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창원이 채무 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놓이면서 1천억 원의 돈을 들여 지은 창원 액화수소플랜트는 잠정 휴업 상태다.
하이창원은 창원시 출연기관인 창원산업진흥원과 두산에너빌리티가 공동출자한 특수목적법인으로, 액화수소플랜트를 짓기 위해 금융사 대주단에 710억 원을 빌렸다.
하이창원에 출자한 창원산업진흥원이 하루 5톤씩 액화수소를 구매하기로 약속했지만, 창원시가 발을 빼기로 하면서 사태가 심각해졌다. 대주단은 투자금을 지키기 위해 기한이익상실을 선언했고, 하이창원은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이번 사태의 이면에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사이의 힘겨루기, 즉 정쟁(政爭)이 있다. 홍남표 창원시장이 전임 허성무 시정에서 기획해서 추진한 액화수소플랜트 구축사업을 두고 예산의 불법 조달·사용, 담보제공 절차의 부당함 등을 문제 삼으면서 일을 키웠다.
홍남표 시장은 2022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내 경선 과정에서 후보를 매수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마지막 대법원 선고를 앞둔 미묘한 시점에 ‘감사 카드’를 들고 논란을 부추겼지만, 대법원 판결로 시장직을 잃으며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불법이나 절차상에 문제가 있다면 법적 절차를 밟아 조용히 처리하면 될 일이다. 자신의 치부를 덮기 위해 국가의 정책 사업을 정쟁의 도마에 올리는 순간 핏물은 사방으로 튀게 마련이다.
“1천억 원에 이르는 플랜트를 인수할 곳이 없다. 대주단도 결국에는 플랜트를 돌려 운영 정상화에 나서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던 창원의 한 기업인 말이 떠오른다.
정상(正常)으로 가는 길이 이렇게 고된 줄은 익히 알고 있지만, 머리보다 마음이 앞서 열을 낸다.
일을 저지른 자는 수습하는 자의 괴로움을 영영 알지 못한다. 그리하여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만든다.