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의 잉여 전력을 활용한 수소 생산·저장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철강 산업이나 해운업 등 탄소중립 달성에 꼭 필요한 연료로 그린수소(암모니아) 해외 도입을 강하게 추진해왔다.
이에 국회는 그린수소 생산부터 활용에 이르는 생태계 기반 강화, 국제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국회 수소경제포럼, 국회 국가미래비전포럼, 제주특별자치도는 8일 국회체험관에서 ‘대한민국 그린수소 밸류체인 강화: 국제협력과 시장 확보 방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청정수소 R&D, 공급망 확보에 집중
토론회에서는 국내 수소산업 활성화 방안과 세계시장 진출 전략이 논의됐다.
정부는 국정과제로 ‘청정수소 생태계 구축’을 추진한다. 이에 맞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산학연관이 함께하는 ‘청정수소 R&D 혁신 연합’을 출범시켰다. 정부는 2029년까지 대용량 수전해 시스템 개발에 약 1,241억 원을 투입하고, 2030년까지 청정수소 생산기술을 100% 국산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2030년까지 10MW급 수전해 시스템 상용화(제주)부터 수소충전소·운반차량·액화수소 운송선·모빌리티, 발전용 연료전지·수소 저장과 배관 등 10대 전략 분야 R&D 집중 투자 계획을 밝혔다.

권현철 산업부 수소산업과장은 “친환경 에너지 확대 기조에 발맞춰 청정수소 생산 전략을 대폭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그린수소는 생산·저장·구입 등 공급망 전주기로 사업을 다변화하고 규모를 확대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해외 청정수소 공급망 확보 계획도 밝혔다. 수요국인 일본·독일과 공조해 청정수소 시장을 주도하고 구매 협상력을 높이는 한편, 공급국도 다변화할 방침이다. “향후 정부는 미국·사우디아라비아·호주 등에 더해 해외 청정수소 생산 투자처를 발굴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나미비아, 제주 그린수소 모델에 관심
이번 토론회에서는 국제협력 모델로 나미비아 공화국이 등장했다. 제주도에서 진행 중인 그린수소 사업을 나미비아에 적용하자는 제안이다.
아프리카 남서단에 위치한 나미비아는 태양광·풍력 발전에 유리한 최적의 기후환경을 가진 나라다. 나미비아는 최근 기후투자기금(CIF) 2억5,000만 달러를 확보하고 그린수소 사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한승관 모다드렁 대표는 “나미비아는 확보한 기후투자기금을 탄소 감축 산업에 투자할 계획”이라며 제주도의 그린수소 사업 수출 방안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한 대표는 “정부, 국회, 지자체, 민간이 함께하는 PPP(Public Private Partnership, 민관합작투자) 프로젝트를 통해 진출할 좋은 기회”라고 했다.
요나 무셰코(Jona Musheko) 나미비아 그린수소프로그램 매니저는 “기후투자기금을 기반으로 한국 정부와 기업이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제주도 모델을 나미비아에 도입하는 한편, 양국의 대화 창구로 나미비아 현지에 한국대사관을 복원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관 중심 수소고속도로 제안
토론회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발표한 에너지고속도로와 관련해 ‘수소고속도로’ 필요성도 언급됐다. 지역에서 생산하는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필요한 곳으로 보내기 위한 송전망 확충이 필요하나, 풀어야 하는 과제도 산적해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강성의 의원은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은 전력망 구축 과정에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고, 원전이나 화력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의 수용성 문제는 예전부터 큰 장벽 중 하나”라며 에너지 생산과 소비처 간 불균형 문제 해결 방안으로 전력망 사용료, 지역별 차등 전기세 도입 등을 언급했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이 수소고속도로 사업이다. 핵심은 배관망을 통한 수소 공급이다. EU만 해도 ‘유럽 수소 백본(European Hydrogen Backbone)’ 프로젝트를 통해 2040년까지 약 4만km의 배관망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기석 삼성물산 상무는 그린·블루·핑크 수소를 필요한 지역에 배관으로 보내는 ‘수소고속도로’ 사업을 제안하면서 “해상풍력·태양광 발전, 원전, 천연가스를 활용해 생산한 수소를 배관으로 지역에 공급”하는 구상을 밝혔다.
수소고속도로 사업은 동해·서해·남해 등 세 권역으로 나눠 지역별 발전 특성에 맞게 설계됐다. 서해권은 해상풍력 전력을 활용한 수소 생산이 주를 이룬다. 바다 위에 건설하는 대규모 해상 에너지 허브인 ‘에너지 아일랜드’, 한국·일본·중국·러시아·몽골 간 전력망 연결로 재생에너지를 함께 사용하는 동북아 슈퍼그리드와 연계도 추진할 수 있다.
남해권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수소 생산, 동해권은 원전 전력과 연계한 수소 생산과 공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남해권의 광양, 동해권의 포항은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에 필요한 청정수소 수요와 관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