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지난 2023년에 수립한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따라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이하 CCUS)의 2030년 감축 목표를 기존 1,040만 톤에서 1,120만 톤으로 80만 톤 확대했다. 누적으로는 2030년까지 1,680만 톤을 감축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2021년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이하 CCU) 기술의 전략적 연구개발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기술혁신 로드맵’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14개 CCU 상용제품을 확보하고 2040년까지 기존 시장가격 수준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탄소중립 실현 및 CCU 신시장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23년 12월엔 CCU 기술고도화 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은 서부권엔 화학, 생물, 광물화 등 다양한 산업과 연계한 CCU 기술을 육성하는 실증 플랫폼을, 남부권엔 화학산업 연계 플랫폼을, 동남권에선 철강산업 연계 플랫폼, 중부권에선 시멘트 산업 연계 플랫폼을 구축하고 가치나 수요보다 미성숙한 기술은 적극적인 민관 공동투자를 통해 고도화한다.
이 전략에 따라 과기부는 지난 1월 기후·환경 연구개발 분야에 862억 원을 투자하는 2025년 기후환경연구개발사업 시행계획을 발표하고 올해 신규로 추진되는 6개 사업 27개 신규과제를 공모했다.
6개 사업은 △수소 국제공동연구사업인 H2GATHER △CCU 국제공동연구사업인 글로벌 C.L.E.A.N △AI 기반 기후기술 개발 원천 연구 사업 △무탄소에너지 핵심기술개발 △차세대 CCU 기술고도화 사업 △그린수소 기술자립 프로젝트다.
이 중 차세대 CCU 기술고도화 사업과 글로벌 C.L.E.A.N 사업을 통해 이산화탄소와 그린수소로 친환경 합성 연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친환경 합성연료 생산기술 개발
먼저 차세대 CCU 기술고도화 사업은 무탄소 에너지와 연계한 CCU 전주기 기술을 개발하는 사업으로, 이번엔 그린수소와 이산화탄소로 친환경 합성연료의 원료로 사용될 고에너지밀도 화학제품을 만드는 공정을 개발하는 과제가 진행된다.
과제는 1리터당 30MJ 이상의 에너지밀도를 갖춘 액상 화학제품 개발 과제와 1kg당 40MJ 이상의 에너지밀도를 갖춘 고상 화학제품 개발 과제로 나뉜다. 고상 화학제품 개발 과제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액상 화학제품 개발 과제는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이 각각 주관하게 됐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주관하는 고상 화학제품 개발 과제는 전북 군산에서 진행된다.
해당 과제는 수전해로 만든 그린수소와 산단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로 SAF(지속가능한항공유), e-퓨얼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고에너지밀도(≥ 40MJ/Kg) 고상 합성원료를 생산하는 공정을 개발하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이산화탄소로 합성왁스를 제조할 수 있는 촉매와 이를 기반으로 한 공정을 개발하고 하루 200kg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후 그린수소와 혼합해 합성왁스를 만드는 전주기 통합공정을 구축·실증한다.
이를 통해 합성왁스의 제품화 및 원유 대체 활용 가능성을 검증한다. 이렇게 도출된 데이터 등으로 온실가스 감축 효과와 기술경제성을 산출하고 사업화 방안을 제시한다.
이 사업엔 한국화학연구원, 프로콘엔지니어링, 경북대, 건국대, 울산과학기술원, 한국CCUS추진단 등이 참여하며 오는 2028년 12월까지 약 3년 9개월간 수행한다. 총사업비는 국비 186억 원을 포함해 총 240억 원이 투입된다.
해당 사업이 군산에서 추진되는 것은 대규모 이산화탄소 포집이 가능한 산업단지와 전국 최고 수준의 풍력·태양광 에너지를 갖춘 새만금 재생에너지 클러스터를 보유했기 때문이다.
전북도는 이번 사업을 통해 군산이 SAF 등 친환경연료 공급기지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현재 사업의 세부적인 내용을 협의하고 있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까지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이 주관하는 액상 화학제품 개발 과제는 전남 광양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해당 사업은 제철 공정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와 그린수소로 메탄올 등의 원료 사용되는 고에너지밀도(≥ 30MJ/L) 액상원료를 생산하는 공정을 개발하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이산화탄소 수소화기반 메탄올 합성·전환 촉매 및 탄소수 조절 기술을 개발하고 하루 200kg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후 그린수소와 혼합해 메탄올, 액상탄화수소를 생산하는 전주기 통합공정을 구축·실증한다.
이를 통해 액상탄화수소의 제품화 및 석유 대체 활용 가능성을 검증한다. 이렇게 도출된 데이터 등으로 온실가스 감축 효과와 기술경제성을 산출하고 사업화 방안을 제시한다.
연구원 측은 “이산화탄소는 제철소 고로 공정에서 배출되는 부생가스인 BFG(Blast Furnace Gas)에서 포집하고 수소는 최근 포스코홀딩스가 개발한 고체산화물 수전해(SOEC) 모듈을 통해 생산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최종생성물인 액상연료를 하루 30kg가량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울산과학기술원 등 총 9개 기관이 연구개발기관으로, HD현대오일뱅크가 수요기업으로 참여하며 오는 2028년 12월까지 약 3년 9개월간 수행한다. 총사업비는 국비 186억 원이 투입된다.
글로벌 C.L.E.A.N 사업은 CCU 분야 해외 선도 연구그룹과 국제공동연구 수행을 통해 기존 기술 수준보다 획기적으로 성능을 향상할 수 있는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고자 마련됐다.
2025년도 신규과제는 총 4가지였으며 이 중 ‘무탄소에너지 연계 e-CCU 핵심기술 개발’ 과제가 포함됐다. 이 과제는 청정수소, 재생전력 등 무탄소에너지와 연계 가능한 e-CCU 제품을 제조하는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e-CCU는 전기에너지 기반으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로, 그린수소로 이산화탄소 수소화를 통한 액체연료 선택적 생산기술, 전기화학적 이산화탄소 전환을 통한 일산화탄소 생산기술,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전환이 동시에 가능한 다기능 촉매공정 등이 대표적이다.
해당 과제는 한양대학교가 주관하고 미국 DOE 산하 브룩헤이븐 연구소, 일본 와세다대학교 등이 참여한다. 이들은 무탄소 에너지를 활용해 e-SAF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연구기간은 2029년까지 총 5년이며 정부출연금은 90억 원이다.
정부는 단기적인 기술 개발을 넘어 실증과 상용화까지 아우르는 전주기적 지원을 통해 이산화탄소 활용 기술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CCU 기술 고도화를 통해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뒷받침하고,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기술 기반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