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권택 한국가스공사 수소신사업단장이 토토 사이트와의 인터뷰를 마친 후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의 2024년 당기순이익이 해외사업 성과, 경영 효율화를 통한 경비 절감 등을 통해 1조1,490억 원을 기록하며 큰 폭으로 흑자 전환했다. 가스공사는 2년 연속으로 해외사업에서 연간 회수액 1조 원을 달성해 재무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었다.

그러나 여전히 국제 천연가스 시세에 미치지 못하는 민수용 요금으로 인해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오름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도시가스 주택용 요금 인상(1.41원/MJ, 서울 소매요금 기준 6.8%)과 가스공사의 전사적인 노력으로 미수금 증가분은 2023년 4조4,000억 원보다 크게 준 1조 원 수준이지만 이미 14조 원까지 쌓인 미수금과 400%를 넘는 부채비율은 큰 부담이다.

가스공사는 재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023년 3월부터 5년간 14조 원의 고강도 자구 대책을 시행 중이다. 이 대책에는 해외 청정수소 사업 등의 투자 사업 조정이 포함됐다.

이처럼 어려운 재무환경에도 불구하고 가스공사는 지난해 12월 ‘수소사업 로드맵’을 다시 정립해 수소사업을 내실화하며 단계적으로 지속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수소 수요가 부족했던 광주·창원 수소생산기지의 정상가동을 시작해 출발이 순조롭다. 수소 혼입 실증, e-메탄·청록수소 사업개발, 그린수소 생산, 발전용 수소배관 사업 등에 우선 집중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대구 본사에서 오권택 수소신사업단장을 만나 가스공사의 수소사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들었다. 

광주·창원 수소생산기지의 정상가동을 결정하기 전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정상가동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나?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에 따라 수소 생산 인프라 확충을 위해 광주(하루 4톤)와 창원(하루 10톤)에 거점형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했으나 정부 계획 대비 낮은 수소차 보급실적으로 인해 생산기지 운영을 위한 최소 가동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광주와 창원의 수송용 수소 수요는 여전히 부족했고, 공동구매가 유찰되면서 다른 지역 대비 공급 가격이 높은 상황이었다. 

또 전라권과 경상권 인근 산업단지에서 생산된 부생수소에 의존하고 있어 공장 가동이 중지될 경우 수소 공급도 중단되어 심각한 수급 불안을 겪고 있었다. 특히 2023년에는 중부권 부생수소 생산설비 정비 지연으로 인해 수도권과 대전·충청권, 강원권 수소충전소에 심각한 수급 차질이 발생해 많은 시민이 불편을 겪었다. 

수소사업에 대한 시장 환경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았지만 수소 수급 불안과 높은 가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전적인 판매량 목표를 세우고 대량 수요처를 확보하는 데 힘썼다. 승용차에서 버스 충전소로 우선 공급대상을 변경하고, 공급 권역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수요개발 노력을 통해 광주·창원 수소생산기지의 공급물량 2,172톤을 확보하고 올해 1월 1일부터 정상가동을 시작했다. 

또 튜브트레일러 운용방식 변경, 천연가스 공급규정 개정을 통한 차량충전 수소 제조용 천연가스 원료비 할인 기간 연장(3년) 등 수소생산단가 절감과 가격경쟁력 제고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창원 수소생산기지.(사진=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 창원 수소생산기지.(사진=한국가스공사)

광주와 창원의 수소생산기지 연간 생산 가능량은 각각 1,460톤과 3,650톤으로, 이는 85만 대의 수소승용차에 수소를 충전할 수 있는 규모다. 석유화학사의 업황에 따라 공급량과 단가가 결정되는 부생수소와는 달리 천연가스를 활용한 수소생산으로 대량 수요처에 경제적이고 안정적으로 수소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급권역 내 수소충전소에 전년 대비 약 12% 저렴한 가격으로 수소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석유화학사의 업황이 극도로 좋지 않아 공장 가동률 감소로 부생수소 생산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광주·창원 수소생산기지가 부생수소 부족으로 인한 수급 불안을 해소하는 데도 톡톡히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스공사는 수요부족 등으로 지연됐던 평택 수소생산기지(하루 15톤)도 올해 3월에 착공할 예정이다. 평택 수소생산기지의 연간 생산 규모는 5,475톤으로, 2026년 하반기 준공 이후 수도권역의 수소공급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가스공사의 수소생산기지가 천연가스 개질 방식이어서 수소생산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이 수반되어야 하지만 현재 국내 CCUS 기술이 실증사업 위주로 개발 중이어서 제도적으로나 기술적으로도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가스공사는 이러한 대내외적 사업여건과 CCUS 관련 기술의 성숙도를 고려해 향후 공사의 수소생산기지에 해당 기술을 접목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현재 추진 중인 수소혼입 실증 현황과 향후 계획은?

