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가우 지필로스 대표가 토토 사이트와의 인터뷰를 마친 후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기존의 석탄·가스 발전기는 기계적 발전기로, 기계 장치(터빈)가 회전하면서 전기를 만들어내는 데, 이 전기는 바로 사용이 가능한 교류전력(AC Power)이다.  

반면 재생에너지인 태양광발전의 경우 기계 장치가 아닌 셀에서 전기가 발생하는 데, 1~2V의 낮은 전압인 직류전력(DC Power)으로 바로 사용할 수 없다. 이 직류전력을 전력계통(Grid)에 연계해 사용할 수 있도록 교류전력으로 변환해주어야 한다. 신에너지에 속하는 연료전지도 마찬가지다. 

태양광과 달리 풍력발전은 기계 장치에 의해 발전을 하지만 바람의 힘에 따라 속도가 달라 전기 주파수가 가변적이다. 태양광처럼 사용이 가능한 교류전력으로 바꾸어주어야 한다. 

이처럼 신재생에너지 발전기는 모두 전력계통에 연계하기 위해서는 전력변환장치가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전력을 활용한 수전해 그린수소 생산 시스템에도 전력변환장치가 포함된다. 

연료전지용 인버터 선두기업
지필로스는 2009년 설립 당시 풍력·태양광발전 전력변환장치 제조 기업들이 다수 있었던 데 반해 연료전지시스템용 전력변환장치(연료전지용 인버터)를 만드는 회사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연료전지용 인버터를 개발한 이후 연료전지시스템 제조업체에 공급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지필로스가 제공하는 인버터는 10.2V의 낮은 전압에서도 고효율의 전력변환이 가능하다. 시스템 출력 용량에 따라 주택용(600W~3kW), 건물용(5kW~20kW), 발전용(25kW~ 500kW) 등으로 구분되는 30여 종의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150kW 연료전지용 전력변환기.
150kW 연료전지용 전력변환기.

박가우 지필로스 대표는 “풍력·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와 달리 연료전지용 전력변환장치는 고도의 신뢰성이 필요할 정도로 기술적으로 굉장히 어렵다”라며 “연료전지시스템을 구성하는 핵심요소인 스택(Stack)이 소형화되는 추세에 따라 출력전압 역시 낮아지고 있어 연료전지로부터 출력되는 전기를 사용이 가능한 전력으로 안정적으로 변환시키지 못하면 한전 전력계통에 연계할 수 없고 가격이 비싼 연료전지가 고장이 날 수도 있다. 당사의 연료전지용 인버터에는 연료전지 스택의 수명을 고려한 매우 정밀하고 안정적인 스택 최적화 제어 알고리즘이 적용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린수소 기반 P2G 기술 확보
“연료전지용 전력변환장치를 다루다 보니 연료전지 시장이 커져야 당사도 성장합니다. 국내는 연료전지에 개질기를 달아서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해 연료전지를 돌리는 데만 주력했지 수소를 직접 연료전지에 사용하는 데는 관심이 없었고 그럴 만한 수소도 없었어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100만 호 보급 사업을 할 때 화석연료인 가스(LNG)를 쓰는 연료전지가 무슨 친환경 발전이냐고 공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러다가는 연료전지용 전력변환장치 매출 확대가 어렵겠다고 생각했죠. 연료전지와 공생하려면 수소 만드는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고, 당사가 전기를 잘 다루기에 재생에너지 기반 수전해 그린수소 생산에 뛰어든 겁니다.” 

박 대표가 그린수소 사업에 진출한 배경이다. 단순히 그린수소 생산에만 그치지 않았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 수소를 생산·저장·활용하는 P2G(Power to Gas) 통합시스템의 설계부터 운영솔루션에 이르는 전주기 기술을 갖췄다. 

토토 사이트가 지난 2020년 11월 제주 상명풍력발전단지 그린수소 생산 실증 취재현장에서 만난 박가우 지필로스 대표(왼쪽). 
토토 사이트가 지난 2020년 11월 제주 상명풍력발전단지 그린수소 생산 실증 취재현장에서 만난 박가우 지필로스 대표(왼쪽). 

지필로스는 국내 최초로 지난 2021년 4월 제주 상명풍력발전단지에서 P2G 그린수소 생산 실증사업(500kW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풍력발전의 잉여전력으로 수전해를 통해 수소를 생산, 저장한 후 연료전지시스템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실증 과제였다. 

실증을 통해 그린수소 기술을 다양하게 테스트해 보고 국내 수전해 시스템의 기술향상에 방점을 둔 과제였지만 재생에너지를 이용해서 수전해 수소를 생산할 때 과연 안정적이고 신뢰할 만한지도 확인하는 게 중요했다. 

