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펠탑은 프랑스의 상징이다. 지난 7월에 열린 파리올림픽 개막식에서 셀린 디온이 에펠탑 무대에 올라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를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프랑스의 위험 관리 전문 기업인 아파브(Apave)는 150년이 넘는 역사를 보유하고 있다. 아파브 기술진은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모습을 드러낸 에펠탑 공사에 참여했고, 지금도 여전히 유지보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바로 이 아파브그룹의 르노 드와엘(Renaud Dewaele) 총괄 CTO(최고기술책임자)가 3박 4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대학에서 기계·재료 과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3년 전 아파브에 합류했다.
아파브는 지난해 ABS 컨설팅의 ‘검사·검증 사업부(TIV)’를 인수하면서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이는 이강인 선수를 영입해 아시아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성공한 파리 생제르맹(PSG)의 행보와도 닮아 있다.
수소사업에서 한국과 프랑스는 공통점이 많다. 프랑스는 수소전기차, 수전해, 액화수소 등 수소 관련 사업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또 원전 강국으로 소형모듈원전(SMR)과 연계한 고온수전해 기술에도 관심이 많다.
지난 9월 9일 서울 강남 포스코사거리 인근에 있는 아파브 코리아 사무실을 찾아 르노 드와엘 CTO를 만났다. 먼저 파리올림픽 이야기부터 꺼냈다.

파리올림픽 기간을 어떻게 보냈나?
프랑스는 5위, 한국은 8위에 오르면서 선전했다. 프랑스 비치발리볼 팀을 현장에서 응원할 수 있는 행운을 가졌다. 에펠탑 바로 뒤에서 경기가 열렸기 때문에 특별한 순간을 함께할 수있었다. 에펠탑은 아파브와 인연이 깊다. 1887년 구스타브 에펠이 에펠탑 프로젝트에 아파브를 선택했다.
당시에 이런 거대한 철탑을 건설하는 일이 처음이라 우려가 컸다. 아파브는 탑의 구조와 관련된 설계를 검토하는 등 기술 서비스를 제공했다. 지금도 유지보수 활동 등 안전 업무를 지속해서 수행하고 있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성화를 실은 거대한 열기구가 풍선처럼 떠올라 파리 시내를 밝혔다. 전기와 물을 사용해서 상징적인 시각 효과를 냈는데, 아파브 담당자로 직접 참여해서 장비의 안전성, 바람에 따른 위험성 평가 등 컨설팅 업무를 수행했다.
이번 방한 일정이 궁금하다. 한국에 며칠을 머무르게 되나?
9월 8일부터 11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아파브는 작년에 ABS 컨설팅의 검사·검증 사업부(TIV)를 인수했다. 한국은 여러 산업 분야의 리더이며, 아시아 지역의 중요한 파트너다. 이번 방한은 아파브 코리아 팀과 고객을 만나기 위함이다. 한국 고객이 필요로 하는 기술 지원 사항과 리스크 관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아파브그룹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아파브는 1차 산업혁명과 함께 출발했다. 1867년에 설립되어 압력 장비를 사용하는 산업 기업을 지원하면서 성장해왔다. 150년이 넘는 경험을 가진 국제적인 위험 관리 전문 그룹으로 고객들이 안전하게 업무를 수행하도록 돕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1만4,000명의 직원이 △검사 △교육 △시험·측정 △인증·라벨링 △컨설팅·기술 지원등 5개 분야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모든 서비스는 개인 안전, 현장 안전, 환경 안전, 디지털 보안과 깊은 관련이 있다.

2023년 6월 1일 ABS 컨설팅의 ‘검사·검증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아파브 코리아가 출범했다. 인수 배경이 궁금하다.
이번 인수로 아파브그룹은 중동,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개발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아파브그룹의 전략 계획인 부스트(Boost) 프로그램을 통해 2020년 하반기부터 해외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특히 작년에는 7개 기업의 인수를 완료하면서 매출이 11%나 증가했다.
12억 유로의 매출 중 27%가 프랑스 외부에서 발생했다. ABS 컨설팅의 검사·검증 사업부 인수는 새로운 지역으로 전문 분야를 넓혀 더 성장하고 발전하려는 그룹의 의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모범 사례에 든다.
아파브 코리아는 ‘아파브 인터내셔널’의 에너지 부문에 속한다.
한국은 아파브의 비즈니스에서 매우 중요한 핵심 지역이다. 많은 유럽의 고객사들이 한국산 장비를 도입함에 따라, 한국에서 제작·검사부터 해외 현지 공장 설치·검사까지 일사천리로 일이 추진되기를 원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요구를 100% 충족할 수 있는 팀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수소, 전기차, 이차전지 등 가장 진보된 기술을 접할 수 있는 나라다. 이는 전 세계 모든 팀에 부가가치를 제공한다.
아파브 코리아의 비즈니스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인증, 두 번째는 위험성 평가, 세 번째는 안전 관리다. 이들 분야가 기술적으로 왜 중요한지 알려달라.
한국은 다양한 산업에서 높은 기술력을 가진 수출 중심 국가로 성장해왔다. 철강, 조선, 자동차, 건설 같은 전통 산업뿐 아니라 반도체, 이차전지(배터리), 수소, 원자력 같은 첨단 산업에도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아파브 코리아의 전신인 ABS 컨설팅은 1971년에 설립되어 한국에서 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한국 수출 기업들이 해외 시장을 개척할 수있도록 다양한 해외 인증 서비스를 제공한 걸로 안다.

