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어프로티움(구 덕양)은 1964년 설립된 국내 최대 수소·탄산 전문기업이다. 울산에 제1, 2, 3공장, 충남 서산에 제4공장으로 사업을 확장해 연간 약 10만 톤의 수소를 정유·석유화학·반도체 등 산업용 수요처에 공급하고 있다. 또 수소제조(SMR) 공정에서 발생하는 CO2를 포집해 연간 약 40만 톤의 액화탄산을 생산하고 있다.
어프로티움은 지난 2021년 말 맥쿼리 자산운용에 인수된 이후 청정수소를 기반으로 ‘글로벌 청정에너지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해나가고 있다. 이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원기돈 대표의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어프로티움은 지난 3월 25일 이사회를 열고 원기돈 신임 대표이사 사장을 선임했다. 원 대표는 성균관대학교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1987년 SKC 화학사업부문의 전신인 유공에 입사한 이후 유공아코화학, SKC 등의 기업에서 다양한 역할을 했다. SKC에서는 사업운영총괄 부사장 및 화학사업부문장을 역임했고, 2020년에는 SK picglobal 대표로 임명된 바 있다.
원기돈 대표를 만나 취임 후 소감과 청정수소 사업 계획을 들었다.
어프로티움 신임 대표로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났다. 그간의 소감을 말해달라.
지난 3월 말 어프로티움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매 순간이 도전의 연속이었다. 어프로티움은 수소와 탄산 분야에서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특히 울산 지역의 산업 발전과 함께 성장해온 기업이다. 이제는 그동안의 외적 성장을 넘어 양적·질적 성장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이러한 대내외 경영 환경 속에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과정에 참여하게 되어 매우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취임 후 회사의 경영 현황을 파악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어프로티움의 중장기적 비전과 전략을 구체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어프로티움의 비전인 ‘글로벌 청정에너지 선도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내부적인 혁신과 대외 협력을 동시에 추진해 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어프로티움 구성원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고, 앞으로의 여정에 대한 자신감도 커졌다.
어프로티움은 ‘글로벌 청정에너지 기업 도약’이라는 비전을 선포하고 청정수소 사업을 준비해왔다. 회사의 비전과 목표를 소개해달라.
204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비전 아래 단순히 수소를 생산·공급하는 것을 넘어 지속 가능한 수소경제를 선도하는 글로벌 청정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
울산은 어프로티움의 수소사업에서 매우 중요한 거점이다. 울산시와 협업해 울산 내 수소 배관망을 더욱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울산 전역과 인근 산업단지로의 수소 공급을 강화해 산업용, 발전용, 가정용, 모빌리티 등 다양한 수소 수요를 충족시키며, 울산을 글로벌 수소경제의 허브로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또 청정수소 사업 확대의 일환으로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하는 CCS 국책사업에도 참여해 저탄소 수소생산을 위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수소 운송·저장 인프라에 대한 지속적인 혁신도 중요한 전략적 목표이다. 현재 250대의 튜브트레일러를 운영하는 국내 최대의 업체이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운송라인 확대와 새로운 저장 기술·용기의 적극적인 도입을 통해 수소 공급망의 안정성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ESG 경영 강화와 구성원들의 내재화도 앞으로의 핵심 경영과제 중 하나이다. 이를 위해 취임 직후 조직개편을 통해 ESG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ESG 전반의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내부 임직원의 ESG 인식 제고에 나서며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천연가스, 바이오가스, 재생에너지 등 청정수소 생산 원료의 종류가 다양한 데, 청정수소 생산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가져갈 계획인가.
기존의 수소제조 공정과 CCS를 연계하는 방안, 청정암모니아를 크래킹하는 방식 등 2가지 청정수소 생산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어프로티움은 현재 수소제조시설(SMR)을 운영 중이고, 수소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CO2를 포집·액화해 액체탄산을 제조하고 있기에 청정수소 생산에 필요한 업스트림 기술(CO2 포집·압축·액화)이 내재화되어 있다. 향후 이를 CO2 저장과 연결하면 청정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 블루수소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CCS와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어프로티움은 동해가스전을 CO2 저장소로 활용하는 국책사업인 ‘K-CCS 프로젝트(동해가스전 CCS 실증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매년 120만 톤씩 저장하는 사업인데, 이 중 약 30만 톤의 CO2 공급을 담당할 계획이다. 이를 활용해 청정수소 생산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현재 이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며, 올해 말에 그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예비타당성 승인 후 2026년까지 이송 배관 구축을 위한 FID(최종 투자 결정) 및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2028년 초까지 CO2 액화 터미널에 CO2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컨소시엄 참여기업의 목표나 일정이 다를 수 있고, 재정·제도·기술적 변수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컨소시엄 참여사 간의 긴밀한 협조와 함께 CO2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인센티브 지원이 필요하다.
