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쏘 후속 모델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4월 3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수소전기차인 2세대 넥쏘를 전격 공개했다.
2세대 넥쏘는 지난 2018년에 출시된 1세대 넥쏘의 완전변경 모델로, 지난해 10월에 공개한 콘셉트카인 이니시움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2세대 넥쏘엔 2.5세대 연료전지가 탑재됐다. 2.5세대 연료전지는 막전극접합체, 기체확산층, 금속분리판 등 부품의 성능과 내구성을 향상시킨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출력이 2세대 연료전지보다 높아졌다.
또 배터리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2개의 인버터가 주행 상황에 맞게 최적의 모터 출력을 발휘하는 ‘2-스테이지 모터 시스템’을 적용했다.
전문가들은 연료전지의 과부하를 줄여 내구성을 유지하기 위해 적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시스템 효율은 1세대 넥쏘보다 1.3%p 향상된 90%, 모터 출력은 25% 향상된 150kW를 달성했다.
수소저장탱크는 기존보다 5.7% 늘어난 6.69kg(162.6리터)를 저장할 수 있으며 에어로다이나믹 휠, 구름저항이 적은 타이어, 서스펜션 브레이크 등을 탑재해 1회 충전 주행거리를 최대한 늘렸다. 그 결과 2세대 넥쏘의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700km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1세대 넥쏘(609km)보다 15%가량 증가한 것이다.

이와 함께 실용성을 높였다. 먼저 수소충전소를 경유해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최적의 경로를 안내하는 ‘루트 플래너’ 기능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운전자는 운영 상태, 대기차량, 충전 가능 여부 등 수소충전소의 세부 정부를 확인할 수 있다.
야외활동 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실내외 V2L 기능을 처음으로 탑재했다. 특히 실외단자는 220V 가정용 콘셉트에 직접 연결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또 전장(80mm), 전폭(5mm), 전고(10mm)를 1세대 넥쏘보다 늘려 실내공간을 확대했다. 특히 리어오버행이 확장돼 최대 4개의 골프백을 수납할 수 있는 510리터의 트렁크 공간을 확보했다.
현재 현대차는 2세대 넥쏘를 출시하기 위한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국내에서 자동차를 판매하기 위해선 환경부의 배출가스·소음 인증, 국토부의 형식승인 인증 등을 완료해야 한다.
2세대 넥쏘 등장으로 업계는 국내 수소차 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동차등록통계에 따르면 2024년에 등록된 수소승용차는 2,603대로, 2023년 4,254대보다 38.8% 감소했다. 특히 1만104대를 기록한 2022년과 비교하면 약 5분의 1 수준이다. 수소 차 판매가 저조한 것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현재 판매되는 수소승용차가 넥쏘 1종에 불과한 데다 넥쏘의 경우 2018년 출시 이후 새로운 기능들을 적용해 상품성을 강화했을 뿐 큰 변화가 없었다. 현대차가 보통 신차를 출시한 지 3~4년이 되면 새로운 디자인과 기능을 적용한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는 것을 감안하면 넥쏘는 그대로였다. 여기에 충전 비용 상승, 인프라 부족, 낮은 가성비 등도 한몫했다.
이 때문에 업계는 넥쏘 후속 모델이 조속히 출시되기를 원했으나 넥쏘 후속 모델에 탑재하기로 했던 3세대 연료전지 개발이 지연됨에 따라 후속 모델 출시 일정이 2023년에서 올해로 연기됐다. 그 여파로 수소승용차 판매량은 더욱 떨어졌고 결국 수소차 시장은 기나긴 침체에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풀체인지를 거친 신형 넥쏘가 등장함에 따라 업계는 기나긴 침체에 빠진 수소차 시장이 깨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소버스 경쟁체제 시동
신형 넥쏘만큼 기대되는 것이 바로 새로운 수소버스가 잇따라 투입되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선 현대차만 수소버스를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는 고속버스로 활용되는 유니버스 FCEV와 시내버스로 활용되는 일렉시티 FCEV로 국내 수소버스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현대차만 판매하다 보니 국내 수소버스 시장이 현대차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지난 2018년 정부는 수소차 보급을 시작하면서 2022년까지 수소버스를 총 2,000대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3월까지 보급된 수소버스는 총 1,861대다. 이는 전기버스보다 높은 가격, 짧은 보증기간, 중국산 전기버스 공세, 부족한 충전소 등으로 인해 수요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소버스의 상품성이 낮아 버스운송업체들이 외면했다.