수소혼입은 기존의 도시가스 공급 배관에 수소를 주입한 뒤 도시가스와 함께 공급하는 방식으로 수소를 혼입하는 만큼 도시가스 사용량을 줄여 온실가스 발생량을 감축할 수 있고, 수소 전용 배관망이 갖춰지기 전에 수소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효율적인 수소공급 방안이다.  

국내 연간 천연가스 사용량은 약 4,000만 톤 이상으로 수소를 20% 혼입할 경우 연간 약 766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 있다. 이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의 2.63%에 해당한다. 

국내 도시가스 보급률은 85%로, 전국에 이미 구축된 5만3,600km의 도·소매 천연가스 배관을 활용하면 수소 전용 배관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가정·발전용 등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대규모 장거리 수요처에 원활한 수소공급이 가능하다. 

현재 미국, 영국, 독일 등 전 세계적으로 수소혼입 상용화를 위한 실증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EU는 올해부터 천연가스 배관에 수소혼입 공급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우리 정부도 2026년까지 도시가스 배관에 수소 20%를 혼입하기 위한 제도 마련을 위해 지난 2022년 2월에 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등으로 구성된 ‘도시가스 수소혼입 실증 추진단’을 발족했다. 가스공사가 고압, 가스안전공사가 중·저압 실증을 담당하고 있다. 

평택 LNG생산기지 내에 구축된 수소혼입 시험시설.(사진=한국가스공사)
평택 LNG생산기지 내에 구축된 수소혼입 시험시설.(사진=한국가스공사)

가스공사는 수소혼입 기술컨설팅 기관인 DNV(노르웨이선급협회)로부터 사전에 기술 자문을 받아 평택 LNG생산기지 유휴부지에 국내 최초로 ‘수소혼입 시험시설’을 구축해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인 수소혼입 안전성 검증에 돌입했다.

현재 천연가스 주배관 공급시설에 사용되는 배관류 등 공급설비 7종을 대상으로 가스누설 유무, 재료 결함, 진동 및 작동상태 등 30여 개 항목에 대한 수소 영향성 시험을 진행 중이다. 시험평가 결과에 대한 신뢰성 확보를 위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철저한 수소 안전성 검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평택 수소혼입 시험을 통해 수소혼입이 천연가스 설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후 제주 천연가스 배관 수소혼입 실증을 추진할 계획이다.  


e-메탄, 청록수소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이유와 향후 계획은? 

가스공사는 국내 수소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존 천연가스 인프라 활용이 가능한 e-메탄과 청록수소 관련 연구를 집중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e-메탄은 포집된 이산화탄소와 그린(블루)수소를 합성한 메탄으로, 천연가스를 대체할 수 있다. 이미 해외에서 제조 공정기술 개발이 완료된 상황이다. 최근 일본은 2050년까지 도시가스의 90%를 e-메탄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e-메탄 사업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가스공사도 e-메탄 제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그린메탄 제조 기술개발 기획연구’를 수행했고, 2040년까지 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체계적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할 계획이다. 최근 가스공사는 e-메탄 개발을 위한 국제 협의체(e-NG Coalition)에도 가입했으며,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e-메탄을 생산하기 위해 다양한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청록수소는 천연가스를 고온 분해해 생산된 수소로,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고체탄소 판매를 통해 이산화탄소 감축과 부가수익의 창출이 가능한 저탄소 에너지이다. 기존의 천연가스 유통 인프라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할 수 있기에 기존 천연가스 인프라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청록수소 기술을 연구하는 스타트업이 2017년 이후 집중적으로 설립되고 있으며, 생산기술의 본격적인 상용화 시점은 2030년으로 예상된다. 

가스공사는 관련 기술·시장 현황을 조사하고 장기적인 기술 확보 방향을 마련하기 위해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천연가스 열분해 기술개발 기획연구’를 수행했다. 청록수소 생산에는 용융촉매, 플라즈마, 고체촉매 등의 방식이 있는데, 가스공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각 생산방식에 대한 경제성, 자체 기술개발·사업화 가능성을 분석한 결과 ‘용융촉매 활용 천연가스 열분해 기술’을 우선 개발 과제로 선정했다. 

