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의 성장 기반은 기술 혁신에서 온다. 토토 사이트는 불철주야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국내 연구진의 성과를 모아 H2-Tech 코너에 소개한다.
수소와 암모니아의 생산성을 높일 신개념 기술들이 개발됐다.
한국재료연구원은 세계 최초로 저온 용액공정을 통해 제작한 브롬화구리막을 기반으로 한 암모니아 가스 센서를 개발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알칼라인 수전해와 양성자교환막 수전해를 비교해 최적의 그린수소 생산 운영 전략을 도출했다.
카이스트는 저온·저압 조건에서도 기존 촉매보다 7배 이상의 성능을 발휘하는 암모니아 합성 촉매를, 포스텍과 서울대는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로 바꾸는 촉매의 성능과 내구성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재료연, 세계 최초 저온합성 브롬화구리막 기반 암모니아 센서 개발

한국재료연구원 에너지·환경재료연구본부 윤종원, 권정대, 김용훈 박사 연구팀은 저온에서 간단한 용액공정을 통해 제작할 수 있는 브롬화구리막을 기반으로 암모니아 가스 센서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암모니아 가스 센서는 공기 중 암모니아를 감지해 실내외 환경 모니터링, 산업 현장 유해가스 감지, 질병 진단 등에 활용된다.
센서에 사용되는 브롬화구리막은 암모니아와 만났을 때 전기적 저항값이 크게 변해 낮은 농도의 암모니아도 감지한다. 브롬화구리막을 만들기 위해선 500°C 이상의 고온 진공 공정이 필요하나 고온에 취약한 유연 기판에 적용하기 어렵고 제작 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연구팀은 150°C 이하에서 진공 공정 없이 이차원 구리 나노시트를 기판에 형성하고 간단한 용액공정을 통해 브롬화구리막을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기반으로 플라스틱 기판 위에서 암모니아 가스 센서를 만들었다.
이후 1,000번 이상 반복해서 구부리는 실험을 통해 해당 센서가 고성능을 유지한 상태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100만분의 1 이하 암모니아 농도를 감지할 수 있다는 고감도성과 다른 가스들과 비교했을 때 암모니아에 100배 이상 높은 반응을 보여준다는 고선택성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저온 용액공정으로 암모니아 센서 제작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데다 웨어러블 센서, 진단 의료기기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연, 수전해 기술 비교로 최적 운영 전략 도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AI·계산과학실 박정호 박사 연구팀은 알칼라인 수전해(이하 AEC)와 양성자교환막 수전해(이하 PEM)의 경제성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최적의 운영 방안을 제시했다.
AEC는 가장 상용화된 기술이나 장치 가동에 필요한 전력의 요구치가 높고 일정한 공급이 필요해 간헐성이 높은 재생에너지와 연계하기가 어렵다. PEM은 적은 전력으로도 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 재생에너지와 연결할 수 있으나 초기 설치 비용이 높고 AEC보다 기술 성숙도가 낮다. 이 때문에 한가지 수전해만으로 그린수소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기가 어렵다.
연구진은 AEC와 PEM의 기술적 차이, 경제성을 비교·분석했다.
먼저 AEC의 경우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면서 ESS를 보조 전원으로 활용하면 수소생산단가는 1kg당 최대 8.6달러지만 기존 화석 연료 발전 중심의 전력망을 통해 보조 전력을 확보하면 6.6달러로 낮아진다.
PEM은 필요 이상으로 전력을 과잉공급해 수소생산량을 늘리는 과부하 운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려 필요 전력의 1.5배를 과잉 공급할 경우 수소생산단가를 1kg당 5.8달러까지 낮출 수 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높고 안정적 공급이 가능한 환경에선 PEM을, 이외의 환경에선 AEC와 무탄소 기반 전력망을 조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연구진은 제주도 기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수전해 수소 생산 조합을 발견했다. 수전해 설비 용량 100MW를 기준으로 해상풍력 100MW와 태양광 100MW를 조합하면 1kg당 4달러 수준에서 안정적인 수소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KAIST, 성능 7배 향상된 암모니아 합성 촉매 개발

KAIST의 최민기 교수 연구팀은 에너지 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이면서도 암모니아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혁신적인 촉매 시스템을 개발했다.
현재 암모니아는 철 기반 촉매 기반 하버-보슈 공정을 통해 생산되고 있다. 그런데 이 방식은 500℃ 이상의 고온과 100기압 이상의 고압이 필요해 엄청난 에너지를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여기에 대규모 공장에서 제조되기 때문에 유통 비용도 높다.
이에 수전해를 통해 생산된 그린수소를 이용해 저온·저압(300도, 10기압)에서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공정이 개발되고 있다. 문제는 저온·저압에서 높은 생산성을 발휘하는 촉매가 없다.
연구팀은 루테늄 촉매와 강한 염기성을 갖는 산화바륨 입자를 전도성이 뛰어난 탄소 표면에 도입해 화학 축전지처럼 작동하는 신개념 촉매를 개발했다.
암모니아 합성 반응 도중 수소 분자(H₂)는 루테늄 촉매 위에서 수소 원자(H)로 분해된다. 수소 원자는 양성자(H+)와 전자(e-)로 한 번 더 분해된다. 산성을 띠는 양성자는 강한 염기성을 띠는 산화바륨에 저장되고 남은 전자는 루테늄과 탄소에 분리·저장된다.
이 같은 화학 축전 현상을 통해 전자가 풍부해진 루테늄 촉매는 암모니아 합성 반응의 핵심인 질소(N₂) 분자 분해 과정을 촉진해 촉매 활성을 비약적으로 증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탄소의 나노구조를 조절함으로써 루테늄의 전자 밀도를 극대화해 촉매 활성을 증진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이 촉매는 300도, 10기압인 온건한 조건에서 기존 최고 수준의 촉매와 비교하여 7배 이상 높은 암모니아 합성 성능을 나타냈다.
포스텍-서울대, 성능 높인 CO₂ 활용 촉매 개발

포스텍의 김진곤 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과 서울대의 한정우 교수 연구팀은 이산화탄소를 산업에 유용한 일산화탄소로 바꾸는 촉매의 성능과 내구성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산화탄소를 원하는 화합물로 전환하는데 사용되는 촉매인 단원자 촉매는 금속 원자를 개별적으로 탄소 지지체 표면에 배치해 촉매 효율을 극대화한다. 특히 이산화탄소를 다른 상태로 전환하는 반응에서 금속 활용도와 반응 선택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탄소 지지체의 어떤 특성이 촉매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탄소 지지체 핵심 요소인 다공성과 전자전도성이 이산화탄소 전환 반응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 분석하고 다양한 형태의 질소가 도핑된 다공성 지지체를 설계한 다음 니켈 단원자 촉매를 고정해 성능을 비교했다.
그 결과 낮은 전압에선 전자전도성이 높은 지지체가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로 변환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반면 높은 전압에선 다공성 구조가 촉매의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했다. 넓은 전압 범위에선 90% 이상의 전환 효율을 보였으며 10시간 이상 작동한 후에도 우수한 내구성이 유지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촉매는 질소가 포함된 다공성 그래핀(탄소 동소체) 기반 탄소 지지체를 활용해 기존의 2차원 그래핀이나 질소가 없는 다공성 탄소 지지체보다 뛰어난 이산화탄소 전환 성능을 보인 것이다.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 저감뿐만 아니라 수소생산을 위한 수전해 반응, 연료전지 산소 환원 반응과 같은 다양한 에너지 전환·저장 기술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