위험성 평가 서비스는 2000년대 초 한국의 EPC 기업들이 해외로 다시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됐다. 삼성E&A, 현대건설, GS건설 같은 한국의 주요 EPC 기업들이 아람코, ADNOC, 카타르에너지 같은 해외 고객의 엄격해진 설계 요구를 충족하도록 지원해왔다.
마지막으로 안전 관리 분야는 점점 더 엄격해지는 안전 규제와 관련이 있다. 안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처벌 수위가 높아지고 있고, 이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우리는전 세계 팀과 긴밀히 협력해 우수한 서비스, 기술 표준, 해외 우수 사례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은 수소산업 붐이 크게 일었다가 다소 차분해진 분위기다. 프랑스, 유럽의 분위기는 어떤가?
프랑스와 유럽도 현재 비슷한 상황이다. 정부와 투자자들이 거의 모든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던 단계를 지나 이제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우리는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확인해야 한다. 인도와 중동에서는 수소 분야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으며, 곧 붐이 일 것으로 본다. 특히 인도는 수소 붐이 한창이었던 2, 3년 전 한국을 떠올리게 한다.

대규모 전해조 생산 같은 기술 문제가 대두되고 있고, 안전에 대한 규제를 업계가 원하는 속도로 변경하는 일도 어렵다. 제조업체들이 장비의 기술성숙도(Technology Readiness Level, TRL)를 보장할 수 없는 한, 위험 연구에서 고려되는 실패 확률 때문에 비용과 일정 면에서 프로젝트가 불리하게 평가될 확률이 높다.
수소는 여전히 초기 시장으로 세계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표준이 부족하다. 수전해, 액화수소 분야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아파브는 안전 규제에 관한 워킹그룹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이를 조정하고 검증하는 데 필요한 절차를 고려하면 전체 표준 패키지를 개발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그럼에도 탈탄소화에 대한 시장의 요구는 명확하다. 정유, 시멘트, 비료 업계 등 대량의 온실가스 배출산업에 대한 규제가 확대되고 있고, 중장비 운송 부문의 탈탄소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또 재생 가능 에너지원에서 나온 전력의 일시적인 저장을 위해 수소 기술이 널리 쓰일 것으로 확신한다.
수소의 생산, 저장·운송, 활용 등 전주기 사업에 대한 질문이다. 프랑스도 한국처럼 수소활용 쪽에 상당한 강점이 있다.
많은 프랑스 기업이 수소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액화수소 플랜트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가스 공급업체 에어리퀴드가 대표적이다. 또 오피모빌리티(OPmobility, 구플라스틱옴니엄)는 현대차에 납품할 수소연료탱크 제조시설을 전북 완주에 완공했다. 타이어 기업인 미쉐린과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 포비아(Forvia)의 합작투자 회사인 심비오(Symbio)는 지난해 말 프랑스에 연료전지 모듈 생산을 위한 기가팩토리를 완공했고, 르노그룹은 마스터밴 수소전기차를 출시했다.

유럽의 수소배관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도 주목해야 한다. 2023년말 유럽연합에 의해 검증된 ‘H2Med’ 프로젝트는 이베리아반도에서 프랑스를 거쳐 유럽의 나머지 지역으로 수소를 이송하는 해저 가스배관을 설치하게 된다. 이프로젝트는 2030년에 완료될 예정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프랑스 마르세유 간 해저 배관이 완공되면 연간 200만 톤, 2030년 EU 수소 수요의 10%에 해당하는 양을 이송할 수 있게 된다. 수소배관은 스페인 남단의 모로코까지 연결되어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그린수소의 생산과 분배를 확장할 가능성이 높다.
또 지난해 5월에는 토탈에너지(TotalEnergies)가 튀니지에서 유럽으로 수출하기 위해 태양광 전력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연 100만 톤의 수소생산을 목표로 한다. 알칼라인 전해조 생산업체인 맥피(McPhy)의 기가팩토리가 프랑스 동부 벨포르에 올해 개장한 사실도 언급하고 싶다.
프랑스는 원전 강국이다. 원전과 연계한 고온수전해 기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중공업의 탈탄소화를 위해 산업용으로만 사용되는 몇 가지 소형모듈원자로(SMR) 프로젝트가 프랑스에서 진행되고 있다. 통상 원자력 발전소는 안전한 장소에 단독으로 배치되지만, 앞으로는 산업단지나 공단에 SMR 원자로가 배치될 수 있고, 이에 따른 새로운 안전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화재, 폭발 등 안전상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프랑스 원자력안전당국(ASN)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원전과 연계한 고온수전해는 온실가스 배출 없이 수소를 얻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간헐성이 있는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경제성을 맞추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프랑스에서도 원전과 연계한 수소생산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과잉 생산된 원자력 전기를 수소로 전환해 저장할 수 있다. 또고온에서 수행할 때 전기분해가 더효율적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실제로 4세대 원자로는 고온에서 작동하며, SOEC(고체산화물 전해전지) 같은 기술을 통해 수소생산을 최적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신뢰와 안전 없이는 지속 가능한 전환이 불가능하다. 산업, 생태, 에너지, 디지털 전환은 언제나 새로운 위험을 초래한다. 우리는 이러한 위험을 늘 예측하고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 둘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아파브의 비즈니스이며, 수소산업에서도 우리의 이런 비전과 역량을 집중해서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