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은 과거의 경험, 현재의 변화를 바탕으로 미래의 가능성을 예측하는 일이다. 수소는 에너지 시장에 속해 있고, 바로 이 에너지 시장의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난해 새 정부 출범 후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신설되면서 에너지 정책에 변화가 예상됐다. 실제로 ‘2040 탈석탄’ 정책에 맞춰 청정수소발전시장 입찰에서 암모니아 혼소 사업이 빠지기도 했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이와 연계한 그린수소 사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K-그린수소에 대한 기대와 달리 정책의 반응 속도, 기업과 기관의 대응에는 답답한 면이 있다.
청정수소와 관련한 정책 변화에 초점을 두고 질문을 마련했다. 균형감을 맞추기 위해 청록수소와 원전수소,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수소모빌리티와 활용 분야에 대한 2개의 질문도 추가했다. 총 5개의 질문이 담긴 질의서를 토토 사이트 칼럼진에게 보내고 답변을 받았다.
※ 10인의 전문가가 보내온 답변을 가나다순으로 엮어 총 3회에 걸쳐 연재한다.
ISSUE 01. 기후에너지환경부 공식 출범
2025년 10월 1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공식 출범하면서 환경부가 산업통상부의 에너지 기능을 이관받아 기후·에너지·환경 정책을 통합해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 고속도로로 대변되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체계 대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국내 청정수소 정책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런 정책 변화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고 싶다.
구영모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소장_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 출범을 계기로 재생에너지·청정수소·환경 기준이 하나의 체계로 통합되면서 수소모빌리티 정책에 구조적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그레이·부생수소보다 그린·청정수소 중심 지원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고, 충전소 지원도 ‘청정수소 공급 비율’ 같은 환경기준 연계형 인센티브가 거론될 수 있다.
수소충전소에 청정수소 유통 비율을 높이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모빌리티용 수소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 기피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전략이 수반되어야 한다. 차량 보조금과 충전소 지원이 전주기 탄소배출량(LCA)과 연계해 이뤄진다면, 수소버스·트럭 등 상용차 중심의 보급이 가속화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청정수소가 수소모빌리티와 연계되어야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다.
백동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_ 기후부가 기후변화 대응, 탄소중립 정책과 에너지 정책을 통합해 추진하면서 관련 정책의 조율이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기후부 산하에 수소경제기획과, 기후에너지산업과, 재생에너지정책과, 태양광산업과 및 풍력산업과 등을 두고 있어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가 기대된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은 기존 전력 계통의 안정성 유지와 확대를 위해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설비 용량이나 발전량 비중 등의 달성 목표를 법제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권 교체나 정부 정책 변경에 따라 위원회나 심의회에서 장기 기본계획을 쉽게 변경하기 어렵게 해야 최소 10년에서 20년 이상이 필요한 장기 정책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연도별 달성 목표를 구체적으로 법제화한 외국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이준석 미래산업정책발전회 전문위원_ 기후부 출범은 기후변화 대응(환경)과 에너지 전환(산업) 정책을 통합해서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이라는 목표 아래 청정수소 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기후, 환경, 에너지 정책이 하나의 부처에서 추진되어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고, 기존의 산업부와 환경부로 나뉜 중복 규제나 제도적 충돌을 단일 부서 안에서 조정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물론 부정적인 면도 있다. 환경 위주의 부서 성격상 에너지 정책에 대한 지원이 줄면서 발전, 수송, 산업(철강 및 석유화학) 부문의 기업에 부담이 가중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또 환경 이슈로 AI 시대에 대규모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원전, 송배전망 건설사업 등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어 이를 잘 조율해서 추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한우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장_ 기후부 출범의 핵심은 전력·재생에너지·효율·기후 정책을 한 손에 쥐는 통합 컨트롤타워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청정수소는 개별 산업정책이 아니라 기후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재정의될 가능성이 커졌다.
