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암모니아 플랜트로 전환을 앞두고 있는 인디애나주의 석탄발전소 전경.(사진=WVR)

삼성E&A가 미국에 대규모 저탄소 암모니아 생산공장을 짓는다. 주목할 점은 미국 정부로부터 무려 16억 달러(약 2조3,100억 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이끌어낸 것이다.

업계에선 삼성E&A가 화석연료 산업의 부활과 자국 중심의 에너지 자립을 꾀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를 정확히 꿰뚫은 결과라고 분석한다.

연 50만 톤 저탄소 암모니아 생산

삼성E&A는 미국의 에너지·인프라 개발업체인 ‘와바시 밸리 리소스(Wabash Valley Resources, WVR)’와 공동으로 저탄소 암모니아 플랜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인디애나주에 있는 폐쇄된 석탄가스화복합발전소(IGCC)의 시설과 부지를 재활용해 연간 50만 톤의 저탄소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플랜트를 구축하는 것이다.

석탄가스화는 고온·고압 상태의 가스화기에 석탄을 넣고 산소와 수증기의 양을 조절해 고체 석탄을 합성가스로 변환하는 기술을 말한다. 일산화탄소와 수소가 주성분인 합성가스에서 수소를 정제하고, 이를 공기 중 질소와 결합해 암모니아를 합성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을 통해 지하 심부에 격리된다. 미 에너지부는 지난해 10월 저탄소 수소를 활용한 블루암모니아 생산을 목표로 하는 이번 프로젝트에 15억6,000만 달러 규모의 대출 보증을 최종 승인했다.

당시 크리스 라이트 장관은 “이번 대출 승인은 ‘미국의 에너지 지배력 해방’이라는 행정부의 약속을 이행하는 구체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한국의 국토교통부가 PIS 펀드(Global Plant·Infrastructure·Smart City Fund)를 통해 약 6,000만 달러를 출자한다. PIS 펀드는 국토부, 공공기관, 민간이 공동으로 조성한 해외 수주지원 정책 펀드다.

트럼프 정책 기조 정확히 꿰뚫어

삼성E&A와 WVR이 수조 원에 달하는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지배력(Energy Dominance)’ 기조에 부합하는 사업 모델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후 위기 대응보다는 자국의 풍부한 에너지를 저렴한 비용으로 공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성이 검증되지 않은 청정에너지 보조금을 삭감하는 대신, 화석연료에 기반하더라도 자국 내 에너지 생산 비중을 높여 자립을 돕는 사업에 ‘에너지 지배력 금융’이라는 이름으로 선별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E&A와 WVR이 추진하는 이번 사업은 이러한 정책 기조에 정확히 부합한다.

암모니아 생산 원료로 미국산 석탄을 사용해 침체된 현지 석탄 산업의 부흥을 꾀하고 있다. 생산된 암모니아를 미국 중서부 옥수수 벨트에 비료 원료로 공급해 캐나다 등지에서 수입되는 외산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또 CCS 기술을 활용해 화석연료 사용을 유지하면서 환경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즉 삼성E&A와 WVR이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지배력 기조에 맞춰 미국산 자원 활용과 공급망 자립을 사업 모델에 녹여낸 점이 주효했다.

반면, 트럼프 정부의 기조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은 가차 없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엑손모빌의 저탄소 수소생산시설 구축 사업이다.

블루수소 프로젝트가 추진되던 텍사스 베이타운 정유공장 전경.(사진=엑손모빌)
블루수소 프로젝트가 추진되던 텍사스 베이타운 정유공장 전경.(사진=엑손모빌)

2025년 11월 엑손모빌은 텍사스주에서 추진하던 저탄소 수소생산시설 구축 사업을 잠정 보류했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약 3억3,100만 달러(약 4,800억 원) 규모의 보조금 지원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투입되는 보조금 규모에 비해 미 국민에게 돌아가는 경제적 이익이나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가 낮다고 봤다. 또 석유·가스 시추 확대, 노후 발전소 가동 연장처럼 즉각적으로 전력량을 늘리는 사업을 중요하게 여기는 기조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는 엑손모빌 건을 포함해 총 24건(약 37억 달러)의 온실가스 저감 기술 지원 예산 집행을 중단했다.

삼성E&A의 이번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전통 산업의 재건과 실질적 공급망 확보라는 ‘실리’에 집중했고, PIS 정책 펀드도 여기에 힘을 보탰다.

국내에 더 이상 적용하기 힘든 석탄가스화 기술을 접목한 저탄소 수소, 암모니아 생산 플랜트의 해외 수주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삼성E&A와 WVR은 해당 암모니아 플랜트를 2029년에 완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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