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수소가 시중에 유통되면서 수소충전소 시장에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액화수소의 이점을 살린 ‘1.5세대 충전소’부터 아이오닉 압축기를 활용한 시간당 300kg급 대용량 충전소가 등장했다. 수소충전 시장의 ‘뉴 트렌드’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크리오스는 지난 9월에 열린 H2 MEET 전시회에 1톤급 액화수소 저장탱크와 펌프, 열교환기를 선보였다.(사진=크리오스)
크리오스는 지난 9월에 열린 H2 MEET 전시회에 1톤급 액화수소 저장탱크와 펌프, 열교환기를 선보였다.(사진=크리오스)

대한민국 수소충전소는 기체수소충전소에서 액화수소충전소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다.

효성하이드로젠의 첫 번째 액화수소충전소가 지난 10월 7일 전남 광양에서 준공식을 열었다. 광양초남 액화수소충전소는 200kg/h급 대용량 충전소로 하루에 150대가 넘는 수소버스를 충전할 수 있다.

SK플러그하이버스가 충북 청주시에 구축한 액화수소충전소도 10월 17일에 준공식을 열었다. 송절 액화수소충전소는 국내 최대인 4톤 규모의 액화수소 저장탱크와 극저온 펌프, 4대의 충전기를 갖추고 있다. 설비 용량은 240kg/h로 시간당 12대, 하루에 약 240대의 수소버스를 충전할 수 있다. 

신기술을 담은 혁신 모델이 수소충전 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액화수소플랜트 가동이 불러온 변화

액화수소충전소는 액화수소플랜트의 등장과 궤를 같이 한다. 효성과 SK가 액화수소 사업에 뛰어들면서 대량의 수소 수요처를 확보하기 위한 사업모델로 사전에 고민한 부분이기도 하다.

효성하이드로젠이 처음으로 준공한 광양초남 액화수소충전소.(사진=효성중공업) 
효성하이드로젠이 처음으로 준공한 광양초남 액화수소충전소.(사진=효성중공업) 

송절 액화수소충전소만 해도 청주산업단지에 있는 SK이노베이션 청주공장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다. 이는 청주산단에 입주한 기업들이 출퇴근용 통근버스를 수소전기버스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SK E&S는 인천에 연간 3만 톤 규모의 액화수소플랜트를 완공해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이는 하루에 5,000대가 넘는 수소버스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 15개소(누적)의 액화수소충전소가 준공될 것으로 전망한다. 또 전국 36개 거점에서 액화수소충전소 구축 작업이 진행 중이다.

액화수소충전소 구축, 수소전기차 보급에는 긴 시간이 걸린다. 설령 구축이 완료됐다 하더라도 액화수소충전소만으로 대량의 수소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에 들어선 하이창원의 액화수소플랜트만 해도 하루 5톤, 연간 최대 1,820톤의 액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여기에 린데와 효성이 손을 잡고 효성화학 용연3공장에 구축하고 있는 연 1만1,000톤 규모의 액화수소플랜트도 있다. 이를 합쳐 연 4만 톤이 넘는 액화수소 수요처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액화수소 접목한 ‘1.5세대 충전소’ 

창원시는 액화수소 수요처로 기존 기체수소충전소를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기존 충전소를 업그레이드한 일명 ‘1.5세대 수소충전소’로 1톤 용량의 액화수소 저장탱크를 붙여 활용하는 방식이다.

“2022년 7월부터 산업부 과제로 ‘액화수소충전소용 저장탱크 및 수소공급시스템 기술개발’을 진행해왔어요. 총 3개 과제가 있는데, 여기에 1세부 과제를 크리오스가 맡고 있죠. 하루 기화량 1.5% 수준의 1톤급 ‘액화수소 저장시스템(Hydra-T)’ 개발, 탱크에 저장된 액화수소를 기화해서 공급하는 ‘수소공급 시스템(Hydra-S)’ 개발을 진행하고 있어요.”

크리오스 김대성 대표의 말이다. 히드라-T 개발은 크리오스, 히드라-S 개발은 열교환기 전문업체인 동화엔텍에서 맡고 있다.

‘액화수소충전소용 저장탱크 및 수소공급시스템 기술개발’ 국책과제의 1세부 개요도.(그림=크리오스)
‘액화수소충전소용 저장탱크 및 수소공급시스템 기술개발’ 국책과제의 1세부 개요도.(그림=크리오스)

이렇게 개발한 히드라 모듈을 창원 대원수소충전소에 설치해서 하루 950kg, 시간당 100kg의 수소충전이 가능한 대용량 충전소로 전환(3세부, 창원산업진흥원 주관)하고, 수소광역버스에 수소를 충전해서 차량 성능개선 실증(2세부, 에이스웍스 주관)도 함께 진행한다. 이번 국책과제는 내년 3월 말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액체수소를 활용하면 기체수소충전소의 단점인 저장성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액화수소를 펌프로 당겨서 기화한 뒤 200바(bar)로 버퍼탱크에 저장해두고 사용하게 되죠. 나머지는 기존 기체수소충전소 설비를 활용하게 돼요. 수소상용차를 위한 대용량 충전소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액화수소 수요처도 확보하는 현실적인 대안이라 할 수 있죠.”

김대성 대표는 H2 MEET 전시회에 히드라 모듈의 일부를 공개한 바 있다. 1톤급 액화수소탱크 실물모형 앞에 협성철광에서 만든 액화수소펌프와 동화엔텍의 열교환기를 나란히 선보였다. 액화수소 밸브 제작은 엠티에이치콘트롤밸브가 맡았다.

H2 MEET 전시회에 공개된 1톤급 액화수소 저장탱크와 펌프, 열교환기.
H2 MEET 전시회에 공개된 1톤급 액화수소 저장탱크와 펌프, 열교환기.

크리오스는 3톤급 액화수소 탱크트레일러를 개발 중이다. 2.5톤 정도 되는 수소를 기체로 운송하려면 최소 12대 정도의 튜브트레일러가 필요하다. 수소 운송비, 여러 대의 트럭을 운행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 등을 고려하면 액화수소 운송의 장점이 도드라진다.

김대성 대표는 “액화수소 저장·운송 방식을 접목해서 기존 충전소를 대용량 충전소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다”라며 “하이창원의 수요처 발굴, 국내 업체의 액화수소 기술개발 차원에도 의미가 크다”고 강조한다.

하이창원 액화수소플랜트에 크리오스의 2.5톤급 액화수소 탱크로리가 들어와 있다.(사진=크리오스)
하이창원 액화수소플랜트에 크리오스의 2.5톤급 액화수소 탱크로리가 들어와 있다.(사진=크리오스)

국책과제 참여 기관을 중심으로 리하이스트(LIHYST; LIquid HYdrogen STorage based station)라는 협의체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향후 액체수소 저장용 스키드모듈인 히드라-T, 기체수소 공급용 스키드모듈인 히드라-S의 사업화를 염두에 둔 조치라 할 수 있다. 그 첫 번째 사업모델이 창원 대원수소충전소인 셈이다. 

수소전기차에는 기체수소로 충전된다. 액화수소 탱크로리를 활용해 수소를 저렴하게 운송하고, 이를 기화해 버퍼탱크에 저장해두고 기체수소 충전에 활용하는 ‘1.5세대’ 방식의 충전소가 수소충전 트렌드를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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