어프로티움은 국내 CCS 사업의 한계와 사업의 확장성 등을 고려해 청정암모니아를 조달해 고온 열분해하는 암모니아 크래킹 기술의 내재화에 집중해왔다. 이를 위해 덴마크 기업 톱소(Topsoe)와 상업 기술 도입을 위한 기본설계를 완료한 상태이다.
해외에서 수소생산, CO2 포집 및 영구 격리, 암모니아 합성 등의 일괄 공정이 진행되어 고압의 액체 상태로 국내로 수입되는 청정암모니아의 크래킹 및 정제 과정을 거쳐 생산된 청정수소를 기존 수소 배관망을 활용해 발전사 등 수요처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울산을 중심으로 구축된 70km의 수소 배관과 배관망 관리 노하우를 활용해 수소를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은 어프로티움의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이다.
올해 처음으로 청정수소발전 입찰 시장이 개설되었다. 발전용 청정수소 공급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발전사업자들과 지속 논의하고 있다.
청정수소는 일반수소보다 생산단가가 비쌀 수밖에 없다. 청정수소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 있는 지 궁금하다. 정부의 지원도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청정수소는 수소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CO2를 CCS로 처리하거나 CO2가 발생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소를 제조하기 때문에 SMR을 통해 제조하는 일반적인 수소생산 단가보다는 높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CO2 저장 비용은 국내에서 저장하는 것이 해외에 저장하는 것보다 경쟁력이 있기에 국내 CO2 저장소 개발과 운영이 원활해지기를 희망하지만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저장량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어프로티움이 우선 청정암모니아의 가격경쟁력 확보와 암모니아 크래킹 최적화에 집중하는 이유다. 청정암모니아 가격은 천연가스 가격, CO2저장 비용, CO2 저장 처리에 대한 지원금, 운송료 등이 모두 반영되기에 생산지의 영향을 받게 되므로, 경쟁력 있는 청정암모니아 공급처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크래킹 공정 설계 단계에서 에너지 효율을 최대화해 수소 당 필요한 암모니아 소비량을 최소화하는 것도 청정수소 가격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위해 유관기업과 지속적인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청정수소는 자체적으로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정부 차원의 보조금 지급과 세제 혜택을 통해 청정수소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더 많은 기업이 청정수소 생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 시장 규모를 키워야 한다.
수소 관련 규제 개선 등을 포함해 청정수소가 원활히 제조·보급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조성해 민간 기업이 더욱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수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어야 한다.
암모니아 크래킹을 통한 수소생산 기술 상용화의 최대 관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암모니아 크래킹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기술적, 경제적 도전과제가 있다.
우선 암모니아를 수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투자비용 절감도 중요하다. 암모니아 크래킹 공정은 상용 공장이 거의 없기에 장기간 운영을 위해서는 적절한 재질 선정과 공정의 단순화가 필수적이다. 암모니아의 안정적 관리도 수반되어야 한다. 암모니아는 독성이 강한 물질이기 때문에 안전한 취급과 운영이 중요하다.
어프로티움은 덴마크 기업 톱소와 협력해 청정수소 공급 시기를 단축할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청정암모니아 확보 사업은 국내외에 매우 복잡하고도 긴 밸류체인 구축이 필요한 인프라 사업이다. 해외에서 그린수소나 블루수소를 생산하는 수조 원 단위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천연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자연환경이 갖추어져 있어야 하고 현지에 국가 차원의 다양한 인프라와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제조된 청정암모니아는 글로벌 트레이더를 통해서 해상으로 운송되는데, 이때 시장 리스크에 대한 헤징과 대륙 간 수급 조절 역할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수입 터미널 운영과 저장·이송 역할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공급 안정성과 물류 효율성이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

어프로티움은 수소 전문 제조업체로서 청정암모니아를 크래킹해 청정수소를 제조·공급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때 공정의 효율적 관리, 설비 안전 관리, 공급 안정성 확보 등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이렇게 제조된 청정수소는 발전, 정유·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청정에너지로 활용되어 온실가스 감축과 수출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렇게 길고도 복잡한 밸류체인 전 과정을 일부 기업이 감당할 수는 없다. 수소·암모니아의 생산, 운송, 개질, 활용 등 각 분야는 전문성을 기반으로 분업과 협업을 통해 규모의 경제와 발전을 가속화 할 수 있다.