현대차는 기존 내연기관 버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일렉시티 FCEV를 개발했다. 이로 인해 연료전지를 설치할 공간을 확보하지 못했고 결국 내연기관 버스 엔진룸에 해당하는 곳에 넣었다. 그 결과 연료전지가 버스 뒤편을 모두 차지하면서 승차인원이 다른 버스보다 줄었다. 이는 수익성과 직결되는 만큼 버스운송업체들은 수소버스 대신 전기버스를 선택했다.
또 유니버스 FCEV의 경우 당초 2022년 8월에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연료전지가 후면부에 탑재돼 여객 공간이 줄어들어 같은 크기의 45인승 버스보다 좌석 간격이 매우 좁다는 운수업체들의 불만이 나오자 이를 개선하기로 하고 출시 일정을 미뤘다. 이로 인해 유니버스 FCEV는 예정보다 9개월 늦은 2023년 4월이 돼서야 출시됐다.
이에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1일 서울 가빛섬에서 열린 ‘수소의 날’ 기념식에 전시된 이니시움을 보며 현대차 관계자에게 “수소버스 디자인을 잘해달라”고 뼈 있는 말을 하기도 했다.
아울러 현대차의 연간 수소버스 생산능력이 2023년까지 500대에 그친 것도 있다. 이에 현대차는 지난해 초 대형 상용차 전용 생산기지인 전주공장 버스1공장에 수소버스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수소버스 연간 생산능력을 3,000대까지 확대했다.
이런 가운데 두산퓨얼셀의 수소버스 제작회사인 하이엑시움모터스, 철도·전기버스 제작회사인 우진산전, 범한퓨얼셀의 계열사인 범한자동차가 수소버스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로 인해 국내 수소버스 시장이 경쟁체제로 바뀌기 때문에 상품성과 보급 속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엑시움모터스는 캐나다 연료전지 기업인 발라드와 개발한 연료전지를 탑재한 수소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버스는 전장 11m급 시내버스와 광역버스 2종으로 구성된다. 다만 개발이 지연되고 있어 출시 일정을 가늠하기가 어려운것으로 알려졌다.
우진산전은 이르면 올 하반기에 수소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현재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버스는 9m급 모델과 11m급 모델로 구성되며 이 중 9m급 모델을 먼저 내놓을 계획이다. 버스엔 도요타의 연료전지가 탑재된다. 연료전지는 3가지 버전이 있다. 9m급 모델엔 85kW와 120kW, 11m급 모델엔 85kW, 120kW, 180kW가 탑재될 예정이다.

범한자동차는 내년에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수소엔진버스와 수소전기버스를 개발하고 있다.
수소엔진버스엔 HD현대인프라코어가 올 4분기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11리터급 수소엔진이, 수소전기버스엔 범한퓨얼셀이 잠수함용 연료전지를 기반으로 개발 중인 연료전지가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9월 경남도, 창원시와 1,000억 원을 투입해 창원 국가산단에 본사와 완성차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투자 협약을 맺었다.
수소버스 경쟁체제는 또 하나의 구도를 낳는다. 바로 차량용 연료전지 경쟁이다.
현재 국내 수소차 시장은 현대차만 판매하기 때문에 현대차의 연료전지가 장악하고 있다. 그런데 수소버스 출시를 예고한 하이엑시움모터스, 우진산전, 범한자동차는 외산 연료전지 또는 직접 개발한 연료전지를 사용할 계획이다. 이는 현대차가 연료전지를 공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차량용 연료전지 경쟁체제가 형성될 예정이다.
특히 도요타의 차량용 연료전지가 우진산전을 통해 국내 수소차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우진산전은 3가지 연료전지로 라인업을 구성해 현대차의 빈틈을 노려 국내 수소버스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도요타는 가격경쟁력, 내구성 등을 앞세워 적극적인 공세를 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도요타가 2026년에 출시할 3세대 연료전지를 우진산전에 공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진산전 관계자는 “아직 협의하지 않고 있다”라고 일축했다.
