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수소가 시중에 유통되면서 수소충전소 시장에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액화수소의 이점을 살린 ‘1.5세대 충전소’부터 아이오닉 압축기를 활용한 시간당 300kg급 대용량 충전소가 등장했다. 수소충전 시장의 ‘뉴 트렌드’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하이스원 금사회동 수소충전소는 36개의 저장용기를 구축해 총 1.5톤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다.
하이스원 금사회동 수소충전소는 36개의 저장용기를 구축해 총 1.5톤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다.

하이스원(HyIS-one)이란 수소충전 솔루션 회사가 있다. 상용차용 수소충전소 구축을 주요사업으로 하는 특수목적법인인 코하이젠에서 사업개발 실무를 맡은 이력이 있는 권성욱 대표가 2023년 5월에 설립한 회사다.

지난해 환경부 수소충전소 설치지원 공모사업에 4곳이 선정되어 대용량 수소충전소를 구축 중이다. 그 첫 번째 현장이 부산 금정구에 있다.

 

협소 부지에 들어선 대용량 수소충전소 

하이스원 금사회동 수소충전소는 250평에 불과하다. 사무동 앞쪽에 설치된 3기의 디스펜서와 충전을 위한 주차공간을 빼면 남는 땅이 없다. 

오른쪽에 붙은 기계실은 딱 60평이다. 작다고 얕보면 안 된다. 하이스원 충전소는 시간당 300kg 이상의 수소충전을 지원한다. 수소버스와 수소트럭을 포함해 하루 200대를 충전할 수 있다.

하이스원 금사회동 수소충전소의 조감도로, 버스 차고지 바로 옆에 붙어 있다.(사진=하이스원)
하이스원 금사회동 수소충전소의 조감도로, 버스 차고지 바로 옆에 붙어 있다.(사진=하이스원)

하이스원에서 설계와 구축을 총괄하고 있는 송길성 책임매니저는 “같은 규모의 코하이젠 수소충전소라면 800평이 필요하다”라며 “3분의 1 정도 되는 부지에 꼭 필요한 설비만 꽉꽉 채워 넣었다”고 한다.

“2,150리터급 타입1 저장용기 36개를 배치했어요. 250바(bar)로 압축하면 1.5톤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죠. 튜브트레일러가 들어오는 대로 압축기를 돌려 이 탱크에 수소를 저장하게 됩니다. 수소를 빼고 나서 바로 출차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이죠. 부지가 작아 이렇게 가야 합니다.”

기계실 안으로 발을 들인다. 덕산에테르씨티의 타입1 저장용기가 6줄로 꽂혀 있다. 내부에는 튜브트레일러 한 기가 들어올 공간만 있다. 튜브트레일러를 두세 기씩 꽂아두고 저장용기로 쓰는 기존 충전소와는 운영 방식이 다르다.

하이스원 송길성 책임매니저는 “도심의 협소 부지에 시간당 300kg 수소충전이 가능한 대용량 충전소를 구축했다”고 한다.
하이스원 송길성 책임매니저는 “도심의 협소 부지에 시간당 300kg 수소충전이 가능한 대용량 충전소를 구축했다”고 한다.

안전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반경 20m 이내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수소 누출을 잡아내는 초음파 감지기가 천장에 달려 있다. 또 법에서 정한 수치(12cm 이상)보다 훨씬 높은 22cm 두께로 방호벽을 설치했다.

“이 방식의 설계를 적용하려면 압축기 성능이 정말 좋아야 해요. 동화엔텍에서 개발한 150kg급 아이오닉 압축기 두 대가 들어와 있죠. 한 대로 중압, 고압을 모두 처리할수 있어요. 250바로 압축해둔 수소를 850바로 승압해서 고압탱크에 저장해두고 충전을 진행하게 됩니다.”

하이스원 충전소에 들어간 동화엔텍의 헥스콤프(HexKomp) 아이오닉 압축기.  
하이스원 충전소에 들어간 동화엔텍의 헥스콤프(HexKomp) 아이오닉 압축기.  

수소와 섞이지 않는 아이오닉 액체(Ionic Liquid)로 수소를 밀어 압축하는 방식이라 소비전력 대비 효율이 높다. 또 압축기가 딱 두 대라 유지보수 비용도 크지 않다. 

“충전용 디스펜서로 한국다쓰노 제품을 국내 최초로 적용했어요. 분당 3kg 수소충전이 가능해요. 수소 15kg 충전에 5분, 20kg 충전은 10분 안쪽에 끝낼 수 있죠. 기본적으로 분당 5kg 충전이 가능한 제품이라 충전속도는 더 빠를 수 있어요. 당연히 셀프 충전도 지원합니다.”