CHPS(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하나의 패키지로 설계할 수 있는 구조가 열렸고, 수소는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흡수하는 에너지 완충재로서 역할이 강화될 것이다. 특히 AI·데이터센터·산단의 피크 전력 대응을 위해 수소터빈, 연료전지 같은 유연성 자원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원전·석유·가스가 여전히 산업통상부 소관으로 남아 있어 정책 이원화 문제가 지속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훈희 하이스케이프 대표이사_ 기후부 출범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청정수소 정책 동력 확보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통합된 정책 추진으로 일관성과 속도를 얻을 수 있으며, 이는 그린수소 생산 확대를 위한 재생에너지 연계 전략을 수립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과 같은 전력망 설치 정책은 전력 수요지-생산지 간 에너지 불평등 구조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통합 부처는 환경 규제(기후 목표)와 산업 육성(에너지 산업 발전)이라는 상충되는 목표를 동시에 다뤄야 하는 근본적인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어느 쪽이 우위에 서느냐에 따라 정책 혼선이 심화될 위험이 있다. 만약 산업 육성 논리가 환경 규제를 압도한다면 그린수소 중심의 에너지 전환 목표 달성이 지연될 수 있다. 정책 변화 초기에 역할 조정이 필요하고, 이행 과정에서 규제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K-그린수소 산업 성장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전재은 공정사회실천연대 사무총장_ 기후부는 5년 내(2030년까지) 재생에너지의 전력 생산량을 100GW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중 태양광이 95%다. 이처럼 재생에너지가 100GW 규모로 생산되면 청정에너지가 차고 넘치니 솔직히 CCUS나 블루수소 사업을 추진할 이유는 사라진다.
그러나 평균 효율 20% 안팎의 태양광발전소가 100GW 출력을 내려면 400GW 정도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야 한다. 서울 전체 면적(605㎢)의 네 배를 패널로 빽빽이 덮어야 한다. 현재 극심한 민원과 전국 송전망 포화상태로 매년 태양광발전소 1GW를 건설하기도 쉽지 않고, 용인 반도체클러스터(15GW)는 10년째 전력공급 문제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게 현실이다.
에너지 정책은 10년 이상 장기적 안목으로 추진해야 하는데, 5년 안에 이 같은 정책이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5년 후에 문제를 인지하고 다시 시작하려 해도 다시 10년이 소요되므로 국가경쟁력을 크게 훼손하게 된다. 하루빨리 이 정책이 수정되기를 바란다.
ISSUE 02. 청정수소발전시장 입찰 취소
한국전력거래소가 2025년 10월 17일, 청정수소발전시장 입찰을 전격 취소했다. ‘2040 탈석탄’ 정책에 맞춰 사실상 석탄발전 시 암모니아 혼소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한 향후 변화를 어떻게 예상하는지 궁금하다. 일본, 독일을 중심으로 암모니아를 직접 연료로 하는 가스터빈 기술 등이 개발되고 있고, 해외에서 들여온 그린암모니아에서 수소를 분해해 시장에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고 싶다.
구영모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소장_ 발전용 청정수소 확대는 모빌리티용 청정수소 도입 시 초기 가격상승을 안정화할 수 있는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 일본과 독일은 암모니아 직접 연소 기술을 추진 중이지만, 질소산화물(NOx) 규제와 효율 저하 문제로 한국의 주력 기술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향후 해외 생산 그린암모니아를 들여와 크래킹 등을 통해 수소를 공급하는 방식이 국내 수소모빌리티용 수급 안정에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이 높은 디젤 중심의 대형차가 많이 운행되는 항만·공항에서 그린수소를 이용한 수소모빌리티 활용 시 그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본다.
