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숙 제이앤티지 대표가 토토 사이트와의 인터뷰를 마친 후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은숙 제이앤티지 대표가 토토 사이트와의 인터뷰를 마친 후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위기가 새로운 길을 찾아보라는 기회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위기가 왔을 때 희망을 갖고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회사가 성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은숙 제이앤티지 대표는 회사 창립 멤버로 시작해 지난해 4월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설계, 공정관리, 기술개발, 설비 투자, 공장 건설, 영업 등 모든 분야를 총괄해 왔다.

제이앤티지는 그룹사의 제이앤티씨에서 분사하면서 지난 2011년 1월에 설립된 수소연료전지 소재·부품 전문기업으로, ESS 및 수전해 분야로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2006년부터 직접메탄올 연료전지(DMFC)용 전극과 막전극접합체(MEA), DMFC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쌓은 연료전지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현대자동차가 주관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소전기차용 GDL 국산화 개발 1~2단계 과제를 통해 국내 최초로 GDL 국산화에 성공했다. 세계에서는 독일 SGL, 일본 도레이 등에 이어 4~5번째로 개발한 것이다.

이 기간 중 롤(Roll) 형태의 카본 페이퍼(Carbon Paper, 탄소종이)와 이를 활용한 GDL을 개발했다. 카본 페이퍼는 습식 부직포(wet-laid) 공정에서 탄소섬유를 이용해 만들어진 검은색의 탄소종이로, MPL(Micro Porous Layer; 미세다공성층) 코팅, 불소고분자 코팅, 열처리 등의 화학 공정을 거쳐 수소연료전지의 핵심부품 소재인 GDL(기체확산층, Gas Diffusion Layer)로 재탄생한다.

GDL은 반응가스의 원활한 공급과 반응 기체가 흐름장 채널(Flow Field Channel)에서 촉매층으로 가는 통로를 제공하며 전기화학 반응으로 발생한 열을 분리판으로 전도해 열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제이앤티지는 2013년부터 양산체계를 준비해와 현재 1~2호 생산라인을 통해 수소전기차 4만5,000대 규모의 GDL 공급이 가능하다. 글로벌 수소전기차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ESS 및 수전해용으로 확대하기 위해 3~5호 생산라인을 단계적으로 구축 중이다.

수소연료전지의 핵심부품 소재인 제이앤티지의 기체확산층(GDL).(사진=제이앤티지) 
수소연료전지의 핵심부품 소재인 제이앤티지의 기체확산층(GDL).(사진=제이앤티지) 
제이앤티지의 바나듐 산화환원흐름전지용 ‘흑연펠트 전극’.(사진=제이앤티지)
제이앤티지의 바나듐 산화환원흐름전지용 ‘흑연펠트 전극’.(사진=제이앤티지)
제이앤티지의 발전용 연료전지·수전해용 카본페이퍼 ‘MGP’.(사진=제이앤티지)
제이앤티지의 발전용 연료전지·수전해용 카본페이퍼 ‘MGP’.(사진=제이앤티지)

GDL 기술을 기반으로 2013년부터 에너지저장시스템(ESS)에 사용되는 바나듐 산화환원흐름전지용 ‘탄소(흑연)펠트 전극’을 개발해 제품화에 성공했다. ESS의 주요 부품인 흑연펠트(Graphite Felt)는 바나듐 이온의 산화환원 반응 자리와 촉매층 및 분리판을 전기적으로 연결해 전자가 흐르는 통로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발전용 연료전지와 수전해용 카본페이퍼(MGP)도 개발해 공급 중이다. MGP(Molded Graphite Paper)는 흑연화된 탄소종이로, 발전용 연료전지(PEMFC, PAFC) 및 수전해 스택의 핵심 소재이다.


두 번의 위기를 기회로

2008년부터 11년간 GDL 연구개발에만 약 200억 원을 쏟아부은 제이앤티지는 수소전기차 넥쏘가 나오면서 빛을 발하는가 싶었다. 그러나 국내 수소차용 GDL 공급이 무산되면서 큰 시련을 맞았다. 그 시련을 기회로 잡은 게 이은숙 대표다.

“제이앤티지가 한국자동차연구원, 에너지기술연구원, 서울대학교와 협업해 3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을 개발하는 과제가 2020년에 시작해 2023년에 종료되었습니다. 자동차 제조사는 2023년에 3세대 수소전기차를 양산한다는 목표였습니다. 이 과제를 수행하는 기간 중 수요 기업인 이 자동차 제조사와 굉장히 협의가 잘 됐어요. 우리는 3세대 GDL을 개발하고 있었고, 공급을 준비하기 위해 설비 투자를 진행했죠.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양산 2호 라인 설비 구축과 인력 확보에 약 110억 원 정도 투자를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3세대 수소차 양산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방향성을 잃어버렸죠. 그때 ‘GDL 사업을 그만둬야 하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꽤 심각했었어요.”

