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가스공사가 어려운 재무환경에도 불구하고 변함 없이 수소사업을 지속 추진한다.
한국가스공사는 정부가 지난 2019년 1월에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발맞춰 그해 4월 2030년까지 총 4조7,000억 원을 수소사업에 신규 투자하는 내용의 ‘수소사업 추진 로드맵’을 발표했다.
우선 2030년까지 수소생산시설 25개를 마련하고 설비 대형화와 운영 효율화를 통해 제조원가를 낮추는 한편 2022년까지 주요 거점도시에 수소배관을 설치하고 2025년까지 광역권 환상망 구축을 완료하는 등 수소 제조·유통 부문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재 운영 중인 수소생산시설은 2개(광주·창원)에 불과하고, 수소배관 설치는 시작도 못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이 시장에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데는 아직 현실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계획 대비 수소차 보급이 저조한 데다 국내외적으로 기술 미성숙으로 상용화·대형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상당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들이 수소사업 투자를 보류하고 있다.
에너지시장 조사기관인 Platts에 따르면 2024년까지 발표된 글로벌 수소 프로젝트 중 절반 이상이 현재 발표단계이거나 취소된 상황이다.
재무 위기에 빠진 가스공사
특히 가스공사는 도시가스 요금 미수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재무 위기에 빠진 상태이다. 2022년 말 9조 원에 육박한 미수금이 2023년 3월 말에는 12조 원을 초과함에 따라 재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023년 3월부터 5년간 14조 원의 고강도 자구 대책을 시행 중이다. 이 대책에는 해외 청정수소 사업 등의 투자 사업 조정이 포함됐다.
2024년까지만 해도 수소충전소 구축·운영 특수목적법인 수소에너지네트워크(이하 하이넷)가 수소차 보급 저조로 재무 위기에 빠지자 최대 출자사인 가스공사가 하이넷에 추가 출자할 여력이 없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수소사업을 아예 포기한 거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수소사업 로드맵 재정립
그러나 가스공사가 수소사업을 포기한 건 절대 아니다. 가스공사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뒷받침하고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전환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2024년 12월 수소사업 로드맵을 다시 마련했다. 어려운 재무환경에도 불구하고 수소사업을 조정하고 질적으로 내실화해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오권택 한국가스공사 수소신사업단장은 “당초 2029년까지 액화수소 10만 톤 도입을 목표로 수소사업을 추진했으나 액화수소 운반선, 저장 탱크 등 관련 기술의 상용화가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기술 수준, 사업환경 등을 고려해 수소사업 로드맵을 재정립했다”고 밝혔다.

먼저 가스공사는 LNG 인프라·사업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e-메탄·청록수소 사업개발을 통해 2030년부터 연간 5만 톤의 탄소중립 에너지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타당성 조사와 관련 제도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그린수소 생산 사업도 준비한다. 호남권 등 재생에너지 밀집 지역의 송전용량 부족으로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이 발생함에 따라 사내 연구조직인 가스연구원을 통해 관련 기술 확보 및 타당성 조사, 실증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정부의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 시행에 따른 발전용 수소배관 사업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다수의 수소 공급사업자와 수소 발전사업자가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수소배관을 건설·운영하는 사업이다. 향후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에서 공용 수소배관 수요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수소배관 이용요금제와 이용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천연가스 배관망 수소혼입 안전성 검증, e-메탄·청록수소 제조 원천기술 개발, 액화수소 저장탱크 설계기술 개발 등 핵심기술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가스공사는 수소충전소 확산 마중물 역할을 위해 하이넷 출자사들과 함께 신규자금 투입 등의 내용이 담긴 하이넷 경영정상화 방안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최소 가동물량 확보에 여려움을 겪었던 광주·창원 수소생산기지도 목표 판매량 수준의 수소 공급처를 확보해 올해 1월 1일부터 정상 가동을 시작했다.
오 단장은 “수소는 장기적으로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미래 에너지 시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가스공사도 정부의 친환경 지속성장 정책에 적극 부응하고, 대한민국의 수소 생태계 전환에 앞장서기 위해 앞으로도 선도적인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