안치훈 현대건설 책임연구원_ 탄소중립이란 도전 아래, 에너지 전환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요구이다. 오래전부터 풍력과 태양광은 변동성과 간헐성으로 인해 기저발전과 같이 국내 전력 계통에 우선하여 투입되고 있었고, 석탄화력과 LNG 등 운전 유연성이 높은 발전원들이 계통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해왔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전력 계통이 풀어야 할 과제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지속적인 청정발전 전환, 두 번째는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한 저탄소 유연성 자원의 확보인데,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도전적이다. 석탄화력발전의 퇴출 기조에서 지금까지는 LNG가 그 역할을 맡아왔다. 유연성 자원이 될 수 있는 청정암모니아 전소나 수소 혼소·전소의 경우 기술은 차치하고서라도 높은 연료비가 가장 큰 장애물이다. 변화하는 정책, 시장 환경에서 참여자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종덕 한국산업기기 대표이사_ 청정수소는 대부분 암모니아 형태로 수입해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연소 효율이 우수하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적어 엔진 연료로 이미 사용되고 있고, 기술 개선도 이뤄지고 있다. 암모니아 분해 방식이 수전해 수소보다 전력 사용량이 3배 이상 적다는 이점이 있고 순도도 높다. 암모니아 저장 기술과 운송 기술 등은 이미 기업에서 확보하고 있고, 아모지 같은 기업이 등장해 암모니아 기반 수소 생산 기술로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활용이 기대된다.
이준석 미래산업정책발전회 전문위원_ 한국전력거래소의 CHPS 입찰 취소는 사실상 석탄발전 암모니아 혼소 사업에 대한 제동을 의미하며, ‘2040 탈석탄’ 정책 기조를 강화하는 조치로 볼 수 있다. 새로운 입찰 공고에는 LNG 수급망과 블루수소 또는 수소 혼소 가스터빈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청정수소 전용 발전원 육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수소 혼소 발전은 암모니아 혼소 대비 발전 단가가 높을 수 있으나, 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명확하므로 초기에는 정책 지원(예: 차액정산계약, 보조금)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해외 청정암모니아 수입 후 수소 분해 및 활용 기술의 개발과 함께, 일본·독일처럼 암모니아를 직접 연료로 하는 가스발전 기술 확보도 중요하다.
이한우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장_ CHPS 입찰 취소는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니라 정책 방향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봐야 한다. 정부는 2040 탈석탄 기조에 맞춰 석탄-암모니아 혼소를 단계적으로 정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으며, 향후 CHPS는 수소 전소, 수소 혼소 가스터빈, 연료전지 중심의 ‘CHPS 2.0’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수소 혼소 가스터빈은 단기적으로 발전단가 경쟁력이 낮지만, 장기 고정계약과 환경가치·유연성 보상, 수소 벤치마크(BM) 가격 연동 등을 통해 전략적 자원으로 편입될 수 있다. 한국은 국내에서는 수소 전소·터빈 중심, 해외에서는 그린암모니아 도입 후 국내 크래킹을 결합하는 구조로 갈 가능성이 크다.
이훈희 하이스케이프 대표이사_ 정부의 탈석탄 정책, 석탄발전 암모니아 혼소의 CO₂ 감축 효과를 고려하면 사업 추진 혼선에도 불구하고 바람직한 결정이었다고 본다. 다만 대안으로 꼽히는 LNG 수소 혼소나 수소 전소의 발전단가 경쟁력이 논란이 될 수 있다. 발전단가는 연료 비용(연료 가격, 저장·운송 인프라 등), 설비 투자 비용(발전 설비 개조, 기술개발 투자 등), 운영 및 환경 비용(배출권, NOx, 안전관리 등) 등 매우 복잡한 공급 사슬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는 석탄발전 암모니아 혼소 이외의 대안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입찰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전재은 공정사회실천연대 사무총장_ 기후부가 석탄발전 시 암모니아 혼소 발전을 도입하지 않고 2차 청정수소 가격 경쟁입찰을 전격 취소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암모니아 혼소로 일부 탄소 배출량을 줄인들 글로벌 발전소 유형별 감축 기준량에 크게 못 미쳐 탄소국경세를 피할 수 없다.
또한 전력 생산 가격이 석탄발전의 4배가량(400원 이상/kWh)이면 국가 산업 경쟁력을 저해하게 된다. 더욱이 잔여 CO₂ 포집을 위한 CCS 설비를 갖추거나 암모니아 독성물질 처리시설을 추가하면 비용은 더 크게 늘어난다. 게다가 그 많은 양의 암모니아를 해외에서 도입할 수 있는지도 매우 불확실하다.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애초에 추진하지 말았어야 할 정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