2030년 해당 기술의 상용화를 목표로 단계적인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소용량(10kg/day 규모) 청록수소 생산기술 개발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가스공사는 지난 2020년 7월 ‘수소유통전담기관’으로 지정되어 2021년 1월 ‘수소유통센터’ 운영을 개시했다. 주요 업무 현황은?    

한국가스공사 수소유통센터는 2024년 한 해 동안 국가 수소공급 인프라 구축 방안과 법·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부울경 지역 수소배관망 구축을 위한 타당성 조사 연구’와 ‘수소공급 인프라(인수기지·배관망) 구축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이를 통해 도출한 방안을 정부와 지자체에 제시했다.   

국가 수소공급 인프라 구축 관련 연구용역을 통해 정부의 ‘청정수소발전 입찰제도(CHPS)’와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소공급 인프라의 예상 구축 권역을 산출해 권역 및 공급방식별(독립형, 중앙 분산식) 인프라 구축 모델을 도출했다. 이와 더불어 수요자와 공급자의 요구를 반영한 수소공급 시나리오를 수립해 적정 인프라 이용요금을 산정했다. 

또 수소 인프라의 중복투자를 방지하기 위한 공공 주도의 인프라 구축 방안을 마련했다. 합리적인 인프라 이용요금이 부과될 수 있도록 총괄원가방식의 요금규제 방안과 산업 초기 사업자 리스크 저감을 위한 보조금 제도운영 등의 제언 사항을 도출했다. 

강원도 삼척 교동 수소충전 복합스테이션에 배치된 한국가스공사의 수소 튜브트레일러.
강원도 삼척 교동 수소충전 복합스테이션에 배치된 한국가스공사의 수소 튜브트레일러.

수소가 발전 등의 에너지원으로 본격 활용될 것에 대비해 석유·가스·전기 분야와 같이 수소사업에 관한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1월 17일 국회수소경제포럼 공동대표인 이종배 의원(국민의힘)과 정태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수소 및 수소화합물 사업법’ 제정안을 공동대표 발의한 바 있는데, 수소유통센터가 이 법의 제정을 지원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이 법에 근거해 배관사업자, 액화수소 도입 시 인수기지업자 및 수출입업자 역할과 함께 수소 비축의무도 수행할 예정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 청정수소발전 입찰 결과,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을 고려한 국가 수소 수급전망을 수립하기 위해 수소수급실무위원회도 운영 중이다. 

이밖에 수소 수급현황 조사와 함께 수소판매가격 인하와 수소차 보급 확대를 위한 수소 튜브트레일러 지원 사업(2024년 기준 총 17개 업체에 122대 임대)을 수행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 사업 추진현황과 향후 계획은?

가스공사는 그린수소 생산·공급 사업 추진을 위해 2020년부터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그린수소 생산 실증과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해왔다. 

2024년 7월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에 있는 그린수소 생산 실증단지에 국내 최초로 1MW급 PEM(고분자 전해질막) 수전해 시스템을 구축해 시간당 최대 18kg의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된 수소는 ‘제주 함덕 그린수소충전소’를 통해 제주지역 수소버스의 연료로 공급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가 제주도에서 운영 중인 PEM 수전해 시스템.(사진=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가 제주도에서 운영 중인 PEM 수전해 시스템.(사진=한국가스공사)

공사는 이번 실증 연구를 통해 확보한 MW급 PEM 수전해 시스템 운영 기술을 기반으로, 2025년까지 총 30대의 수소버스 실증사업에 필요한 수소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급변하는 에너지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그린수소 생산·운영 기술의 고도화를 실현해 나갈 계획이다.  


가스공사가 1대 주주로 출자한 하이넷의 재무 개선방안이 있는지 궁금하다.

가스공사를 비롯한 국내 수소충전사업자는 정부의 수소차 보급계획에 따라 수송용 수소공급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운영 중이나 현재 정부의 계획 대비 수소차 보급실적이 저조해 대부분의 수소충전소는 적자 형태로 운영되는 상황이다.  

하이넷 역시 재무구조가 악화함에 따라 주주사들은 2024년 11월 하이넷 경영정상화 방안을 수립해 신규자금 투입 등 단계별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주주사 간 협력을 통해 상용차 수요 확보, 수소매입단가 절감 등 경영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가스공사가 직접 운영 중인 대구혁신도시 수소충전소 전경. (사진=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가 직접 운영 중인 대구혁신도시 수소충전소 전경. (사진=한국가스공사)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