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을 맞아 ‘2026 수소시장’을 전망하는 기획 특집을 준비했다. 마지막 세 번째 연재로 ‘블루·청록·원전수소,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을 둘러싼 이슈, ‘수소의 대량 소비처로서 수소모빌리티’에 대한 이슈에 집중했다. 10인의 전문가가 보내온 답변을 가나다순으로 엮어 정리했다.
ISSUE 04. 블루·청록·원전수소, CCUS
정부는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을 활용한 블루수소 사업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엑손모빌이 트럼프발 정책의 불확실성, 사업비 증가 등을 이유로 세계 최대 블루수소 사업을 중단하기로 하는 등 글로벌 시장의 분위기도 좋지 않다.
또 원전은 현상 유지 쪽으로 가닥을 잡고 소형모듈원전(i-SMR)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 수요와도 관련이 있다. 원전을 활용한 핑크수소 생산에 대한 기대도 높다.
현실적인 징검다리 기술로 고체탄소와 수소를 함께 얻는 청록수소 기술에 대한 관심도 여전하다. 국내 청정수소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생산한 청정수소 도입을 준비해야 한다. 이런 전반적인 시장의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구영모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소장_ 블루수소·CCUS가 온실가스 저감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해외에서는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수전해 연구와 실증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핑크수소는 대규모 수전해 실증과 운영에 장점이 있는 만큼 우선 투자 대상에 든다.
청록수소는 고체탄소 판매가 연계되면 수소의 경제성이 높아져 중장기적으로 모빌리티용 청정수소의 ‘징검다리 공급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수전해 기술개발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징검다리 기술로 청록수소에 집중한다면 경쟁국과의 수전해 기술 격차는 더 벌어질 우려가 있다.
수소모빌리티는 수소 가격이 시장을 좌우한다. 그레이수소 퇴출 시점이 예상보다 훨씬 빨라질 수 있기 때문에, 수소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한 다원화된 청정수소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김기동 아헤스 전무_ 글로벌 청정수소 인증 추세를 보면 블루수소, 핑크수소, 그린수소, 바이오수소 이렇게 크게 네 가지 수소가 시장에서 인증되어 점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청록수소는 아직 글로벌 인증 사례가 보고되지 않고 있지만, 핀란드의 모 기업이 실증 연구를 통해 유럽 청정수소 인증 기준에 도달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일본은 2025년 10월 28일에 두 건의 청정수소 인증과 차액계약(CfD) 정부보조금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도요타 츠쇼, 유러스 에너지, 이와타니, 아이치 제강이 공동으로 진행하며, 풍력발전을 통해 연간 1,600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해 가열로의 열원으로 사용하게 된다. 두 번째는 레조낙(Resonac)이 플라스틱 폐기물 가스화 기술로 생산한 수소를 암모니아 제조에 활용하게 된다.
하나는 전통적인 신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 사업이라는 점, 또 하나는 폐기물 기반의 저탄소 수소(바이오수소 포함) 사업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다양한 수소 경로, 즉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수소 경로에서 바이오가스가 저탄소 수소 또는 청정수소 인증 항목에 들 수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또 인도의 신재생에너지부(MNRE) 장관인 프랄하드 조시(Pralhad Joshi)가 뉴델리에서 열린 ‘제3차 국제 그린수소 컨퍼런스’에서 바이오매스와 폐기물을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 혁신 기술개발을 위해 10억 루피(약 162억 원) 규모의 시범 프로젝트 제안요청서(RFP)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인도 ‘그린수소 미션’의 일환으로 태양광·풍력 기반의 수전해 방식 외에도 바이오매스를 새로운 청정수소 생산 경로로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유럽 내 스페인 정유회사인 렙솔(Repsol)도 바이오메탄에서 얻은 수소를 카르타헤나 정유공장에 공급하는 실증에 성공한 바 있다. 렙솔에서 공급받은 바이오메탄은 프리제로 스페인(PreZero Spain)이 도시폐기물, 유기성 폐기물의 혐기성 소화 과정에서 얻은 것이다. 스페인만 해도 바이오메탄을 개질한 바이오수소를 재생 수소로 인정하고 있다. 우리도 이 부분을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안치훈 현대건설 책임연구원_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한 에너지믹스가 필수적이고, 원전도 여기에 든다. 국내는 대규모 재생에너지 설비의 계통 편입으로 원전을 80%대 수준으로 감발해서 운영하고 있는데, 잠재적 여유분을 수소생산에 활용할 수 있다면 재생에너지처럼 변동성 대응을 위한 BESS 등의 설비가 필요 없고 전기가격도 낮아 잠재력이 크다.
