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재생에너지 융합해 건축물 설계…경제성 제고
수소에너지 국토 적용 위해 ‘건설연’ 역할 중요…정부 지원 절실
[토토 사이트] 에너지 변환 기술인 연료전지는 전 세계적으로 오랜 기간 연구돼 왔다. 효율이 높고 활용성이 뛰어나다. 그럼에도 일부 영역에서의 시장 창출 노력을 제외하면 상용화가 더디다. 이러한 이유가 무엇일까?
본인은 10여 년간 연료전지를 연구해 왔다. 이 기간을 통해 직접 느낀 바로는 수소인프라 구축과 이용기술인 연료전지 상용화에 대한 장애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어려운 기술, 부족한 투자, 위험한 인식 등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현실적 장애물은 빈곤한 협력을 꼽을 수 있다.
산업 특정 분야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 즉 산업간, 분야간 긴밀한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러한 협력 없이는 수소인프라 확산이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
수소의 생산, 이송, 저장, 제품 적용, 안전 확보, 기술기준 마련 등 사회전반에 걸친 다학제적(多學際的) 협력이 필요하고 요구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연료전지를 개발하는 사람은 태양전지를 모르고 태양전지를 개발하는 사람은 연료전지를 모르는 것이 현 실정이다. 수소인프라 구축을 위해 오랫동안 연구하고 투자했던 노력이 허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인 노력과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수소전기차, 맞춤형 안전관리 시스템으로 대형사고 예방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설연)에서 근무하면서 수소인프라와 관련해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질문은 수소전기차의 폭발 위험성에 관한 것이다. 자동차는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가장 보편화된 현대문명의 산물이기에 이러한 질문은 당연한 걱정으로 여겨진다. 좋게 보자면 관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 위험한가. 먼저,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우리는 수소의 연소 및 폭발 조건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수소는 4% 이상의 공기 중 농도와 섭씨 500도 이상의 열원이 존재할 때 연소되며 작은 불꽃에도 쉽게 폭발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그러한 조건에 노출되지 않는다면 수소는 연소하거나 폭발되지 않는다. 일반적인 사회환경에서는 안전하다는 의미이다. 자동차 제조업체는 이러한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수소전기차를 설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것은, 그것이 무지에서 비롯된 생각일 지라도, 우리 사회가 아직 수소전기차를 받아들일 사회적 수용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현재 양산되고 있는 수소전기차는 고압 수소가스 탱크(이하 수소탱크)를 탑재하고 있으며, 화재나 충돌 등으로 인해 수소탱크의 폭발 위험이 감지될 시 압력릴리프밸브를 개방해 수소탱크에 저장된 고압의 수소를 대기 중으로 신속히 방출시키는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동시에 이러한 기술은 열원으로부터 수소의 농도를 낮추는 역할 또한 수행한다.
물론 폭발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출시되는 수소전기차는 이를 위해 복합소재용기를 사용해 충돌, 낙하시험은 물론 총기시험까지 마친 후 출시되므로 안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기우일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기술 수준을 바탕으로 좀 더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볼 필요는 있다. 터널을 예로 들어보자. 터널 내 노출된 수소 폭발을 방지하기 위해 가장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방안은 대용량 환기설비를 상시 작동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안은 지나치게 높은 운영비용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실용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비용측면에서 합리적이면서도 신뢰성이 높은 맞춤형 안전관리 시스템(수소누출 탐지기술 + 국부 환기기술)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가장 신속하게 안전관리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방안은 폭발 위험을 감지한 자동차가 안전관리 시스템으로 압력릴리프밸브의 작동을 알리는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가 통신 이상과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면 압력릴리프밸브의 작동을 안전관리 시스템에 알리지 못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를 대비해 안전관리 시스템은 터널 내부에 존재하는 수소의 위치와 양에 대한 정보를 상시 파악해야 한다. 현재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는 수소누출 탐지기술은 화학반응식 가스센서를 사용하는 것이다.
비록 이러한 기술은 넓은 공간에서의 누출 탐지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가스의 직접적인 반응을 통해 생성되는 전기신호로 누출 정도를 판단하기 때문에 한정된 공간에서의 정확하고 빠른 탐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적외선 기반의 광학적 가스 검출 기술은 넓은 공간에서의 가스 누출을 탐지하는 목적으로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비록 현재 수소 단독의 검출 기술은 구현이 어려우나 고압 수소가스 누출 시 발생하는 부피 팽창에 의한 온도변화와 불꽃을 감지해 대규모 폭발을 방지할 수 있는 기술로는 활용될 수 있다.
수소 누출이 탐지되면 그에 적합한 환기 또한 이뤄져야 한다. 현재 도로터널은 오염물과 연기 등을 제거하기 위해 상시 작동하는 대형 제트팬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운영비용과 신뢰성을 고려해보았을 때 누출수소를 배기하기 위한 환기설비는 한정된 구역에 있어서 집중적으로 작동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형 팬 보다는 레일 등을 통해 특정 위치로 신속히 이동시킬 수 있는 국부 환기설비의 구축이 필요하다. 나아가 국부 환기설비에 설치된 팬의 속도가 누출수소의 규모에 따라 자동적으로 조절된다면 환기 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다.
