수소환경협회는 포럼 형태의 협의체로 출발하지만 향후 사단법인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협회라는 게 민간주도로 설립을 추진해 정부로부터 설립 허가를 받는 게 순서인데, 환경부가 너무 주도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라 관치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그린수소 생산 시 수전해 기술이 필요해 물산업과 수전해 산업 육성 차원에서 수전해 기업(50여 개)과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참여해서 만든 협의체이고, 향후 회원사들이 사단법인 전환을 원하면 그때 고민할 일이라는 게 환경부 관계자의 답변이다.
그린수소 산업 육성을 위해 환경부나 산업부 중 어느 한쪽이 주도적으로 하든, 양 부처가 병행하든 서로 충분한 소통과 협의로 깔끔하게 역할 정리가 되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지금은 수소경제 초기라 정책적으로 할 일이 많고 부처 간 유기적인 협력이 정말 중요한 때다. 이번 협회 설립 문제로 환경부와 산업부 간 감정싸움으로 번져 정책 협의에서도 충돌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다.
업계는 양 부처 눈치만 볼 수 있고 정책사업 중복으로 인한 예산 낭비 논란으로도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늦었더라도 환경부와 산업부 간 허심탄회한 대화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