청록수소는 향후에도 그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LNG를 원료로 사용하기에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고, 기존 터미널이나 가스배관을 활용할 수 있어 정책 환경과 기술 발전만 수반된다면 경쟁력이 있는 수소생산 옵션이다. 메탄 분해 후 수요처가 요구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제품이나 중간재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공정의 개발, 수소와 탄소 간 적절한 배출량 할당 기준 마련을 위해 민관의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승훈 연세대학교 겸임교수_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높아 결국 해외에서 생산된 저렴한 청정수소를 수입할 가능성이 높다. 기후변화 대응과 국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여가야 하지만, 좁은 국토와 민원으로 인해 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그 대안으로 단가가 높긴 하지만, 원거리 해상풍력을 국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고, 미활용 전력을 이용한 청정수소 생산에 기여할 수 있다.
2035년 이전에는 그린암모니아나 메탄올 위주로 글로벌 수소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 액화수소 운반선, 인수기지 건설이 완료되는 2035년경에 액화수소가 국제 거래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청록수소는 기술의 완성도를 높여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 원전 수소는 재생에너지 보급이 늘어나는 시점에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준석 미래산업정책발전회 전문위원_ 현 정부는 블루수소에 대해 미온적이지만, 청정수소 수요 충족을 위해 현실적으로 해외에서 에너지를 도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유효한 옵션으로 보고 있다. CCUS는 탄소 저장소가 없는 국내에서는 현실적으로 성공하기 힘든 상황이다.
원전은 i-SMR 개발을 통해 AI에 따른 대규모 전력 수요 대응과 함께 핑크수소 생산을 위한 분산전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또 청록수소는 천연가스를 활용하면서 고체탄소 부산물을 활용할 수 있어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다.
결국 국내 수요를 충족하고 수소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수소생산 방식을 다각화하고 호주, 중동, 칠레 등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국가에서 해외 생산·도입을 병행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액화수소, 액상암모니아 수입 등을 위한 운송 기술과 기존 터미널 인프라 개조, 활용 방안에 대한 연구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한우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장_ 글로벌 수소시장에서는 최근 비용 상승과 수요 부족, 정책 불확실성으로 대형 블루·그린수소 프로젝트의 취소와 보류가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고려할 때 한국이 블루수소와 대규모 CCS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일정 부분 합리적이다.
블루수소와 CCUS는 주력 축이라기보다는 특정 산업 공정 전환과 리스크 대응을 위한 옵션으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청록수소는 고체탄소 부산물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기술·시장의 불확실성이 커 중소형 실증 중심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원전과 i-SMR을 활용한 핑크수소는 가동률 측면에 장점이 있으나, 단기간에 대규모 공급원이 되기는 어렵다. 국내 부생·그린수소를 중심으로 해외 청정수소와 암모니아를 조합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이 현실적이다.
ISSUE 05. 수소모빌리티, 수소 활용
수소의 대량 소비처로 발전 외에도 모빌리티의 확장이 매우 중요하다. 수소상용차(버스·트럭) 보급을 통한 수요처 발굴 노력이 지속되고 있고, 450bar 수소출하센터, 액화수소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도 활발하다. 하지만 여전히 하이넷, 코하이젠 등 수소충전소 운영사의 경영환경이 좋지 않고 수소선박, 지게차 등의 상용화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여기에는 인증이나 규제 문제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또 수소차 이용자들이 값비싼 그린수소를 사용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획기적인 보조금 정책 없이는 수전해와 연계한 그린수소충전소의 적자운영은 불가피해 보인다. 결국 청정수소 확대 정책과 맞물려 수소산업 생태계가 균형 있게 돌아가야 한다. 수소 생산, 활용 부문을 엮어 의견을 들어보고 싶다.
구영모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소장_ 수소모빌리티는 발전 다음으로 큰 대량 수요처이기 때문에 수소상용차의 보급 확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충전소 운영사들의 적자 구조, 느리게 진행되는 수소선박·지게차 상용화로 수소모빌리티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산업통상부의 일부 정책이 통합되면서 수소유통 분야에서 새로운 정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수소충전소 적자운영을 해소할 수 있는 수소유통 정책을 마련해 청정수소의 비율을 높여가는 전략이 요구된다.
청정수소 발전과 모빌리티용 수요를 연계한 장기구매계약(LT-PPA), 충전소에 대한 청정수소 공급 비율 마련 및 그와 관련된 인센티브, 상용차 전용 보조금·의무 비율 등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수소모빌리티 부문의 청정수소 정책을 ‘인프라 확대’에서 ‘수소가격 중심’으로 전환해야 산업 생태계가 함께 성장할 수 있다.