재생에너지는 지역과 기후조건에 따라 발전량의 변동성이 큰 에너지원으로, 전력공급 및 계통에 불안정성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수소발생장치인 수전해 시스템의 고장을 유발하고 수소 생산효율도 감소시킬 수 있다. 

박 대표는 “재생에너지는 자연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전력생산량이 많은 경우 계통에 송전하지 못한 채 버려지고 마는데, 이러한 미활용 잉여전력을 최소화하면서 청정에너지인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P2G 통합시스템의 설계 기술력과 운영솔루션 기술을 검증하는 시험무대였다”라며 “우리에겐 기회인 동시에 값진 경험이었고, 기술력 향상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에는 ‘그냥 전기를 쓰면 되지 전기를 수소로 전환했다가 다시 연료전지를 통해 전기를 만들면 전체적인 효율이 떨어지는데 왜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하느냐’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라며 “하지만 재생에너지 전력의 송전제약(컷 테일)에 따른 손실을 회피하는 방법은 미활용 잉여전력으로 수소를 생산·저장·활용하는 P2G 기술이 최적의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탄소중립을 위해선 국내에서도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요한 만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미활용 잉여전력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수소’이고, 송전제약으로 손실을 입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의 공생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모두 수용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대규모 송전망을 건설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게 박 대표의 견해다. 그 비용의 일부만 투자해도 수전해 수소생산시설을 대폭 늘릴 수 있어 현실적 대안이라는 것.

국내 재생에너지 여건이 좋지 않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한다. 매년 한국에너지공단에서 발간하는 에너지백서를 보면 지역별 재생에너지 발전 환경, 가능 면적 등의 신뢰성 있는 데이터가 나와 있고, 육지가 아닌 해상풍력발전도 가능하기에 국내 재생에너지 여건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제주도에 집중된 그린수소 생산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P2G 통합시스템 기술 고도화 
지필로스는 상명풍력발전단지 그린수소 생산 실증사업에서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주도에서 3.3MW급(행원리)에 이어 국내 최대 규모인 12.5MW급 그린수소 생산사업(동복·북촌풍력발전단지)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12.5MW급 사업에서는 2MW급 알칼라인 수전해 시스템을 자체 기술로 완성하고 현장에 설치해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지필로스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 제어, 계통보상 알고리즘을 갖춘 고효율 전력변환시스템 기술과 ESS 에너지 저장기술, 수소생산 스택의 확장성, 연속운전이 가능한 수전해 기술, 자동운전과 원격제어 모니터링이 가능한 운영솔루션 기술 분야에서 전문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필로스 직원이 연료전지용 전력변환기 생산 공장에서 조립작업을 하고 있다. 
지필로스 직원이 연료전지용 전력변환기 생산 공장에서 조립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수전해 시스템의 안정적인 수소생산을 위한 ‘G-PMS 그린수소 관리시스템’은 수소 전주기 중에서 가장 예민하고 중요한 부분이다. 수소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순물(산소·수분) 농도 예측이 가능하다. 

지난 2023년 7월 에너지기술평가원의 ‘30MW급 청정수소 기술개발사업’ 대상지로 제주가 선정됐다. 이 사업까지 합하면 제주에만 총 50MW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기지가 구축되는 셈이다. 지필로스는 30MW급 사업에도 참여해 P2G 통합솔루션 기술력을 확산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앞으로 수소생산과 저장, 활용에 이르는 P2G 통합시스템의 설계·시공·운영솔루션 기술을 선도해 나가기 위해 해외 수소 전문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수전해 핵심기술(전해조)과 제조능력, 공급망 확대 등 수소사업의 시너지를 창출하고 해외 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실제로 해외 시장 공략도 준비 중이다. 지난 6월 말 모로코 에너지 연구기관인 IRESEN의 사미르 라시디(Samir RACHIDI) 총괄책임자가 지필로스를 방문했다. 재생에너지 연계형 P2G 통합시스템 사업 현황을 설명하고 수소에너지에 관한 생산기술 및 사업협력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박 대표는 “북아프리카에 있는 모로코는 유럽에서 가장 가까운 지정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조량 등 기후적으로 좋은 요건을 가지고 있어 그린수소 생산의 최적지로 알려져 있다”라며 “신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모로코와의 프로젝트 협력을 통해 아프리카 시장에서 P2G 통합시스템 보급 확대 기회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 장기 저장능력 입증
박 대표는 최근 흥미로운 일을 경험했다. 우연한 기회에 수소의 장기 저장능력을 입증한 것이다. 