수소생산, 재생에너지 융합 건축물 설계로 경제성 확보수소인프라와 관련해서 두 번째로 많이 받고 있는 질문은 수소의 생산 비용에 관한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수소 생산 비용은 비싸다고 할 수 있다. 그것도 동일한 에너지를 발생시키기 위한 중앙집중식 발전 전기의 생산 비용보다 훨씬 비싸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제적 논리로 인해 수소에너지를 쉽게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소에너지는 경제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환경재앙을 피하기 위해 기존 화석연료가 아닌 클린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현재 그 핵심으로 수소가 부상하고 있으며 이러한 수소사회를 목표한 선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 구축된 대부분의 문명은 산업혁명의 원동력인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이뤄져왔다. 우리 모두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하는 문명의 이기를 누리며 꽤 편리한 생활을 영위해 온 것이다. 그러나 화석연료는 삶의 공간인 지구 환경을 위해 더 이상의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 해외 뉴스를 통해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는 이상기후 현상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멀리 갈 필요 없이 최근 국내 미세먼지의 심각성만 보아도 환경의 중요성을 매우 엄격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인류의 건강과 지구 환경을 위해 새로운 에너지원 모색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며 수소는 그 대안으로 매우 희망적이다. 반영구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물’에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물은 전기분해를 통해 수소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이렇게 발생된 수소는 전기를 생산하는데 이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건물 냉난방과 운송수단용 연료로도 활용될 수 있다. 아쉽게도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는 물의 전기분해에 들어가는 에너지의 양이 수소를 통해 얻어지는 에너지의 양에 버금간다. 따라서 기존의 에너지원(화석연료, 원자력 등)을 완전히 대체하기 위해 수소를 생산하는 것은 현 기술수준에서는 적합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로부터 생성되는 잉여전기를 통해 수소를 생산하는 것은 비용 측면에서 합리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에너지저장 용량의 증대를 위해 이차전지의 경우 시스템 크기 자체를 증대시켜야하는 반면 수소는 압축 압력만 높이면 저장용량을 늘릴 수 있어 효과적이다. 특히 대용량 에너지의 저장 시 소규모 시스템은 운영 및 유지보수 비용을 최소화해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의 기술 수준을 바탕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좀 더 살펴보자.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활발히 이용되고 있는 재생에너지 설비는 태양전지이다. 태양광을 직접 이용하고 상온에서 작동할 수 있으며 회전, 왕복 기계부품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시스템이 단순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현재 개발되고 있는 태양전지의 경우 단위면적당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에너지밀도)이 기존에 이용되던 에너지원들에 비해 매우 적다는 단점이 있다.
가용부지가 협소한 우리나라의 경우 부지면적 당 태양전지 활용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맞춤형 건축물 설계 및 운영, 유지보수 전략 마련이 필수적이다. 우선 현재 건설 예정인 건축물, 특히 고층 건축물은 태양전지 설치에 최적화돼 설계되어야 한다. 기존에 주로 행해지던 것과 같이 이미 지어진 건축물에 태양전지를 보급하는 경우 부지면적 당 태양전지 활용률이 낮다. 이런 경우 총 에너지생산량이 적기 때문에 수소인프라 구축을 위한 수소 생산에는 적합하지 않다.
생산비용 당 태양전지 활용률 극대화를 위해서는 운영, 유지보수 전략 또한 중요한 사항이다. 방위각과 고도각 제어(틸팅)를 통해 일조량을 확보하는 것은 에너지밀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운영방안 중 하나이다. 이때 고층 건축물의 벽면에 설치되는 태양전지의 틸팅 한계와 틸팅 모터 작동을 통한 기생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해야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물질에 의한 빛의 산란 및 차광은 에너지밀도를 떨어트리기 때문에 초기 건축물 설계 단계에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한다. 고층건물을 대상으로 기 개발된 태양전지 청소 로봇기술을 경제적이고 신뢰성 있게 활용하기 위해 구조물 설계에 대한 추가적 고민 등이 필요하다.
수소인프라 혁신, 건설연 역할 제고와 국가적 지원 필요에너지인프라의 혁신은 상용화 단계에 앞서 실효성 검토를 위한 최종 검증 단계를 필요로 한다. 수소인프라 또한 마찬가지이다. 수소전기차와 같은 일반인들에게는 조금은 낯선 제품이 수소인프라 상용화 가능성의 최종 검토를 기다리고 있다.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국가 주도의 방향성 수립이 필요하다.
특히 원천기술부터 실증기술까지 전주기 연구 프로세스 수행 능력을 갖춘 정부출연연구기관은 방향성 수립을 위한 핵심 역할을 맡기에 적합하다. 아쉽게도 현재까지 수소인프라에 대한 국가연구개발의 대부분은 에너지, 과학, 원자력, 화학, 기계, 표준을 전문으로 하는 출연연들에서 수행되었다.
이제는 국토적용을 위한 건설 전문 출연연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다학제적 협력을 기반으로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수소인프라 기술을 도로, 건축, ICT, 환경 등의 건설 분야와 접목할 때가 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국가적 지원 또한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