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기관과 기업들이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수소생산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일회용 페트병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버리는 플라스틱 제품들이 상당히 많다. 지구촌이 폐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다시 불어올 폐기물 열풍,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사용량은 2010년 3억4,890만 톤에서 2020년 4억4,953만 톤으로 증가했으며, 2060년에는 12억3,06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한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2010년 2억5,470만 톤에서 2020년 3억5,998만 톤으로 늘어났고, 2060년에는 10억1,41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심각하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환경보건종합정보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은 산업과 가정에서 사용한 플라스틱 제품이 마모되거나 장기간 자연환경에 방치·분해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길이나 지름이 5mm 이하인 고체형 플라스틱 입자를 말한다.

미세플라스틱은 특정 산업용이나 가정용 제품을 위해 미세 크기로 직접 제조되는 ‘1차 미세플라스틱’과 큰 플라스틱 화합물이 자외선 노출이나 물리적 마찰을 통해 분해되어 생성되는 ‘2차 미세플라스틱’으로 구분되고, 하수·담수·토양 등에 배출되어 해양으로 유입된다. 

고래, 바다새 등의 생명체가 미세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해 섭취하면서 성장 장애, 번식력 저하, 감염, 폐사에 이르게 되어 생물자원이 파괴된다.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해양생물은 어업을 통해 가정의 식탁 위로 올라오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가 먹는 생선, 새우, 굴, 천연 소금 등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고 있다. 섭취 시 인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확대 추진

국내에서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언택트 문화 확산으로 배달음식, 택배 등이 늘어나면서 플라스틱 폐기물이 급증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0년 한해를 놓고 보면 전년보다 택배 19.8%, 음식배달이 75.1% 증가해 폐플라스틱 14.6%, 폐비닐은 11% 증가했다. 

정부가 2020년 12월 24일 제120차 국정현안조정점검 회의에서 ‘생활폐기물 탈플라스틱 대책’을 확정해 발표한 이유다. 단기적으로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20% 줄이고, 분리 배출된 폐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을 54%에서 70%로 상향키는 게 목표다. 

중장기적으로는 석유계 플라스틱을 줄여서 플라스틱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30% 줄이고, 2050년까지는 산업계와 협력해 석유계 플라스틱을 점차 100%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은 물리적, 화학적, 열적 재활용으로 구분된다. 물리적 재활용은 플라스틱을 수거·선별한 후 분쇄·압축 등 물리적 가공으로 펠릿·플레이크 등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화학적 재활용은 해중합(고분자 사슬을 단량체 수준으로 분해), 열분해, 가스화 등의 화학 공정을 통해 플라스틱을 분해해 단량체나 원료 등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열적 재활용은 폐플라스틱 소각을 통해 나오는 열에너지를 회수해 시멘트 공정 등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에코크레이션의 폐플라스틱 열분해 실증 설비.(사진=환경부)
에코크레이션의 폐플라스틱 열분해 실증 설비.(사진=환경부)

정부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확대 방안 중 하나로 폐비닐로부터 석유를 추출하는 열분해시설을 확대하기로 했다. 전국적으로 민간 열분해시설 11개소가 운영 중이었는데, 2025년까지 공공시설 10기를 확충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폐플라스틱으로 메탄올이나 석유원료인 납사와 친환경 원료·연료인 수소생산기술의 실증을 지원하기 위한 플라스틱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임을 밝혔다. 

환경부는 2021년 6월 폐플라스틱의 안정적 처리와 재활용 고도화를 위한 ‘폐플라스틱 열분해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법적 기준을 완비했다.  

S-OIL은 2024년 1월 정유 공정에 바이오 원료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처음으로 투입했다. (사진=S-OIL)
S-OIL은 2024년 1월 정유 공정에 바이오 원료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처음으로 투입했다. (사진=S-OIL)

먼저 폐플라스틱의 열분해를 통해 석유·화학 기업이 원유를 대체해 납사, 경유 등 석유제품으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열분해 과정에서 생산된 합성가스에서 수소를 개질·추출해 연료전지, 수소차 충전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에 소각시설로 규정된 열분해시설은 재활용시설로 변경해 열분해유 회수기준을 투입된 폐플라스틱 중량의 50% 이상으로 설정하고, 열분해시설 특성에 맞는 설치·관리기준도 제시했다.