백동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_ 수소의 대량 수요처로 수소모빌리티용 연료전지뿐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의 시장 활성화와 보급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 울산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80MW급 발전용 연료전지 단지 조성을 위해 20MW급 발전소들이 차례대로 준공되어 가동 중이다.
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울산센터와 울산테크노파크에는 수백kW, 수MW급 발전용 연료전지 실증을 위한 수소 기반 연구시설을 구축한 바 있다. 수소 활용 기술인 연료전지와 수소엔진 등의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수소충전소, 수소 배관망 등 공급 인프라 구축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준석 미래산업정책발전회 전문위원_ 수소모빌리티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량소비가 이루어지도록 수소생산 원가의 40%인 전기요금에 대해 특례 요금제를 적용하고, 수소를 판매하는 충전소에 대해서는 운영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 또 수소, 휘발유, 전기차 등 복합충전소 전환을 위한 정책 금융 지원도 필요하다.
승용차뿐만 아니라 시내버스, 택시, 트럭, 선박 등도 일정 부분 수소모빌리티 구매를 의무화하고 운행 보조금을 확대 지급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수소생산 가격을 낮춰야 하므로 국내 기업이 개발한 PEM, SOEC 수전해 시스템을 대규모로 상업적으로 실증하고, 액화수소 보관이나 운송 관련 수송 인프라 현대화, 해외 청정수소 도입 등에 대한 종합적이고 일관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수소 생산단가 인하, 활용처 확장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한우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장_ 현재 수소모빌리티는 보급이 확대되고 있으나 충전소 운영 적자와 규제 부담으로 사업성이 취약한 상황이다. 해법은 수소발전과 수소모빌리티를 분리해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전력·물류를 묶은 패키지 전략으로 가야 한다.
항만과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수소발전, 물류장비, 상용차, 선박 연료를 함께 설계하면 인프라 구축 비용을 분담할 수 있다. 충전소 역시 통행량 중심이 아니라 업무용 중심으로 가동률을 확보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부생·개질(SMR) 수소를 활용하되 점진적으로 청정수소 비중을 높이는 경로 설계가 필요하며, 중기적으로는 특정 거점에 그린수소를 집중해 청정수소 수요를 확실히 만들어야 한다.
이훈희 하이스케이프 대표이사_ 수소차가 탄소 배출 저감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그린수소를 연료로 사용해야 한다. 높은 재생에너지 전기가격으로 인해 그린수소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 단기적으로는 원전 연계 수전해 수소를 청정수소에 편입시켜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치 용량 증대, 대규모 수소생산기지 개발, 주요 거점 중심 수소 배관망 설치 등을 통해 그린수소의 경제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 수소상용차 운영자나 수소충전소 운영자에게 탄소 배출 연료와의 차액을 지원해 청정수소 수요를 만드는 유인책이 필요하다.
그동안 모빌리티용 수소 활용 부문의 경우 승용차 대량생산, 보급을 통한 차량 가격경쟁력 확보에만 치중한 감이 있다. 물론 연료전지 시스템의 내구성이 대형 상용차를 운영할 만한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한 이유도 있겠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전기자동차라는 강력한 대체품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수소전기차의 대량 보급 문제는 ‘규모의 경제’ 달성을 통한 차량 원가 절감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수소 생산, 저장·운송, 충전이라는 인프라 비용이 너무 높아 승용전기차와 경쟁하기가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장거리 대형 트럭, 정부 지원이 용이한 버스 같은 상용차 부문에서 시장을 만들어가야 한다.
전재은 공정사회실천연대 사무총장_ 대량의 수소가 시장에 저렴하게 공급되지 않으면 위에서 언급한 대부분의 수소시장 생태계는 R&D 수준의 소규모 사업 외에는 존립이 어렵다. 정부가 전망도 없는 사업에 그 많은 보조금을 언제까지나 계속 줄 수는 없다.
앞으로 많은 내연기관 차량이 수소엔진 차량으로 바뀔 것이고, 현재 전력공급에 가장 문제가 되는 송전선 포화 문제는 송전선이 필요 없는 연료전지발전소로 전환해야만 한다. 수소환원제철, 연료전지발전소, 수소모빌리티 실현만으로도 연간 수천만 톤의 수소가 필요하다.
이를 보조금으로 지탱한다거나 수입으로 해결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정부는 현실적으로 저렴하게 대량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방안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 그래야 수소 생태계가 활성화된다. 꼬리를 몸통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