부산 금사회동 충전소에 한국다쓰노에서 공급한 디스펜서 제품을 설치 중이다.
부산 금사회동 충전소에 한국다쓰노에서 공급한 디스펜서 제품을 설치 중이다.

부지에 여유가 있다면 1톤급 액화수소 저장탱크를 붙이는 것도 가능하다. 송길성 책임매니저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설계를 진행했다”라며 “타입1 저장용기(1.5톤)와 액화수소 저장탱크(1톤) 조합으로 총 2.5톤의 수소를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타입4 저장용기를 적용한 450바 튜브트레일러를 운영하면 수소운송량을 크게 높일 수 있죠. 튜브트레일러 운송 횟수가 줄어 운송비를 아낄 수 있고, 기본적으로 수소저장 압력이 450바로 높아 수소를 옮겨 담기가 편해요. 이런 점을 모두 고려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이스원은 대용량 충전 특성에 맞게 하역식(저장식) 충전소로 운영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부산에 이어 인천 중구, 안산 신길(부산으로 변경 가능), 제주 애월에 수소충전소 구축이 예정돼 있다.

 

미래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 

내년 상반기에 넥쏘 후속 모델이 출시되기 전까지 수소승용차 보급 확대는 사실상 힘들어졌다. 하지만 수소상용차 시장은 다르다. 통근버스를 운영하는 기업, 버스 운영사를 중심으로 수소버스 도입이 꾸준히 늘고 있다. 물류용 수소트럭, 수소청소트럭에 대한 수요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9월 말 기준으로 2,320대가 운행 중인 인천의 경우 승용차가 1,984대로 가장 많고 버스(324대), 트럭(6대)과 청소차(6대)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버스에 비해 트럭의 보급 속도는 확실히 더딘 편이다.

인천에는 총 13곳의 수소충전소가 있다. 그중 인천그린수소충전소, 남동농협 수소충전소는 수소제조설비를 갖춘 온사이트 충전소다. 또 가좌동과 경서동에 액화수소충전소가 들어서 있다.

하이넷의 인천공항T1 수소충전소에서 공항버스가 수소를 충전하고 있다. 
하이넷의 인천공항T1 수소충전소에서 공항버스가 수소를 충전하고 있다. 

수소충전소의 지역 쏠림 현상은 인천도 다르지 않다. 수소차가 가장 많이 보급된 서구에 충전소 6곳(충전기 11기)이 몰려 있다. 액화수소충전소 두 곳도 이곳 서구에 속한다. 361대의 차량이 등록된 연수구는 한 곳에 불과하고, 계양구(304대 등록)와 부평구(194대 등록)에는 충전소가 없다.

수소충전 인프라를 갖춰야 수소차 보급을 늘릴 수 있다. 이런 기대와 달리 현실의 온도 차는 상당하다. 수소충전소에 대한 주민 반대가 극심하고, 교통량이 많은 수도권 도심에 대용량 수소충전소 부지를 확보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올해 처음으로 인천에서 액화수소가 유통되기 시작했다. 

액화수소충전소는 기체수소충전소 대비 수소 용량이 월등히 높다. 액화에 드는 비용을 제외하고 수소판매 원가에서 차지하는 운송비를 크게 낮출 수 있지만, 더 많은 충전소를 도심 수요처에 들이기 위해서는 이격거리 완화 등 제도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향후 5년 내에 수소트램이 도입되면 수소배관을 이용하거나 액화수소로 수소를 공급받을 가능성이 높다. 크리오스, 동화엔텍, 엠티에이치콘트롤밸브 같은 업체들은 이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이 외에도 하이리움산업, 디앨, 피케이밸브앤엔지니어링, 수림테크, 광신기계공업 같은 업체들이 액화수소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엠티에이치콘트롤밸브는 기체수소 충전용 고압 밸브와 액화수소용 극저온 밸브를 개발하고 있다. 
엠티에이치콘트롤밸브는 기체수소 충전용 고압 밸브와 액화수소용 극저온 밸브를 개발하고 있다. 

하이스원도 주목해야 한다. 하이넷과 코하이젠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정도로 충전소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이스원이 기존 대용량 수소충전소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사업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향후 인건비, 전기료, 유지보수료 등과 관련해서 어느 정도의 비용을 절감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수소충전 시장은 기체수소, 액체수소, 이 둘을 결합한 1.5세대 방식, 이동식 충전소 등이 서로 경쟁하면서 시장의 수요에 대응하는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초기 시장이라 정부의 정책 지원 없이는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지만, 기술개발 노력 등이 더해지면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시장은 도전을 반기고 부추긴다. 새로운 혁신 모델로 경제성과 성장성을 증명하면 그 자체로 시장의 표준이 될 수 있다. 바로 이 ‘미래의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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