아울러 폐기물 매립시설 설치의무 대상 산업단지 내 매립시설 부지의 50% 범위 내에서 열분해시설 등의 입지를 허용했다. 

이밖에 폐플라스틱을 열분해유로 재활용해 원료 등으로 사용할 경우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정미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이 순환경제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사진=환경부)
이정미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이 순환경제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사진=환경부)

환경부는 이러한 지원책과 석유·화학 업계, 지자체의 투자와 참여를 유도해 폐플라스틱 열분해 처리 규모를 연간 1만 톤(2020년)에서 2025년 31만 톤, 2030년에는 90만 톤으로 확대하고, 폐플라스틱 발생량 중 열분해 처리 비중도 0.1%(2020년)에서 2025년 3.6%, 2030년 10%로 높일 계획이다. 

정부는 2021년 12월 발표한 ‘한국형 순환경제 이행계획’을 통해 2021년 56%인 폐플라스틱 재활용률을 2030년 60%, 2050년 95%로 높이기로 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2023년 100조 원 규모에서 연평균 8.1% 성장해 2030년에는 17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의 경우 2019년 1조6,703억 원에서 연평균 6.9% 성장률을 보이며 2027년에는 2조8,486억 원 규모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SK케미칼, 롯데케미칼, LG화학, SK지오센트릭, 금호석유화학 등의 대기업들이 폐플라스틱 재활용 산업의 전 밸류체인(수거·선별, 재활용, 제품 생산)을 확보하는 데 힘쓰고 있다. 특히 화학적 재활용을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고 관련 기술·설비투자에 나서고 있다. 


폐플라스틱 활용 수소생산 ‘걸음마’

새 정부도 탈플라스틱 정책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제시한 10대 공약 중 하나인 ‘기후위기 대응 및 산업구조의 탈탄소 전환’ 이행 방안에는 ‘탈플라스틱 국가 로드맵 수립 및 바이오플라스틱 산업 육성 지원’이 포함되어 있다.

때마침 올해 세계 환경의 날 주제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이었다. 세계 환경의 날(6월 5일)은 1972년 유엔 인간환경회의를 계기로 제정된 유엔 공식 기념일로, 유엔환경계획(UNEP)과 개최국이 공동 주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환경 행사이다.  

환경부는 지난 6월 4일부터 5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2025 세계 환경의 날’ 기념식 및 부대행사를 열었다. 1997년 서울에서 개최한 이후 28년 만에 제주에서 다시 개최한 것이다. 

이번 기념식에는 19개국 정부 대표단을 비롯해 유엔환경계획, 세계자연보전연맹, 세계교통포럼 등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아울러 시민사회, 학계, 국내외 청년 등 다양한 계층을 대표하는 1만여 명이 기념식을 포함한 20여 개의 공식 부대행사에 참여했다. 

패트릭 슈뢰더 채텀하우스 선임연구원이 플라스틱 순환경제 관련 국제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환경부) 
패트릭 슈뢰더 채텀하우스 선임연구원이 플라스틱 순환경제 관련 국제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환경부) 

특히 ‘플라스틱 정책·산업 세미나’에서는 △한국의 순환경제 정책 방향(환경부) △플라스틱 순환경제 관련 국제 동향(채텀하우스) △플라스틱 순환 해외 정책 지원 사례(한국환경공단) △폐플라스틱 열분해 기술의 해외 협력 사례(에코크레이션) △인공지능 로봇을 활용한 플라스틱 선별기술(에이트테크) △폐플라스틱의 물질 재활용 사례(디와이폴리머) △재생납사 생산·활용사례(LG화학) △폐플라스틱 가스화 기술개발 사례(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 플라스틱 관련 정책 및 기술·산업 동향이 발표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장관급 원탁회의에서는 일본,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베트남 등 11개 주요 협력국의 고위 대표단과 주한대사 등 11명이 참석해 세계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환경부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새로운 국제적 순환경제 협력 방안인 ‘순환경제를 위한 행동 구상(에이스 이니셔티브)’을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탈플라스틱 국가 로드맵’을 수립하기로 공약한 만큼 폐플라스틱 활용 수소생산도 활성화될지 지켜볼 일이다. 우선 기술개발 지원이 강화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2022년 11월 ‘제5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확정한 ‘수소기술 미래전략’을 통해 폐자원 기반 수소를 광분해, 열분해(청록수소), 바이오 수소와 함께 미래형 수소생산기술로 분류하고 원천연구 지원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폐자원 분야에서는 2022년부터 시작된 혼합 폐플라스틱 가스화 기반 고순도 수소생산 기술개발이 진행 중이다.