울산을 ‘청정암모니아 특구’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유를 설명해달라.
울산은 발전용, 산업용, 수송용 등 복합적인 잠재수요로 인한 청정수소 사업 기회가 많아 청정수소 공급 허브를 구축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또 국내 최대의 산업 도시로서 정유·석유화학·자동차·조선·발전 등 다양한 산업을 형성하고 있어 수입 항만 인프라와 수소 배관망이 가장 잘 갖추어져 있는 지역이다.
어프로티움은 울산에 장기적으로 암모니아 크래킹 설비를 건설해 기존 수입 항만(터미널)과 배관망 등의 인프라 시너지를 최대한 활용하고, 다양한 복합 수요에 대응함으로써 가장 경쟁력 있는 청정수소 산업 도시 구축에 기여할 것이다.
암모니아의 운송과 재고 관리를 위해 주주사 네트워크나 일본 상사 같은 회사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암모니아 저장을 위한 터미널에 대해서는 여러 업체와 관련 투자·서비스 비용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수소 인프라가 잘 구축된 울산을 ‘청정암모니아 특구’로 지정해 청정암모니아 관련 기업, 연구기관, 대학 등이 협력해 청정수소 클러스터를 조속히 형성하고 기술개발과 상용화, 인력 양성에 힘써야 한다.
청정수소 공급 확대를 위한 수소 배관망 구축계획은.
어프로티움은 울산시와 협업해 울산을 중심으로 한 수소 배관망 확장 계획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어프로티움은 울산 내에서 약 70km의 배관망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울산 전체 수소 배관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울산시는 수소도시 조성사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수소 인프라를 확장하고 있다. 어프로티움은 이와 연계해 배관망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향후 효문공단에서 상안행복주택지구를 연결하는 9km 배관망과 동구 방어진의 HD현대중공업까지 5km를 포함해 총 14km의 추가 배관망을 구축, 연료전지 발전용과 조선용으로 수소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러한 배관망 확장은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공급망의 안정성을 높이고, 다양한 대체 수요처에 대한 공급 연속성, 특히 청정수소 사업의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보장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수소 버스·화물차 등 대형 모빌리티와 수소연료전지 발전 등의 신규 수소 수요가 동남권 지역뿐만 아니라 수도권 지역과 주요 물류 거점을 중심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 맞추어 공급망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배관으로 수소를 공급할 수 없는 중소 규모 수요처에는 튜브트레일러를 통한 전국적인 수소공급을 더욱 확대해 국내 수소경제의 대동맥 역할을 하고자 한다.
‘글로벌 청정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경영혁신 계획과 의지를 말해달라.
어프로티움은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한 경영혁신을 통해 회사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고객 감동을 실현하는 청정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
현재 내부적으로 ‘TOP(Total Operational Performance) 프로젝트’를 통해 회사의 모든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 획기적인 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경영혁신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도출된 액션플랜을 실행 중이다. 특히 구매 제품의 품질·서비스 경쟁력을 철저히 분석해 비효율을 제거하고, 품질 향상과 최고의 고객 만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어프로티움의 핵심역량인 SMR 운전·정비 기술, 품질 관리 노하우, 60년에 걸쳐 구축된 고객 인프라와 신뢰 관계, 탄산 사업 역량 및 수소 운송 등이 초격차 경쟁력으로 승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각 공장의 가동률 향상, 설비 신뢰도 증대, 다운타임 최소화, 정기 보수 주기 연장 방안 등을 통해 신뢰성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해 새로운 상품 개발, 시장 개척, 원가 경쟁력 및 품질 개선 등을 위한 윈-윈(win-win)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그동안 구축한 탄탄한 사업구조를 기반으로 청정수소 공급, CCUS 등의 핵심 신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예정이다.
어프로티움은 앞으로도 조직의 지속적인 혁신과 차별화되는 고객 감동을 추구함으로써 초격차 경쟁력을 갖춘 선도적인 청정에너지 기업으로의 도약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