이 대표는 일찌감치 국내 시장만 바라봐서는 안되겠다는 굳은 결심을 했다. 2017년부터 중국에 GDL을 수출하기 시작해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출을 확대해나갔다. 제이앤티지는 2021년 12월 ‘제58회 무역의 날’ 행사에서 300만불 탑을 수상했다.

“중국 시장에 들어갈 당시 절대적인 강자는 독일 SGL밖에 없었어요.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부품 공급망(SCM) 확대를 위해 우리 제품에 관심을 보였죠. 처음엔 우리 제품에 대해 100% 만족하지는 못했어요. 중국 업체들의 요구에 맞게 기술을 개발해 지금은 3세대 GDL만 봤을 때 중국 GDL 시장의 35~40%를 점유할 수 있게 됐죠. 당사 1~2세대 GDL도 중국 수소전기차에 많이 들어가고 있어요.”

수소연료전지 핵심부품 소재인 기체확산층(GDL) 원재료인 카본페이퍼 생산 라인.
수소연료전지 핵심부품 소재인 기체확산층(GDL) 원재료인 카본페이퍼 생산 라인.

대규모 설비 투자와 인력 확보를 해놓은 상황이기에 시장 확대가 절실했다. 그래서 이 대표가 눈을 돌린 게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이다. 국내에 공급 중인 발전용 연료전지시스템(PAFC)을 눈여겨본 것이다.

“당사 제품은 모두 ‘Roll-to-Roll’ 방식으로 생산됩니다. 발전용 연료전지 제조사는 시트 형태를 원했는데, 몰딩 프로세스를 활용해 몇 개의 카본페이퍼를 붙여서 고온에서 흑연화하는 공정이 필요하더라고요. 당사 제품 생산 공정을 보면 탄소섬유를 사서 초지를 뜨고 그 다음에 레진을 함침하고 탄화하고 흑연화해서 카본페이퍼를 만드는데, 그중 일부 프로세스를 시트로 하면 되겠구나 하고 발전용 연료전지 카본페이퍼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했죠. 관련 일부 장비도 도입했습니다. 2022년에 최종 승인을 받아서 공급하기 시작해 지난 2023년 한 해만 약 100억 원 규모를 공급했습니다.”

또 새로 찾은 시장이 ESS이다.

“협업을 해왔던 해외 기업과 함께 바나듐 산화환원흐름전지용 ‘흑연펠트 전극’을 개발했습니다. 제품화해서 공급을 시작했지만 공급량은 적었습니다. 그 와중에 징크 브롬(Zn-Br) 배터리를 만드는 회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 회사는 굉장히 두꺼운 7~7.5mm 정도 되는 흑연펠트 전극을 요구했는데, 그걸 전 세계에서 만들 수 있는 곳은 몇 군데 안 됩니다. 이런 공급업체들은 소량만 생산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대량 생산을 하는 기업을 찾다가 당사를 알게 된 겁니다. 우리가 ESS용으로 대량 공급을 시작하게 된 거죠.”

이 대표에게 또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 2023년 6월 발전용 연료전지 제조사의 사업 구조 조정으로 발전용 연료전지 카본페이퍼 물량 공급이 중단된 동시에 당시 2대였던 탄화로(지금은 3대) 중 1대(1호기)에 불이 난 것이다. 탄화로는 물이 닿으면 치명적이다. 화재 진압에서 사용된 물이 탄화로에 들어가 사용이 불가능해졌다.

“그때까지도 핵심 장비인 탄화로와 흑연화로만 빼고는 모두 자체적으로 직접 설계를 해서 만들었거든요. 화재가 난 탄화로 장비를 살펴보니 노후로 인해 불이 난 것 같더라고요. 일본 회사가 만든 제품인데, 평소에 고장 발생 시 한국에 와서 A/S를 해주려면 두 달 정도 걸린다는 거예요. 1호기 화재를 계기로 그 장비를 뜯어보면서 내부 구조와 기능을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고장이 나면 우리가 자체적으로 고쳐서 사용할 수 있게 됐죠. 현재 양산에 들어간 3호기도 일본 회사가 만든 것이지만 내부 구조는 당사가 많은 부분을 맞춤형으로 설계한 내용을 반영한 겁니다.”