해양수산부의 자료(2018~2020년 해양쓰레기 수거량 및 국가 해안 쓰레기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2020년 전국 연안에서 수거한 해양쓰레기는  2018년(9만5,000톤)보다 약 45% 증가한 13만8,000톤으로 나타났다. 그중 플라스틱이 평균 83%(개수 기준)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정부는 해마다 늘어나는 해양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9년 5월 제79차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확정한 ‘해양 플라스틱 저감 종합대책’을 추진했다. 

해양 부유쓰레기 수거·처리용 친환경 선박 개발 사업 개념도.(자료=해양수산부)
해양 부유쓰레기 수거·처리용 친환경 선박 개발 사업 개념도.(자료=해양수산부)

해양수산부는 지난 2022년 5월 해양쓰레기의 해상처리를 위해 해양쓰레기 동결파쇄, 플라즈마 열분해 처리 기능을 탑재한 2,500톤급 해양쓰레기 수거·처리 선박을 개발하고 실증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2026년 12월까지 진행되는 이 사업에는 부산대학교 수소선박기술센터(주관), 삼성중공업 등  총 18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선박은 LNG-수소 연료 기반의 친환경 하이브리드 선박으로 건조되며, LNG 연료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냉열을 이용해 선상에서 수거한 해양쓰레기를 동결 분쇄한다. 분쇄된 분말은 플라즈마 기술을 이용한 합성가스 생산의 원료로 투입되며, 합성가스로부터 생산된 수소는 선내에 탑재된 수소연료전지로 연결되어 선내 전력 공급과 추진용 보조 동력으로 활용된다.

연구기관과 민간 기업들도 폐플라스틱 활용 수소생산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최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국내 최초로 순산소 연소 기반의 연속식 공정을 활용해 재활용이 어려운 열경화성 혼합 폐플라스틱에서 수소생산 원료인 고품질의 합성가스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2단 적층 구조를 적용한 단일환원로 기반 폐플라스틱 열분해·가스화 기술을 보유한 우석이엔씨는 전북 군산 새만금국가산단에 ‘합성가스화 기반 수소생산 실증플랜트’를 세우고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하는 1톤급 단일환원로 설비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디카본은 지난해 4월 한국가스안전공사와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시험을 통해 폐플라스틱 합성가스에서 99.98% 이상의 고순도 수소를 성공적으로 추출했다고 밝혔다.

아이에스티이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폐플라스틱 열분해 활용 수소생산기술’ 개발 과제를 수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탈플라스틱 국가 로드맵’을 수립하기로 공약했으니 탈플라스틱 로드맵과 함께 수소경제 정책 관련 계획에 폐플라스틱 활용 수소생산기술 개발·상용화를 위한 지원책이 담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최근 부상하고 있는 화학적 재활용 시장은 아직 충분히 개화되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높은 생산비용과 수익성 문제 등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국내 화학적 재활용 사업을 추진하던 일부 기업은 석유화학업계 불황 등으로 사업 추진 속도를 조절하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기회를 살피는 중”이라며 “플라스틱 재활용 전 밸류체인 확보를 통한 차별화된 경쟁력 제고, 연구개발 투자 및 기술 고도화,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 선점으로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본격 개화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변화센터가 지난 6월 5일 개최한 ‘플라스틱 오염 종식 시민사회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모바일 플랜카드를 들어보이며 제로 플라스틱 사회를 다짐하고 있다.(사진=기후변화센터)
기후변화센터가 지난 6월 5일 개최한 ‘플라스틱 오염 종식 시민사회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모바일 플랜카드를 들어보이며 제로 플라스틱 사회를 다짐하고 있다.(사진=기후변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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