도요타는 연료전지 수주물량이 많을수록 관련 비용 절감 효과와 수익 창출이 높아진다고 보고 연료전지를 공급할 파트너사를 늘리고 있다. 실례로 지난해 9월 독일의 BMW와 연료전지, 수소저장탱크 등 수소전기차 핵심 부품 공급량을 확대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여기에 범한자동차 수소버스에 탑재되는 범한퓨얼셀의 연료전지와 하이엑시움모터스 수소버스에 탑재되는 캐나다 발라드의 연료전지도 합류할 예정이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리더가 움직인다
현대차는 지난 3월 20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제57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사업목적에 ‘수소사업 및 기타 관련사업’을 추가했다.
현대차는 또 수소와 AI에 정통한 도진명 전 퀄컴 아시아 부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그는 2009년부터 2017년까지 퀄컴을 다니다 2021년부터 올해 2월까지 미국의 그린수소 생산 기술 개발업체인 엘리먼트 리소스(Element Resources)에서 등기임원을 지냈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에서 수소에너지 사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인 ‘에너지 수소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이 총괄하는 기획조정담당 산하에 편재했다.

이인아 에너지&수소MI실 상무는 이번 주총에서 “현대차는 글로벌 제반 환경 등을 면밀하게 관찰하며 수소사업을 유연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그룹 차원의 역량을 결집해 수소 밸류체인 전반에서 수소 생태계를 확장하고 동반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신형 넥쏘 등장과 수소버스 경쟁체제 구축으로 수소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에서 리더인 현대차가 본격적으로 수소사업을 전개함에 따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수소차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먼저 환경부는 올해 수소차 보급대수를 1만3,020대로 설정했다. 이는 지난해 8,550대보다 52.3% 증가했다. 차종별로는 승용차가 61.8% 늘어난 1만1,000대, 버스가 280대 늘어난 2,000대, 화물차와 청소차는 각각 5대씩 줄어든 10대다.
승용차 보급대수가 많이 늘어난 것은 2세대 넥쏘 출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매보조금 액수는 작년과 동일하다. 승용차는 대당 2,250만 원, 트럭은 2억5,000만 원, 청소차는 7억2,000만 원이다.
수소버스는 저상버스에 2억1,000만 원, 고상버스에 2억6,000만 원이 지급된다. 다만 작년 8월에 신설한 수소버스 성능평가 기준에 따라 보조금이 차등 지급된다.
스택 출력의 경우 저상버스는 110kW, 고상버스는 160kW 미만이면 1kW당 60만 원이 차감되고,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저상버스의 경우 750km, 고상버스의 경우 960km 미만이면 1km당 6만 원 차감된다.
수소버스를 신속하게 수리·점검할 수 있도록 수소버스 제작사는 수소버스를 보급한 모든 권역에 수소버스 정비센터를 1곳 이상, 동일 권역에 100대 이상의 수소버스 보급 시 2곳 이상, 500대 이상 보급할 경우 3곳 이상의 정비센터를 의무적으로 설치·운영해야 한다.
아울러 수소버스 연료전지 스택 교체 보조금 대상이 작년보다 2배가량 늘어난 118개로 확정됐다. 다만 지급액은 작년과 같은 5,500만 원(국고 3,500만 원+지방비 2,000만 원)이다.
환경부는 또 지난 1월 원더모빌리티, 온버스모빌리티, 삼성물산, 효성하이드로젠, 현대차 등과 ‘통근버스 도입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통근용 수소버스 도입 확대를 위한 정부-기업 협업체계 구축을 골자로 한다. 참여기관들은 통근용 수소버스 전환 확대, 수소 공급 및 수소버스 충전 여건 개선, 수소버스 적기 생산·공급 및 유지보수, 지속적인 수소버스 기술개발 등을 추진한다.
수소지게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2025년도 무공해건설기계 보조금 업무처리지침’을 개정했다. 환경부는 올해 수소지게차 구매보조금으로 총 12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먼저 건설기계관리법, 고압가스안전관리법 등에서 정한 안전기준을 충족한 수소지게차에 대해 최대 들어올림 용량에 따라 정액 보조금을 차등 지원한다. 최대 들어올림 용량이 1.5톤 이상 3톤 미만일 경우 6,000만 원, 3톤 이상 7톤 미만은 1억6,000만 원이다.
또 개인이나 법인이 희망 시 대량 구매 지원이 가능하나 3대 이상 구매 시에는 환경부와 사전에 협의토록 해 다수의 구매자가 보조금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환경부는 지자체, 민간과 협력해 수소차 신규 수요를 계속 발굴해 수소차 생태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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