이제 발전용 연료전지 카본페이퍼 공급 건도 정상화되어 생산을 시작했다. 위기가 찾아왔을 때 포기하지 않았더니 주문량이 늘고 있다고. 제이앤티지는 2021년 60억 원의 매출을 올린 이후 2022년 110억 원으로 늘어나고 2023년엔 22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250억 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직원도 100명 정도로 늘어났다.

“징크 브롬(Zn-Br) 배터리와 바나듐 플로(Flow) 배터리용으로 한달에 3,000㎡ 만드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내년부터는 한달에 8만㎡를 시작으로 12만㎡까지 만들어야 돼요. 그만큼 회사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겁니다.”


수전해 시장 진출 ‘눈앞’

이 대표는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수전해 시장도 들여다봤다. 미국의 P사와 독일의 B사를 알게 됐고, 이들 회사가 요구하는 두께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까지 개발했다. 유럽에 먼저 수전해 스택용 카본페이퍼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 독일 B사 관계자들이 제이앤티지 본사를 방문해 공급 협의를 진행했다. 이제 2차 공정 ODT를 마치고 개발 승인이 나면 제이앤티지는 독일 B사의 공급업체로 등록된다. B사가 2026년 1/4분기부터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어서 수전해용 제품 매출도 발생할 예정이다.

제이앤티지 이은숙 대표(왼쪽)와 김지영 연구원이 수전해용 카본페이퍼(MGP)를 들어보이고 있다.
제이앤티지 이은숙 대표(왼쪽)와 김지영 연구원이 수전해용 카본페이퍼(MGP)를 들어보이고 있다.

내년부터 티타늄 페이퍼도 개발할 계획이다.

“수전해 분야에서 당사가 공급하는 페이퍼는 PEM용입니다. 캐소드(cathode)에는 당사가 개발한 MGP(흑연화된 탄소종이)를 사용할 수 있는데, 애노드(Anode)는 티타늄 페이퍼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티타늄 표면에 CVD(화학기상 증착법)로 백금을 코팅해야 하는데, 그룹사인 제이앤티씨의 강화유리 사업부가 ITO 필름을 만들면서 CVD 기술을 확보해 그 기술을 응용해서 티타늄 페이퍼를 개발할 생각입니다.”


사업 확장 위해 상장 추진

이 대표는 연료전지용 GDL 시장에서 독일 SGL과 일본 도레이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 만큼 기술·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중국에서 3세대 GDL은 일본 도레이 대체용으로 공급이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또 ESS, 수전해 등의 신시장 개척과 성장 잠재력으로 매출 확대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경쟁력과 자신감은 상장 추진으로 이어졌다.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위해 빠르면 2025년 말, 늦어도 2026년 1분기 내로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3~5기 생산라인 구축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정부가 수소 시장 확대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제가 보기엔 국내 수소 시장이 너무 작습니다. 세계 최초로 도입한 수소발전 입찰시장만 봐도 물량이 적어요. 연료전지 분야 업체들이 위축되어 있는 게 사실이에요. 중국을 보면 겁이 납니다. 중국 정부는 많은 세제 혜택과 지원금 등으로 수소산업 육성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 않습니까. 과거에 우리가 해외 기술진들을 데려와 선진기술을 빠르게 습득한 것처럼 중국도 해외 유수 연료전지 기업 출신 전문가들을 영입해 우리보다 더 빠르게 기술을 개발하고 성능에서도 뒤지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 연료전지 기술이 처음엔 앞서갔는데, 과연 지금도 앞서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생각입니다.”

제이앤티지 화성 본사·공장 전경.(사진=제이앤티지)
제이앤티지 화성 본사·공장 전경.(사진=제이앤티지)

이 대표는 회사 직원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전했다.  

“지금까지도 함께 하는 오래된 멤버들이 있는데, 신뢰가 쌓여야 하는 거잖아요. 가장 어렵고 힘들 때 이들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제가 방향을 제시하면 모든 일을 믿고 묵묵히 따라주었고, 불이 나서 장비를 고칠 때도 끝까지 남아 일을 하더라고요. ‘서로에 대한 신뢰감과 애사심이 상당하구나’ 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회사가 단순하게 돈을 벌기 위한 곳이 아니라 이렇게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모인 집합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죠. 제가 사람 복은 있는 것 같습니다. 감사하죠. 또 연구원들한테 물어보면 예전에는 독일 SGL과 일본 도레이만큼 하는 게 목표였다면 지금은 ‘우리만의 유일한 기술을 가지고 가자’라고 말할 정도로 직원들이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 대표는 끝으로 전세계에 제품을 많이 수출해 깨끗한 에너지와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