상명풍력발전단지 그린수소 실증 기간 중 생산한 수소는 상용화를 위해 튜브 트레일러에 보관하고 있었다. 수소의 양은 100kg 정도였다. 튜브트레일러 검사 기간이 도래했고, 수소를 뺀 상태에서 검사를 받아야 했다. 

그 와중에 행원 그린수소 생산사업에 참여 중인 한 기업의 수전해 장치가 고장이 나서 지필로스의 알칼라인 수전해 시스템(2MW급)을 급하게 다시 가동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제주도에 인력을 내려보내기도 전에 수소가 필요할 정도로 급한 상황이었다. 이미 제주에는 함덕 그린수소충전소를 이용하는 수소 버스가 운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창원에서 배로 수소를 가져오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고 한다. 그때 지필로스가 보관 중이던 수소를 공급해 수소버스 운행 차질을 막을 수 있었다. 3년 6개월 정도 전에 생산한 수소였다. 

박 대표는 “풍력발전 잉여 전기를 활용해 만든 그린수소를 3년 이상 보관해오다가 이번에 그 수소를 아무런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라며 “재생에너지 전기를 수소로 전환해서 저장했다가 다시 사용해도 품질에 문제가 없고 수소의 장기 저장도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라고 밝혔다. 

PEM·알칼라인 수전해 상용화
지필로스는 현재 PEM, 알칼라인 수전해 시스템의 상용화 준비를 마쳤다. 

국내 첫 상용화를 위한 공장 제조형 100kW PEM 수전해 시스템에 대해 지난 6월 한국가스안전공사로부터 수소용품 인증(KGS AH 271:2024)을 받았다. 그동안 그린수소 실증을 위한 현장설치형이나 초소형(0.015N㎥/hr) 제품에 대한 인증은 있었으나 상용화를 위한 100kW PEM 수전해(22.5N㎥/hr)는 지필로스가 처음이라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이번에 인증받은 PEM 수전해 시스템을 올해 청주 대청취수장, 제주 용수파력시험소 등에 공급할 예정이다.

수소용품 인증을 받은 100kW PEM 수전해시스템.(사진=지필로스)
수소용품 인증을 받은 100kW PEM 수전해시스템.(사진=지필로스)
지필로스의 1MW급 알칼라인 모듈형 수전해시스템. 
지필로스의 1MW급 알칼라인 모듈형 수전해시스템. 

지난 2023년 말 수원 고색산업단지에 공장제조형 수전해 시스템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알칼라인 수전해(100kW~1MW) 인증과 대용량 제품화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책 과제를 통해 차세대 수전해 기술인 고체산화물 수전해(SOEC)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필로스는 그린수소 생산기술을 활용한 연관 사업을 위해 친환경 수소발전기인 수소연료전지 파워팩을 개발하고 있다. 

박 대표는 “도심 속 건설현장을 지나다 보면 디젤발전기에서 나오는 시커먼 매연과 소음, 매캐한 냄새로 불쾌감을 느낄 때가 많다. 특히 디젤발전기가 배출하는 유해 물질은 대기오염뿐만 아니라 인체 건강에 매우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라며 “지필로스는 디젤발전기를 대체할 수 있는 무공해 수소연료전지 파워팩(150kW)의 개발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 시설 및 도심 건설현장, 청정수소발전 및 분산에너지 시장 등에서 수소연료전지 파워팩의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린수소 활성화하려면
박 대표는 그린수소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 바라는 점도 전했다. 

그는 “그린수소는 가스 영역이면서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전기가 필요해 전력 분야에도 해당한다”라며 “그린수소 활성화를 위해 전기사업법상 겸업 금지의무를 개선해 발전사들도 수소생산을 하거나 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소 등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변환해 저장·사용하고, 발전·난방·수송 부문을 연결하는 섹터커플링(에너지통합) 시대가 온 만큼 전력과 수소를 융합한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국내 그린수소 산업을 활성화하고, 풍력·태양광 및 수전해 업체, 수소제품 업체 등과 함께 해외에 나가서 그린수소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체제가 구축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국내 수소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기대감이 컸으나 최근 전반적으로 시장 상황이 힘들어지고 있다. 정부 지원 예산의 축소와 국내 내수 시장을 이끌던 발전사와 공기업들의 사업 축소, 경제성 및 산업 인프라 조성 부족 등 총체적인 문제라는 게 박 대표의 분석이다. 특히 생산 비용 문제 등으로 시장 활성화가 늦은 그린수소 분야는 더욱 힘든 실정으로 정부의 그린수소 생산단가 보조 지원 정책이 하루 빨리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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